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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미술판 주인공 된 생성형 AI…예술. 그 경계를 묻다

[생성형 AI 미술계 화두로]

표절논란 딛고 협업 도구로 부각

'미드저니' 활용 노상호 홀리展

게임엔진 접목 이안쳉 개인전 화제

LG구겐하임 아트 이니셔티브 등

주요 미술관, 관련 프로젝트 진행


최근 미술계의 관심이 온통 '생성형 인공지능(AI)'로 쏠리고 있다. 생성형 AI가 제작한 작품을 예술로 정의할 수 있는지 여부부터 생성형AI가 예술가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까지 관심의 범위는 넓고 다양하다. 하지만 오히려 예술가들은 태연한 듯하다. 그들은 예술의 영역에 들어온 AI와 함께 놀이를 하거나 비꼬기도 하고 자신의 작품에 활용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즐기는 모습이다.

자신의 작품 ‘불 타는 눈사람’을 설명하고 있는 노상호 작가. 사진=서지혜 기자




29일부터 아라리오갤러리에서 개인전 ‘홀리’를 열고 있는 노상호도 그 중 한 명이다. 노상호는 온라인 세상 속 부유하는 이미지를 소재로 그린 회화를 중심 삼아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다. 인터넷 기반의 디지털 가상세계에서 날마다 마주하는 이미지를 수집, 복제 및 변형해 회화, 조각, 영상 등 아날로그 미술로 재해석하는 과정이 작업의 핵심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디지털 이미지의 또 다른 창작 주체로 등장한 AI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물을 대거 선보인다. 그는 우선 ‘미드저니’와 같은 생성형AI 소프트웨어에 자신이 원하는 작품의 명령어를 입력한다. 프로그램은 완벽해 보이지만 오류 투성이다.

‘사슴’ 그림을 요구하면 머리가 두 개인 사슴이 나오기도 하고, ‘손’ 그림을 요청하면 손가락이 여섯 개 있는 손이 나타난다. ‘불타는 눈사람’이라는 명령어를 입력하면 녹아내리지 않는 불 속 눈사람이 나온다. AI의 작품은 인간이 속아 넘어갈 정도로 정교하게 그려졌지만 현실 세계의 논리와 어긋나 인간의 창작 세계를 대체할 수 없다. 노상호는 AI의 이 지점을 포착해 AI는 협업의 대상이고 가상과 실재 사이에서 인간이 중간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불 속에 있는 커다란 눈사람 작품은 작가의 주제를 함축한 상징과 같다.

그는 AI가 만든 작품을 보고 이를 ‘손으로’ 캔버스에 재구성한다. 직접 그리는 행위는 여전히 필요하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에어브러시(물감을 분사기에 넣고 뿌리는 방식)’ 기법을 처음 도입했다. AI가 생성한 이미지의 매끈한 견고함을 캔버스에 재현하기 위해서다. 그는 “에어브러시는 붓에 비해 우연성이 개입할 여지를 열어주는 매체”라고 설명했다.

노상호, 사슴. 사진=서지혜 기자


노상호, 불 타는 눈사람. 사진=서지혜 기자


노상호, 육손. 사진=서지혜 기자


AI로 자신의 작품 세계관을 구축하는 작가도 있다. 서울 청담동 글래드스톤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미국 작가 이안쳉(Ian Cheng) 이야기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22년 작가가 리움미술관에서 진행한 첫 번째 국내 개인전 이후 2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전시다.

작가는 AI와 게임엔진으로 가상 생태계를 만들어 인간 의식의 본질을 탐구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AI를 통해 ‘사우전드’라는 이름의 애완 거북이를 만든다. 관람객은 전시장에서 사우전드와 놀 수 있다. 사우전드의 모든 인식과 행동은 관람객의 시점에 맞춰 변화한다. 작가는 전시를 거치면서 성격과 신체, 인생 이야기가 진화하는 인공지능 기반 생명체인 BOB을 개발했는데, 사우전드는 이 생명체가 있는 집을 살아가는 거북이다.



이안쳉이 AI로 제작한 ‘사우전드’의 모습. 사진=글래드스톤갤러리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게임사회' 전시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LG전자가 미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인간과 AI 기술 사이의 소통과 공감을 담은 예술 작품을 올레드 TV로 선보였다. 사진은 올레드 에보에 담긴 스테파니 딘킨스 작가의 신작 3점. 사진제공=LG전자.


젊은 작가들 뿐 아니라 주요 미술 기관들도 AI와 디지털 기술을 동시대 미술의 중요한 수단으로 보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 미국 구겐하임미술관은 기술을 기반으로 예술활동을 하는 작가를 물색하기 위해 국내 기업 LG와 함께 지난해부터 ‘LG구겐하임 아트앤테크놀로지 이니셔티브(글로벌 파트너)’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수상자는 AI 인플루언서 스테파니 딘킨스. 작가는 LG 올레드(OLED) 디스플레이를 통한 신작을 선보인 전시를 지난 1월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진행한 바 있다. 뉴욕현대미술관(MOMA)은 ‘테트리스’, ‘팩맨’ 등을 작품으로 소장하고있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은 MOMA 소장품을 포함한 게임 작품을 선보이는 ‘게임사회’라는 전시를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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