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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S·예금·사모펀드 ‘뱅크데믹’ 3대 뇌관… “최악땐 글로벌 경제성장률 -2%”

■살얼음판 글로벌 금융시장

상업용 부동산가격 전년比 25%↓

美은행, 미실현 손실만 430억弗

보호초과 예금 규모 8조弗 달해

사모펀드 깜깜이 투자도 경고등

퍼스트시티즌스, SVB 인수에도

IMF 총재 "올 힘겨운 한 해 될 것"

추가 금리인상 중단해야 주장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상업용 부동산의 모습. AFP연합뉴스




미국과 유럽 은행권의 위기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26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부동산, 비보호 예금, 사모펀드 등을 향후 시장을 흔들 수 있는 3대 ‘약한 고리’로 지목했다. 이번 위기의 ‘진앙’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은 미국의 퍼스트시티즌스은행이 인수하기로 했지만 은행 혼란으로 최악의 경우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2%로 추락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는 등 위기감은 증폭되고 있다.

우선 미국 30위 은행인 퍼스트시티즌스는 이날 SVB의 예금 1190억 달러와 대출 채권 720억 달러를 165억 달러에 사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우선 부동산은 상업용과 주거용 모두 위험하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은 높은 대출금리와 공실률로 이미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25%나 폭락한 상태다. 미국 중소 은행들은 이 같은 상업용 부동산에 2조 3000억 달러(약 2989조 원)를 대출해줬는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신규 대출은 물론 차환도 거부해 빌딩 가격의 추가 하락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또 미국 은행들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 채권을 묶어서 만든 상업용 주택저당증권(MBS)도 지난해 말 기준 4440억 달러어치나 보유, 최근 상업용 MBS 가격이 급락하면서 430억 달러의 미실현 손실도 보는 상황이다. 당국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마틴 그룬버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은 “상업용 부동산의 운용 수익이 낮아지고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는 현상이 계속되면 시차를 두고 부동산 가격을 끌어내릴 것”이라며 “우리가 계속 주의를 갖고 감독하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주거용 부동산도 문제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미국 주택 가격은 급등했고 은행들도 주거용MBS를 지난해 말 2조 8000억 달러어치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주택 시장이 차갑게 식으면서 이 MBS 가치도 하락, 미실현 손실이 3680억 달러에 달한다.





예금자 보호 한도를 넘는 예금 규모가 막대한 것도 뇌관이다. 코로나19 이후 많은 돈이 풀리면서 지난해 말 기준 예금 보호 한도(25만 달러)를 넘는 미국인의 예금 규모는 8조 달러(약 1경 397조원)에 달해 2019년 말보다 41%나 증가했다. 스탠퍼드대 등의 경제학자들이 최근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예금자의 절반이 예금을 인출할 경우 파산 위기에 처할 미국 은행은 약 200개에 달한다.

사모펀드도 위험한 분야로 꼽혔다. 팬데믹 기간 초저금리로 수익에 굶주린 돈은 사모펀드로 이동했고 이들 사모펀드는 리스크가 높은 기업이나 자산에 투자하는 과감한 행보를 보여왔다. 컨설팅 기업 어니스트앤영(EY)에 따르면 사모펀드 회사들이 여러 자산에 투자한 금액은 7300억 달러에 달한다. WSJ는 “사모펀드는 금융 시스템의 ‘블랙홀’과 같다”고 전했다. 사모펀드는 일반 금융 상품보다 헐거운 규제를 적용받아 운용이 ‘깜깜이’라는 지적을 받는 상품으로 리스크가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가 힘들다.

이에 글로벌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WSJ는 “미국 은행의 혼란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위험도 증가시킨다”고 지적했다. 미국 은행들이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가계와 기업에 대한 대출을 더 깐깐하게 할 것이고 이는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의 수요를 감소시켜 결국 세계 경제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 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는 것은 전 세계에서의 달러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글로벌 무역을 둔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지난주 씨티그룹은 은행권 혼란이 올해 봄까지 일단락되는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보고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2.2%, 내년은 2.5%로 전망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2년 성장률 추정치(3.2%)보다 크게 둔화한 것이다. 씨티는 은행들이 위험자산을 팔아치울 경우 올해 성장률이 1.5%까지 둔화할 수 있고 미국과 유럽의 여러 개의 은행이 도산하는 전면적인 위기 때는 -2%로 추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경제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주요 인사들의 발언도 잇따르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날 중국발전포럼에서 “세계 금융의 안정성에 위험이 커졌으며 올해는 힘겨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준 내 대표적 ‘매파’인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한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확실히 침체에 더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주요 중앙은행들이 추가 금리 인상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탈리아의 유니크레디트은행 수석 경제고문인 에릭 닐슨은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 중앙은행들이 최소 금융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추가 금리 인상은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장 불안이 커지자 갈 곳을 잃은 시중 유동성은 머니마켓펀드(MMF)로 몰려들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달 들어 미국 MMF에 2860억 달러(371조 8000억 원)가 유입돼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의 뭉칫돈이 몰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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