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개월 만에 다시 전화 통화를 가졌다. 양국 정상 간 통화는 올해 6월 5일 이후 3개월여 만이다. 통화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 협상이) 합의에 꽤 근접했다”고 말했고 중국 관영 매체도 “양국이 구름 속에서 희망적 전망을 가지게 됐다”며 긍정적 메시지를 발신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핵 개발 시설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공군기지를 되찾아오겠다고 밝히면서 대(對)중국 견제 고삐를 놓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19일(현지 시간) 인민일보는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를 시작했다고 짧게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버킹엄셔에서 키어 스타머 총리와 기자회견을 갖고 “미중은 합의에 꽤 근접했다(pretty close to a deal)”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중국과 (관세 유예 조치) 연장을 할 수도 있지만 그건 지금과 같은 조건을 기반으로 한 연장일 것이다. 매우 좋은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양국은 서로에 대한 관세율을 115%포인트씩 낮추기로 합의했고 이 조치의 유예기간은 11월 10일까지다. 그때까지 중국과의 협상이 완료되지 않더라도 유예를 연장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 합의에 대해서는 “미국은 엄청난 수수료를 추가로 받는다. 난 이걸 협상을 타결한 것만으로 받는 수수료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중국 바이트댄스가 소유한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대주주 지분을 미국 기업이 인수하는 방안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오라클 등 미국 투자자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80%가량의 지분을 보유하는 법인을 설립,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을 인수하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주요 외신들을 보고 있다. 다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 합의에 따른 수수료가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틱톡을 운영하는 알고리즘을 미국이 새롭게 개발할지, 아니면 중국 알고리즘을 계속 사용할지에 대해서도 즉답을 피했다. 미국 내에서는 중국 알고리즘을 계속 사용할 경우 국가 안보 문제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미중 사이에는 관세 문제뿐 아니라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중국의 희토류 수출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와 대규모 항공기 구입 성사 여부도 현안이다. AP통신은 “이번 통화는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나 ‘무역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최종 합의를 도출할지에 대한 단서를 제시할 수 있다”며 “세계의 초강대국인 양국 관계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명확한 전망도 제공할 수 있다”고 짚었다. 블룸버그는 “이번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의 첫 미중 대면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협상에 공을 들이면서 최근 대만에 대한 4억 달러(약 5550억 원) 규모의 방위 지원 패키지 승인을 거부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탄약, 자율 드론 등 과거 대만 지원 패키지보다 더 치명적인 무기들이 포함된 패키지 승인을 거부했으며 이는 다분히 중국을 의식한 조치”라고 보도했다. 중국 측도 화답했다.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19일 푸단대 연구원 장지펑이 쓴 ‘중국·미국, 구름 속에서 희망적인 전망 제시’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발신했다. 장 연구원은 마드리드 회담에 대해 “중미 관계 정상화와 첨단기술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을 열었다”며 “틱톡과 같은 논쟁적인 이슈에 대해 기본 틀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중미 관계가 대립만으로 정의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그것은 훨씬 더 복잡하고 다차원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위협이 되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나 기술 발전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 핵무기 제조 시설 인근에 위치한 군 기지 소유권을 되찾아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공군기지를 되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는데 이곳은 미군이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할 때까지 약 20년간 작전본부 역할을 해온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그람 공군기지를 원하는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이 핵무기를 제조하는 곳에서 불과 한 시간 거리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기지 반환에 따른 위험이 이익보다 훨씬 크다”며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기지 유지에 수만 명의 병력이 필요하고 수리에도 많은 비용이 들며 이란·알카에다 등 무장 세력의 위협도 방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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