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께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지 약 6개월이 지난 3일 ‘장미대선’으로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치러진다.
신군부 집권기인 1980년 5월 17일 후 44년 만에 선포된 비상계엄령은 약 6시간 만인 12월 4일 오전 4시 국무회의 의결로 해제됐으나 결국 노무현·박근혜 대통령에 이은 3번째 대통령 탄핵 심판, 현직 대통령 구속 등 대한민국을 흔드는 초유의 사건들로 이어졌다.
사상 첫 현직 대통령 체포·구속…법원 폭동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은 내란죄로 규정하고 윤 대통령 탄핵에 나섰다. 이어 내란 혐의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찰, 경찰의 수사도 시작됐다. 수사 중 공수처와 경찰의 공조수사본부는 윤 대통령에게 출석을 요구했지만 이에 응하지 않자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머무르고 있던 윤 대통령 신병 확보에 나섰다.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청구됐고,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서 결국 1월 15일 윤 대통령은 체포됐다. 이어 공수처가 법원에 청구한 구속영장이 같은 달 19일 발부되면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이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침입해 기물을 파손하고 경찰관을 폭행하는 폭동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법원에 제기한 구속 취소 청구가 3월 7일 받아 들여져 석방됐다.
비상계엄을 계기로 제20대 대통령의 임기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맡겨지게 됐다. 야권이 지난해 12월 4일에 이어 12일 다시 발의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탄핵안)이 이틀 후인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기 때문이다.
탄핵 인용됐지만 ‘부정선거’ 후폭풍
약 4개월이 지난 4월 4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기일에서는 8명의 재판관 만장일치로 국회의 탄핵안 인용 결정이 내려졌다. 헌법재판관들은 당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국가긴급권을 남용한 중대한 법 위반 행위며, 협치를 통해 해결해야 할 정치적 문제에 군경을 동원해 헌법기관의 권한을 침해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헌재의 결정에 따라 윤 대통령은 파면돼 전직 대통령이 됐고, 공직선거법에 따라 60일 이내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가 치러지게 됐다. 정부는 4월 8일 한덕수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 정례 국무회의에서 제21대 대선일을 6월 3일로 확정했다.
비상계엄령 선포 후 헌재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주장한 계엄의 정당성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그 근거로 제시한 부정선거 의혹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각종 불법 행위로 이어지며 파장을 남겼다. 사전투표 기간인 지난달 29일 중국교포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알려진 영등포구 대림2동 사전투표소에 부정선거 감시를 이유로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인 여부를 가려내려고 시도하다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는 소동이 벌어졌고, 같은 이유로 투표소에 침입하거나 선거 사무원을 폭행하는 사건도 전국 각지에서 벌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부정선거 의혹을 일축하면서 이번 대선에서 철저하고 공정한 선거 관리를 다짐했으나 이를 무색하게 하는 부실 관리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구 신촌주민센터의 사전투표소에서는 대기 공간이 협소하다는 이유로 투표 용지를 받은 사람을 1시간 가량 건물 밖에서 대기하도록 해 일부 유권자가 투표 용지를 들고 식당에서 식사하고 오는 일이 발생했다. 같은 날 서울 강남 대치2동의 사전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발급기 업무를 담당하는 한 선거사무원이 배우자 명의 신분증으로 대리투표를 했다가 체포됐다.
정치권 ‘진흙탕 공방’
대통령 탄핵의 진원지인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탄핵의 책임을 두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공방이 벌어졌고, 그 여파는 이번 선거의 상호 비방전으로 이어졌다. 사전 공표 기간까지 공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로 나타난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견제할 대안으로 국민의힘에서는 ‘후보 단일화’가 기대를 모았으나 결국 무산됐다.
국민의힘에서는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 초유의 후보 교체 파동이 일어났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유력 대선 주자로 주목 받은 가운데 김문수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신속한 단일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경선을 통해 김 후보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확정된 후 한 전 총리가 총리직에서 물러나고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조속한 단일화를 요구한 국민의힘 지도부와 김 후보 간 갈등이 불거졌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김 후보의 후보 지위 박탈을 시도하고 김 후보의 대선 후보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 등 법정 공방까지 벌어진 끝에 후보 교체가 무산됐다. 이 여파로 당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물러나고,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직위를 이어 받았다. 이어 국민의힘은 당 대표 출신인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 김 후보 간의 단일화에 기대를 걸었으나 이 후보는 거듭 단일화 거부 및 완주 의사를 밝히며 결국 무산됐다.
대선 운동 기간에는 이재명 후보를 겨냥한 ‘호텔경제학’ 논란, 이재명 후보를 지원하는 유시민 작가의 김 후보 부인 설난영 여사 비난 논란, 이준석 후보의 이재명 후보 자녀 공격 과정에서 불거진 ‘젓가락 발언’ 논란 등이 이어졌다.
이처럼 6개월 간 벌어진 각종 초유의 사건들은 대한민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가 누적된 결과로 평가된다. 이에 이번 대선에서 당선되는 제21대 대통령에게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을 통해 대한민국 사회의 도약을 이끌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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