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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무대서 경쟁 준비됐다…좌절조차 값진 경험될 것"
서경골프 골프일반 2023.12.29 18:16:12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는커녕 상비군 경력도 없던 그를 주목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2018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규 투어에 데뷔했지만 여전히 무명에 가까웠다. 매년 시드전에 끌려가야 했고 2020년에는 시드를 잃고 2부 투어를 뛰었다. 그 뒤로 3년여. 통산 6승이나 쌓은 그는 내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을 앞두고 새로운 불꽃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KLPGA 투어 4승을 올려 다승왕을 차지하고 박수 칠 때 더 큰 무대로 향하는 임진희(25·안강건설) 얘기다. 최근 인터뷰한 임진희는 “전 세계 쟁쟁한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혹독한 좌절도 겪고 짜릿한 성취도 얻으며 폭넓은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자 한다”며 “미국 무대에 잘 적응해서 내년 신인상을 목표로 제 플레이를 펼칠 것”이라고 했다. 임진희의 2023년은 그야말로 숨 가쁘게 흘러갔다. 5월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시즌 첫 승을 올렸고 8월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도 정상에 섰다. 2021·2022시즌에 1승씩 올린 뒤 데뷔 후 처음으로 기록한 ‘다승’이었다. 10월에는 상상인·한국경제TV 오픈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11월 시즌 최종전인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까지 제패하며 4승을 쓸어 담았다. 총 30개 대회 가운데 2개밖에 쉬지 않은 임진희는 시즌 뒤 곧바로 미국으로 향했다. 이달 LPGA 투어 퀄리파잉(Q) 시리즈 출전을 위해서였다. 6라운드로 치러진 이 대회에서 임진희는 공동 17위에 올라 빛나는 합격증을 손에 쥐었다. 20위 안에 들면 내년 LPGA 투어 풀시드권자다. 미국 무대 데뷔전은 다음 달 25일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드라이브 온 챔피언십이다. 임진희는 ‘늦깎이 골퍼’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방과후 수업으로 1주일에 두 번 골프채를 들었을 뿐이고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고교 1학년 때다. 함평골프고에 진학하면서 선수의 길을 걸었다. 출발이 늦었다는 생각은 남다른 연습량의 동력이 됐다. “정규 투어 데뷔 전에는 연습 시간이 충분해서 먹고 자는 시간 빼고는 연습과 체력 운동을 했다”는 임진희는 “지금은 연습 시간이 부족하다. 경기 끝나고 돌아오면 체력 운동하고 샷 점검, 쇼트게임으로 하루를 정리한다”고 했다. 개인 휴대폰도 사용하지 않던 임진희는 올해 휴대폰을 마련했다. 하지만 여전히 거의 쓰지 않는다. “다른 용도는 없고 LPGA 투어 공지 사항 확인용으로 사용 중이에요.” 임진희의 ‘연습 벌레’라는 별명은 뜻밖의 장소에서도 확인됐다. 지난달 KLPGA 대상 시상식에서다. 검은색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은 그의 모습에서 사람들의 시선은 ‘반전 근육’에 쏠렸다. 임진희는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근육을) 키웠던 것은 아니고 시즌 중에 경기 마치고 마무리하는 정도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했다”며 “겨울 훈련 때는 전체 운동의 한 부분으로 구성해서 챙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누구보다 화려했던 한 해를 뒤로하고 임진희는 곧 미국으로 출국한다. “일단 비거리와 체력적인 부분을 보강하겠다”는 그는 “무엇보다 미국이 겨울 훈련 때만 잠깐 머무는 곳이 아니라 계속 지낼 곳이 됐기 때문에 빠르게 적응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약속했다. “한국에서처럼 ‘진심·겸손·최선의 골프’를 하겠습니다. 골프 팬들이 저를 ‘진심으로 겸손하게 최선을 다하는 선수’로 기억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
BMW코리아, 전기차 충전기 내년 1000기 이상 추가 설치
산업 산업일반 2023.12.27 17:51:15BMW그룹 코리아가 전국에 1000기 이상의 전기차 충전기를 추가로 설치한다. BMW 코리아는 내년에 총 1000기 이상의 전기차 충전기를 확충하는 ‘차징 넥스트’ 프로젝트를 전개할 예정이다. 새로 설치하는 모든 전기차 충전기는 공공에 개방해 전기차 운전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BMW 코리아는 올해 말까지 1100기 이상의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목표로 ‘BMW 차징 스테이션’을 구축해왔다. 지난해 말부터 인천 영동도 BMW 드라이빙센터, 경북 힐튼호텔 경주, 서울 파르나스 호텔 등 전국 주요 도시에 전기차 충전소기를 설치했다. BMW 코리아는 BMW 차징 스테이션을 한 단계 확장한 신개념 충전∙휴식 공간인 ‘BMW 허브 차징 스테이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고속도로와 고속화도로에 건립될 BMW 허브 차징 스테이션은 전기차 충전 고객에게 안락한 휴게 공간을 제공한다. 동시에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전시해 BMW가 제안하는 새로운 e-모빌리티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쾌적한 충전 환경은 단순한 브랜드 경험을 넘어 부족한 국내 충전 시설 확충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BMW 코리아는 국내 시장에서 단순히 판매량만이 아닌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행보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올해는 신규 제품 및 서비스 출시, 국제적 규모의 스포츠 이벤트 개최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활동을 전개했다. 단발성이 아닌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BMW가 45년 만에 선보인 전용 고성능 모델 BMW XM을 글로벌 출시와 거의 동시에 한국에 출시한데 이어 10월엔 프리미엄 세단 BMW 뉴 5시리즈를 전 세계 최초로 한국 시장에 먼저 공개했다. 구매 혜택이나 사후관리 측면에서도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BMW 럭셔리 클래스 모델 소유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문화 혜택을 제공하는 BMW 엑설런스 클럽은 고객 선호에 맞추어 혜택을 강화했다.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차량 관리가 가능하도록 보증연장 프로그램도 확대했다. BMW 코리아는 디지털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미 지난 2020년 수입자동차 브랜드 최초로 전자계약시스템을 도입해 고객의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완전 비대면 차량 구매를 가능하게 했다. 10월엔 국내 유일의 LPGA 대회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2023을 경기도 파주 소재 서원밸리 CC에서 개최하며 국내 골프 산업 및 자동차 문화 발전, 그리고 지역상생을 위해 노력했다. -
던롭, 올뉴 젝시오 사전예약 이벤트[필드소식]
서경골프 골프일반 2023.12.27 00:00:00던롭스포츠코리아가 전개하는 프리미엄 토털 브랜드 젝시오(XXIO)는 다음 달 16일 출시되는 2024 올 뉴 젝시오의 사전 예약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벤트는 다음 달 15일까지이며 젝시오 공식 판매처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신청자 전원에게 젝시오 리바운드드라이브2 골프볼을 증정하며 추첨을 통해 갤럭시 워치 골프에디션을 준다. 사전 예약을 신청한 뒤 다음 달 16일 출시 이후 젝시오 공식 판매처에서 2024 올 뉴 젝시오 제품을 구매하면 현장에서 사은품을 받을 수 있다. 네이버 브랜드스토어 젝시오 공식몰에서는 사전 구매 고객을 위한 골프볼 구독 서비스, AS 기간 1년 연장, 무료 반품 서비스, 출시 전 도착 배송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2024 올 뉴 젝시오는 젝시오 13, 젝시오 엑스, 젝시오 13 레이디스의 세 가지 라인업으로 출시된다. -
부상 복귀 후 2승…LPGA 놀라운 뉴스에 고진영 부상 투혼
서경골프 골프일반 2023.12.24 09:11:58고진영의 부상 투혼이 미국 골프채널이 정리한 2023년 놀라운 뉴스에 들었다. 골프채널은 24일(한국 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23시즌을 정리하면서 고진영의 복귀를 놀라운 뉴스 10가지 중에 하나로 꼽았다. 2022년 부상 때문에 고통스러운 시즌을 보낸 고진영은 올해 첫 7개 대회에서 2승을 올리며 재기의 신호탄을 쐈다. 하지만 여름에 들어서면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고 시즌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는 왼쪽 무릎 부상으로 기권하는 아쉬움을 남겼다고 골프채널은 설명했다. 이밖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릴리아 부(미국)의 올해의 선수상 수상, 셀린 부티에(프랑스)의 선전, 인뤄닝(중국)의 메이저 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제패 등이 놀라운 뉴스에 선정됐다. -
“기본에 가장 충실한 골프퀸”…박현경의 연속스윙
서경골프 골프일반 2023.12.22 03:00:00박현경은 난도 높은 제주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성적이 좋다. 이곳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지난해에는 준우승, 올해는 우승했다. 그 비결 중 하나가 기본에 충실한 스윙이다. 박현경은 어린 시절부터 프로 출신 아버지한테서 기본기를 익혔고, 국가대표를 거치며 스윙을 완성했다.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포기하는 대신 교과서적인 튼튼한 기초가 어려운 코스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다. 박현경의 드라이버 스윙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활약하다 현재는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형민과 함께 분석했다. 20대 중반까지 필드하키와 스쿼시 선수로 활동하다 골프에 뒤늦게 입문한 김형민은 현재 경기 용인 태광골프연습장 소속 프로로 활동하면서 KPGA 장타자인 김봉섭 등의 코치를 맡고 있다. ▲어드레스=체구가 아주 크지 않지만 어드레스를 섰을 때 단단해 보인다. 스탠스 폭을 조금 넓게 서는 건 스윙의 토대를 탄탄히 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선수들마다 훅이나 위크 그립 등 나름의 특징이 보이는데 박현경은 오른손 검지와 엄지 사이의 홈이 어깨와 목 사이를 정확하게 가리키는 ‘정그립’을 잡으려 한다. 스윙 모델을 해도 될 정도다. ▲백스윙=테이크백 이후 클럽을 들어 올릴 때 코킹을 다른 선수들에 비해 반 박자 정도 느리게 한다. 좀 더 올라가서 코킹을 하는 것인데 이는 스윙 아크를 키우는 효과가 있다. 좌우 움직임 없이 제자리에서만 회전을 하는 것도 돋보인다. 일관성의 비밀이 여기에 있다. ▲다운스윙=중심축을 확실하게 잡은 상태에서 스쾃을 하듯 살짝 앉았다 일어나며 임팩트를 가져간다. 여기서 회전 동작이 병행돼야 하는데 박현경은 지면을 강하게 딛으면서 하체를 원활하게 돌려준다. 리듬감이 뛰어난 덕분에 동작이 매끄럽고 효율적인 스윙을 하는 것이다. 릴리스를 늦추는 래깅 동작도 나무랄 데 없다. ▲폴로스루=중심이 잘 잡혀 있으면 큰 공간을 활용하면서 클럽을 쭉 뻗어줄 수 있다. 이에 비해 몸이 클럽을 쫓아가면 폴로스루가 짧아지게 된다. 박현경은 중심을 유지하면서 큰 아크를 계속 유지한다. 백스윙 때 코킹이 약간 늦었던 것처럼 폴로스루에서 피니시까지 갈 때도 스윙을 높고 길게 가져간다. -
'친환경 코스' 사이프러스·'LPGA개최' 서원밸리, 톱10 진입
서경골프 10대골프장 2023.12.21 17:40:25사이프러스와 서원밸리가 ‘서울경제 한국 10대 골프장’에 새롭게 합류했다. 사이프러스는 올해가 첫 톱 10 진입이며 서원밸리는 4년 만의 복귀다. 제주 서귀포 표선면의 사이프러스는 자연과 공존하는 친환경 코스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라산과 성불오름 등 7개 오름이 코스를 감싸고 있고 울창한 편백나무 숲은 바람을 막아줘 편안한 라운드를 돕는다. 또 탐라산수국을 비롯해 노루, 흰뺨검둥오리 등이 노닐어 원시적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2007년 개장한 사이프러스는 2020년 8월 ㈜영안모자가 인수한 이후 괄목할 변화를 이뤄냈다. 위탁 운영을 맡은 ㈜대정골프의 역할이 컸다. 모기업의 적극적인 투자 아래 2년 간 대대적인 코스 리모델링과 노후된 시설물에 대한 개보수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사이프러스는 단기간에 수준급 코스로 회복했다. 배기륜 사이프러스 전무는 “골프장이 환골탈태했다는 말을 고객들에게 많이 듣는다. 코스 관리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변화와 투자’는 서원밸리가 4년 만에 톱 10에 복귀하는 데에도 원동력이 됐다. 남자 골프 LG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미국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서원힐스) 등의 토너먼트를 개최해 코스 개선에 힘썼다. 또 티잉 구역 주변 관목을 제거하고 적재적소에 수목을 추가 식재해 경기 적정성을 높였다. KPGA 투어는 선수들에게 올해 대회 코스 중 최고 코스를 물었는데 서원밸리가 73.75%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다. 기여도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서원밸리는 매년 5월 밸리 코스 1번 홀(파4)에서 자선과 K팝이 어우러진 ‘그린 콘서트’를 개최한다. 2000년부터 누적 관람객 약 53만 명, 누적 성금 6억 3200만 원을 기록한 이 행사는 올해 대한민국 스포츠산업대상 시상식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까지 받았다. -
빼어난 코스는 기본, 쉼없는 진화까지…세계가 감탄할 'K골프장'
서경골프 골프일반 2023.12.21 17:39:14세계 무대를 호령하는 K골프처럼 K골프장도 한국 골프의 자랑이다. 한국 골프장의 경쟁과 발전을 지원해온 ‘서울경제 한국 10대 골프장’이 2년 만에 돌아왔다. 서울경제신문은 2003년부터 격년으로 한국 최고 골프장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2019년까지는 서울경제 골프매거진을 통해, 2021년부터는 서울경제와 2022년 창간한 서울경제 골프먼슬리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이번 발표는 서울경제 한국 10대 골프장 선정위원회 52인과 함께 지난 2년 간 작업한 결과물이다. ◇핀크스, 2회 연속 대상 영예=대상 격인 1위는 제주 서귀포의 핀크스 골프클럽이다. 평균 평점 50점 만점에 46.0점을 받았다. 2021년에 이어 2회 연속 1위다. 핀크스를 비롯해 드비치(이하 가나다순), 사이프러스, 서원밸리, 설해원, 안양, 우정힐스, 잭니클라우스, 클럽 나인브릿지, 파인비치가 2023 한국 10대 골프장에 이름을 올렸다. 1위 이외 9곳에 순위를 매기지 않은 것은 톱 10 골프장은 그 자체로 최고 수준임을 인정받은 만큼 한국 대표 골프장 그룹으로 대우한다는 의미다. 빼어난 코스와 시설은 이제 기본. 톱 10 선정 배경의 키워드는 쉼 없는 진화와 고객(또는 회원) 중심의 경영철학이다. 대부분의 홀에서 한라산과 바다, 오름을 감상할 수 있을 만큼 제주 자연을 오롯이 품은 핀크스는 전 홀 페어웨이를 최고급 잔디인 벤트그래스로 교체한 데 이어 최근에는 송전탑 4곳의 지중화를 통해 경관 개선과 주민 안전에 기여했다. 설해원은 2021년 벤트그래스 18홀 레전드 코스를 새롭게 선보였으며 최고급 별장과 호텔, 주택단지를 갖춘 ‘설해원 유니버스’를 만들고 있다. 2015년 아시아 최초로 프레지던츠컵을 개최한 잭니클라우스는 2032년 대회 재유치를 목표로 코스와 조경 개보수 작업을 하고 있다. 2년 전 톱 10에 없던 사이프러스와 서원밸리가 한자리씩 꿰찼다. 사이프러스는 대대적인 리뉴얼로 배수 등을 개선했고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성공 개최(서원힐스)한 서원밸리는 4년 만에 톱 10에 복귀했다. ◇톱 10 외 꼭 경험해봐야 할 20곳=11~30위는 순위를 공개하고 있다. 선의의 경쟁을 유도해 업계 발전에 기여한다는 취지다. 11~20위는 오크밸리, 베어크리크, 해슬리 나인브릿지, 트리니티, 제이드팰리스, 웰링턴, 라비에벨,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 테디밸리, 블랙스톤 제주다. 21~30위는 베어즈베스트 청라, 일동레이크, 휘슬링락, 롯데스카이힐 제주, 블루원 상주, 세이지우드 홍천, 라데나, 더 스타휴, 가평베네스트, 곤지암이다. 오크밸리는 신설 코스인 ‘프리미엄 퍼블릭’ 성문안의 코스 관리와 대회 유치, 서비스 평판 등에서 호평을 받은 영향으로 순위가 급상승했다. 선정위원 52명은 전현직 골프장 경영자, 프로골퍼, 골프코스 설계자, 시도 골프협회장, 골프용품 업체 대표 등 골프계 관련 인사를 비롯해 교수, 기업인, 방송인, 변호사, 세무사, 의사, 회계사 등 다양한 직종을 가진 골프 애호인들로 구성됐다. 선정위는 1차로 추린 전국 50대 후보 골프장 중 최근 5년 내에 직접 플레이를 해본 곳들에 대해서만 점수를 매겼다. 그룹별 수시 방문을 통해 현장 평가도 진행했다. 10개 평가 항목은 시험성·공정성·심미성·코스 유지관리·안전성·리듬감·전통성 및 기여도·종업원의 전문성 및 서비스·클럽하우스·평판 및 피드백이다. 2023 한국 10대 골프장은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2024년 1월 호에서 더 자세하게 만나볼 수 있다. -
이벤트 팀 대회지만…리디아 고 우승이 뜻깊은 이유
서경골프 골프일반 2023.12.11 13:31:41왕년의 세계 랭킹 1위 듀오가 트로피를 함께 들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리디아 고(뉴질랜드)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제이슨 데이(호주)다. 리디아 고와 데이는 11일(한국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티부론GC 골드 코스(파72)에서 열린 그랜트 손턴 인비테이셔널(총상금 400만달러) 3라운드에서 버디만 6개를 합작해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 합계 26언더파 190타의 둘은 브룩 헨더슨-코리 코너스(이상 캐나다) 조를 1타 차로 제치고 우승 상금 100만 달러를 50만 달러씩 나눠 가졌다. 공교롭게도 같은 드라이버와 같은 웨지를 쓰는 둘이 우승했다. 리디아 고와 데이는 핑 G430 LST 드라이버를 쓰고 타이틀리스트 보키 SM9 웨지를 사용한다. 이 대회에는 LPGA와 PGA 투어 선수가 한 명씩 짝을 이뤄 16개 팀이 출전했다. 1라운드는 각자 샷을 한 뒤 볼 하나를 골라 다음 샷을 하는 스크램블 방식, 2라운드는 볼 하나를 번갈아치는 포섬 방식으로 치러졌다. 3라운드는 각자 티샷을 한 뒤 두 번째 샷부터 파트너의 볼로 플레이해 더 나은 점수를 팀 성적으로 삼는 변형 포볼 방식으로 진행됐다. PGA·LPGA 투어 선수 대상의 혼성 팀 대회는 24년 만에 처음 열렸다. 넬리 코다-토니 피나우(이상 미국)는 23언더파 공동 4위, 렉시 톰프슨-리키 파울러(이상 미국)는 22언더파 공동 6위를 했다. 리디아 고에게 특히 의미가 큰 우승이다. 그는 올해를 레이디스 유러피언 투어 대회(2월) 우승으로 시작했지만 주무대인 LPGA 투어에서는 톱 10 진입이 두 번뿐일 만큼 부진했다. 현재 세계 랭킹은 11위. 지난달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출전 자격도 얻지 못했다. 그런데 최종전이 열렸던 바로 그 골프장에서 이번 이벤트 대회를 우승한 것이다. 시즌 뒤 ‘고진영 코치’로 유명한 이시우 프로에게서 사사했는데 곧바로 우승이 터졌다. 미국 골프채널은 “리디아 고의 스윙이 한결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였다”고 했다. 리디아 고는 “계속 더 단순하게 가려고 노력 중이다. 억지스러움을 덜어낼수록 더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
'제2 전성기' 신지애, 프로 통산 65승 눈앞
서경골프 골프일반 2023.12.01 17:35:34제2의 전성기를 맞은 세계 랭킹 15위 신지애(35)가 프로 통산 65번째 우승에 한 발짝 다가섰다. 신지애는 1일(한국 시간) 호주 시드니의 오스트레일리안 골프클럽(파72)에서 계속된 호주여자프로골프(WPGA) 투어 호주 오픈 2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쳤다. 이틀 합계 9언더파 136타를 적어낸 신지애는 이날 3타를 줄여 2위가 된 디펜딩 챔피언 애슐리 부하이(7언더파·남아프리카공화국)를 2타 차로 제치고 단독 선두에 올라섰다. 이 대회는 오스트레일리안 골프클럽과 더 레이크스 골프클럽(파73)을 오가며 경기가 진행된다. 전날 더 레이크스 골프클럽에서 5언더파를 쳐 1타 차 단독 3위로 출발한 신지애는 이날 8번과 9번 홀(이상 파4)에서 연속 버디를 낚아 공동 선두까지 치고 올라섰다. 후반 13번 홀(파4)에서 이날 첫 보기를 범했지만 14번 홀(파5) 버디로 곧바로 만회했고 16번과 17번 홀(이상 파4)에서 다시 한번 연속 버디를 솎아내 리더보드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 여파로 우승 없이 시즌을 마감한 신지애는 올해 1월 WPGA 투어 빅토리아 오픈에서 우승한 뒤 3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개막전인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를 제패했고 6월에는 어스 몬다민컵에서 우승해 프로 통산 64승째를 쌓은 바 있다. 전날 공동 선두에 올랐던 신지은은 이날 타수를 줄이지 못해 단독 3위(6언더파)로 밀렸다. -
클리브랜드 골프웨어, 3년째 서원·클럽디 레이디스 챔피언십 후원[필드소식]
서경골프 골프일반 2023.12.01 17:10:11넥시스코어의 글로벌 브랜드 클리브랜드 골프웨어가 3년째 서원·클럽디 레이디스 챔피언십 공식 후원사로 참여했다고 1일 밝혔다. 올해로 6회째인 이 대회는 사상 최초로 아마추어 골퍼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레전드의 만남이 성사되는 자리다. 7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올라온 총 8명(서원힐스 4명·클럽디 4명)의 정상급 아마추어 골퍼들은 여자 골프계의 전설들과 팀을 이뤄 빅매치를 벌였다. 레전드로는 한미일 통산 12승의 LPGA 투어 1세대 강수연을 비롯해 LPGA 투어 4승의 이선화, 홍진주, 임성아, 김나리, 이은정, 민디김, 디펜딩 챔피언 황아름 등이 참여했다. 클리브랜드 골프웨어에 따르면 LPGA 투어 레전드 8명과 아마추어 골퍼 8명은 클리브랜드 골프웨어의 2023년 FW 신상을 입고 대회에 출전해 기능성과 디자인 등에 대한 피드백을 했다. 클리브랜드 골프웨어 관계자는 “피드백을 통해 홍보와 연구 개발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를 보고 있다”며 “이번 대회를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클리브랜드 골프웨어는 아카데미 후원 등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앞으로도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
‘하나 짱’의 이유 있는 자신감 “아직 나를 믿는다”
서경골프 골프일반 2023.11.30 06:00:00극적인 추락이다. 최정상에서 가장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힘든 시기를 지나온 장하나는 그러나 씩씩하다. 그는 희망을 노래한다. “무조건 다시 우승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근거 있는 자신감을 들어봤다. ‘장하나 미스터리’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연속 1승 이상을 달성할 정도로 꾸준한 성적을 내던 장하나가 지난해부터 거의 모든 대회 컷 탈락을 했다. ‘장타 소녀’ ‘에너자이저’로 불리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19차례나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그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그의 스윙을 보고 “더 이상 가르칠 게 없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하나는 최근 2년 동안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했다. 올해는 28개 대회에 출전해 컷 탈락 17회, 기권 9회를 기록했다. KLPGA 투어 역대 통산 상금 1위(57억 6763만 원)인 그가 올해 벌어들인 상금은 고작 579만 원이었다. 상금 랭킹 꼴찌다. 대회에 나갔다 하면 아마추어처럼 80대 타수를 넘겼다. 지난 8월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는 첫날 88타를 쳐 2라운드에 나서지 못하는 자동 컷 오프의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올해 가장 잘 친 게 이븐파다. 그것도 딱 한 차례다. 상금뿐 아니라 각종 기록도 최하위다. 평균 타수 120위(80.73타), 그린 적중률 120위(29.13%), 평균 비거리 120위(203.96야드), 페어웨이 적중률 119위(52.38%)다. 부진의 원인은 잘못된 스윙 교정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지난해 스윙을 바꾸려고 하다 모든 게 흐트러지고 말았고, 좀체 엉킨 실타래를 풀지 못하고 있다. 무협소설 용어로 표현하면 ‘주화입마(走火入魔)’에 빠진 상태다. 이는 몸 안에 도는 기를 통제하지 못해 내공이 역류하거나 폭주하는 현상을 일컫는 것으로 치료가 쉽지 않다. 장하나는 이대로 주저앉을까. 그 답을 장하나에게 직접 들었다. 극심한 슬럼프를 겪고 있는 선수들은 보통의 경우 인터뷰를 극구 사양하는 까닭에 별 기대를 안 했지만 장하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쿨하게 오케이(OK)를 했다. 그리고 인터뷰 현장에서 씩씩하게 답변을 했다. 장하나는 “지난해에는 원인을 모르고 지나가는 바람에 올해 더 큰 화를 입었다”며 “올 시즌 초반에는 차를 어디에 박아서 사고를 내거나 계단에서 굴러 어쩔 수 없이 쉬는 상황을 만들까도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지원을 꾸준히 해주는 스폰서들을 위해서 출전을 강했다고 한다. 바닥까지 떨어진 장하나는 희망을 얘기했다. 그는 “80타를 치면서도 내가 원하던 샷이 하나둘 나오는 걸 보면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나는 무조건 우승할 자신이 있다. 나를 아직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승을 하면 그 해 은퇴를 하고 싶을 정도로 현재 힘이 드는 건 사실이다”고 했다. 올해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뭐가 문제인가.>>> “일단 스윙을 조금 더 편안하게 치려고 했던 게 안 좋게 작용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23년 골프를 하면서 최고의 스윙은 아니지만 나에게 최적화된 스윙을 해온 덕분에 19승을 올렸을 텐데, 그걸 잊고 다른 스윙으로 바꾸려고 욕심을 부린 게 화근이 된 것 같다.” 원래 다들 이런저런 이유로 스윙을 조금씩 바꾼다. 근데 바뀐 스윙이 도대체 어떠했기에 그런 최악의 결과를 가져왔나.>>> “스윙을 바꾸더라도 기본 틀은 놔둔 상태에서 다른 자잘한 걸 바꿔야 한다. 근데 아예 큰 동작을 바꾸면서 다 꼬인 거다. 시작부터 마무리까지가 꼬여버렸다. 예를 들어 긴장을 하면 본능적으로 나와야 하는 것들이 있고 반응 속도도 확 나와야 하는데 그런 것 또한 굉장히 무뎌질 만큼 다 무너졌다. 어떻게 보면 골프에서 어드레스가 시작점이라고 하지만 볼을 치기 위한 시작점은 톱 스윙이다. 톱에서 어느 정도 준비가 돼야 구질을 좌우할 수 있는 게 나온다. 근데 톱 스윙과 테이크 백 자체를 바꿔버리니까 시작점이 어긋나면서 마무리까지가 안 됐던 것 같다.” 스스로 원인 파악을 다 했다. 그런데도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뭔가.>>> “많은 분들도 ‘네가 22년 동안 그 스윙을 해왔는데 고작 1년 그렇게 바꿨다고 돌아오지 못하느냐’며 궁금해 한다. 하지만 선수가 공이 하나가 안 맞으면 그날 안 좋아지는 상황도 생기지만, 어떻게 보면 그걸로 인해 빨리 정신을 차려서 좋아질 수가 있다. 그런데 내가 망가지는 걸 못 느꼈다. 되돌아보면 지난해부터 조금씩 안 좋아졌던 것 같다. 근데 지난해에는 그냥 공이 좀 안 맞는 것 같다며 의심을 하지 않았다. 올해처럼 확 안 좋아진 게 보였으면 그걸 느끼고 고치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조금 조금씩 뭔가 어긋나듯이 안 됐기 때문에 별 의심이 없었다. 그냥 ‘샷이 조금 안 되네’ 이 정도로 가볍게 넘어갔다. 그게 올해 큰 화가 된 것 같다.” 장하나 하면 원래 파워가 트레이드 마크였다. 그런데 거리까지 줄었다. 이건 심리적인 영향인가?>>> “구질이 많이 왔다 갔다 하면 아무래도 겁을 먹는다. 한 타가 정말 중요한 시점인데 드라이버가 왼쪽 갔다가 오른쪽 갔다가, 격차가 너무 컸다. 한쪽으로만 미스하면 잡기가 되게 쉽다. 하지만 어느 정도 기준이 되는 미스 샷이 없다 보니까 혼돈이 오는 거다. 그러면서 세게 치면 칠수록 난리가 나니까 약하게 치고 달래서 치고, 이러다 보니 거리가 점점 준 것이다.” “처음엔 현실 부정했지만 받아들이니 살 것 같더라” 현재 상황에서 누구보다 본인이 가장 힘들 것 같다. 올해 80타 이상도 많이 치고 그랬다. 그럴 때 심정은 어떤가.>>> “지난해에는 솔직히 80대 타수를 쳐서 예선을 떨어지거나 그런 적이 없었다. 이에 비해 올해는 계속 80대 타수를 쳤다. 올해 베스트 스코어가 이븐파였다. 처음에는 현실 부정을 했다. 그냥 도망가고 싶고, 시합도 하기 싫었다. 그렇게 계속 부정을 하다가 이걸 받아들여야만 내가 좀 살 것 같더라. ‘너 어차피 나가도 80대 타수 치니까 기대하지 말고 나가라’고 계속 저한테 메시지를 줬다. 어차피 예선 떨어질 거니 이번 시합에서 하나라도 얻어가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그랬더니 조금씩 좋아져서 70대 타수로 들어왔다. 좀 웃기지 않나. 19승을 거둔 선수가 70대에 들어왔다고 안정을 찾고 기분이 좋아진다? 어떤 분들은 ‘진짜 쟤 이상해졌나?’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게 좋아지고 있다는 증거로 선수한테 다가오면 그만큼 기쁜 게 없다. 내가 그토록 원하던 샷이 18홀 동안 단 하나도 없다가 이제 1개, 2개, 5개 이렇게 늘어나면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희망의 불씨가 보이면 선수는 언제든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는 거다. 하지만 올해 전반기에는 성냥개비 붙일 불씨조차 없을 정도로 무너졌기 때문에 그냥 관두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지금까지 해온 걸로 봐서는 내 자존심이 도저히 용납이 안 되더라. ‘네가 이렇게까지 무너졌으면 한 번은 일어나고 관둬야 돼’ 이런 마음으로 계속 끌고 왔다.” 안 풀리는 때는 잠깐 쉬어가는 것도 좋을 텐데, 자존심 때문에 계속 출전한 건가.>>> “시합을 뛴 거는 자존심 때문만은 아니다. 올해는 어차피 안 될 거라는 걸 기본으로 두고 출발했기 때문에 성적에 대한 자존심보다는 스폰서에 대한 예의였던 것 같다. 메인 스폰서가 없긴 했지만 그래도 서브와 의류 스폰서는 아낌없이 지원을 해주셨다. 솔직히 대회에 나가면 기자 분들과는 안면이 많이 있으니까 지나가다가 생각나면 사진도 찍어주시고, 생각나면 기사도 올려주셨다. 내가 성적이 안 나서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 부분을 이런 부분으로라도 채워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시합을 나갔던 거다.” 2년 동안 부진 탈출을 위해 정말 남들 모르는 많은 노력을 했을 것 같은데.>>> “루틴을 거의 22년 동안 단 한 번도 바꾼 적이 없었다. 근데 올해는 루틴도 바꿔봤고, 빈 스윙 안 하고도 쳐봤다. 아침에 항상 몸을 풀고 나가지만 연습도 안 하고 나가보고, 시합 전날 연습 안 하고 편안하게 놀아도 보고, 반대로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연습도 해봤다. 정말 모든 걸 다 해봤다. 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올해는 그냥 뭘 해도 안 되는 해였다. 골프뿐만 아니라 모든 것들이 다 안 풀리는 해, 딱 그거였다.” 차 사고 내 어쩔 수 없이 쉴까 생각할 정도로 정신 피폐해지도 많은 사람들이 안 될 때는 자신을 내려놓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을 것 같다.>>> “맞다. 자신을 내려놓는다는 게 가장 힘들다. 자기 실수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게 엄청 힘든 거다. 예전에 아이언 샷이 좋았을 때에도 핀 다섯 발짝 안에 붙여도 만족하지 못했다. 스스로에게 계속 채찍질을 했다. 주변에서도 마음을 내려놓으라고 하는데 쉽지 않더라. 솔직히 거리가 줄면서 파4 홀에서 2온을 못 시킬 정도가 되니까 그런 거에 자존심에 상처가 났다. 하지만 후반기에는 마음을 많이 내려놓으면서 엄청 좋아졌다. 플레이도 좀 더 편해지고 스스로에게 받는 스트레스도 많이 줄어들었다.” 슬럼프를 받아들인다는 게 사실 쉽지 않은 일인데.>>> “전반기엔 너무 안 되니까 진짜 ‘그냥 차를 어디다 박아서 사고를 내고 어쩔 수 없이 한번 쉬어볼까’ 그런 생각도 해봤다. 계단에서도 한번 굴러볼까도 생각하는 등 그냥 어쩔 수 없이 쉬게끔 나를 만들고 싶었다. 마음이 피폐해지고 안 좋은 생각을 많이 했다. 어디 하나 부러져서 진짜 어쩔 수 없이 쉬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는데 좀 무섭기도 했다.” 그 동안에 자신을 너무 옥죄었던 건 아닐까.>>> “맞는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안)선주 언니가 진짜 많은 도움을 줬다. 코스 안에서 지금까지 내게 그런 조언을 해줬던 선배가 단 한 명도 없었는데 선주 언니가 계속 옆에서 마음을 잡아주니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어떤 말을 해줬나.>>> “언니가 엄청 야단치고 혼내고 그랬다. 어떤 때는 ‘그런 쓸데없는 생각할 거면 그냥 치지 마, 시합 하지 말고 가’ 이랬다. 반면에 ‘야 네가 90개를 치고 100개를 쳐도 장하나가 어디는 안 가’ 이렇게 격려도 해줬다. 언니는 항상 꾸준했으니까 나만큼 힘들어 봤을까 이 생각도 하는데 나보다 구력도 오래 되고 승수도 많으니까 그만큼 시련도 많았을 거다. 그러니까 그런 조언을 해줬던 것 같다.” 힘든 상황에서 진짜 자신을 더욱 힘들게 했던 건 뭐가 있었나.>>> “내가 꾸준히 언론에 나오고 TV 중계에도 나왔었는데 이제 안 나오니까 지나가시는 말씀으로, 응원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요새 시합 안 나가?’ 이렇게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었고, 은퇴했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었다. 한 번은 정말 상처가 심한 말을 들어서 다 접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전반 라운드가 끝나고 잠시 쉬고 있는데 어떤 분이 오더니 ‘근데 요새 왜 그래?’ 이렇게 말하는 거였다. 나랑 아는 분도, 그 전에 대화를 한 적도 없는데 뜬금없이 와서 그런 말을 하니까 마음의 상처가 너무 컸다. 그것도 관심이라고 여기고 감사하게 생각은 하지만 그 순간에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진짜 화를 낼 수도 없으니 더욱 힘든 거다.” 올해는 메인 스폰서도 없었다. 느낌도 달랐을 것 같다.>>> “14년 만에 처음이었는데 그게 제일 컸다. 심리 상태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 중 하나다. 당연히 올해 재계약을 할 줄 알았는데 불가 통보를 받았고, 다른 스폰서도 얻지 못했다. 첫 시합에 첫 티샷을 하러 나갔는데 스폰서 명칭 없이 그냥 이름이 불리는 게 처음이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 자존심이 구겨지고 자존감도 낮아지게 됐다. 아무래도 모자에 뭘 달고 나갔을 때 임하는 태도와 갑자기 없어졌을 때 느끼는 공기가 많이 다르다.” 스폰서, 코치, 캐디, 그리고 안선주에게 감사 아까 안선주 얘기도 했지만 그토록 힘든 와중에도 자신을 위로해줬던 사람이나 조언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 “제일 첫 번째가 바닥을 찍으니까 진짜 내 사람이 누군지가 가려지더라. 특히 서브 스폰서들이 성적이 나지 않는 선수를 믿고 그래도 후원해주신 거에 정말 감사하다. 선수 중에서는 (안)선주 언니가 가장 고맙다. 정말 한결 같은 게 너무 감동이었다. 그래서 내 인생의 멘토 같은 느낌이다. 코치님(김창민 프로)이나 캐디 오빠(박철용)도 고맙다. 특히 캐디 오빠는 워낙 경력이 많다 보니 다른 선수를 선택할 줄 알았다. 그런데 다른 선수랑 접촉도 안 했다. 오빠가 나한테 그랬다. ‘나도 오기가 있어서 너 되살아날 때까지 네 옆에 있을 거야’라고. 그런 말이 큰 힘이 됐다.” 예전에 2부 투어 때 입스로 고생한 적이 있는 걸로 있는데 그때와 지금은 뭐가 다른가.>>> “그때는 이뤄놓은 게 없었고 지금은 잃을 게 많다. 그때는 사회초년생이었다면 지금은 회사 대표나 다름없는 거니까 잃을 게 많다. 그래서 좀 더 심적 부담이 크다. 그때는 밑져야 본전이다 약간 이런 마음으로 도전하니까 쉽게 부진에서 빠져나왔던 것 같은데 지금은 잃을 게 많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정상에서 바닥을 치는 것과 바닥에서 같은 바닥으로 다니는 것과는 천지 차이다.” 발목이나 아픈 데는 좀 어떤가.>>> “부상은 훈장 같은 거다. 그만큼 열심히 해왔고 열심히 달려왔기 때문에 얻어지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운동선수가 부상 없고 안 아프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통증 조절하는 거에 많이 익숙해졌고, 상태도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부상으로 인해 발목 잡히는 건 없다. 다만 기분이 안 좋아지면 몸에서 통증을 유발하는 호르몬이 나와서 더 아프다고 한다. 올해는 공이 잘 안 맞으면서 산으로 자주 다니다 보니 아킬레스건 염도 있었지만 부상은 한결 같다. 아프다가도 또 안 아플 수도 있다.” 대회 때 말고 평소에 치면 잘 맞나.>>> “아무렇지도 않다. 지극히 정상이다.” 거리도 제대로 나오나.>>> “예전만큼 나간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시합 때보다 20m는 더 나간다.” 이런 게 모두 멘탈적인 영향인가.>>> “당연하다. 시합 때는 부담도 되고 분위기상 무언가가 조정되는 게 있으니까.” 인생에서 힘든 일을 겪을 때 뭔가를 배운다고 한다. 지난 2년 동안 얻은 것도 있을 것 같은데.>>> “일단 기술적인 면에서는 쇼트 게임이 엄청 좋아졌다. 퍼트는 내가 1위더라. 골프코스를 보는 시야도 엄청 넓어졌다. 예전에는 무슨 경주마처럼 시선을 이렇게 앞으로 딱 모으고 갔는데 지금은 좀 넓게 볼 수 있게 됐다. 또한 미스 샷에서 정보도 굉장히 많이 얻었다.” 평소에 골프 말고 즐기는 취미는 뭔가.>>> “카메라를 6년 전에 사서 사진 찍는 거 좋아한다. 조용한 데 가서 있는 것도 즐긴다. 당일치기 캠핑, 이런 것도 좋아한다. 캠핑 도구를 요란하게 사거나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불멍’을 즐긴다. 불멍은 올해 서너 번 한 것 같다. 사진은 대회장 주변에서 많이 찍으려고 한다. 하이원 같은 경우에는 그곳 꼭대기에 올라가면 별을 보는 곳이 있어서 별도 찍어 보고 그랬다.” 예전에 댄스도 많이 배우고 그랬는데.>>> “요즘에는 정신과 체력적인 게 너무 빠지다 보니까 몸으로 하는 걸 예전만큼은 못하겠더라. 원래 잠도 별로 없었는데 요새는 시간만 나면 자려고 한다.” 내년이면 32세다. 골프 말고 하고 싶은 게 뭐가 있을까.>>> “딱히 생각해 본 건 없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골프 선수가 그냥 여자로서 살아가는 건 솔직히 불쌍하고, 선수로서 살아가는 건 진짜 행복하다. 왜냐하면 골프 말고 할 줄 아는 게 없다. 해보고 싶은 게 많기는 한데 지금은 골프 외에 다른 생각은 없다. 잘 안 되는 시기이고 내년이 중요한 해라서 골프가 우선이다.” 남자 친구나 결혼에 대한 생각은.>>> “남자 친구는 없지만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은 많다. 아직은 혼자 노는 게 재밌다.” “숫자 연연하면 힘들어…이젠 행복한 골프 치고 싶다” 투어를 뛰면서 많은 걸 이뤘다. 여전히 이루고 싶은 목표나 기록 같은 게 있다면.>>> “솔직히 난 기록이나 순위를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거에 연연하다 보면 인생이 너무 힘들다. 자꾸 숫자만 쫓아가다 보면 골프를 행복하게 칠 수 없다. 물론 어릴 때는 상금왕이나 대상을 타고 싶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한국으로 복귀하면서 그런 배움을 얻었다. 상금이 뭐가 중요하고 순위가 뭐가 중요해? 그냥 나만 행복하면 되는 거 아닌가? 약간 이렇게 됐다. 솔직히 행복하게 골프를 치고 싶다. 그게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목표다.” LPGA 투어 뛰다가 국내에 복귀한 것도 그 행복을 위해서였다. 그 결정으로 행복해진 것 같나.>>> “당연히 행복해졌다. 미국에서는 일요일에 시합이 끝나면 그날 저녁 비행기를 타고 다음 시합장을 넘어가야 한다. 그러니 자유시간이 없다. 미국에 여행할 곳이 많지만 정작 여행을 할 수가 없다. 한국에 돌아오니까 월요일에 전화 한 통 하면 친구들 만날 수 있고, 엄마 밥도 먹을 수 있어 너무 좋더라. 정말 소소한 거지만 골프 선수들에게는 그게 진짜 큰 거다. 그런 게 행복이다.” 국내 복귀 후 떠난 가족여행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나.>>> “복귀한 그해 여름인가 가을쯤에 엄마 아빠랑 일본에 갔다. 태어나 처음으로 해외를 골프채 없이 간 거였다. 겨울에는 꼭 엄마 아빠랑 속초에 간다. 그곳에 친한 골프 치는 동생이 있어서 가족여행 겸해서 간다.” KLPGA 투어 역대 총상금 1위(57억 6763만 원) 기록은 아직 안 깨지고 있다. 재테크는 잘 하고 있나.>>> “내가 돈 관리를 안 하고 난 용돈 받아쓰는 입장이다. 엄마가 잘하고 계신다.” 가끔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게 있나.>>> “난 먹는 게 남는 거라 생각한다. 스스로에게 돈을 쓴다면 한 달 동안 전국일주 하고 싶다. 전국으로 시합을 다니기는 하지만 여행을 간 적은 없어서다.” 명품 같은 건 좋아하지 않나.>>> “백화점에서 가장 많이 써본 금액이 100만 원이다. 그것도 코트 하나 살 때다. 그 정도로 돈은 잘 안 쓴다.” 기부는 많이 했던데.>>> “지금까지 6억 원 가까이 했다. 원래 그런 얘기를 주변에 잘 안 했는데 작년에 한 번 언론에 알린 적이 있다. 그 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알지도 못하는 어떤 분이 댓글로 저한테 ‘야, 너는 돈 모아서 왜 기부도 안 해’ 이러는 거다. 그래서 아버지와 상의해 기부했던 걸 알린 적이 있다.” 아버지가 과거에 남 돕는 일을 많이 하셨다고 하던데.>>> “기부도 아버지 영향을 받은 거다. 우리 집이 고깃집을 오래 했는데 아버지가 일주일에 두 차례 정도 보육원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밥 먹이고 생일 파티도 해주셨다. 나도 올 겨울에는 연탄 봉사를 해볼까 한다. 체력 좋은 거 이런 데 써야지 않을까 싶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같이 하면 되게 뜻깊을 것 같다.” 내년 1월 8일 베트남으로 전지훈련 간다고 들었다.>>> “코치님은 더 빨리 가자고 한다. 하지만 나는 항상 그 해의 마지막 날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건 하고 가야 될 것 같다.” 장하나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 “언제나 돌아올 수 있는 출발선? 또는 안식처? 가족은 일촌이지 않나. 설령 막말로, 내가 살인을 한다고 해도 편을 들어줄 게 가족이다. 내가 유일하게 아픈 걸 털어놨을 때 진심으로 야단을 칠 수 있는 게 가족 아닐까? 가족은 위로를 하지 않는다. 야단을 치고 혼을 내고 채찍질을 하는 게 가족이다. 그리고 그 채찍질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가족이기 때문이다.” “은퇴는 무조건 우승한 뒤 한다…그게 내 마지막 자존심” 그나저나 다시 우승할 수 있을까? 1승만 더하면 20승을 채우게 되는데.>>> “KLPGA 영구 시드가 원래 20승이었다. 그런데 그게 30승으로 바뀌면서 약간 삶에 대한 목표의식도 약해지다 보니 간절함이 덜했던 것 같다. 그래도 우승은 무조건 할 거다. 내년이나 내년이 아니더라도, 솔직히 은퇴는 우승을 무조건 하고 할 거다. 그게 내 마지막 자존심이다. 마지막 자존심! 정말이다.” 다시 우승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모습을 가끔 그려보나.>>> “우승하면 어떨까라는 많은 생각을 한다. 근데 우승하면 골프를 그만하고 싶다. 너무 힘들었다. 우승을 하고 그 시합에서 은퇴를 하는 게 아니라 우승을 한 해에 마무리를 할 것 같다. 정말 그 정도로 간절하다. 그 간절함이 이렇게 힘든 건 줄 몰랐다. 얼마 전에 (안)선주 언니가 이러더라. 내가 ‘언니, 골프가 너무 힘들고 진짜 버리고 싶어요’라고 하니까 ‘야, 네가 지금까지 쉽게 친 거야. 골프 원래 어려운 거야’ 이렇게 얘기하는 거다. 그 말에 공감한다. 골프, 정말 어려운 스포츠다.” 역경을 극복하고 다시 재기할 자신감이 있어 보인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우승을 한 번 해본 선수는 잠재력이 있다. 난 그걸 믿는다. 코치님도 내가 코스에서 샷이 엉뚱한 데로 갔다고 해서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파 세이브를 하려고 눈에 불을 켜고 친다며, 아직 눈에 살기가 있다고 한다. 마지막까지 진짜 물고 뜯는 거를 아직 버리질 못했다. 그게 희망이다. 그래서 우승을 할 것 같다. 아직 나를 믿는다.” PROFILE 출생: 1992년 | 정규 투어 데뷔: 2011년 | 후원: 레인메이커, 코리아결제시스템, 에버그린그룹홀딩스 주요 경력: KLPGA 투어 통산 15승, LPGA 투어 5승(2019년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중복) 2021년 KLPGA 투어 통산 15승째 달성(KB금융 스타챔피언십) 2020년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우승 2019년 LPGA 투어 마지막 우승(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2016년 LPGA 투어 첫 우승(코츠골프 챔피언십) 2013년 KLPGA 투어 대상, 상금왕, 다승왕 2012년 KLPGA 투어 첫 우승(KB금융 스타챔피언십)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
빨강 파랑 숫자들과의 전쟁
서경골프 골프일반 2023.11.29 09:25:53스코어가 요동치면 손과 발이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골프대회에서 경기 운영을 맡고 있는 인원 중에서도 스코어보드를 담당하는 스태프가 그들이다. 선수들의 한 샷 한 샷에 따라 숫자를 바꿔야 하는 스코어보드의 이면을 들여다봤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은 해마다 가을의 명승부가 펼쳐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10월 26일부터 29일까지 치러진 올해 대회에서는 박현경이 9차례 이어지던 준우승 징크스를 깨고 마침내 정상에 오르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제주 서귀포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이 대회 기간에 갤러리의 이목이 가장 집중되는 스코어보드 관리 체험에 나섰다. 사실 체험에 앞서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다. 체험을 하기로 한 이틀이 ‘무빙 데이’로 불리는 대회 셋째 날과 우승자가 탄생하는 최종일이라는 점이었다. 무빙 데이는 정식 골프 용어는 아니다. 대회 셋째 날 순위 변동이 심해 ‘이삿날’을 의미하는 무빙 데이를 언론 등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실제로 4라운드로 열리는 대회에서는 선수들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컷이 결정된 후 열리는 3라운드 때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쳐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한다. 주요 선수의 이름과 스코어를 바꿔야 하는 스코어보드 관리 업무의 강도가 가장 높은 날이다. 또한 최종일은 갤러리가 가장 많이 몰리고 우승자가 결정되기 때문에 스코어보드에 이목이 집중돼 한층 더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 걱정스러운 마음을 안고 아침 일찍 골프장으로 향했다. 대회장에 도착해 우선 대회 모자와 스태프 점퍼를 지급받은 뒤 대형 스코어보드가 설치된 18번 홀 그린으로 향했다. 서귀포 앞바다와 산방산을 배경으로 대형 스코어보드가 엄청난 크기를 과시하고 있었다. 대형 스코어보드는 가로 6m, 세로 4.5m 정도의 크기로 제작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대회 주최사의 요구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기도 한다. 두 종류의 고정식 대형 스코어보드 스코어보드는 크게 고정과 이동식 두 가지로 나뉜다. 이동 스코어보드는 선수들을 따라다니며 해당 조 선수들의 성적을 갤러리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챔피언 조(최종일)를 비롯해 주요 3~4개 조를 커버한다. 고정은 18번 홀 그린 옆의 대형 스코어보드와 관람객의 왕래가 잦은 곳에 설치하는 종합 스코어보드가 있다. 여기에 코스 내에 중형 스코어보드 2개 정도를 설치한다. 체험에 앞서 이번 대회 마셜 및 스코어보드 관리 실무를 맡은 운영업체 엠세트의 김두남 차장을 만났다. 그에게 30분간의 교육을 받은 뒤 곧바로 업무에 투입됐다. 리더보드(Leader Board)라고도 불리는 대형 스코어보드에는 상위 9명의 선수 이름과 진행 홀, 당일 성적, 그리고 합산 스코어를 나타내는 칸이 있다. 총 4명의 인원이 이곳에 배치됐다. 그 중 1명이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실시간 스코어를 확인하고 나머지 3명은 이름과 스코어, 진행 홀 등을 표시하는 대형 숫자판을 갈아 끼우는 역할을 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선수들이 18번 홀 그린에 올라왔을 때는 경기 진행에 방해가 되지 않게 행동을 멈추는 것이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숫자판과 문자판은 스코어보드 뒤편에 준비돼 있었다. 컷을 통과한 선수 67명의 이름과 수많은 숫자판이 커다란 나무 상자 안에 빼곡히 담겨 있었다. 스코어보드에 보이는 건 단지 상위 9명의 이름과 나머지 정보들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스태프들이 주요 선수의 이름판과 자주 사용되는 숫자를 바닥 여기저기에 쭉 깔아놓고 있었다. 이유를 묻자 미리 어느 정도 분류를 해놔야 재빠르게 갈아 끼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방금 갈아 끼웠는데 또? 3라운드가 열린 날 핀크스 골프클럽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아래 짙푸른 잔디 사이 곳곳에 핀 억새로 만추의 감성을 내뿜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감성을 느낄 여유가 없었다. 선수가 그린에 왔는지 확인도 해야 했고 성적에 맞게 숫자판을 바로바로 바꿔줘야 했기 때문이다. 스코어보드에 있는 위아래 홈에 숫자판을 살짝 구부린 다음 끼워 넣어야 했는데 처음에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숫자판이 크기 때문에 다루기 힘든 데다 끼우는 홈의 수평이 살짝 뒤틀린 부분도 있어서였다. 자칫 홈에 손이 끼면서 베일 수도 있어 조심해야 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작업용 장갑을 착용했는데 손에 익지 않아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가장 난감한 순간은 선수들의 순위가 뒤바뀌는 때였다. 단순히 성적만 바뀔 때는 숫자판만 갈아 끼우면 되지만 순위가 요동치면 이름부터 몽땅 옮겨야 했다. 한바탕 난리를 친 끝에 잠시 쉬나 싶었는데 또 다시 바뀔 때면 한숨이 나왔다. 늦가을 바람이 선선했지만 금세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다. 최근에는 대형 스코어보드가 LED로 제작돼 이런 수고도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LED 스코어보드는 300인치에서 400인치 크기로 제작돼 스코어뿐 아니라 광고, 중계 화면, 선수 프로필 등 다양한 영상과 정보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또 투입 인력도 컴퓨터를 통해 화면 전환을 도와줄 1~2명으로 충분하다. 그럼에도 수작업 스코어보드를 고수하는 대회도 많다. 선수들이 가장 출전하고 싶은 대회 중 첫 손에 꼽는 ‘명인열전’ 마스터스도 작업자들이 일일이 숫자판을 갈아 끼우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수작업 스코어보드의 아날로그 감성이 여전히 강한 매력을 지니고 있어서다. 눈 빠질 뻔한 종합 스코어보드 18번 홀 대형 스코어보드 체험을 끝낸 뒤 선수와 갤러리로 북적이는 연습 그린으로 향했다. 갤러리 플라자에서 1번과 10번 홀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연습 그린은 핀크스에서 갤러리의 왕래가 가장 잦은 곳이다. 연습 그린 앞에 설치된 종합 스코어보드는 빨간색, 녹색, 파란색의 작은 숫자들로 한창 꾸며지고 있는 중이었다. 숫자판 뒤에 작은 자석이 있어 철판에 착 붙이는 방식이었다. 압도적인 크기의 숫자판을 체험하고 온 뒤라 한 손으로 작은 숫자를 붙이는 일쯤은 별 게 아니라며 피식 코웃음을 쳤다. ‘표지만 보고 책을 판단하지 말라’고 했던가,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예상과 많이 달랐다. 선두권 선수의 성적만 보여주는 대형 스코어보드와 달리 종합 스코어보드는 컷을 통과한 67명 전원의 스코어를 라이브로 표시해야 하는 일이 보통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KLPGA 앱에서 직접 스코어를 확인하면서 일을 해야 해서 손과 발, 눈, 머리를 모두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크기가 작다고 무시할 게 아니었다. 18번 스코어보드와 같은 4명의 스태프가 종합 스코어보드에 투입됐지만 정신없이 바쁜 건 비슷했다. 한 손에 든 스마트폰의 앱으로 선수들의 성적을 확인하고 한 손으로는 자석으로 된 숫자 조각을 스코어보드에 붙였다. 언더파, 오버파 색깔 구분은 마스터스서 유례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의 성적은 언더파는 빨간색, 파는 녹색, 오버파는 파란색으로 구분했다. 언더파와 오버파를 색깔로 구분하는 건 마스터스에서 비롯됐다. 마스터스는 1947년부터 언더파는 빨간색, 파는 검은색, 오버파는 녹색으로 표시했다. 대회장을 찾는 갤러리가 선수들의 성적을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군 전역 후 복학 전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왔다는 오준호 씨는 “보드가 흰색이라서 맑은 날에는 눈이 부신다”며 “처음에는 숫자나 색깔 등이 헷갈린 데다 전날까지는 모든 참가 선수들 성적을 표시해야 돼서 더욱 힘들었다. 오늘은 조금 편한 편”이라고 했다. 이어 “남들은 돈 내고 오는데 골프대회 보면서 아르바이트까지 하니 만족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정보를 알려준다는 보람이 있다”고 했다. 엠세트의 김두남 차장은 “해가 긴 여름에는 남자 대회는 140여 명, 여자 대회는 130여 명까지 출전 선수가 늘기 때문에 종합 스코어보드에도 그만큼 스태프를 더 투입해야 한다”고 했다. 중형 보드 스태프는 ‘대민업무’ 처리? 최종일에도 잠시 시간을 내 스코어보드 일을 도왔다. 그 전에 중형 스코어보드는 어떻게 운영 되는지 둘러봤다. 이번 대회 기간에는 9번과 18번 홀 티잉 구역 뒤쪽 2곳에 운영했다. 성인 남자보다 작은 높이의 중형 보드는 대형에 비하면 사실 ‘미니’ 사이즈였다. 스코어는 자석 막대를 이용해 디지털 방식으로 표시했다. 전자시계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보드에 디지털 숫자가 인쇄돼 있어 그에 맞춰 해당 숫자들을 붙이기만 하면 된다. 대신 중형 스코어보드에서는 해야 할 ‘잡무’들이 있었다. 티잉 구역과 불과 50여 m 떨어져 있기 때문에 관람객들이 큰소리로 대화를 하면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대회 이벤트 등을 물어보는 사람들에게도 답변을 해줘야 하는 등 ‘대민업무’도 처리해야 했다. 한 관람객이 지나가면서 한 마디 했다. “지금 공동 선두가 한 명 늘어 4명인데요.” 일터 뒤 그들만의 비밀 공간 이날 챔피언 조는 오전 10시 35분에 출발했다. 점심 무렵까지는 크게 바쁜 일이 없었다. 스코어보드 뒤편에는 그들만의 비밀 공간이 있었다. 그곳 나무 아래에 놓인 4개의 의자에 앉아 잠깐씩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일반 관중의 시야에서는 보이지 않으니 편하게 쉬기에 제격이었다. 이곳에서 스태프들은 음료나 간식, 도시락 등도 먹는다. 먹는 건 그렇다 치고 혹시 가벼운 ‘볼 일’은 나무 사이 수풀에 처리할까? 한 스태프는 “간혹 샛길로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어 절대 그럴 수 없다”며 “멀리 떨어진 갤러리 화장실에 가서 해결해야 하는데 한꺼번에 갈 순 없으니 순번을 정해서 한 명씩 다녀온다”고 설명했다. 경기가 후반으로 넘어갈수록 18번 홀 그린 주변에는 서서히 긴장감이 치솟았고 대형 스코어보드 일도 분주해졌다. 특히 전날 선두권에서 한참이나 떨어져 있던 방신실이 무섭게 타수를 줄이며 우승 경쟁에 뛰어들면서 한바탕 부산을 떨어야 했다. 그린 주변에 모인 구름 갤러리들의 시선이 대형 스코어보드에 자주 쏠리기 때문에 라이브 스코어를 정확하고 빠르게 반영하는 게 관건이었다. 스코어보드 앞에서 선수들의 성적을 앱으로 확인하는 조장의 지시에 따라 나머지 인원들은 대형 보드를 오르내리며 숫자들과의 전쟁을 벌였다. 바닥 여기저기에 숫자판을 깔아놓았는데 밟으면 자칫 미끄러질 수도 있어서 조심해야 했다. 실제로 스태프 한 명이 숫자판을 들고 올라가다 다른 판을 밟으면서 넘어질 뻔했다. 막판에는 숫자 4가 적힌 판이 거의 소진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일 4언더파를 친 선수와 합계 성적이 4언더파인 선수가 많았던 탓이었다. 다행히 더 이상 4가 필요한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문제가 벌어지진 않았다. 박현경과 이소영이 합계 8언더파 동타로 연장전이 결정된 가운데 마지막 조가 들어왔다. 그런데 상위 9명 안에 끼지 못했던 마지막 조의 임진희가 18번 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공동 4위로 뛰어오른 게 아닌가. 그건 임진희를 중간에 끼워 넣고 나머지 선수들의 이름과 성적도 모두 이동시키는 수고를 해야 한다는 걸 의미했다! 막판 그의 버디 하나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독재자’를 포함한 4명의 알바생 그렇게 이틀간의 18번 홀 대형 스코어보드 업무가 끝이 났다. ‘조장’을 맡았던 대학생 부용호 씨가 이렇게 말했다. “저는 스포츠 기자가 되는 게 꿈이라 이런 행사가 있으면 꼭 참가하는 편이에요. 현장에서 직접 여러 가지를 체험해 보고 싶거든요. KLPGA 투어 대회 공식 기록원도 몇 번 해봤어요. 대형 스코어보드 업무는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순위가 자주 바뀔 때는 조금 힘들긴 해도 선수 가까이에서 이런 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게 뿌듯했어요.” 부 씨는 조원들을 한쪽으로 불러 어깨동무를 하며 원을 그린 뒤 조용히 파이팅을 외쳤다. 다른 부원들은 “조장이 독재자였다”며 웃었다. 4명에게 기념사진을 찍자고 했다. 그들은 이번 기사에 자신들의 이름을 꼭 넣어달라고 했다. 스물네 살 부용호와 그의 친구인 김성훈, 그리고 열아홉으로 고등학교 동창인 한진수와 장민준. 이들 4명이 2023년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18번 홀 대형 스코어보드를 책임졌다. 순위표의 약어와 기호들 무슨 의미야? 골프 대회 순위표를 보면 이름이나 순위 옆에 여러 가지 기호나 약어가 있는 걸 볼 수 있다. 대개 그 의미를 알고 있지만 간혹 무슨 의미인지 헷갈리는 것도 있다. 순위표에 사용되는 약어와 기호를 정리했다. T=Tie의 약자로 공동 순위를 의미한다. *=보통 10번 홀 출발 선수 이름 뒤에 ‘*’ 표시를 한다. 당연히 이름 뒤에 이런 표시가 없다면 1번 홀 출발 선수다. WD=Withdrawn의 약자로 경기 시작 전 기권한 선수를 말한다. RTD=Retired의 약자로 경기 중 기권한 선수를 의미한다. DQ=Disqualified의 약자로 경기 중 실격 된 선수를 표기할 때 쓴다. DNS=Did Not Show의 약자로 불참을 의미한다. MC=Missed Cut의 약자로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걸 뜻한다. MDF=Made Cut, Did Not Finish의 약자로 컷은 통과했지만 경기를 마치지 못했다는 의미다. 2라운드 컷 이후 다시 3라운드 컷이 적용되는 대회에서 볼 수 있다. ↑↓=직전 라운드 대비 순위 변화를 의미한다. (a)=아마추어 선수라는 표시다.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
슬럼프 모르는 '서경퀸' 박현경…비결은 '자기 객관화'
서경골프 골프일반 2023.11.26 17:02:35박현경은 슬럼프가 없는 선수다. 스스로도 “딱히 슬럼프라고 할 만한 시기가 없었다”고 한다. 2021년부터 올 5월까지 53개 대회 연속 컷 통과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우승을 펑펑 터뜨리는 선수도 컷 탈락이 한 번씩 있게 마련인데 박현경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웬만해서는 컷은 통과한다. 올 시즌도 30개 대회에 출전하는 동안 주말 경기를 못하고 돌아선 적은 세 번뿐. 데뷔 시즌인 2019년부터 계산해도 5년 동안 컷 탈락이 아홉 번뿐이다. 프로 선수는 컷 탈락 없이 사흘 또는 나흘 경기를 완주해야 모자에 로고를 달아준 기업이나 응원하는 팬들에게 체면이 서는 법이다. 박현경은 왜 슬럼프를 모를까. 치열한 자기 객관화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20대 초반 젊은이들이 꾸미기에 빠진 다이어리를 박현경은 ‘골프 일지’로 쓴다. 훈련 때는 스윙 얘기, 시즌 때는 ‘내가 이 상황에서 무슨 생각을 가지고 플레이 했나’ ‘안 풀릴 때는 어떤 걸 더 생각해야 하나’ 같은 것들을 매일 적고 틈틈이 본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습관도 박현경을 슬럼프 모르는 선수로 만들었다. 투어 선수 출신의 ‘아빠 캐디’ 박세수 씨는 “현경이는 좋은 경기를 했든 그러지 못했든 늘 ‘왜’라는 물음을 던지면서 파고드는 게 있다. 우승한 다음에도 ‘왜 골프 선수들은 우승 뒤 바로 다음 대회는 망치는 경우가 많을까’라면서 분석하고 점검하고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특유의 밝은 에너지도 꾸준함에 한몫했을 것이다. 지난달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사전 이벤트인 프로암에서 오버파를 쳤지만 박현경은 “괜찮다. 프로암에서 못 치면 본대회에서 잘 친다고 하더라”며 웃어 넘겼다. 공동 선두가 된 3라운드 뒤에는 주변에서 우승 얘기를 많이 할 텐데 본인은 어느 정도 간절하느냐고 물어봤다. 박현경은 “간절한 마음은 조금 내려놓았고 오히려 편하게 경기하고 있다. 생각의 차이가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더니 연장까지 이겨내고 끝내 우승에 골인했다. 무엇보다 어릴 적 남다른 훈련량이 박현경을 단단한 선수로 만드는 토양이 됐을 것이다. 주니어 시절 얼마나 반복 연습을 많이 했는지 골프화 깔창의 엄지 부분에 숭숭 구멍이 날 정도였다. 고2 때인 2017년 송암배 아마추어선수권에서는 나흘간 29언더파 259타로 국내 남녀 골프 72홀 최소타 기록까지 작성했다. 이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
'서경퀸' 박현경 "9번의 준우승 끝에 달콤한 결실…내년 '돌아온 메이저 퀸' 될래요"
서경골프 골프일반 2023.11.26 17:01:38필드 밖 박현경(23·한국토지신탁)은 독서를 즐긴다. 책을 펼친 뒤 와닿는 대목을 노트에 옮겨 적는다. 어느 날 ‘오래도록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가는 법이다’라는 글귀가 가슴에 꽂혔다. 910일 만의 우승이 나온 제주로 떠나기 전날이었다. 지난달 29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우승으로 통산 4승에 성공하고 이달 시즌을 마친 박현경을 최근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만났다. 박현경은 KLPGA 투어 데뷔 2년 차인 2020시즌에 2승을 올렸다. 첫 승이 메이저 대회인 KLPGA 챔피언십이었는데 이듬해 같은 대회에서 또 우승했다. 40년 만의 대회 2연패였다. 이후 2년 6개월이 지나서야 우승이 찾아왔다. 앞선 3승을 코로나19로 모두 무관중 경기에서 거뒀던 그는 올해 처음 갤러리 앞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무엇보다 ‘준우승 사슬’을 끊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박현경은 통산 3승 뒤 준우승만 아홉 번을 했다. 올 시즌에도 준우승 세 번으로 서서히 ‘준우승 전문가’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따라붙고 있었다. 5월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는 아홉 번째 준우승을 한 뒤 남몰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결승까지 진출했지만 데뷔 동기 성유진에게 네 홀 차로 져 우승컵을 내줘야 했다. “사실 그날 밤 살짝 울었어요. 잠이 안 올 정도였으니까. 나는 분명 우승이 있는 선수인데 준우승 전문이라는 얘기까지 나왔어요. ‘언제쯤 나의 날이 올까’ ‘어디가 끝일까’ 고민했었죠.” 910일이라는 거리를 5승 때는 얼마만큼 좁히는 게 목표일까. 박현경은 “이번에 우승했으니 다음 우승도 최대한 빨리 하고 싶다. 내년 상반기 안에 우승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웃을 일이 하나 더 늘었다. KLPGA 대상 시상식에서 팬 투표로 뽑는 인기상을 수상한 것이다. 박현경은 ‘큐티풀(큐트+뷰티풀)’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인기 선수다. ‘박현경 굿즈’도 판매될 정도다. 큐티풀은 2020시즌을 앞두고 팬클럽 회원과 같이 만든 별명이자 약 3300명의 회원을 보유한 팬클럽 이름이다. 팬이 많은 게 때로는 부담이지 않으냐는 물음에 박현경은 “부담보다는 책임감인 것 같다”고 했다. “말로 다 표현 못 할 만큼의 힘과 책임감을 주는 존재예요. 더 열심히 연습하고 관리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책임감요. 보이지 않는 큰 힘인 거죠.” 버디할 때마다 팬클럽과 함께 일정액을 적립해 꾸준히 기부도 한다. 데뷔 첫 인기상에 대해 박현경은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꼭 한 번 받고 싶었던 상이다. 지난해와 재작년 모두 2위를 했는데 이번에는 팬들이 준비를 많이 하신 것 같다”며 “사실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팬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서 딱 한 번만 인기상 타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박현경이라는 선수에 대해 잘못 알고 있어 바로잡고 싶은 것도 있지 않을까. 박현경은 ‘귀여운 척’에 대해 할 말이 있다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인터뷰 영상 같은 것을 보면 ‘일부러 혀 짧은 소리 낸다’ ‘귀여운 척한다’는 댓글이 달리더라고요. 그런데 저 ‘척하는’ 거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에요. 혀가 진짜로 짧아서 발음이 안 좋은 건데 귀여운 척하는 것으로 전달되니까 좀 속상하죠. 발음이 안 좋아서 나중에 TV 해설 제의 같은 것도 안 들어올 걸요?” 박현경의 또 다른 별명은 ‘골프 바보’다. 그의 일상을 훤히 아는 가까운 동료들이 그렇게 부른다. “골프 말고는 잘하는 게 정말 없어서 붙여졌다”는 게 박현경의 설명이다. 친한 후배들은 ‘언니는 진짜 골프 말고 아는 게 없는 것 같다’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고 유행도 못 따라간다’고 놀린다고. 서울경제 골프먼슬리는 최근 KLPGA 투어 선수 51명을 대상으로 몇 가지 설문을 진행했는데 박현경은 ‘필드에서 가장 옷을 잘 입는 선수’ 부문에서 37%의 득표율로 1위를 했다. 옷에 관심이 많을 것 같지만 경기복은 후원하는 업체에서 지급하는 대로 입을 뿐이다. 지난해는 휴식기인 12월에 골프를 잊고 놀아보려고도 했다. 그런데 마음처럼 안 됐다. 박현경은 “지난해 골프한테 상처를 받았었다. 그래서 한 달 동안 펑펑 놀아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됐다”며 “데뷔 후 가장 길게 골프채를 안 잡은 것이 6일이다. 그 이상은 힘들다”고 했다. 올해 박현경 골프의 키워드와 내년 희망하는 키워드를 꼽아달라고 했다. 박현경은 “올해는 정말 ‘고진감래’가 딱 들어맞는다”고 밝혔다. “고생 끝에 결국 달콤한 결실을 봤잖아요. 내년은 ‘메이저 퀸’이요. 메이저 대회인 KLPGA 챔피언십에서 두 번 우승했지만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아요. 다시 한번 메이저 대회를 우승해 ‘돌아온 메이저 퀸’이 되고 싶습니다. 물론 ‘서울경제 클래식 사상 최초 2연패’도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겠고요. 내년에 또 여기서 뵙도록 열심히, 그리고 잘 준비하겠습니다.” She is... △2000년 전북 익산 △익산 함열여고 △한국체대 △2017년 송암배 아마추어선수권 우승 △2019년 KLPGA 투어 데뷔, 신인상 포인트 3위 △2020·2021년 KLPGA 챔피언십 우승 △2020년 아이에스동서 부산오픈 우승 △2021년부터 53개 대회 연속 컷 통과 △2023년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우승, 인기상 -
'이민지 동생' 수식어 지웠다
서경골프 골프일반 2023.11.26 15:46:13‘이민지 동생’ 이민우(25·호주)가 DP월드 투어(옛 유러피언 투어) 대회로 열린 호주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이민우는 26일 호주 브리즈번의 로열 퀸즐랜드GC(파71)에서 벌어진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5개, 보기 4개로 3언더파 68타를 쳤다. 합계 20언더파 264타를 적어낸 이민우는 호시노 리쿠야(일본·17언더파 267타)를 3타 차로 여유 있게 따돌리고 우승했다. 상금은 34만 호주달러(약 2억 9200만 원)다. 지난달 아시안 투어인 마카오 오픈 제패 이후 한 달여 만에 우승컵을 추가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이민지(호주)의 남동생인 이민우는 DP월드 투어 3승, 아시안 투어 1승을 더해 프로 통산 4승을 기록했다. 이민우는 호리호리한 체격과 다르게 내로라하는 장타자다. 올 시즌 평균 드라이버 샷 315야드로 전체 10위다. 투어 평균인 296야드를 훨씬 웃돈다. 우승이 없을 때까지는 ‘이민지 동생’이라는 수식어가 꼭 붙어야 했지만 2020년 DP월드 투어 첫 우승 뒤로는 굳이 이민지를 언급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민우는 지난해 마스터스 공동 14위, 올해 US 오픈 공동 5위에 오르며 메이저 대회 첫 우승까지 재촉하고 있다. 누나 이민지는 LPGA 투어 통산 10승의 강자다. 2021년 에비앙 챔피언십, 지난해 US 여자오픈을 제패한 ‘메이저 퀸’이다. 이민우의 지난달 아시안 투어 우승 바로 다음 주에 이민지가 한국에서 열렸던 LPGA 투어 대회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제패했고, 다시 한 달 만에 동생이 우승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민지는 “저랑 다르게 동생은 외향적인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이민우는 “누나는 5언더파 치고 있는지, 5오버파 치고 있는지 모습만 봐서는 알기 어렵다”면서 누나의 포커페이스를 부러워한다. 3타 차 단독 선두로 4라운드를 시작한 이민우는 9번 홀(파5)에서 칩인 이글을 잡아내는 등 전반에만 4타를 줄이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린 오른쪽 러프에서 높게 띄운 세 번째 샷이 정확하게 핀 방향으로 굴러 들어가면서 우승 예감에 힘이 실렸다. 후반 들어 보기 3개가 몰렸지만 버디도 2개를 뽑으며 호시노의 추격을 막아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6승의 마크 레슈먼(호주)이 16언더파 3위이고 ‘미남 스타’ 애덤 스콧(호주)은 12언더파 6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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