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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30> 빨라지는 '우주굴기'...中, 글로벌 위성항법 시장도 장악하나

■ 美 GPS 넘어선 中 베이더우

걸프전 때 활용 美에 충격...개발 25년만에 35개로 추월

일대일로 참여국까지 확보해 3,000억弗 시장 창출 기대

한국은 주변 4강 모두 독자시스템 구축 속 제자리걸음

지난 6월 베이더우 위성을 실은 창정-3B 로켓이 중국 쓰촨성 시창위성발사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3단계로는 스물두 번째, 전체로는 마흔여섯 번째 위성이다. /신화연합뉴스




# 지난 1991년 걸프전은 역사상 최초의 ‘스타워즈(우주전쟁)’로 꼽힌다. 미국은 우주에 떠 있는 위성항법시스템(GNSS) ‘GPS(Global Positioning System)’가 유도하는 전투기와 순항미사일을 활용해 이라크의 지상표적을 정확하게 타격했다. 당시 전쟁에는 10개의 GPS 인공위성이 동원됐다고 한다. 세계인들은 깜짝 놀랐고 미국의 잠재적 적국은 경악했다. 특히 중국은 곧바로 독자적인 GPS 개발에 나섰다. 1994년 시작된 ‘베이더우 위성항법시스템(北斗衛星導航系統·BDS)’ 계획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25년 만에 중국은 규모 면에서 미국을 앞질렀다. 6월 말 현재 중국이 가동하고 있는 베이더우 위성은 35개로 GPS가 31개인 미국보다 많다.

# 중국에서 휴대폰 위치확인을 켜고 공유차량인 디디추싱을 부르면 거의 정확하게 옆에다 차를 세운다. 고속으로 운전할 때도 내비게이션과 실제 주행 간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다. 한국의 경우 타국(미국)의 GPS를 이용하는 데 반해 중국은 자국에 특화된 베이더우를 이용한다. 중국에서 만난 한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내비게이션만 놓고 보면 중국의 기술력이 한국을 많이 앞섰다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하늘로 쏘아 올린 나침판’이라는 위성항법시스템 시장에서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다. 경기둔화로 미국 등 주요국들의 투자가 주춤한 상황에서도 중국은 ‘우주굴기’를 목표로 무한정한 자금을 쏟아붓기 때문이다. 중국은 막대한 내수시장이라는 기반에다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 참여국까지 해외시장으로 확보한 상태다. 어떤 위성항법시스템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패권이 정해지기 때문에 하늘 지도에 따라 땅의 지도도 나뉠 가능성이 커졌다. 특정 국가의 위성항법시스템을 이용한다는 것은 그 국가의 패권 아래 들어간다는 의미다. 한반도 주위 4대 강국인 미국·중국·러시아·일본이 모두 독자적인 위성항법시스템을 개발해 사용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중요해졌다.

중국이 북두칠성이라는 이름의 ‘베이더우’ 사업을 시작한 것은 1994년이다. 미국의 완승으로 끝난 이라크전쟁 직후다. 중국 지도부는 이라크전쟁에서 하늘에 떠 있는 인공위성을 활용한 GPS를 이용해 전투기와 미사일을 정밀타격하는 미국의 기술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미국은 허위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라크를 교란했다. 미국이 향후 중국과의 충돌에서도 같은 방식을 사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중국 지도부에 퍼졌다.

기술적인 어려움에 따라 중국 베이더우 사업은 3단계로 진행됐다. 베이더우를 운용하는 중국위성도항체계관리판공실에 따르면 1994년 사업이 시작된 후 시험위성이 2000년에 처음 발사됐고 2003년까지 중국 지역을 대상으로 4개의 위성이 항법시스템을 시험했다. 본격적인 2단계 사업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지였다. 이 기간에 24개의 위성을 통해 항법시스템 적용 대상 범위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넓혔다.

전 세계를 사업 단위로 하는 3단계는 2017년부터 시작했고 오는 2020년에 완성될 예정이다. 올 6월까지 3단계 사업으로 22개의 위성이 발사됐는데 내년 말까지 총 30개를 채울 계획이다. 중국이 2000년부터 올 6월까지 베이더우 사업과 관련해 쏘아 올린 위성만 시험위성 4개, 본위성 46개 등 총 50개다. 올 상반기에만 3개가 발사됐다. 2020년 베이더우 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면 군사용의 경우 위치결정 정밀도가 10㎝ 이내가 될 것으로 중국 당국은 추정했다. 이는 미국 GPS의 위치결정 정밀도인 30㎝를 능가하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중국이 중산층 사회를 의미하는 ‘샤오캉(小康)사회’를 2021년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앞두고 우주마저 지배하겠다는 의욕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일반용 베이더우도 GPS에 우위를 지킬 수 있으리라는 게 중국 측의 기대 섞인 전망이다. 양창펑 베이더우시스템 수석설계사는 “중국의 베이더우는 세계의 베이더우”라며 “글로벌 위성항법시스템 시장은 확실히 베이더우의 시장이기도 하다”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전했다

중국 베이더우 사업의 장점은 국가안보라는 이름으로 무한정의 예산이 투입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책 결정 여하에 따라 투자 대비 수익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 한국 등과는 다른 점이다. 미국 연방의회 미중경제안전보장조사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베이더우 시스템 투자 규모는 1994년 사업을 시작한 후 2020년까지 총 106억달러(약 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내년까지 8개의 위성을 더 발사할 예정이다. 위성 수가 많을수록 위치 정확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시장에서 더욱 유리하다. 미국이나 유럽이 운영하는 위성은 구형인 반면 중국은 최신 위성이라는 것도 상대적으로 장점이 많다.

베이더우의 초기 목적은 군사 용도였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또 다른 목적이 있다. 바로 공산당 일당독재체제 아래 사회안정 유지다. 베이더우를 통해 사람들이나 차량 등 사물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감시하는 것이 사회통제에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도 중국 정부가 개의치 않는 이유다. 중국이 미국이나 러시아의 시스템을 빌려 이용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출발했지만 민간 시장도 무궁무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 GPS는 교통이나 측량·재난예방 등 각종 산업과 생활에 필수수단이 됐다. 여기에 5세대(5G) 이동통신,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드론 등 차세대 산업을 위한 핵심기술에 베이더우가 활용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베이더우가 내년까지 3,000억달러 규모의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시진핑 정부 들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사업에도 베이더우는 중요한 매개수단이 되고 있다. 이른바 ‘스페이스 실크로드’ 구축이다. 영국 BBC에 따르면 파키스탄·라오스·인도네시아를 포함해 아시아·아프리카의 30여개국이 베이더우 시스템을 현재 활용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항법시스템 표준으로 베이더우를 공식 채택할 경우 중국은 보다 우위의 입장에서 차세대 기기와 기술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운용 규모 면에서는 이미 베이더우가 GPS마저 앞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중국은 6월 말 현재 35개의 위성을 가동 중인데 이는 미국(GPS 31개)보다 많다. 이외에 러시아 위성은 24개, 유럽연합(EU)은 22개, 인도는 6개, 일본은 4개였다. 또 유엔 회원국 195개국 상공에서 가동되고 있는 위성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의 3분의2인 130개국에서 중국 위성이 관측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본토의 경우 대략 20개 이상이 관측됐다.

이미 주요국들이 앞다퉈 연구개발 중인 위성항법시스템 분야의 선두주자는 단연 미국이다. 미국 GPS는 수십년 동안 사용되면서 확인된 지속성과 안정성이 최대 장점이다. 미국은 1960년대부터 군사적 목적에서 국방부와 항공우주국(NASA)을 중심으로 GPS 연구개발을 시작했고 1978년 최초의 위성을 발사했다. 1995년부터 본격 운영이 시작됐다. 이처럼 미사일과 군용기 유도 및 적대국가 시설의 위치파악 등에 활용하기 위한 군사용이었던 GPS는 1983년 대한항공 여객기 피격 사건 이후 민간에서도 쓰이게 된다.

이전까지만 해도 항공기 운항은 비행체의 가속도를 기준으로 위치를 추정하는 관성항법장치(INS)에 의존했다. 이 장치의 고장으로 여객기가 소련 영공에 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에 미국은 GPS를 민간에도 개방하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아는 냉전 시기인 1982년부터 위성을 발사해 글로나스라는 이름으로 위성항법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GPS나 글로나스는 당분간 추가 위성 발사계획이 없는 것이 약점이다.

중국 베이더우에 이어 EU는 2002년부터 ‘갈릴레오’라는 이름으로 위성항법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군사용이 아닌 민수용으로 시작된 것은 갈릴레오가 처음이다. 또 인도와 일본도 자국과 주변 국가들을 범위로 하는 ‘지역 GPS’를 구축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2034년을 목표로 7개의 위성으로 ‘한국형 GPS’를 구축한다는 목표만 세워놓고 있을 뿐 예산 부족으로 아직 시작도 못 한 단계라고 한다.

한편 EU의 갈릴레오가 지난달 이유를 알 수 없는 고장으로 일주일가량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EU 측은 이번 사고가 “갈릴레오 지상시설의 장비 고장으로 시간과 궤도 예측계산에 영향을 미쳐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성항법시스템 구축과 운영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징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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