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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편철도 아닌데 차가운 '폐지 칼바람'…방송가 속사정은[SE★초점]

'홍김동전' / 사진=KBS




방송가는 봄과 가을에 개편한다. 라디오, 교양, 예능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그램들이 사라지고, 생기는 시기다. 이 시기를 무사히 넘기는 것이 정규 프로그램의 숙명. 예능에서 우스갯소리로 "봄이 두렵다"고 말하는 일도 종종 있을 정도다. 그러나 봄, 가을도 아닌 찬바람 부는 겨울 방송가에서 잇따라 폐지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개편철도 아닌데 칼바람이 부는 방송가의 속사정은 무엇일까.

◇ KBS 예능 줄줄이 폐지, 눈물로 뜨거운 안녕 = 지난해 KBS는 '홍김동전'과 '옥탑방의 문제아들'의 폐지를 결정했다. 지난 2022년 첫 방송돼 지난 18일 종영한 '홍김동전'은 다소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OTT 플랫품 웨이브에서 KBS 비드라마 1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OTT에서 높은 성과를 냈다. 이에 힘입어 제280회 이달의 PD상 TV 예능 부문을 수상했고, 지난해 연말 시상식에서는 3관왕을 기록했다.

그러나 시청률의 벽은 높았고, 결국 폐지의 아쉬움을 안게 됐다. 팬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KBS는 "'홍김동전'은 안타깝게도 폭넓은 시청층을 만들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홍김동전'의 폐지 결정은 단순히 시청률뿐만이 아닌 수신료 분리징수 등으로 어려워진 공사의 재정 상황을 비롯한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관찰과 연애 리얼리티 일변도의 예능 포맷 흐름에서 탈피해 웃음에 초점을 맞춘 기획으로 매주 다양한 포맷을 시도했고, 그 실험적 도전에 대해 높은 병가를 받았다. 그 결과 '홍김동전'은 열성 시청층을 확보했다"고 '홍김동전'의 성과를 인정했다.

'옥탑방의 문제아들' 역시 지난 17일 막을 내렸다. '옥탑방의 문제아들'은 지난 2018년 첫 방송돼 5년 동안 시청자들과 만나왔다. 시청률 역시 3~4%로 안정적인 기록을 이어갔지만, 결국 시청자들과 작별을 고하게 됐다. 마지막회에서 김종국은 "급하게 폐지된다고 하니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좋은 기억이었다"고 했고, 이찬원은 "이별은 익숙해지려고 노력하는데 익숙해지지 않더라"며 "시청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렇듯 최근 KBS에서는 때이른 폐지가 잦았다. 이는 수신료 분리 징수로 3000억원대의 누적 적자를 겪고 있는 KBS의 현실에서 기인한다. 지난해 11월 새로 취임한 박민 사장이 경영 개선을 위해 대대적으로 개편 및 인사 이동을 진행하면서 시사 프로그램 '더 라이브' 폐지를 시작으로 앵커들까지 교체한 상황. 보도국의 개편을 시작으로 예능국까지 폐지 바람이 분 것이다. 더 이상의 재정 악화를 막겠다는 KBS의 의지다.



'세상에 이런일이' / 사진=SBS


◇ SBS 26년 장수 프로그램도 도마 위 ='세상에 이런일이'도 폐지 위기에 처했다. 1998년 첫 방송된 '세상에 이런일이'는 26년 동안 자리를 지키며 SBS 교양국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그러나 SBS의 생각은 달랐다. SBS는 프로그램이 오래된 인상을 주고,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상에 이런일이'는 2%대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해당 소식이 알려지자 PD들의 반발이 거세게 이어지고 있다. 시사교양본부 소속 PD들은 SBS 내부 게시판에 '세상에 이런일이' 폐지를 반대한다는 글을 게재했다. PD들은 "지금은 힘을 모아 '세상에 이런 일이'를 지켜야 할 때"라며 "본부장과 국장, CP(책임프로듀서)들은 시사교양본부의 상징과 같은 이 프로그램 폐지를 막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적었다.

SBS가 폐지의 칼을 빼들은 이면에는 영업 이익 감소와 SBS 모기업인 태영건설의 자구책이 있다. 태영그룹은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작업)과 관련해 필요 시 SBS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모기업의 워크아웃은 SBS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 폐지만이 답일까 = 코로나 팬데믹 이후 OTT와 유튜브 시장이 커지면서 방송가 위기론은 꾸준히 제기됐다. 광고 수익 적자, 경영 악화, 영업 이익 감소 등 몸살을 앓는 소식이 들렸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시청률이 낮은 프로그램의 폐지일 것이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성패가 오직 시청률로만 점쳐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OTT와 유튜브 시장이 커지면서, OTT 수익, 유튜브 및 네이버 클립 순위 등 화제성을 점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실제로 '홍김동전'은 웨이브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하며 젊은 시청층의 지지를 받은 바 있다.

시청자들의 목소리도 무시해선 안된다는 분위기다. '홍김동전'의 팬들은 트럭 시위까지 펼치며 폐지를 반대했고, '세상의 이런일이'의 애청자인 꼬마 팬은 손편지를 통해 "방송국 아줌마, 아저씨 '세상에 이런일이' 없애지 마세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이에요"라고 표했다. 좋은 콘텐츠는 결국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기 마련이다. 또 무턱대고 시청률로만 평가하기에 요즘 시대가 바뀌었다. 예전처럼 온가족이 둘러앉아 TV를 시청하는 시대가 아니란 의미다. 콘텐츠의 홍수 시대에 방송사가 추구해야 할 길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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