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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받은 조선 불교미술도 알고 보면 일품"

유홍준 한국학중앙연 이사장 '한국미술사' 제4권 출간

임진왜란 후 '숭유존불' 중흥기 도래

미술사 배워도 모르는 미술품 많아

한국미술사의 소외 분야 집중해 다뤄

지금 집필 중인 5권은 공예편

유홍준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




“정교하고 화려한 고려불화로 대표되는 고려의 불교미술에 비해 조선은 ‘숭유억불’의 시대였으니 별 볼 일 없을 것이라 생각들 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임진왜란 이후 조선의 불교는 ‘숭유억불’이 아니라 유교를 숭상하되 불교를 존중한 ‘숭유존불(崇儒尊佛)’의 새로운 중흥기를 맞습니다. 보은 법주사 팔상전, 김제 금산사 미륵전, 부여 무량사 극락전과 구례 화엄사 각황전까지. 지금 복원하려면 한 채당 대략 200억 원 이상 투입될 법한 엄청난 불사(佛事)였습니다.”

문화재청장을 지낸 유홍준(사진)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이 새 책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눌와 펴냄)’ 제4권 출간에 맞춰 서울경제와 진행한 최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화적 ‘못난이’로 치부됐던 조선 시대 불교미술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 셈이다. 유 이사장은 “그 같은 대규모 사찰 중건을 국가 주도가 아닌 민중의 시주를 받아 진행했다는 것은 불교가 보통 성행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라며 “야단법석(야외 불교 의례 및 집회)을 할 때 멀리서도 볼 수 있게 탱화를 제작한 것이 괘불(掛佛)인데, 조선 시대에 제작돼 현재 전하는 90여 점의 괘불 중에서 40건 이상이 보물로 지정될 정도로 우수했다”고 설명했다. 귀족적인 고려불화를 정형시라 한다면 서민적인 조선불화는 자유시 같은 친근함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유명한 유 이사장은 작정하고 한국미술사를 정리하고자 2010년에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첫 책을 출간했다. 이후 2012년과 2013년에 2·3권이 잇따라 나왔지만 4권을 완성하기까지는 9년이 걸렸다. 앞의 두 권은 삼국시대부터 발해·고려까지의 미술사를 다뤘고, 3권에서는 조선의 그림과 글씨를 짚었다. 이번 책이 더디 출간된 이유에 대해 그는 “회화사 전공자가 타 분야를 소화하다 보니 시간이 걸린 까닭도 있으나 그간 미술사에서 다루지 않았던 ‘사각지대’를 본격적으로 다루다 보니 늦어졌다”고 밝혔다.

이번 책의 앞부분을 차지한 조선의 ‘건축’ 분야가 그렇다. “그동안 건축사는 다포양식, 팔작지붕 등 건축가 중심의 구조로만 접근해 왔다”고 지적한 유 이사장은 “미술의 한 갈래로 본 건축에서는 그 기능과 아름다움이 우선이며 궁궐·관아·종교시설·민간주택의 4가지 분야를 두루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에서는 정조의 친위 부대인 장용영이라는 군부대 본부 건물을 그린 ‘본영도형’을 통해 “헛담과 나무를 이용한 공간의 분할, 연지(연못)의 아늑한 분위기가 군대 관아 같지 않은 운치를 풍기는” 모습을 짚었다. 조선 후기에 여러 지방 고을의 수령을 지낸 한필교가 자신이 근무했던 관아 15곳을 그리게 한 ‘숙천제아도’는 그림 자체도 매력적이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다 사라진 우리 옛 관아 건물을 상상해 보게 하는 맛이 일품이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새 책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제4권 출간에 맞춰 마포구 눌와출판사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왕릉과 민간 묘소 주변을 장식한 석조물을 주인공으로 한 ‘능묘조각’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유 이사장은 “경국대전과 국조오례의를 철저히 따른 조선 왕릉의 능묘조각은 정형과 규범이 갖춰져 있었고, 당대 최고의 조각가가 만든 것임에도 우리 한국미술사에서 종종 빠뜨리곤 했다”면서 “장조(사도세자) 융릉의 문신석은 너무나 아름다워 표지에도 실을 정도인데 그 뒷면의 해·달, 구름과 학, 나무 등의 정교함은 꼭 현장에 가서 보고 느껴봐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장승을 중심으로 한 민속미술도 한 장(章)을 차지했다.

“미술사는 형식과 틀에 유물을 맞추는 게 아니라 유물을 연구해 미술사가 정립되게 해야 하는 것인데, 그간 문화유산 관계자들이나 학생들과 답사를 다녀보면 ‘미술사를 배워도 모르는 미술품이 너무도 많다’는 하소연을 종종 들었습니다. 그 반성을 토대로 기존 미술사에서 소외돼 온 장르를 이번에 정식으로 서술했습니다. 지금 집필 중인 5권은 공예 편입니다. ‘문화유산 답사기’는 계획 없이 시작한 것이었지만 ‘한국미술사 강의’에 내가 가진 미술사에 대한 생각을 제대로 반영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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