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현대차 등 의결권 10% 안팎 묶여...지분 쪼갠 투기세력 공격에 취약

■본지, 주요 대기업 3%룰 적용 분석

전문가 "의결권 제한은 시장원리 위배"

3%룰 완화해도 근본적인 해결책 안돼

기업들 "제2의 소버린 사태 일어날수도"

손경식(오른쪽 두번째) 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달 6일 서울 마포구 경총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이낙연(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안내하고 있다. 3%룰을 개별합산해도 경영권방어에는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03년 SK㈜의 지분을 14.9% 매집해 최대주주에 오른 투기자본 소버린은 보유지분을 자회사 5곳에 3%씩 분산시켜 이사회 진입을 시도했다. 당시 SK㈜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은 약 13%였다. 소버린은 주주제안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 5명을 추천했으나 SK그룹 우호지분에 밀려 부결됐다. 만일 당시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

감사위원 분리선출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산해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정부의 상법 개정안이 시행된다는 전제하에서 현재의 SK㈜의 지배구조를 보면 투기자본의 공격은 통했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SK㈜는 최태원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총 29.5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안대로 이 지분율이 3%로 제한되면 소버린의 지분율 14.9%에 현저히 밀린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소버린의 편을 들어주면 속수무책으로 투기자본에 이사회를 열어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안에서 다소 완화한 더불어민주당의 방안이 도입되더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각각 3%로 제한해 합하는 개별합산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이 방식을 SK㈜의 사례에 대입하면 감사위원 분리선출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행사 가능 의결권은 10.27%로 제한된다. 정부안보다는 행사 가능 의결권이 높아지지만 과거 소버린이 확보했던 지분율 14.9%보다 낮다. 결국 표 대결로 가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런 사정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현대모비스도 마찬가지다. 현대모비스의 주주는 기아차(17.28%), 정몽구 명예회장(7.13%), 현대제철(5.79%), 현대글로비스(0.69%), 정의선 회장(0.32%) 등이다. 이들 지분의 합은 31.21%지만 개별 주주의 의결권을 3%씩 제한한 뒤 합산하면 10.01%로 확 줄어든다.



소버린처럼 지분율을 15%가량 확보한 뒤 이사회 진입을 시도하면 역시 경영권 방어를 장담할 수 없는 구조다.

역대 정부가 ‘가장 좋은 지배구조’라며 권장했던 지주회사 체제하의 기업들은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글로벌 1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LG화학이다. LG화학은 지주회사인 ㈜LG가 30.06%, LG연암문화재단이 0.03%를 보유하고 있어 개별합산할 경우 행사 가능한 의결권이 3.03%에 불과하다. 정부 정책에 맞춰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대기업집단이 3%룰로 인해 더 큰 손해를 보는 점에서 기존 정부안이나 민주당의 안이나 차이가 없는 셈이다.

이런 결과는 지주회사의 경우 자회사 지분을 40%(상장사의 경우 20%) 이상 보유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발생한다. 지주회사 한 곳이 최소 2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특수관계인이 거의 없기 때문에 3%룰을 개별합산으로 완화한다 해도 행사 가능한 의결권 비율은 크게 높아지지 않는다.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3%룰이 도입되면 LG화학처럼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업계를 주도하는 선도기업이 해외 투기자본에 경영권을 위협당할 수 있다”며 “정부 여당은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3%룰을 도입하겠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핵심 첨단 산업을 투기자본에 먹잇감으로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민주당은 산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정부안을 다소 완화한 개별합산 방식을 고민 중이지만 경영권 방어에 취약하다는 점에서 기존 정부안과 차이가 없다”며 “더구나 지주회사 체제일수록 더 큰 손해를 본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전체합산이든 개별합산이든 3%룰은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점에서 위헌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지분이 많은 최대주주나 특수관계인일수록 3%룰에 의해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는 지분 규모가 더 커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3%룰은 다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의 재산권 행사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법안”이라고 말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