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히는 중국의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 닝더스다이(CATL)가 홍콩 증시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상장 첫날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6조 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했다.
2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CATL은 전날 홍콩 증시에서 공모가(263홍콩달러) 대비 16.42% 오른 306.2홍콩달러에 상장 첫날 거래를 마무리했다. CATL은 이번 상장을 통해 6조 3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애초에 5조 6000억 원 상당을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예상보다 수요가 높아 규모를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달 자금의 90% 가량은 헝가리 공장 건설에 투입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CATL의 홍콩 증시 상장 규모는 올해 전 세계에서 진행된 IPO 가운데 최고 금액이다. 이전 최대 기록은 일본 기업 JX어드밴스드메탈즈의 29억 8000만 달러(약 4조 1499억 원)이었다. 올해 국내 증시에서 최대어로 꼽혔던 LG씨엔에스(064400)는 8억 2000만 달러(1조 1419억 원)으로 글로벌 기준 9위에 올랐다.
업계는 CATL의 성공적인 IPO가 미중간 긴장 고조와 미 국방부의 제재 속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앞서 미국 국방부는 올해 1월 CATL가 중국군의 현대화를 지원하고 있다는 이유로 '중국 군사 기업' 명단에 추가했다.
여기에 미국 의회는 지난달 미국 투자은행(IB)인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게 CATL의 상장 과정에 개입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한 바 있다. 이에 CATL은 미국 현지 투자자에 대한 판매를 금지했으며 미국 증권법상 특정 규제 당국에 대한 서류 제출 의무를 면제하는 '레귤레이션 S' 방식을 선택했다.
이날 CATL이 화려하게 홍콩 증시에 입성하면서 성장성을 입증한 것과 달리 국내 2차전지 기업은 줄줄이 하락 마감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4.12% 내린 27만 9500원에 장을 마치며 상장 당시의 공모가를 밑돌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SDI(006400)는 4.66% 하락했으며 에코프로(086520)와 에코프로비엠(247540) 역시 6.58%, 5.76% 급락한 채 장을 마쳤다.
국내 2차전지 종목이 급락한 배경에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 공제 조기 폐지 추진이 있다. 미국 하원의 공화당이 IRA 세액 공제를 기존 예상보다 이르게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실적 악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45X)의 경우 법안 폐지 시점을 기존 2033년에서 2032년으로 1년 앞당겼는데 이를 다시 2028년으로 바꾸면 무려 4년이나 폐지 시점이 빨라지는 셈이다. 해당 세액 공제는 태양광을 비롯해 풍력·배터리 부품·전극 활물질·핵심광물 등을 생산하는 업체가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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