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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 '부자감세' 비판에 6개월만에 또 손질...조세 원칙 무너진다

■민주당, 양도세 개편안 논란

10년 보유 강남의 1주택자

10억에 사서 25억에 팔때

양도세 2배 이상으로 늘어

"국민 행복추구권에 반하고

거주이전 자유 제한" 분석

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일대 모습.




여당이 양도소득세를 개정한 지 6개월도 되지 않아 또 수술을 집도하면서 조세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표심을 의식하면서도 ‘부자 감세’ 경계령에 묶여 세법은 난도질 당하고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은 떨어지는 혼란이 우려된다.

서울경제신문이 9일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과 양도세 관련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10억 원에 매입한 아파트를 10년 동안 보유한 서울 강남의 1주택자가 25억 원에 매도했을 경우 양도세가 현행 5,787만 원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개정안으로 바뀌면 1억 4,256만 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하게 된다. 최근 민주당은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현행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높이는 한편 5억 원 이상의 부동산 양도 차익을 얻으면 장기 보유 특별 공제율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양도 차익이 20억 원을 초과하면 최대 30%포인트의 공제율을 줄이는 식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4년간 집값을 세금으로 잡겠다는 방침을 밀어붙이면서 수시로 양도세 규정을 강화해왔다. 지난 2017년 8·2대책에서 1주택자라도 조정대상지역 주택은 2년 이상 거주해야 양도세를 비과세하도록 했다. 이어 2018년 9·13대책에서는 시세 9억 원 이상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에 대해 2년 이상 거주해야 장기 보유 특별 공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10년 이상 보유하면 80%의 세금 감면을 해주는 조치도 올해부터는 거주 요건을 부과해 거주 기간(최대 40%)과 보유 기간(최대 40%)으로 분할하며 복잡하게 만들었다.

이와 함께 올해부터 신규 취득한 분양권은 양도세를 매길 때 주택 수에 포함하는 등 경우의 수가 무한하다. 주택 수, 위치, 면적, 취득 시점, 거주 현황 등에 따라 양도세 규모가 수억 원까지 달라지다 보니 양도세는 대표적인 난수표 세목이 됐다. 세무사조차 계산하지 못할 정도로 복잡해 양도세 상담을 포기한 ‘양포 세무사’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국민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해야 할 세제가 전문가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인데 여당이 ‘과세 형평’을 명분 삼아 몇 개월 만에 또 바꾸겠다는 방침에 사회적 비효율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을 지낸 한 전직 관료는 “과세 당국의 유권해석조차 불명확할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여당이 조세 원칙에 역행해 무리한 행보를 보이는 것은 비과세 기준을 높여 부동산 민심을 잡으면서도 ‘부자 감세’라는 지지층의 비판을 최소화하려는 ‘양다리 걸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기준은 2008년부터 13년째 그대로 9억 원이어서 시장 흐름에 맞게 반영하는 것인데도 여당 지도부가 일부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면서 정도를 가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특히 시간이 지나면 물가가 상승하고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마련인데 고가 주택의 시세 차익이 크다고 단기 보유에 대한 불이익 개념으로 만들었던 장기 보유 혜택을 줄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치권이 조세 저항을 어떻게 줄일지 납세 의무자와 표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세제 원칙과 충돌하는 문제가 많다”며 “부동산 문제를 세제로만 접근하면 중기적으로는 시장에 더 큰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가 양도세뿐 아니라 취득세와 보유세를 모두 급격히 높여놓고 전방위적으로 집값이 오른 상태에서 조세 원칙에 역행하는 과세 체계를 만들면 거주 이전의 자유마저 제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예를 들어 같은 강남권인 서울 서초동에서 반포동으로 같은 평수의 집이라도 이사를 할 수 없게 된다는 얘기다. 우 팀장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보다 거주에 대한 압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투기 목적이 아닌 1가구에 과한 양도세는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에도 반한다”며 “1주택자 양도세는 과감히 비과세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부동산 특위가 추진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 상위 2% 부과 방안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제 기준 자체를 높이면 되는데 부자 감세 논란을 의식해 매년 집값 변동에 따라 부과 대상자를 바꾸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공시 가격 9억 원 이상인 기준을 상위 2%로 바꾸면 공시가 11억 원가량이 기준선이 되고 대상자는 8만 9,000명가량 줄어들게 된다. 국민에 대한 세금 부과는 구체적으로 법률에 명시하도록 한 조세법률주의에도 위반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때문에 기획재정부 등도 여당의 종부세 상위 2% 부과와 양도세 개편안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편 당정이 밀어붙인 징벌적 부동산 세제는 이미 부작용이 만발하고 있다. 집값을 더 올려놓았을 뿐 아니라 거래까지 급감하면서 시장 혼란만 커진 것이다. 올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 평균 가격은 11억 원을 돌파해 현 정부 들어 5억 원 넘게 상승했다. 민주당은 11일 정책 의원총회에서 부동산 세제 개편안에 대한 당론을 정한 뒤 정부와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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