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조 굴리는 실리콘밸리 신기술 감별사 “기술 너머 진짜 가치 파고든 게 성공 노하우”
산업 IT 2023.08.09 14:38:08“생성형 인공지능(AI)이 활용 면에서 진짜 가치를 줄 수 있으려면 정교한 데이터셋이 필요한데 나날이 데이터셋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기성품 AI’를 쓰다가도 저마다의 기술과 데이터셋으로 맞춤형으로 발전하면 생성형 AI는 어마어마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됩니다.”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먼로파크 샌드힐로드 2855번지. 간판조차 눈에 띄지 않는 소박한 2층짜리 건물이지만 40년간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스타트업들이 ‘넥스트 구글’ ‘넥스트 테슬라’를 꿈꾸며 문턱이 닳도록 드나든 곳이다. 이곳에는 지난달 기준 총투자운용금액(AUM)이 240억 달러(약 31조원)에 달하는 실리콘밸리 최대 벤처캐피털(VC)인 NEA(New Enterprise Associate)가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VC 업계의 전체 AUM 규모가 갓 50조 원을 넘어선 것을 고려하면 VC 한 곳이 우리나라 전체 VC 업계의 60%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하는 수준이다. 실리콘밸리의 앤드리슨호로위츠·세쿼이아캐피털과 함께 3대 VC로 꼽히는 NEA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의 시초라 할 세일즈포스에 초기 투자했고 화상회의 솔루션으로 시스코에 32억 달러에 인수된 웹엑스도 일찍이 가능성을 알아보며 신기술 감별사로 명성을 굳혔다. 이 외에 미국 최대 증권 앱 로빈후드(2015년), 클라우드 보안 플랫폼 클라우드플레어(2010년), 소셜커머스 그루폰(2008년) 등에도 투자했다. 스콧 샌델 NEA 최고경영자(CEO)는 국내 언론사 중 처음으로 서울경제신문과 창간 인터뷰를 하면서 “기술 그 자체보다 기술이 주는 가치를 가려낸 것이 성공의 노하우”라며 “강력한 가치를 줄 때 소비자들이 반응하는데 생성형 AI는 소비자 측면에서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샌델 CEO는 ‘강력한 가치 제안(strong value proposition)’이라는 말을 16번이나 반복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는 앞선 대단한 기술인데도 이용자들에게 강력한 가치를 주지 못하는 것이 많다”며 “생산성을 10% 높이는 소프트웨어로는 충분치 않다. 우리는 10배·100배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는 제품을 본다”고 강조했다.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스타트업의 가능성을 ‘무한한 상승세(unbounded upside)’로 간주하고 이들을 찾아 나서는 것이 그의 일이다. 기업을 볼 때 기술 너머의 본질을 파고든 데는 평생의 결핍이 큰 동력이 됐다. 샌델 CEO는 다트머스대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뒤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첫 직장인 마이크로소프트(MS)에 입사해서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PC 운영체제 윈도95의 프로덕트매니저를 맡았다. 이후 1996년 NEA에서 VC심사역으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는 다른 VC들이 일하는 방식으로는 차별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가 학습 장애의 하나인 난독증(읽기 장애)을 심하게 겪었다는 사실도 나중에 알게 됐다. 샌델 CEO는 “포기하는 대신 다른 방법을 택했다. 읽어서 공부하는 대신 질문을 던져 배우는 것에 자신이 있었다”며 “사업 모델 요약(executive summary)과 창업자들의 이력 단 두 가지만 팠다”고 전했다. ‘당신이 이 비즈니스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가 그의 첫 번째 단골 질문이었다. 뛰어난 역량을 갖춘 사람들이 기존의 삶을 버리고 창업에 뛰어든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고 그곳에 해결할 문제와 기회 요인이 존재했다. 그는 ‘어떻게 제품이나 기술로 문제를 풀 것인가’에 이어 한 가지를 더 물었다. ‘이 제품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가치가 있는가.’ 샌델 CEO는 “이 질문이 중요한 첫 번째 이유는 이용자들이 이 제품에 얼마나 많은 돈을 지불할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 이유는 창업자들이 그 사업에 얼마나 리스크를 베팅할지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얼마나 많은 시간과 자본이 투입되는지는 그다음 문제라는 설명이다. 이후 2016년 CEO에 취임해 16~18VGE펀드를 연달아 출범시켰고 전체 AUM 규모를 80% 가까이 키웠다. 실리콘밸리는 올해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스타트업 생태계가 크게 위축되는 경험을 했다. 이를 두고 샌델 CEO는 “실리콘밸리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게임의 주제가 ‘최대한 빨리 성장하라’에서 ‘가지고 있는 돈의 한도에서 효과적으로 성장하라’로 바뀌었다”고 짚었다. 그는 “이전에는 수익 없이 성장하는 것으로 창업자들이 페널티를 받지 않았지만 금리 인상과 벤처펀딩 위축으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출혈 경쟁의 대표 주자였던 우버가 2분기 2009년 창업 이후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황일 때는 기업가치가 인플레이션되고 그렇지 않으면 투자 생태계가 위축되는 딜레마 간의 균형을 묻자 적정한 기업가치를 가진 성장주를 찾아낸다는 의미의 ‘GARP(Growth at a Reasonable Price) 전략’을 언급했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무한한 상승세’를 보이는 기업인 경우 당시의 기업가치 평가가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3~5배 성장이 아닌 50배·100배 이상의 성장을 이뤄줄 그런 기업이다. 하지만 동시에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율은 철저히 50대50으로 가져간다. 그는 “리스크가 큰 초기 단계에 50%를 투자하지만 이들 중 후기 시리즈까지 투자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오직 5~10%가량의 기업만 후기 단계까지 투자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과 기업을 눈여겨보고 있다. 그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유독 활기찬 성장 동력을 느낀다. 뛰어난 테크 분야 인재들이 많고 이제 인력들이 실리콘밸리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곳을 넘어 널리 퍼져 있다”며 “사업을 서울에서 시작하든 싱가포르나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든 빅테크로 키워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한국인 직원도 채용해 아시아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넓히고 있고 한국투자공사(KIC) 등 국내 기관과도 협업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샌델 CEO는 “특히 한국의 경우 삼성 같은 대기업과 우수한 인력, 좋은 학교 등이 혁신적인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혁신 생태계 구축에 좋은 요소를 갖춘 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
위기엔 중앙은행 역할 커질 수밖에 없다던 이창용의 세 번째 승부수 [조지원의 BOK리포트]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3.08.09 06:00:00지난달 2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의결한 ‘대출제도 개편’은 중요도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한은은 표면적으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확산)을 막기 위한 예금취급기관의 유동성 안전판(backstop) 역할 강화를 내세웠다. 그 유동성 공급 이면에는 충분한 정보 공유가 전제돼 있다.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수시 정보공유는 물론이고 은행이 가진 대출채권에 대한 상시적 정보공유 체제를 구축해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인 중앙은행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심산이다. 이는 이창용 한은 총재가 취임 후 던진 세 번째 승부수이기도 하다. 첫 번째가 지난해 7월과 10월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씩 올리는 ‘빅스텝’, 두 번째가 금융통화위원들의 최종금리 수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적 정책방향 제시)’다. 빅스텝은 고물가 등 대내외 여건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포워드 가이던스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총재 임기 중 손에 꼽힐 주요 행보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취임사에서 “경제여건이 어려워질수록 중앙은행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하는 등 한은의 역할 확대를 수시로 강조했다. 이번에도 이 총재는 ‘대출제도 개편’ 간담회에 직접 나와 “한은 입장에선 대단히 큰 변화”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지난 4월 미국 출장길에서 “한국에서 SVB(실리콘밸리은행) 사태가 발생하면 뱅크런 속도가 100배는 빠를 것”이라고 운을 띄워놓더니 지난 6월 창립 73주년 기념사에선 “상시적 대출제도 등 위기 감지 시 즉각 활용 가능한 정책수단 확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사전 예고까지 했다. 그는 당시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권이 없다는 이유로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라는 작심 발언까지 더했다. 새마을금고 아닌 SVB 디지털 뱅크런 막으려 도입 이번 한은의 대출제도 개편을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 먼저 짚어야 할 것은 여기서 말하는 대출은 개인이 은행 등에서 받는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개인은 한은과 거래할 수 없다. 한은이 금융기관에 하는 대출은 통화정책수단 중 하나로 평소 단기시장금리 변동성을 제어하거나 일시적인 결제 부족 자금을 지원해 지급 제도를 원활하게 하는 수단이다. 특히 금융위기 상황에서 자금을 공급해 시스템을 안정시키는 최종대부자 기능이 중요하다. 이번 대출제도 개편은 올해 3월 발생한 SVB 디지털 뱅크런을 계기로 도입된 만큼 위기 시 유동성 공급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하나 더 알아둬야 할 것은 한은은 손실 최소화 원칙 등에 따라 금융기관에 무담보 대출을 하지 않는다. 금융기관은 국고채·통안채 등 신용등급이 높고 유동화가 쉬운 담보를 제공해야만 한은으로부터 유동성을 지원받을 수 있다. 또 여기서 금융기관은 은행을 의미하기 때문에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지원은 ‘최종대부자 기능’을 규정하는 예외적 규정인 한은법 80조에 따라서만 가능하다. 지금까지 한은법 80조가 발동된 것은 1997년 이후 단 세 번뿐이다. 핵심은 디폴트 우려 있는 대출채권 담보 포함 다시 돌아와서 한은이 이번에 발표한 대출제도 개편은 세 가지 내용이다. ①은행에 대한 자금조정대출의 대출금리 인하와 적격담보 범위 상시 확대, 대출만기 연장 등 중앙은행 대출제도 접근성 제고 ②상호저축은행·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에 대한 한은법 80조 신속 지원 ③한은 대출 적격담보에 예금취급기관의 대출채권 추가 등이다. ①번은 이미 있던 제도에서 일부 완화 조치를 상시화하고 조금 더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고 ②번은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수시 정보공유를 토대로 금통위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점에서 이번 개편의 핵심은 ③번으로 볼 수 있다. ③번에서 예금취급기관이라고 했으나 엄밀하게 따지면 은행이고, 비은행 예금취급기관까지 포함할진 결정되지 않았다. 은행이 개인·기업 등에 돈을 빌려주고 확보한 대출채권은 저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을 지니고 있다. 국고채나 통안채, 심지어 우량 회사채 등 시장성 자산은 누가 보유하든 시장에선 같은 평가를 받기 때문에 유동화가 어렵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이 가진 우량 회사채 등도 은행과 마찬가지로 적격담보로 인정키로 한 것이다. 그러나 신용위험이 있는 비(非)시장성 자산을 담보로 받고 유동성을 지원한다는 것은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지나치게 신중한 한은에서는 그야말로 큰 결심이다. 뱅크런 위험 크지 않은데 굳이 대출채권까지 포함한 이유 사실 학계나 금융계에선 ①번에 이어 ②번까지만 잘 이뤄져도 우리나라에서 뱅크런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본다. 최근 새마을금고 뱅크런 위기도 은행들이 새마을금고중앙회가 가진 채권을 환매조건부채권(RP)으로 인수하는 방식을 통해 지원하기로 하면서 급격히 안정됐다. 그리고 은행들의 뒤엔 한은이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도 한은은 예금취급기관의 대출채권까지 담보로 받아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③번안을 과감하게 발표했다. 이는 은행과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이 보유한 시장성 증권이 충분해 자금조달 여력을 갖추고 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디지털화가 심화하면서 뱅크런이 상상도 할 수 없던 속도로 나타나자 새로운 대책이 필요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건 SVB 사태에서 얻은 교훈이다. SVB는 3월 9일 하루 만에 예금 420억 달러가 빠져나갔고 10일에도 1000억 달러 규모의 인출이 예상되자 미국 감독 당국이 다급히 폐쇄를 결정했다. 7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4218억 달러)의 3분의 1 정도가 이틀 만에 빠져나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그런 측면에선 이번 대책이 발표 시점상 새마을금고 뱅크런을 막기 위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SVB과 같은 디지털 뱅크런 방지가 주된 목적이다. 또 하나 문제는 예금취급기관들이 뱅크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보유 중인 증권을 시장에 투매하는 경우다. 지난달 우리나라에서도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자금 확보를 위해 채권을 대량 매도하는 과정에서 채권금리가 오르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우려된 바 있다. 예금취급기관들은 자산의 70~80%를 대출채권으로 보유 중인 만큼 한은이 이를 적격담보로 받아주면 필요한 유동성을 적기에 받아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혹시 모를 금융시장 불안도 방지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 일본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 대부분이 대출채권을 적격담보에 포함하고 있다는 점도 한은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배경이 됐다. 다만 현행 한은법 65조에 따라 금통위가 대출채권에 임시적격성을 부여하는 등 별도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법 개정까지도 필요한 사안이지만 한은은 현행법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다. 사실 법 개정 없이도 가능하다는 것은 그간 한은이 이렇게까지 나설 이유가 없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은행 입장에선 쓸모없는 대출채권 맡기고 채권은 재활용 그렇지만 대출채권을 적격담보로 받아 유동성을 공급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한은이 어떤 대출채권을 적격담보로 포함할지를 판단해야 한다. 차주마다 신용도가 다르고 대출 종류도 모두 다르다. 대출채권을 받더라도 어느 정도로 담보가치 인정비율(haircut ratio)을 적용할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최우량 신용등급인 차주라도 3억 원짜리 대출채권을 담보로 3억 원을 그대로 내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은행에선 보유 중인 대출채권 평가를 받으려면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한은과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인력도 새로 배치해야 한다. 한은도 대출채권의 담보 활용이 가능한지 법적 검토 등을 해야 한다. 신용등급에 따라 어느 정도로 담보가치를 매길지 연구도 필요하다. 이러한 절차를 거치면 실제 도입까진 1년 안팎 정도가 걸릴 수 있다고 했으나 다른 중앙은행 중에선 3년까지 걸린 사례도 있다. 이처럼 복잡한 과정을 거치더라도 은행 입장에선 수요가 있다는 것이 한은의 평가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선 뱅크런이 발생하면 가지고 있는 채권이 빠르게 소진되기 때문에 이왕이면 자산 대부분을 차지하면서도 쓸 곳이 없는 대출채권을 평소에 평가를 받아 놓고 있다가 위기 시 중앙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을 수 있다면 활용할 이유가 충분하다”며 “대출채권 대신 국고채 등 채권을 활용할 수 있다면 사실상 담보 효과가 넓어지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했다. 최종대부자 역할 확대할수록 정보 관여 깊어질 수밖에 이러한 대출제도 개편 방향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한은은 결과적으로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수시 정보(②번)와 은행의 대출채권 정보(③번)를 확보하게 된다. 금통위원들이 한은법 80조에 따라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에 대해 신속하게 유동성 지원을 결정하려면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금통위가 긴급여신을 결정한 이후 금융기관의 업무와 재산 상황을 조사·확인할 수 있는 것과는 별개로 여신 제공 전에 정보를 확보해두겠다는 것으로 새마을금고와 같은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상황을 더 깊게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이미 금융당국과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라고 자신했다. 한발 더 나아가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대출채권까지 적격담보에 포함하려면 더 많은 권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행보단 신용 위험이 높기 때문에 한은이 충분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도록 공동검사와 자료제출요구권에 관한 제도적 여건이 갖춰지면 그 이후에나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대출채권을 적격담보 범위에 넣을지 말지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한은이 뱅크런을 막기 위한 최종대부자 기능에 적극적일수록 개별 금융기관의 지급 능력이나 유동성 사정 등을 면밀히 살필 수밖에 없다. 다만 이같이 적극적인 행보와 관련해 한은은 대출 심사를 위해 정보를 확보해두는 차원이지 중앙은행의 역할과 기능을 전면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한은 관계자는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 빌리는 사람의 주머니 사정을 알아보지도 않고 돈을 빌려줄 수 없는 것처럼 중앙은행도 마찬가지로 자금을 지원하려면 은행 등 금융기관의 담보나 유동성 사정을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조지원의 BOK리포트’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Bank of Korea)을 중심으로 국내 경제·금융 전반의 소식을 전합니다. -
“고금리 충격 안끝났다” 무디스10개 銀 신용강등…다우 0.45%↓[데일리국제금융시장]
증권 해외증시 2023.08.09 05:57:30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인베스터스서비스가 지역은행 10곳에 대해 무더기로 신용등급을 강등하고 중국의 경제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뉴욕증시가 하락했다. 8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58.64포인트(-0.45%) 하락한 3만5314.49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19.06포인트(-0.42%) 내린 4499.38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10.07포인트(-0.9%) 하락한 1만3884.32에 장을 마감했다. 무디스는 전날 10곳의 미국 지역 은행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이 강등된 곳은 △커머스뱅크셰어 △BOK파이낸셜 △M&T뱅크 △올드내셔널뱅코프 △프로스페리티 뱅크셰어스 △애머릴로내셔널뱅코프 △웹스터파이낸셜 △풀턴 파이낸셜 △피내클파이낸셜파트너스 △어소시에이티드뱅코프다. 무디스는 이와 함께 BNY멜론을 비롯한 6곳의 금융기관에 대한 등급 평가 작업을 진행중이며, 별도 11곳은 전망을 부정적으로 수정했다고 밝혔다. WSJ는 “무디스의 이같은 조치는 미국의 은행업계가 지난 4월 실리콘밸리(SVB)은행 사태 이후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무디스는 이같은 결정에 대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계속되면서 은행시스템의 자금조달과 자본상태에 실질적인 영향이 계획되고 있다”며 “금리 인상에 따라 채권을 비롯한 은행 보유 자산의 가치를 떨어뜨려 상당한 수준의 미실현 손실을 안게 되고 투자자들이 이에 대해 우려하기 시작하면 주가 불안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또한 “다음 분기에 은행 예금액이 줄어들만한 시스템적 위험이 다분하다”며 “2024년 초반 경기침체로 인해 대출 수요가 줄고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결정에 지역은행은 물론 대형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체이스가 각각 2.1%, 0.6% 하락하는 등 은행주 전반이 하락했다. 은행 ETF인 SPDR S&P뱅크ETF과 SPDR S&P 지역은행 ETF는 각각 1.3% 하락했다. 인프라스트럭처캐피탈어드바이저스의 CEO인 제이 해트필드는 “은행은 신뢰가 필요하기 때문에 좋은 신용등급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지역 은행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줄어드는 것은 시장 자신감에 끔찍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경제가 계속 늪으로 빠지고 있다는 우려도 시장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지난 7월 중국 수출액은 20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4.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6월(-12.4%)보다 감소폭이 커졌다. 현재 추세로는 3분기 경기 반등은 물론 올해 목표인 ‘5% 내외 성장’ 목표 달성도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나온 6월 미국 무역적자는 전월 683억 달러에서 655억 달러로 4% 줄었다. 수입이 감소한 탓이다. 6월 수입은 전월대비 1% 감소한 2530억 달러를 기록혔다. 이는 2022년 3월 사상최고치와 비교하면 13% 감소한 수치다. 수출도 0.1% 줄어든 2475억 달러를 기록했다. 마켓워치는 “무역적자 감소는 국내총생산(GDP)에는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수입과 수출이 줄어든다는 것은 미국이나 세계경제가 약화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이에 미국채 수익률은 하락했다. 10년물 수익률은 6bp(1bp=0.01%포인트) 하락한 4.031%에 거래됐다. 정책 금리에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은 1.3bp 내린 4.758%를 기록했다. 수익률이 하락했다는 것은 경제 호황이 지속돼 고금리가 이어질 것이란 자신감이 다소 하락한 영향이다. BMO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인 융유 마는 “한동안 연준을 비롯한 세계 중앙은행의 긴축 영향이 상당 부분 실제 경제에서 드러났다는 믿음이 있었다”며 “시장은 이제 높은 금리의 영향이 미국과 세계 경제에 스며들려면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조금 더 깨닫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주요 가상자산은 은행불안의 여진이 이어지면서 상승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3.1% 상승한 2만9977달러 에 거래되면서 3만달러를 다시 눈앞에 두고 있다. 이더리움은 2.3% 오른 1861달러에 리플은 4% 오른 0.64 달러에 거래 중이다. 은행 불안은 전통적인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강조하면서 알고리즘에 기반하는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앞서 지난 4월 실리콘밸리 붕괴 당시에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가격이 상승했다. 앰버데이터의 파생상품 디렉터인 그레그 마가디니는 “비트코인이 은행 혼란의 수혜자임이 증명되면서 주식시장과 비트코인의 상관관계가 분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유가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하면서 상승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98센트(1.20%) 오른 배럴당 82.9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EIA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1.9%로 상향했다. 브렌트유 가격은 올해 하반기 평균 86달러로 예상해 이전보다 약 7달러가량 올렸다. 다만 올해 전 세계 원유 수요는 하루 176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보면서 기존 전망치를 유지했다. -
무디스, 美중소은행 10곳 무더기 신용강등… 대형은행에도 하향 경고
국제 경제·마켓 2023.08.08 16:37:19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7일(현지시간) 미국 중소은행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강등했다. 뿐만 아니라 BNY멜론, 스테이트스트리트, 트루이스트파이낸셜 등 주요 대형 은행들을 향해서도 전면적 검토를 거쳐 신용등급을 하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 등은 무디스가 이날 M&T뱅크, 피나클파이낸셜, 프로스페리티은행 등 중소은행 10곳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노던트러스트, 쿨런/프로스트뱅커스 등도 강등 여부에 대해 검토를 진행 중이다.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한 은행도 PNC파이낸셜, 캐피털원, 시티즌스파이낸셜, 피프스 서드 등 11곳에 이른다. 무디스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신용등급 조정을 검토하게 한 압박 요인으로 높은 자금조달 비용, 규제 자본 약화 가능성, 사무공간 수요 약화에 따른 상업용부동산(CRE) 대출 관련 리스크 증가 등을 꼽았다. 무디스는 “상당수 은행이 2분기 실적을 통해 수익성에 대한 압박이 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는 내부 자본창출 능력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금조달 비용 상승과 수익 지표하락이 손실의 첫 번째 완충장치인 수익성을 약화할 것“이라며 ”특히 중소형 은행의 자산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들어 실리콘밸리은행(SVB), 퍼스트리퍼블릭 등 미국 지역 은행들이 잇따라 파산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고조됐다. 이에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은행업계의 스트레스 징후가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여기에 고금리가 은행의 자산가치를 약화하고, 상업용 부동산 관련 대출의 만기 연장을 어렵게 해서 은행의 재정 능력을 약화할 우려도 제기됐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은행들에 대해 2분기 동안 신용 기준이 엄격해지고 기업과 소비자 모두의 대출 수요가 약해졌다고 평가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은행에 대한 대출 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美 아파트대출 부실 '경고음'…"5년내 1조弗 만기"
국제 경제·마켓 2023.08.08 15:43:13미국 부동산 투자 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취급되던 아파트가 부실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미국의 아파트 건물 가치는 전년 대비 14% 하락했다. 코로나19 기간 임대료 상승에 힘입어 투자자가 몰리면서 직전 1년간 25% 오른 것과 반대되는 분위기다. 아파트 가치 하락은 임대 수익률 하락이 반영된 결과다. 오피스와 상가용 부동산 부실 위험의 진원지는 공실률 증가다. 반면 아파트 임대 시장은 이자율이 문제가 됐다. 아파트 모기지의 약 80%는 고정금리 대출이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임대사업자들이 호황을 놓치지 않기 위해 보다 용이한 자금조달 방법을 찾으면서 단기 변동금리 대출이 급증했다. 이들이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의 직격탄을 맞았다. WSJ는 “대출이자는 두 배로 늘었지만 임대료 상승은 더디고 유지비는 높아지고 있다”며 “반면 임대 수익은 올리기 힘든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연체 가능성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고정금리 대출도 금리 급등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7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아파트 대출은 9807억 달러에 이른다. 블랙스톤 출신의 피터 소토로프는 “아파트 임대 시장은 수소폭탄과 같은 시나리오에 직면했다”며 “모두가 사무실 시장에 주목하지만 아파트야말로 이슈”라고 주의를 촉구했다. 변동금리 아파트 대출은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형태로 여러 금융기관에 팔리기 때문에 부실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의 여파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지역은행의 또 다른 위험 요인이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방주택대출은행(FHLB)의 은행 대상 대출 잔액은 880억 달러로 2021년 말 대비 150% 높다”며 “미국 지역은행들의 실적은 반등하고 있지만 실상은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상업용부동산(CRE) 대출 관련 리스크 증가 등을 이유로 M&T뱅크·피나클파이낸셜·프로스페리티은행 등 중소은행 10곳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고 밝혔다. PNC파이낸셜·캐피털원파이낸셜·시티즌스파이낸셜·피프스서드 등 11곳은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무디스는 신용 강등을 압박한 요인으로 금리 인상에 따른 높은 자금 조달 비용, 규제 자본 약화 가능성, 사무 공간 수요 약화에 따른 CRE 대출 관련 리스크 증가 등을 꼽았다. -
[마감 시황] 코스피, 美 신용등급 강등 여파에 큰 폭 하락…2610선도 '위태'
증권 국내증시 2023.08.02 16:27:54코스피가 2일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전날보다 2% 가까이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50.60포인트(1.90%) 내린 2616.47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장보다 15.54포인트(0.58%) 내린 2651.53에 개장한 뒤 점차 낙폭을 키우며 장중 최저 2611.77까지 밀리기도 했다. 종가 기준 이날의 코스피 하락 폭 규모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여파로 폭락했던 지난 3월 14일(61.63포인트)에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로 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6854억원, 856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개인은 769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권 종목들 대부분이 하락했다. 특히 시총 상위 10위권 내 모든 종목들의 주가가 내렸다. 삼성전자(005930)(-1.69%), SK하이닉스(000660)(-4.48%), POSCO홀딩스(005490)(-5.80%), 포스코퓨처엠(003670)(-4.52%) 등 최근 급등한 종목 위주로 상승 폭을 되돌렸다. 업종별로는 철강및금속(-3.75%), 운수장비(-2.67%), 의료정밀(-2.53%), 전기·전자(-2.28%), 제조업(-2.20%), 운수창고(-2.10%) 등 순으로 하락했으며, 종이·목재(3.14%), 비금속광물(2.02%), 보험(0.59%)만 올랐다.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29.91포인트(3.18%) 내린 909.76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8.50포인트(0.90%) 내린 931.17에 출발한 뒤 하락 폭이 확대되며 장중 최저점인 907.87까지 주저앉았다. 이날 코스닥지수 하락률은 이차전지주 동반 급락 사태(7월26일·-4.18%)와 SVB 사태(3월 14일·-3.91%)와 이후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268억원, 1998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5543억원 매수 우위였다. 시총 상위권에서는 에코프로비엠(247540)(-6.85%), 에코프로(086520)(-7.45%), 포스코DX(022100)(-5.44%) 등 이차전지주들 뿐 아니라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2.85%), JYP Ent.(035900)(-2.54%) 등 대부분 종목들이 하락했다. 이날 하루 동안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은 각각 15조7404억원, 11조6172억원으로 집계됐다. -
"美 고용·인플레 완화에 금리 '피크아웃'…달러가치 약화될 것"
국제 경제·마켓 2023.08.02 16:05:28“미국 경제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비록 우리가 원하는 속도는 아니더라도 고용시장과 인플레이션은 분명히 식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도 우려와 달리 재앙 같은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겁니다.” 월가 투자은행인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사진) 부회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창간 기념 인터뷰에서 “지금부터 1~2년 후 미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4.5% 쪽이 아니라 3.5% 또는 조금 더 낮아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내려간다는 것은 부동산부터 금융·테크 기업에 이르기까지 산업계의 금리 충격이 완화될 것이라는 의미다. 지난해 9월 미국 국채금리가 4% 이상으로 치솟을 당시 영국 연기금펀드가 파산 위기에 몰렸으며 올 3월에는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보유 국채를 처분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손실을 내 지역은행 전반으로 위기감이 확산되기도 했다. 구하 부회장은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발(發) 비관론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고 봤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경제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우선 그는 지난 1년 4개월에 걸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7월 0.25%포인트 인상을 끝으로 마무리됐다고 봤다. 6월 연준이 제시한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인 5.6%에 못 미치지만 주요 지표의 흐름을 고려하면 추가 인상은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구하 부회장의 진단이다. 그는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만 해도 시장 전망보다 더 둔화됐고 무엇보다 연준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서비스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눈에 띄었다”며 “제롬 파월 의장은 두 번째 인상이 필요한지 지켜보자는 입장인데 데이터가 지금대로라면 필요없다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하 부회장은 특히 현 시점에 미국 인플레이션의 주범으로 꼽히는 고용시장 수급 불균형이 개선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그는 “오늘 이 시점을 스냅샷으로 찍어 살펴보자”며 “고용시장은 여전히 너무 빡빡하지만 흐름을 살펴보면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거의 모든 고용지표가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비농업 부문 고용은 1월 51만 7000개나 급증했지만 6월에는 29만 9000개로 증가세가 완화됐다. 임금 상승세는 지난해 7월 전년 대비 5.4%였지만 올 6월에는 4.4%로 1%포인트가량 둔화됐다. 구하 부회장은 고용시장이 더 개선될 것이라는 데 대해 “확신할 수 있다”고 했다. 경제활동이 둔화하면서 인력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노동력 공급은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구하 부회장은 “아직 나타나지 않은 연준의 긴축 효과도 상당히 남아 있기 때문에 경제활동은 올 하반기를 넘어 내년까지 계속 줄어들 것”이라며 “반면 노동 공급 측면에서는 이민이 늘고 노동시장 참가율도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시점이다. 구하 부회장은 “연준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까지 고용시장이 균형을 찾으려면 이르면 6개월, 길게는 12개월은 더 걸릴 것”이라며 “연준이 그사이 고용 안정을 위해 금리를 더 올릴 수도 있지만 중요한 점은 연준이 납득할 만한 속도로 고용시장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전망대로라면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1년 안에 3.5%까지 내려오게 된다. 연준이 2% 인플레이션 목표에 부합한다고 밝힌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경기 침체는 없을까. 구하 부회장은 “그렇다”고 했다. 그는 “지난 1년여 동안의 인플레이션 여정을 정리하자면 적어도 극심한 경기 둔화 없이 디스인플레이션이라는 주요 구간까지 도달했다는 점”이라며 “아직 충분한 수준까지 내려온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완전한 경기 침체 없이 물가와 고용을 개선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긍적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가 원래부터 낙관론자였던 것은 아니다. 구하 부회장은 올 3월 SVB 사태가 터졌을 때만 해도 “내가 파월 의장이라면 일단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상황을 지켜보는 편을 선택할 것”이라며 신중론을 편 바 있다. 그는 “당시 미국이 심각한 경기 침체는 아니더라도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아주 높아 보였다”며 “이후로 경착륙을 피하는 형태의 결말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현재는 가벼운 경기 침체와 연착륙 가능성이 각각 거의 비슷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금리 인상의 효과가 부문별로 시차를 달리해 나타나기 때문이다. 구하 부회장은 이를 ‘부문별 순차 침체(sectoral rolling recession)’라고 표현했다. 그는 “팬데믹 충격이 경제의 각 부문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다른 시간대에 걸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경기 흐름도 부문별로 다르게 진행되는 것”이라며 “미국 경제를 주택 등 각 부문으로 보면 침체기를 겪지만 동시에 경제 전체는 침체되지 않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어떤 부문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구하 부회장은 “주택 부문은 이미 가파른 하락세에서 벗어나 회복되고 있고 다음 순서인 제조업은 아직 바닥에 도달하지 않은 상태”라며 “하반기에는 소비자들의 초과 저축이 소진되고 금리 인상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서비스 부문의 수요가 둔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시점에는 이미 제조업과 주택 부문이 회복세를 보일 확률이 높다”며 “이에 따라 유례 없는 긴축에도 불구하고 경제 전체로 보면 연착륙 또는 가벼운 침체 중 하나가 될 확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도 긍정적 상황이라고 그는 평가했다. 구하 부회장은 “미국이 심각한 침체를 겪지 않고도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는 좋은 상황이라는 것은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가 성장 동력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고무적”이라며 “미국의 연착륙이든 경미한 침체든 모두 세계 경제에는 나쁘지 않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달러 역시 지난해의 강달러 충격이 재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구하 부회장의 전망이다. 그는 “미국 경제 성장이 플러스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빠르지는 않겠지만 달러가 약화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며 “다만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이 고착되고 일본이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에 변화를 준다면 달러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구하 부회장은 “전반적인 경제 흐름은 우려하는 것보다 확실히 고무적이지만 지금은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독특한 경기 사이클을 지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투자자들과 정책 당국자들은 어느 때보다 경제 상황과 전망 앞에서 겸손해야(humble) 하고 또 변화의 신호에 민첩하게(nimble) 대응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케임브리지대와 하버드 케네디스쿨을 나온 구하 부회장은 영국 경제 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에서 워싱턴DC 지부장 등 언론인으로 활동하다 2010년부터 3년간 뉴욕연방준비은행 부총재를 지냈다. 이후 2013년 9월부터 월가 투자은행인 에버코어의 증권 부문 자회사 에버코어ISI 부회장으로 재직해왔다. 그는 에버코어ISI에서 중앙은행과 글로벌정책 전략팀도 이끌고 있다. ◇약력 △케임브리지대 △하버드 케네디스쿨 △FT 글로벌 경제 및 경제정책 편집위원 △세계경제포럼 글로벌자문위원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회원 △뉴욕연준 부총재 △현 에버코어ISI 부회장 -
회사채·대출채권 맡겨도 자금지원…'새마을금고 뱅크런' 막는다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3.07.27 17:46:25그동안 관문이 좁고 문턱이 높아 거의 활용되지 않았던 한국은행의 발권력 지원이 1998년 이후 24년 만에 대폭 완화된다. 한은이 앞으로 은행이 지방채, 우량 회사채 등을 담보로 맡겨도 언제든 유동성을 제공하기로 했을 뿐만 아니라 금융통화위원회 의결만 거친다면 비은행 예금 취급 기관에 대해서도 똑같이 지원하기로 했다. 한발 더 나아가 은행의 대출 채권까지도 적격 담보로 받아줄 방침이다. 보수적인 한은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감수하면서도 대대적인 대출제도 개편에 나선 것은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 사태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신용등급 변동 가능성이 있는 회사채는 물론이고 채무불이행 위험이 있는 대출 채권까지 담보로 발권력을 제공하기로 하면서 최종 대부자의 활동 반경을 넓힌 것은 그간 한은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큰 변화다. 한은 금통위는 27일 이 같은 방안을 담은 대출제도 개편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현행 대출제도는 주요국보다 담보 증권 범위가 좁아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대처하기 어려운 만큼 한은법 테두리 안에서 시행 가능한 대책부터 마련한 것이다. 이날 이창용(사진) 한은 총재는 “SVB 사태를 계기로 부각된 디지털 뱅크런 가능성에 대비해 예금 취급 기관의 안전판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출제도를 개편하게 됐다”며 “앞으로 정부 및 감독 당국과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대출제도를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한은은 먼저 은행에 대해 상시 대출제도인 자금조정대출 적용 금리를 기준금리+1%포인트에서 기준금리+0.50%포인트로 하향 조정하고 최장 3개월 범위 안에서 연장할 수 있도록 대출 만기를 늘렸다. 특히 대출 적격 담보 범위를 3개월마다 한시적으로 포함해왔던 은행채, 9개 공공기관 발행채권에 더해 기타 공공기관 발행 채권, 지방채, 신용등급 AA- 이상 우량 회사채까지 확대한 뒤 이를 상시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은행들은 일시적 유동성 부족 상황에 직면했을 때 비공개로 한은에 다양한 담보를 맡기고 발권력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한은법상 은행과 같은 상시적인 대출제도로 지원하기 어려운 상호저축은행·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예금 취급 기관에 대해서도 한은법 80조에 따라 금통위가 유동성 지원 여부를 검토해 신속하게 결정하기로 했다. 비은행 취급 기관도 은행과 동일하게 회사채 등을 담보로 맡기고 유동성을 지원받을 수 있다. 다만 금통위가 지원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감독 당국과 한은이 수시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이로써 은행과 비은행이 한은으로부터 조달할 수 있는 유동성 규모는 각각 90조 원, 100조 원 등 19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마지막으로 한은의 대출 적격 담보에 예금 취급 기관의 대출 채권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은행은 현행법상 법적·실무적 검토와 제도 개선, 전산 시스템 구축 등 약 1년의 준비 기간을 거친 뒤 금통위 의결 이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비은행 예금 취급 기관은 한은이 충분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도록 공동 검사와 자료제출요구권에 관한 제도적 여건이 갖춰진 후에나 검토하기로 했다. 한은은 이번 제도 개선으로 금융의 디지털화로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날 수 있는 뱅크런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예금 취급 기관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보유 증권을 시장에 투매할 경우 나타날 시장 불안도 방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정부나 금융 당국의 협조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한계도 있다.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1998년 한은법 개정 이후 위기가 있을 때마다 담보 범위를 한시적으로 확대했는데 이번에는 범위를 더 늘리고 상시화한다는 측면에서 큰 변화”라며 “정부도 한은과 협의하면서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
한은, 우량 회사채·대출채권도 담보로…유동성 공급 강화해 뱅크런 막는다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3.07.27 10:29:49한국은행이 대규모 예금인출 확산(뱅크런)을 막기 위해 은행이 보유한 우량 회사채까지 담보로 받고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에 대해서도 한국은행법 80조에 따라 유동성 지원 여부를 신속 결정하기로 하고, 은행이 보유한 대출채권까지 담보로 받는 등 대대적인 유동성 공급 방안을 내놓았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회의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를 계기로 부각된 대규모 예금인출 확산에 대비해 예금취급기관의 유동성 안전판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출제도의 개편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현행은 주요국보다 담보증권 범위가 좁아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먼저 한은은 은행에 대해서 상시 대출제도의 자금조정대출 적용금리를 하향 조정하고 적격담보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기준금리에 1%포인트를 더한 기존 대출금리를 0.50%포인트로 낮췄다. 적격담보범위엔 기존 적격담보에 은행채 및 지방채, 기타 공공기관 발행채, 우량 회사채까지 포함하기로 했다. 대출만기도 최대 1개월에서 최대 3개월로 확대했다. 상호저축은행, 신협, 농협, 수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에 대해서는 현행 한은법상 제약으로 은행과 동일한 상시 대출제도가 어렵다. 이에 따라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자금 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경우 최종대부자 역할을 규정한 한은법 80조에 근거해 해당 기관의 중앙회에 대한 유동성 지원 여부를 신속 결정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향후 한은의 대출적격담보에 예금취급기관의 대출채권을 추가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은행에 대해 적격담보 범위를 대출채권으로 확대하는 것과 관련해 법적·실무적 이슈를 검토하고 관련 제도 개선, 전산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1년 안팎의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쳐 금통위 의결 후 시행할 예정이다.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에 대해서는 향후 해당 기관에 대해 한은이 충분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도록 공동검사, 자료제출요구권 등 제도적 여건을 갖춘 이후 이를 포함할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
파월 “연준 더 이상 침체 예상 안 해”
증권 해외증시 2023.07.27 08:26:22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실무진들도 더 이상 경기침체를 예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의 완만한 침체 예측을 뒤집은 것이다. 파월 의장은 26일(현지 시간) 이틀 간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파월은 “직원(staff)들이 올해 후반 눈에 띄는 경기성장 둔화를 생각하고 있지만 이들은 최근 경제의 회복성을 고려해 더 이상 침체를 예측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파월 의장은 길이 좁지만 소프트랜딩(soft landing)의 길이 있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왔으나 연준 실무진들은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영업정지 사태 이후 올해 하반기 완만한 경기침체를 예상해왔다. 미국의 노동시장이 여전히 타이트한 상황에서 실무진조차 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보는 만큼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은 더 떨어졌다. 다만, 침체가 없다는 것은 경기가 그만큼 상대적으로 견고하다는 말로 인플레이션이 지속할 확률도 남아 있다.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할 위험이 경기침체 리스크보다 크다”고 설명했다. 이날 연준은 기준금리를 기존 연 5.00~5.25%에서 0.25%포인트(p) 인상한 5.25~5.50%로 조정했다. 파월 의장은 9월의 경우 기준금리를 유지할 수도, 올릴 수도 있다며 ‘매파적 동결’의 입장을 취했다. -
캘리포니아은행, 팩웨스트 합병…은행 부실 여진
국제 경제·마켓 2023.07.26 15:43:48실리콘밸리은행(SVB) 폐쇄 사태 이후 예금 인출에 시달렸던 팩웨스트 뱅코프가 더 작은 규모의 지역은행인 뱅크오브캘리포니아에 흡수 합병된다. 은행 불안의 여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25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은행과 팩웨스트는 합병을 통해 자산 360억 달러 규모의 통합 은행을 설립한다. JP모건체이스가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인수하던 경우와 달리 연방 정부 기관이 관여하지 않는 민간 차원의 거래다. 글로벌 사모펀드 워버그 핀커스와 센터브리지가 새로 발행되는 주식에 총 4억 달러를 투자해 합병 기업의 지분 약 19%를 확보할 계획이다. WSJ는 “이번 인수합병(M&A)의 규모는 총 10억 달러로 크지 않지만 지난 3월 혼란을 겪은 은행 업계의 주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캘리포니아 은행이 팩웨스트를 흡수하는 형태다. 통합 은행명은 캘리포니아 은행이며 최고경영자(CEO)도 현재 캘리포니아 은행의 CEO인 재러드 울프가 맡는다. 3월 말 기준 팩웨스트는 자산이 440억 달러로 캘리포니아은행(100억 달러)의 4배 이상이었지만 SVB사태로 예금 유출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결국 소규모 은행에 합병됐다. 거래가 완료된 후 합병된 회사는 총 대출금 253억 달러, 총 예금 305억 달러에 캘리포니아에 70개 이상의 지점을 보유하게 된다. 뉴욕타임스는 “통합 법인의 총 예금은 팩웨스트가 연초에 보유했던 예금액 340억 달러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라며 “팩웨스트가 얼마나 약해졌는지 보여주는 지표”라고 말했다. 한편 재닛 옐런 미 재무 장관은 지난 5월 일련의 은행 도산 이후 중견 은행간 추가 합병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
韓은행 충당금 비율 美 3분의 1 수준…당국 '도미노 부실' 막을 방어막 설치
경제·금융 금융정책 2023.07.25 17:43:33금융 당국이 최근 은행 대손충당금 적립 지침을 개정한 것은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가계대출 및 기업대출이 부실화하고 연체가 급증할 가능성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례적으로 수년간 지속된 저금리 기조와 정부의 코로나19 금융 지원으로 가려진 부실이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는 만큼 과거 실적에 비춰 앞으로의 부실 수준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고 당국은 보고 있다. 은행이 관례적으로 써온 충당금 산식을 바꾸지 않으면 은행의 건전성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의 연체율은 올 들어 매달 오름세를 보였다. 6월의 경우 평균 연체율이 0.29%로 전월 대비 0.04%포인트 낮아지기는 했지만 이 기간 시중은행이 대규모로 부실채권을 상각하거나 매각한 영향이 컸다. 시중은행이 2분기 상·매각한 부실채권은 전 분기보다 58% 증가한 1조 3560억 원에 달했다. 불어난 부실을 장부에서 서둘러 지운 덕분에 매달 치솟는 연체율 상승세를 꺾을 수 있었던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체율의 절대 수준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지표가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코로나19 때부터 경기 하강 국면에도 상환 유예 등 정부가 금융 지원 조치를 쏟아낸 덕에 은행 건전성은 외견상 나아지는 듯 보였지만 앞으로가 문제”라고 우려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손충당금 적립 지침 개정안에 따라 은행은 충당금을 산정할 때 그간 기준으로 삼던 ‘경험 부도율(Probability of Default·PD)’뿐만 아니라 보다 보수적인 ‘대표 PD’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대표 PD는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산정 시 활용하는 ‘규제 목적 PD’에 연동된 지표다. 은행권은 통상 규제 목적 PD 값이 경험 PD 값보다 많게는 2배가량 높다고 본다. 은행 입장에서는 그만큼 충당금을 더 적립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특히 경험 PD와 달리 규제 목적 PD는 당국의 깐깐한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들의 예상 손실 평가 모형은 저금리 상황이었던 과거 10여 년 동안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축된 것이라 현 시점에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는 게 당국의 기본 입장이고 은행권 역시 전반적으로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이 개정 지침을 마련한 데는 주요국에 견줘 우리나라 은행들의 위기 대응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작용했다. 실제 유럽은행감독청(EBA)에 따르면 소관 은행 중 규제 목적 PD 이상의 부도율을 기준으로 충당금을 쌓은 은행의 비중은 2020년 말 기준 68%에 달한다. 유럽 은행의 상당수가 당국의 보수적 기준보다도 높게 부도율을 설정해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 은행이 잣대로 삼아온 경험 PD 값이 규제 목적 PD 값에 견줘 심한 경우 절반에 불과한 점과 대조된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한 차례 홍역을 겪은 미국 은행들의 위기 대응 태세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은 부실채권을 포함한 전체 여신에 견줘 충당금 적립 규모(총여신 대비 커버리지 비율)를 관리하는데 미국 은행의 경우 이 비율이 지난해 12월 기준 1.49%다. 반면 같은 시점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평균 총여신 대비 커버리지 비율은 0.49%로 미국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충당금 산정 개편 논의에 관여한 한 인사는 “미국은 부실채권뿐 아니라 모든 대출을 잠재적 위험군으로 올려놓고 관리하고 있다”면서 “전체 여신 규모가 늘고 있는데 경기가 더 악화하면 이와 맞물려 부실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국내 은행의 대응 역량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 감독 당국은 미국에 비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을 통해 대출 관련 규제를 깐깐히 하고 있다”면서 “국내 은행과 미국 은행 간 위험 상품을 취급하는 비중이 다른 만큼 총여신 대비 커버리지 비율만으로 대응 수준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처럼 은행권 외곽에서 ‘충당금을 더 늘리라’고 주문하던 당국의 감시 수위가 부쩍 높아지면서 은행권의 충당금 적립 규모는 더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실적을 발표한 KB국민은행은 올해 2분기 신용 손실 충당금 전입액으로 3769억 원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분기(1830억 원)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
[투자의 창] 하반기 자산시장의 변수들
증권 증권일반 2023.07.25 17:38:06상반기 자산 시장의 주요 전환점은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와 5월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의 급등이었다. SVB 파산 사태를 계기로 통화량이 다시 늘어나는 등 두 사건 모두 미국 자산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하반기 최대 호재는 안정적 소비와 고용 상황이지만 향후 전망은 나뉜다. 미국의 경우 물가의 재상승 가능성이 남아 있어 기준금리 인상의 종료 시점은 아직 알 수 없다.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의도하고 있는 경기 침체가 발생하면 생산과 소비가 위축돼 기업 실적과 주요 자산군의 수익률이 악화된다. 미국의 주요 경기 지표인 소비와 산업 생산, 주택 및 노동 시장 관련 데이터는 아직은 높지 않은 경기 침체 위험을 시사한다. 다만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어 올해 경기 침체가 오지 않더라도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시장의 바람은 경기 침체가 와도 실질 성장과 고용에 별 영향을 주지 않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둔화가 인플레이션 하락에 따른 결과에 그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2년 물가상승률이 치솟아 기업 매출은 늘었지만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다. 제조업의 경우 가격 인상이 어려워졌고 인건비 등 원가는 상승해 결국 고용 감축을 선택하게 된다. 이러한 상호작용으로 하반기 소비가 계속 약해지면 결국 실질 성장과 고용에 악영향을 주는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 올해 가장 큰 실망을 주고 있는 중국은 여전히 추가 부양책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정책금리를 소폭 인하하고 전기차 구매 시 세금 감면 혜택을 2027년까지 연장했다. 향후 부양책은 건설업이 아닌 소비자 중심의 온건하고 목적성을 띤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중국 증시에 주는 긍정적 영향이 작고 전 세계 원자재 가격의 강세도 제한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은 여전히 물가가 높아 유럽중앙은행(ECB)의 긴축도 당분간 이어진다. 반면 일본은 하반기에는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에는 비둘기파적 입장을 유지했지만 장·단기 금리 곡선 통제정책을 완화하거나 포기하고 국채 금리가 상한선 이상으로 상승하도록 하는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정책 변화는 금리 인상과 엔화 강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 달러화는 유럽중앙은행과 일본은행의 정책 기조가 지속되면 향후 더 약세를 보일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국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그러나 미국의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 달러 가치가 다시 상승할 수 있고 신흥국 자산의 수익률이 저조해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달러 약세는 반갑지만 기간은 짧을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경기 침체 가능성은 낮지만 12개월 내 발생 확률은 여전히 높고 이 경우 자산 가격의 하락과 달러 강세로 신흥국 투자자들의 피해는 더 클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높은 금리와 우호적 투자 환경을 누리면서도 자산 배분을 통해 경기 침체 위험을 회피할 방안을 미리 모색해야 한다. -
美연준, 페드나우 출시…‘가상자산과 충돌 위험’
블록체인 블록체인 2023.07.21 11:06:27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실시간 총액결제(RTGS) 시스템인 페드나우(FedNow)를 출시했다. 20일(현지 시간)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연준은 1년 내내 신속하게 자금을 이체할 수 있는 페드나우를 출시했다. RTGS는 거래 즉시 사용자 계좌에서 금액이 차감되며 바로 상대방 계좌에 입금되는 방식이다. 연준은 현금 이체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고자 지난 2019년부터 페드나우 출시를 준비해 왔다. 당초 연준은 페드와이어(FedWire)를 운영했지만 이 시스템은 주로 기업의 대규모 결제가 대상이고 업무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페드나우는 은행 등 전통 예금 기관이 영업하지 않는 날에도 소비자가 즉시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결제 수수료도 5분의 1 수준이다. 35개 은행과 신용조합이 페드나우를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페드나우는 금융 기관의 빠른 자금 유출을 촉발해 뱅크런 위험이 있다. 이에 실리콘밸리은행(SVB)을 비롯해 올해 초 미국을 뒤흔든 각종 금융 문제의 재발을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는 현재 미국 규제 당국이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 엄격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시점에 시장 간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또 일각에서는 페드나우가 디지털 달러를 발행하기 위한 사전 단계라는 추측도 제기된다. -
예금금리 상승에 美 지역은행 마진 타격
국제 국제일반 2023.07.18 16:05:49미국 은행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되면서 지역 중소은행을 둘러싼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예금이 대규모로 유출된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금금리도 덩달아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소은행은 대형은행과 달리 예금 의존도가 커 타격이 막대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 시간) “일부 대형 은행의 순이익이 급증하며 올 초 불거진 은행 위기가 잊힐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이번 주부터 지역은행들의 2분기 실적 보고가 나오면서 이들이 다시 주목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14일 실적을 발표한 4개 은행(JP모건체이스·웰스파고·씨티그룹·스테이트스트리트)의 전체 예금이 직전 분기 대비 1% 감소한 데다 예금금리는 같은 기간 평균 20% 상승했다. 하지만 대형은행은 고금리 신용카드 대출 등 수입원이 다양해 적정 예대금리(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 마진을 남길 수 있었다. 이에 힘입어 JP모건체이스와 웰스파고는 2분기 순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7%, 57%나 급증했다. 반면 보스턴을 기반으로 한 지역은행인 스테이트스트리트는 순이익이 같은 기간 2.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WSJ는 “지역은행과 변동성이 큰 상업 예금에 의존하는 은행들은 대형은행과 달리 완충 장치가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수입의 상당 부분을 고객 예금에 의존해 예금 유출 및 높은 예금 비용에 취약하다는 설명이다. 스테이트스트리트도 2분기 무이자 예금이 직전 분기보다 20% 이상 급감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역은행들의 정확한 상황은 실적 발표가 이어지며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시간 주요 뉴스
영상 뉴스
서경스페셜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