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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감성·향수...근대미술, 대중과 통하다

김환기·천경자 등 30여명 작품전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근대의 꿈'

하루평균 2,000명 방문 문전성시

절필시대·곽인식 회고전도 인기

거장 브랜드·향유층 서정성 겹쳐

고흐·피카소·샤갈전 못잖은 열풍

지난 1일 개막한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의 ‘한국근현대명화전:근대의 꿈’ 전시에 1,000명 이상의 시민들이 긴 줄로 늘어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이 기획한 한국근현대명화전 ‘근대의 꿈’이 개막한 지난 1일. 미술관 문 앞으로 1,100여명이 긴 줄로 늘어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빈센트 반 고흐나 파블로 피카소, 마르크 샤갈 같은 해외 거장들을 주인공으로 한 ‘블록버스터’급 전시에서나 볼 수 있던 현상이 우리 근대미술 전시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근대미술 열풍이다.

관람객의 발길을 사로잡은 대표작은 85억 원의 국내 미술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가진 김환기의 ‘영원한 노래’ ‘여름 달밤’ 등과 탄탄한 팬층을 확보한 몇 안 되는 근대화가인 천경자의 ‘꽃무리’ ‘나의 슬픈 전설이 22페이지’ 같은 친숙한 이미지들이었다. 이중섭과 박수근, 조각가 권진규의 작품 앞에서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소곤거리는 관객도 상당수였다. 이들 작가는 이미 그 이름만으로도 관람객을 끌어들일 정도로 자체 ‘브랜드’를 이뤄낸 거장으로 분류된다.

근현대 대표작가 30여 명의 70여 작품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근대기 한국미술의 태동부터 시각성의 확장, 보편성을 지향한 추상화(化)의 전개 등을 보여준다. 출품작 중에는 당시 시대상의 서정적 표현뿐만 아니라 풍경화도 대거 포함됐다. 박득순이 남산에 올라 사생하고 그린 ‘서울 풍경’은 마치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하루’에서 주인공이 거닐던 경성을 짐작하게 한다. 꽃 정물로 유명한 도상봉이 그린 ‘성균관’, 권옥연의 ‘신당동 풍경’, 이마동의 ‘흑석동 풍경’, 김중현의 ‘정동풍경’, 박상옥의 ‘서울의 아침’ 등은 서울의 옛 모습을 보여주며 향수를 더듬게 한다. 이 전시에는 하루 평균 2,000명이 방문하고 있다.

김환기 ‘여름 달밤’. 1961작이며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이다. /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천경자 ‘나의 슬픈 전설의 22페이지’ /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서울특별시


이중섭 ‘물고기와 노는 두 어린이’ /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박수근 ‘두 여인’ /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근대미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열기에 부합하듯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는 3회 이상으로 예정된 ‘근대미술가의 재발견’의 첫 번째 기획전 ‘절필시대’를 통해 정찬영·백윤문·정종여·임군홍·이규상·정규 등 저평가된 근대작가들을 재조명하고 있다. 과천관에서는 한·일 양국의 현대미술에 막대한 영향을 준 ‘곽인식’ 회고전과 근대 명화들을 볼 수 있는 소장품전이 한창이다. 대구미술관은 ‘색채의 마술가’로 불린 박생광의 대규모 회고전을 오는 10월 20일까지 개최한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작고 미술인을 회고하는 기획전을 시작했고 오는 9월 말까지 ‘반추(反芻) 반추상’이라는 제목으로 1999~2004년 사이에 별세한 미술인 40인의 예술세계를 작품과 기록·자료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앞서 갤러리현대는 개관 50주년을 기념하며 전통 한국화의 근대적 전환을 보여준 대표작가 청전 이상범과 소정 변관식의 전시를,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안중식 등을 중심으로 한 ‘근대 서화, 봄 새벽을 깨우다’ 전시를 지난달까지 열었다. 미술평론가 조은정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회장은 “앞서 국립현대미술관 등 여러 기관이 ‘근대명화전’과 꾸준한 소장품전, 이중섭·박수근·유영국·장욱진·이쾌대·변월룡 등의 전시가 꾸준히 관객들의 감성적 토대를 형성해준 결과”라고 평가하며 “향유계층의 변화도 주효한데, 최근 은퇴자들을 비롯해 베이비붐 세대와 바로 직전 세대들이 미술관을 대거 찾아가고 자신들의 성장기를 보여주는 작품에 대해 정서적으로 반응한다”고 분석했다. 조 회장은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과 3·1운동 100주년 등 역사적 상황을 기념하는 것과도 맞물려 이제는 최신의 해외 문물을 동경하고 갈증느끼던 시기를 지나 우리 것에 대한 관심, 우리 것을 몰라봤다는 것에 대한 자각과 알아야한다는 인식이 두루 작동한다”고 분석했다.



기획전 ‘절필시대’ 중 임군홍의 풍경화 전시 전경.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기획전 ‘절필시대’ 중 정찬영의 화조도와 식물세밀화 전시 전경.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 작고작가 40인의 예술세계를 기록과 자료로 되짚어 본 ‘반추 반추상’ 전시 전경.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 작고작가 40인의 예술세계를 기록과 자료로 되짚어 본 ‘반추 반추상’ 전시 전경.


미술 시장에서도 근대화가들은 탄탄한 위상을 다져가는 중이다. 경매시장의 블루칩 김환기는 ‘단색화 열풍’에 힘입어 2016년 한해 낙찰총액이 약 415억으로 전체 낙찰총액 1,720억원 중 24%까지 치솟았다. 2017년 낙찰총액은 254억원으로 전체 1,900억원 중 13%, 지난해는 355억원으로 전체 2,194억원 중 16%를 차지했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집계한 올 상반기 경매총액 826억원 중 김환기는 145억원으로 부동의 1위, 점유율 17.5%를 기록했다. 대표적 근대화가인 이중섭의 지난해 낙찰총액은 73억원, 천경자 45억원, 박수근 42억원이었으며 유영국(22억원), 장욱진(21억원), 이성자(12억원),이응노(11억원) 등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근대미술사 연구자 출신인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그간 우리 미술의 골간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의 결과가 최근의 전시로 그 결과를 보여주고, 풍요로운 전시가 대중과의 친밀도를 높이게 될 것”이라며 “한국 근현대미술 거장의 재조명뿐만 아니라 소외된 작가에 대한 발굴, 재조명 작업도 본격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근현대명화전에 대해 “개화 초기 들끓던 변혁의 기운과 일제 강점기의 무력이 공존하던 모순 속에서도 강력하게 미래를 열망했던 예술가들의 꽃나무가 오늘날 어떤 꽃그늘과 꽃투성이 풍경을 만들어 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평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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