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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자사고·외고 절반 이상, 등록금 올린다

올 48곳 중 22곳 인상·4곳 검토

일부 학교는 年 100만원 오를듯

서울경제신문의 전수조사 결과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의 절반 이상이 올해 등록금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전교조




지난 정부가 일괄 폐지하려다 존치가 확정된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국제고가 올해 1분기 등록금(입학금·수업료·학교운영지원비)을 줄줄이 인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학교는 무려 10% 넘게 등록금을 올려 학부모들은 연간 100만 원가량을 더 부담하게 됐다. 가뜩이나 높은 등록금이 책정된 상황에서 가파른 인상이 이뤄질 경우 학생·학부모 부담이 가중되고 ‘교육 양극화’ 역시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1일 서울경제신문이 전국 70개 자사고·외고·국제고 중 무상교육을 받는 공립 외고·국제고 등을 제외한 48개교의 올해 1분기 등록금 인상 여부를 전수조사한 결과 22개교는 인상을 확정하고 4개교는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21개교는 동결하기로 했으며 나머지 1개교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등록금을 학교장이 정하도록 돼 있는 ‘수업료 자율학교’의 절반 이상이 등록금 인상에 나선 것이다. 경북 지역 A 자사고의 경우 전년 대비 11.8% 인상해 연 93만 원이 올랐다.

학교 측은 그간 물가 상승에도 매년 등록금을 올리지 못하면서 학교 운영이 힘들어졌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학부모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대학처럼 상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부는 올해 마련할 예정인 새 운영성과(재지정) 평가에 장학금 지급 관련 항목을 넣고 대학 등록금과 같이 상한을 정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방침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지나친 인상에 따른 부담을 덜어주려면 대학 등록금 인상률 상한을 참고해 보완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자율형사립고와 외고·국제고가 대거 등록금 인상에 나선 배경에는 최근 수년간 이어진 고물가 기조가 자리하고 있다. 인건비나 물가, 공공요금 상승에도 학생·학부모의 부담 때문에 매년 등록금을 올리지 못한 탓에 학교 운영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과도한 등록금 인상은 학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교육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는 만큼 이들 학교에도 대학 등록금과 같이 인상 상한 규정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경제신문이 전체 70개 자사고·외고·국제고 중 공립학교 등을 제외한 48곳을 조사한 결과 올해 1분기 신입생 등록금을 전년 동기 대비 5% 이상 올린 학교는 9곳이었으며 4%대는 2곳, 3%대는 6곳으로 집계됐다. 다만 기숙사비와 급식비를 인상한 학교도 있어 이를 포함할 경우 일부 학교의 인상률은 더 증가하며 인상 학교의 전체 숫자 역시 늘어난다.

일반고 등 대부분의 학교는 무상교육 시행으로 학생이 부담하는 등록금이 없지만 이들 학교는 학교장이 입학금이나 수업료를 정해 학교를 운영하는 ‘수업료 자율학교’다. 이번 조사에서 기준으로 삼은 등록금은 입학금과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의 합계다.



인상률이 가장 높았던 학교는 경북 소재 A자사고로 이 학교의 올해 1분기 등록금은 전년 동기 대비 11.8%(23만 2650원) 오른 220만 9400원이었다. 1년(4분기) 총액으로 계산하면 무려 93만 원가량 인상됐다.

등록금을 인상한 학교 중 등록금이 가장 비싼 학교는 경기 지역에 위치한 B외고로 1분기 신입생 등록금이 338만 7400원에 달했다. 입학금이 70만 원, 수업료는 248만 4000원, 학교운영지원비가 20만 7000원으로 연간 1100만 원을 웃돌았다. 대체로 자사고의 분기 등록금은 100만 원대였으나 외고·국제고의 등록금은 300만 원에 육박했다. 여기에 기숙사비와 급식비, 각종 교육 프로그램 등 각종 수익자부담금까지 더하면 1년에 들어가는 학비는 최소 수백만 원이 더 많아진다.

학교 측은 인건비와 물가 상승을 감당할 수 없어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이들 학교는 등록금 수입과 재단 전입금으로 운영되는데 학생·학부모 부담 경감을 위해 그동안 등록금을 매년 올리지 못한 탓에 운영이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업료 자율학교의 경우 교사 임금도 교장 자율로 정하도록 돼 있으나 대개 공무원 보수 규정을 준용해 매년 인상되고 있다. 한 자사고 관계자는 “인건비나 물가 상승이 가팔라 적자 운영을 하는 수준이지만 재단 지원을 통해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매년 올리지는 못했기에 어쩔 수 없이 인상을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들은 오히려 기본적인 시설사업비에 한해서라도 교육 당국의 지원 확대를 호소한다. 노후화된 교육 시설이나 교구, 기자재 교재 등 목적사업비에 대한 지원이라도 늘려 달라는 것이다. 실제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사립학교 시설사업비 지원기준 및 집행지침’을 개정해 국가시책사업·안전관리사업에 대해서는 비용 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 회장인 이정규 경희고 교장은 “학비 지원은 차치하더라도 자사고 학생도 똑같은 학생이므로 기본적인 교육 활동을 위한 시설사업비 등에 대한 지원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가뜩이나 비싼 학비로 ‘귀족 학교’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이들 학교가 등록금을 지나치게 인상해 학부모 부담을 키우고 교육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우려가 나온다. 점차 대학 등록금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서민 자녀들은 넘보기 힘든 수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나친 등록금 인상을 방지하기 위해 대학과 같이 인상률 상한을 별도로 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대학의 경우 고등교육법에 따라 현행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다. 올해 등록금 인상 법정 한도는 13년 만에 최고치인 5.64%로 정해졌지만 정부의 등록금 인상 규제로 대부분의 대학이 16년째 동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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