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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방에서 찾는 제조업의 미래]"베트남은 생산·소비 결합된 新시장"...작년에만 822개사 진출

<2> ‘메이드-인 코리아’의 전진 기지, 베트남

대외개방으로 수출환경 유리하고

주변국 비해 정치적 상황도 안정

젊은인구·우수한 노동력도 강점

글로벌 시장공략 핵심 거점 역할

고속성장속 최신기술·과거 공존

에너지 분야 등 투자 기회 풍부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차로 두 시간 정도 걸리는 하이퐁에 위치한 LG전자 생산공장에서 현지 직원들이 세탁기를 조립하고 있다. /하이퐁=고병기기자




한국 제조 업체들이 베트남을 생산과 소비가 결합된 새로운 시장으로 만들고 있다. 포스트 차이나로 베트남을 선택했던 2000년대 후반 1세대 기업들과 달리 최근 베트남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는 2세대 기업들은 베트남 공장을 글로벌 수요에 맞춰 변화시키고 있다. 지난달 12일 베트남 최대 항구도시인 하이퐁에서 만난 백인재 LS전선 베트남·미얀마 지역 부문장은 베트남을 ‘최신 기술과 과거’가 공존한다고 요약했다. 모빌리티·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산업들이 속속 베트남으로 밀려들지만 인건비를 비롯한 비용을 축소할 수 있는 요인들이 남아 있다는 의미다. 한국 제조 업체들은 베트남을 중국에 이은 ‘세계의 공장’이자 소비시장으로 키우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일찌감치 베트남에 진출한 LS전선은 최근 들어 베트남 투자에 가속을 붙이고 있다. 1996년 하이퐁에 설립한 전력케이블 생산법인인 LS비나는 현재 베트남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다. 특히 LS비나는 내수시장뿐 아니라 싱가포르와 유럽 등 글로벌 시장 공략의 핵심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는 소재 산업 진출과 생산량 확대를 위해 추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백 부문장은 “투자가 완료되고 이달부터 생산이 시작되면 하이퐁 공장의 연간 판매 규모가 4억달러에서 7억달러 수준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제조 업체들의 베트남 투자는 숫자를 통해서도 잘 나타난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에 진출한 신규 법인 수는 전년 대비 17.9% 늘어난 822개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투자금액도 역대 최대인 31억6,200만달러를 기록했다.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현대자동차 등 국내를 대표하는 제조 업체들도 이미 베트남에 자리를 잡았다.



이처럼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을 주목하는 것은 글로벌 제조업 생산기지로서 여러 장점을 가졌기 때문이다. 우선 제조업 생산기지로서 베트남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수출에 유리한 환경이다. 베트남은 대외개방을 표방한 ‘도이머이(쇄신)’ 정책 도입 후 통상관계를 확대하는 등 그간 실리적이고 적극적인 대외개방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여러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등 경제공동체 조성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아울러 유럽연합(EU)과의 FTA 비준을 앞두고 있어 통상환경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무역진흥청(VIETRADE)의 호앙밍찌엔 부국장은 “베트남은 아세안 지역 내 어떤 나라보다 무역 허브가 잘 구축돼 있다”며 “특히 외국인 투자가의 경우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더 많은 보호를 받는다”고 강조했다. 하이퐁에서 만난 백 법인장도 “베트남에서 생산하면 전 세계 어디든지 갈 수 있다”며 “최근 미중 무역전쟁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의 수출량은 계속 늘고 있다”고 베트남 진출의 장점을 설명했다. 실제 지난 3년간 베트남의 수출액은 연평균 12.7%, 수입액은 12.8% 성장했다. 특히 수출의 경우 삼성전자와 같이 외국인 직접투자(FDI)로 진출한 제조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70.7%(2018년 기준)에 달한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과 달리 한국의 최대 교역국 중 하나인 미국과의 관계가 원만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하노이를 선택했을 정도다. 하이퐁에서 만난 이지영 LG전자 상무(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부품 생산 담당)는 “미국이 중국은 견제하지만 베트남과는 우호적”이라며 “정치적인 상황이 수출환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변국에 비해 정치적인 상황도 안정돼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의 정치 안정성 순위는 86위로 인도네시아(150위), 태국(171위), 인도(175위) 등 주변국에 비해 높은 편이다. 경제성장률 자체만 놓고 보면 인도네시아와 인도 등 주변국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베트남의 정치 안정성은 외국계 투자가들이 베트남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중에서 투자 1순위로 꼽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베트남의 젊은 인구와 우수한 노동력은 한국 제조 업체들이 앞으로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베트남으로 몰려가는 결정적 이유가 되고 있다. 베트남 인구는 한국의 2배인 1억명 수준이며 평균 연령은 약 30세다. LG전자가 차세대 먹거리로 여기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육성하고 있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부품(IVI)의 생산 거점을 베트남에 마련한 이유다. LG전자 하이퐁법인은 IVI 비중이 50%를 넘는다. 이 상무는 “IVI는 향후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글로벌 생산 거점을 찾았다”며 “베트남의 노동인구가 30대 이하이고 성실한데다 교육 수준이 높아 노동력의 질이 우수한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실제 LG전자 하이퐁법인에서 근무하는 직원 2,000여명의 평균 나이도 20대 후반에 불과하다.

현재까지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서로 윈윈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베트남 경제 성장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LG전자·현대차(005380) 등이 베트남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찌엔 부국장은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의 수출과 경제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어 정부에서도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에너지·하이테크·청정기술 관련 분야에서 투자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노이=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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