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식량과 구호 물자를 받기 위해 모인 주민들을 겨냥해 발포해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17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가자 지구 보건당국은 이스라엘 병사들이 가자 지구 남부에서 구호품 트럭 도착을 기다리기 위해 모인 주민 수천 명을 향해 발포해 51명이 사망했다고 이날 밝혔다. 또 가자 지구의 또 다른 지역에서도 이스라엘 병사가 쏜 총에 맞아 8명이 추가로 목숨을 잃어 사망자는 59명으로 늘어났다.
조나단 휘틀 유엔 인도주의 업무 조정국(OCHA) 책임자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이스라엘군이 식량을 기다리던 군중을 향해 발포했다고 밝혔다. 그는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필요한 구호품을 얻기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았다고 증언했다”고 했다.
유엔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최근 수 개월 동안 가자 지구를 봉쇄하고 구호 물자 배송을 차단해 왔다. 이로 인해 상당수 가자 주민들이 기아 직전 상황에 처했으며, 수천 명의 어린이가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지 주민들은 구호 센터(HGF)로 식량을 받기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주민들이 거의 매일 생겨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FT는 “다른 동맹국들도 구호 물자 차단을 비판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차단을 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GHF 배급소에 음식을 얻기 위해 갔던 아메드 파야드는 로이터통신에 GHF의 구호 활동이 ‘함정’이라면서 “우리는 아이들을 먹일 음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그곳에 갔지만, 그곳은 함정과 죽음이었다”고 말했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같은 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이스라엘이 식량을 무기화하고 있다면서 GHF 배급소 인근 총격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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