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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와 가치평가 [로터리]
증권 국내증시 2025.10.14 18:40:36지난 25여 년간 인수합병(M&A) 자문 업무를 하며 주로 가치평가(valuation) 분야에서 활동해왔다. 그 과정에서 국내 최초로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의 가치평가 전문가로 지명된 것은 개인적인 영광이었고 국제회계기준 도입 과정에서 혼란이 컸던 사업결합의 공정가치 평가 정착에 기여한 것은 큰 보람이었다. 가치평가 자문을 하면서 특정 고객의 입장에서 협의된 가정하에 평가를 수행하는 업무에 비해 객관적인 평가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 경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분쟁 중인 당사자 사이에서 중립적 입장을 유지하며 합리적인 결과를 제시하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가치평가의 석학’으로 불리는 미국의 애스워스 다모다란 교수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가치평가는 정밀한 가치를 찾는 객관적인 과정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것이 인상 깊었고 공감도 됐다. 기업의 상태가 시점이나 계절마다 다르고 매출과 이익의 지속성이나 성장성에 대해서는 각 사람의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결과를 도출하기 어렵다는 것이 가치평가의 본질적 한계다. M&A 시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주고 인수한 사례를 자주 보게 된다. 과도한 인수 경쟁, 미래 사업이나 시너지 창출에 대한 과신, 불확실한 변수에 대한 부족한 고려 등이 주요 원인이었다. 때로는 오너의 과욕과 독단적 결정이 독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실패 사례들은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가치평가 과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가치평가 결과 도출 과정에서는 상황에 따른 조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상장기업 대비 유동성이 없는 비(非)상장법인의 주주가치는 할인하고 경영권을 가진 대주주에 비해 경영권이 없는 소수주주의 가치도 할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은 경영 의사 결정권의 가치로, 주로 경영권 없이 거래되는 주식시장에서의 소액주주 거래와 경영권이 수반되는 M&A 거래 금액을 비교해 추정한다. 과거 연구에서는 그 범위를 평균 약 30% 내외로 추정했으며 PwC 분석에 따르면 전략과 사업 계획에 대한 영향력, 이사 선출 권한, 투자·배당에 대한 의사 결정 권한 등이 경영권 프리미엄 크기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개정된 상법에 따른 이사의 주주 충실 원칙 도입이나 논의 중인 M&A 시 잔여 지분에 대한 의무 공개매수 등을 고려할 때 경영권 프리미엄 수준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시장 거래 분석을 통해 합리적인 적용 수준이 재검토돼야 할 것이다. 금융상품이 다양해지면서 파생상품 평가 수요도 증가했다. 대표적인 파생상품인 옵션(option)은 예를 들면 지금 주식을 사는 대신 1년 후 지금 가격 혹은 10% 높은 가격에 매수할 권리를 주는 것이다. 옵션의 가치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성급한 결정보다 충분한 정보 확인 후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권리의 가치를 의미한다. 이는 금융뿐 아니라 경영과 일상에서도 중요한 통찰을 준다. 속도감 있는 추진력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기다림의 인내가 새로운 환경과 기회를 창출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인적 자산, 무형 자산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 기여에 대한 측정과 공시가 새로운 관심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의 측정은 다양한 방법론들이 개발돼왔으며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함께 측정 체계가 고도화되고 있다. 이처럼 가치평가의 분야는 다양하고 개척해야 할 영역이 많다. 앞으로도 더 많은 전문가들이 가치평가를 통해 국내 자본시장 발전에 공헌하기를 기대한다. -
시민단체들 '배임죄 폐지' 우려…"재벌 사익편취 통제 약화"
사회 사회일반 2025.10.14 16:53:38정부와 여당이 형법상 배임죄 폐지를 추진하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경제질서가 훼손될 수 있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14일 ‘배임죄 폐지의 문제점 진단과 대안 모색’을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배임죄는 재벌총수의 사익편취를 억지하는 제도로서 필요하다”며 폐지 방침에 우려를 드러냈다. 형법과 상법 등에 규정된 배임죄는 회사에 속한 자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얻거나 제3자에게 얻게 해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경우 성립하는 범죄다. 재계에서는 적용 대상이 넓고 요건이 추상적이어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당정은 배임죄를 전면 폐지하고 대체 입법을 논의 중이다.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은 이날 “배임죄가 횡령이나 사기 등으로 규율되지 않는 경제범죄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해왔다”며 “주주충실 의무 도입만으로는 역할을 대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연성 경실련 재벌개혁위원회 위원장은 “배임죄를 폐지하면 재벌에 대한 통제 장치의 약화, 정보 비대칭 심화 등 문제가 심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체 입법의 실효성이 불확실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참가자들은 내부자 범죄나 증거 확보가 어려운 사안에 대해 민사 소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경수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은 “배임죄 폐지에 앞서 재벌의 사익추구를 제도적으로 방지하는 최소한의 제도가 필요하다”며 “기업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개선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배임죄 완전 폐지는 찬성하지 않는다”며 “재벌 기업집단 내에서 발생하는 사익편취 등을 처벌하는 데 상당히 유용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한화운용, 'PLUS 자사주매입고배당주 ETF' 순자산 1000억 원 돌파
증권 정책 2025.10.13 10:14:37한화자산운용은 ‘PLUS 자사주매입고배당주’ 상장지수펀드(ETF)의 순자산총액이 상장 3주 만에 1000억 원을 돌파했다고 13일 밝혔다. ‘PLUS 자사주매입고배당주’는 코스피 상장 우량 기업 중 예상 배당수익률과 최근 1년 자사주 매입률을 합산한 ‘총주주환원율’ 상위 30개 기업에 분산투자한다. 주요 투자종목은 △고려아연 △신한지주 △미스토홀딩스 △현대차 △우리금융지주 △기아 △KT&G △하나금융지주 △기업은행 △메리츠금융지주 등이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은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을 높이는 가장 직접적인 주주가치 제고 수단으로 평가된다. 해당 상품은 상장 첫날 개인투자자 자금이 326억 원 유입되며 올해 상장한 ETF 중 상장 첫날 가장 많은 개인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꾸준한 관심 속에 자금이 유입되며 빠른 성장을 이뤄냈다. 이러한 흥행의 배경에는 정부가 추진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상법 개정안 논의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검토 등 주주환원 기업에 우호적인 시장 환경이 조성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졌다. ‘PLUS 자사주매입고배당주’는 연 4%대 분배금 추구하는 월중 배당으로 이날까지 매수하면 첫 분배금을 지급 받을 수 있다. 또한 ‘PLUS고배당주'에 동시에 투자하면 월 2회의 배당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의 극대화를 기대할 수 있단 설명이다. 금정섭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주주환원을 꾸준히 할 수 있는 기업은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주주와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기업”이라며 “이러한 기업들은 투자자들에게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기 때문에 실제로 장기투자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
[사설] 경제 불안에 ‘환율 복병’까지, 더 팍팍해져가는 민생
오피니언 사설 2025.10.11 00:05:00한미 관세 협상 장기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원·달러 환율이 5개월 만에 1420원을 돌파하며 한국 경제를 뒤흔들 복병으로 떠올랐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직전 거래일보다 21.0원 상승한 1421.0원에 마감했다. 장중 1424.5원까지 올라 탄핵 정국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됐던 5월 2일 이후 5개월 만에 최고 수준까지 뛰었다.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의 재정위기 부각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데다 차기 일본 총리로 거론되는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아베노믹스를 계승할 것이라는 전망에 엔화가 약세를 나타낸 것도 영향을 미쳤다. 환율은 국가의 위상과 신뢰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원화 가치가 다시 탄핵 정국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한국 경제가 직면한 위기가 어느 정도인지 그대로 보여준다. 현재 우리 경제를 짓누르는 가장 큰 이슈인 한미 관세 협상은 7월 말 타결 이후 세부 협상이 3개월째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안 등 기업을 옥죄는 법안들이 잇따라 입법되면서 정책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화 가치 하락세가 장기화된다면 수출에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내수에는 독이다. 우선 원자재·에너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생산 비용이 급증하고 가계 실질 소득이 줄어 소비 위축이 불가피하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2%대로 올라서는 등 물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수입 물가 상승까지 지속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속화할 수 있다.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투자가의 급격한 이탈도 우려된다. 이날 코스피가 3610.60으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글로벌 자금이 언제 갑자기 빠져나가 증시에 찬물을 끼얹을지 알 수 없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에 대한 시그널을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환율은 시장 자율에 맡기되 급격한 쏠림에는 기술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외화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을 서두르고 정교한 관세 협상으로 대외 불확실성도 줄여야 할 것이다. 경기 대응은 ‘소비쿠폰’ 같은 단기 부양책보다 펀더멘털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 경제는 믿을 만하다”는 인식을 대외에 분명하게 심을 수 있다. -
LH 토지보상금 집행 규모 3년새 1/9토막→1조원대로 감소
부동산 부동산일반 2025.10.10 14:32:31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익사업을 위해 토지를 취득하면서 토지주들에게 지급하는 토지보상금 규모가 최근 3년 사이 9조 원대에서 1조 원대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LH가 집행한 토지보상금은 2022년 116개 지구 대상 9조2314억 원이었지만 2023년 84개 지구·5조 8844억 원, 2024년 61개 지구·2조 7551억 원으로 줄었다. 올해에는 8월 말 기준으로 47개 지구·1조 1093억원에 그쳤다. LH가 지급하는 토지보상금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에 따라 공익사업 수행을 위해 필요한 토지를 협의 또는 수용으로 취득할 때 토지 소유자에게 정당한 손실을 보상하는 제도다. 2곳 이상의 감정평가법인이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지가변동률과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해 산정한 금액의 평균으로 보상금액을 결정한다. 공사 착수 전 전액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토지보상금은 LH가 신규택지를 확보하고 주택 공급사업을 추진하는 역량과 직결되는 요소여서 보상금 감소는 신규 사업 착수와 공공주택 공급이 전반적으로 위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LH의 공공주택 사업승인 물량은 2022년 2만 2622가구에서 2024년 10만 5501가구로 늘었지만 착공은 같은 기간 1만 8431가구에서 5만127가구로, 준공은 6만3131가구에서 2만 6718가구로 감소했다. 반면 LH의 부채는 증가 추세다. 2022년 146조 6172억 원을 기록한 LH의 부채는 2023년 152조 8473억 원, 2024년 160조 1055억원, 올해에는 6월 기준 165조 206억 원까지 늘었다. 부채비율도 2022년 219%에서 올해 222%로 높아졌다. 김정재 의원은 "토지보상금 감소는 신규 사업 착수 자체가 위축됐다는 방증"이라며 "LH가 조성한 택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직접 시행하겠다고 하지만, 이미 160조원을 넘는 부채와 재정 압박 속에서 토지수용부터 건설까지 모두 떠안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져 실질적 공급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사설] ‘관세 도미노’ 현실로…‘수출 성장 전략’ 전면 재설계해야
오피니언 사설 2025.10.10 00:05:00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이 수입산 철강에 대한 관세장벽을 대폭 높이면서 미국발(發) ‘관세 도미노’가 현실이 됐다. EU 집행위원회는 7일 수입 철강 제품에 대한 무관세 쿼터 총량을 지난해의 약 절반으로 줄이고 쿼터 초과분에 부과하는 관세율을 25%에서 50%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개별 쿼터 협상을 벌여야 하지만 미국에 이어 한국의 최대 철강 수출 시장인 EU까지 수입 관문을 좁히면서 한국 철강 수출이 입을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여기에 미국 관세전쟁의 핵심 타깃인 중국은 9일 희토류 관련 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더욱 확대하며 ‘자원 무기화’의 고삐를 한층 강하게 조이고 있다. 대외 환경이 급변하면서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는 중대한 위기에 직면했다. 한미 관세 협상 장기화로 고율 관세의 직격타를 맞으면서 미국 수입 시장에서 올해 초 7위였던 한국의 입지는 어느새 10위까지 밀려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제약·바이오 등 전략산업 전반으로 관세전쟁의 전선을 넓힐 태세다. 내년 전망은 더 암울하다. 세계무역기구(WTO)는 글로벌 무역 성장률이 올해 2.4%에서 내년에 0.5%로 둔화할 것으로 봤다. 그런데도 우리의 대응은 안일하다. 철강 산업 지원을 위해 발의된 ‘K스틸법’은 여야 정쟁 속에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앞장서서 전방위 기업 지원에 나서도 모자랄 판에 노란봉투법, 더 센 상법 개정안 등 기업을 옥죄는 규제 입법만 일사천리로 통과시키고 있다. 관세·비관세 수단을 동원하는 보호무역주의는 이제 글로벌 통상 질서의 ‘뉴 노멀’이다. 달라진 무역 질서에서 살아남으려면 낡은 수출 전략을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 상품 제조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서비스 분야로 수출의 지평을 확장하고, 남의 기술을 추격하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에서 벗어나 누구도 넘보지 못할 초격차 기술 개발과 시장 품목 다변화, 공급망 개척에 사활을 걸어야 할 때다. 견고해진 보호무역 장벽을 뚫으려면 과감한 규제 철폐와 산업 정책으로 기업 혁신을 뒷받침하고 미국·EU 등 주요 교역국에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생사의 기로에 선 기업들의 수출길을 터줘야 할 정부와 국회의 책임이 막중하다. -
정치적 손익 계산에…'배임죄 폐지' 입장 맞바꾼 여야
정치 국회·정당·정책 2025.10.06 17:47:00최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배임죄 폐지를 공식화한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야당의 시선이 곱지 않다. 과거 개별 의원 차원에서 배임죄 완화 법안을 내기도 했던 국민의힘이 이번엔 반대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다. 이 같은 모습은 전통적으로 ‘억강부약’을 내세우며 ‘반기업’ 법안을 마련하던 민주당, 시장 경제와 규제 완화 등 ‘친기업’을 캐치프레이즈로 삼아 온 국민의힘의 행보와는 정반대다. 각 정당이 정치적 손익 유불리에 따라 배임죄에 대한 판단을 뒤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와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경제형벌 합리화 1차 방안’을 통해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하기로 뜻을 모았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배임죄는 기업인의 정상적 경영 판단까지 범죄로 몰아 기업 운영과 투자에 부담을 줬다”며 “중요 범죄에 대한 처벌 공백이 없도록 대체 입법 등 실질적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최대 징역 10년 또는 벌금 3000만 원에 처하도록 한 법률 규정이다. 수사기관이 기업인을 수사할 때 적용하는 대표적 혐의지만, ‘임무 위배 행위’라는 구성 요건이 추상적이고 적용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경영 활동을 움츠러들게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배임죄는 모호한 기준에도 불구하고 경제 각 분야에 광범위하게 적용된다”며 “기업과 국민이 부지불식간에 범법자가 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배임죄 폐지는 기업을 위한 게 아니라 기업 오너와 경영진을 위한 면책일 뿐”이라며 “배임죄 폐지 시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경영진의 행위가 면책돼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고 개미투자자는 투자금 손실을 입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기업의 부담을 덜겠다며 배임죄 폐지를 추진하고, 국민의힘이 이에 반대하는 모습은 다소 생소하다. 민주당은 오랜 기간 기업 범죄 처벌 강화, 경제 정의 실현 등을 이유로 배임죄 폐지에 비판적이었다. 반면 그간 친기업 행보를 강조하던 국민의힘은 송석준·고동진 의원 등 몇몇 의원들이 배임죄 완화 입법안을 낼 정도로 찬성에 가까운 입장을 보였다. 정가에는 각 정당이 배임죄 폐지의 실효성보다도 자신이 처한 정치적 손익계산에 따라 배임죄 폐지에 대한 입장을 맞바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그 중심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깊게 자리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에서 민간사업자와 유착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죄 의혹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형법상 배임죄가 폐지될 경우 이 대통령에게 적용될 수 있는 배임죄는 효력을 잃게 된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 추진과 관련해 가장 반대하는 주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면소를 위한 ‘방패막이 입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주진우 의원은 지난달 21일 “배임죄 폐지의 1호 수혜자는 이재명 대통령”이라며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대장동 비리, 백현동 비리, 성남FC 사건 모두 배임죄로 기소돼 있는데, 다 날아간다”고 지적했다. 김 정책위의장도 “형법상 배임죄 폐지는 이재명 대통령 구하기, 대장동 재판을 염두에 둔 잘못된 시도”라고 꼬집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과 특검의 내란 범죄 수사로 사면초가에 내몰린 국민의힘이 ‘배임죄 폐지=이재명 구하기’ 프레임을 통해 정권의 도덕성·공정성에 흠집을 내고 여당 견제 이미지를 부각할 기회로 삼은 것이다. 특히 ‘공정성’과 ‘권력자 견제’는 총선 등 지난 여러 선거에서 민심을 움직인 핵심 키워드이기도 하다. 그만큼 사회적 정의와 공적 책임을 중시하는 이미지를 극대화해 불리한 내년 지방선거 민심을 개선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배임죄 폐지를 통해 그간 겹겹이 쌓인 반기업 이미지를 해소하고 국정 운영의 효율성을 꾀하는 데 집중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국회에서 노란봉투법과 1,2차 상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며 기업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켰다는 지탄을 받아왔다. 이 대통령이 실용정부를 내세우는 만큼 기업 달래기에 나서며 이미지 쇄신과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꾀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여기에 이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주요 인사들이 배임 혐의로 기소된 상태에서 사법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다는 암묵적 판단도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
원금 모두 갚으라구요? 창업자 두 번 울린 노예 계약서[벼랑 끝 벤처생태계]
산업 중기·벤처 2025.10.03 16:04:26벤처투자는 위험부담이 큰 신생 기업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뜻한다. 법적 형식은 주식 인수라는 자본투자지만 보통주가 아닌 상환권, 전환권 등이 결합된 우선주식 형태로 이뤄진다. 투자라는 이름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투자금 회수를 위해 주식매수청구권, 위약벌, 손해배상 등 다양한 회수보장 장치를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보장 장치가 투자자에게 지나칠 정도로 유리하게 설정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투자 유치가 시급한 창업가 입장에선 '펀드조합 출자자(LP) 보호'라는 명분을 앞세우는 투자사 측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IBK, 산업은행 등 금융권 투자사들은 우회적인 방식으로 연대보증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배임 등 뚜렷한 귀책사유가 없는데도 대표이사에게 회사의 채무를 대신 갚으라는 조항을 계약서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연대보증의 사슬을 채워왔다. IBK는 지난 2017년부터 창업가들에게 직접 투자를 하는 창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본지가 확보한 투자 계약서에 따르면 기한이익 상실시 피투자사에게 조기상환 청구 권리를 갖는 조항이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조기상환을 청구했을 때 법인이 채무를 갚을 능력이 없으면 이해관계인이 연대 책임을 지도록 했다. 2020년 투자를 받았다는 한 창업가는 “당시 투자를 받으면서 ‘연대보증은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 투자 계약서에도 연대보증 관련 문구가 없어 안심했다”면서 “사업이 힘들어져서 회생이나 파산을 추진하자 IBK로부터 ‘계약서에 준해서 회사 및 이해관계자에게 주식매수를 요청할 것이고, 이를 거절하면 손해배상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투자계약서에 "기한이익의 상실", "회생, 폐업, 청산 등을 할 경우" 등 조기상환을 할 수 있는 조항들이 담긴 것이 화근이 됐다. 4개 투자사 중 연대 책임을 요구한 곳은 IBK가 유일했”면서 “특히 조기상환시에 회사와 이해관계자가 연대하여 이행한다는 내용이 있다 보니 결국 대표이사가 모든 채무를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재창업 기업인은 “경영난으로 보증기관에서 보증한 대출이 연체되자 IBK에선 기한이익상실에 해당한다며 조기 상환을 청구했다”면서 “경영 과정에서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대표이사가 잘못을 한 게 없는데도 회사를 대신해 채무를 갚아야 한다고 하니 너무나 억울했다”고 하소연했다. 법조계와 벤처업계에서는 이러한 계약 내용은 전형적인 독소조항에 해당한다며 은행권이 ‘땅 짚고 헤엄치기’ 수준의 투자를 이어온 단적인 사례라고 비판한다. 한 법조계 인사는 “아무리 기한이익 상실에 해당하는 일이 벌어져도 법인이 배당가능한 이익이 없으면 조기상환청구에 응할 의무는 사라진다”면서 “양 당사자가 합의하에 쓴 계약서라고 하더라도 이처럼 연대 책임을 묻는 행위는 상법의 취지와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의 제도적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창업가들은 여전히 연대책임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는 호소가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실제 스타트업 창업자의 3분의 1 이상은 투자유치 계약을 할 때 연대책임 요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지난해 12월 투자계약 시 요구되는 '연대책임'에 대한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6%는 투자계약 시 연대책임을 요구받은 경험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설문은 불합리한 투자계약 관행을 파악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진행됐으며. 코스포 회원 창업자 100명이 응답에 참여했다. 응답자의 36%는 투자계약 과정에서 연대책임을 요구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로 인해 창업자의 심리적 위축, 가족의 경제적 피해, 법적 분쟁, 재정적 압박 등 피해를 겪은 걸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의 78%는 연대책임이 창업 활동에 "매우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설문에 답한 창업자는 "연대책임은 창업 의지를 말살하고 벤처투자 본연의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토로했다. -
22대 국회서만 필리버스터 16건…역대 최다지만 관심은 '뚝'
정치 정치일반 2025.10.03 12:00:0022대 국회가 개원 1년 반 만에 16개 안건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진행하며 역대 최다 횟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반복되는 ‘필버 정국’ 속 국민적 관심은 과거에 비해 확연히 떨어지고, 소수 정당의 의견을 보장하는 본래의 취지마저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22대 국회 들어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가 열린 횟수는 7번이다. 지난해 7월 채해병 특검법(7월 3일)을 시작으로 방통위설치법 등 ‘방송4법’(7월 25일), 민생회복특별법·노란봉투법(8월 1일) 등을 두고 잇따라 필리버스터가 벌어졌다. 올해 대선이 끝난 뒤에도 8월부터 ‘방송3법’과 노란봉투법, 상법, 정부조직법 등을 두고 두 달 동안 필리버스터 정국이 이어졌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1년 반 만에 총 7차례 필리버스터가 시도됐고, 안건 수로 따지면 16건에 달한다. 이는 지난 국회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인 기록이다. 19대 국회에서 필리버스터는 단 한 차례 열렸고, 20대와 21대는 각각 2회에 그쳤다. 이번 국회는 횟수와 안건 모두에서 역대 최다다. 이 과정에서 최장 발언 시간 기록도 새로 쓰였다.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5일 시작된 정부조직법 개정안 필리버스터에서 17시간 12분간 발언을 이어가며 역대 최장 시간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박 의원이 세운 ‘15시간 50분’의 최장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록 경신에도 국민적 관심은 과거와 같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민주당의 한 3선 의원은 “과거에는 필리버스터를 한다고 하면 국민들이 법안 내용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의원의 이름도 알리는 효과가 있었지만 이번 국회에서는 필리버스터가 너무 자주 열리다 보니 전반적으로 관심이 식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과거처럼 ‘필리버스터 스타’를 찾아보기도 어려워졌다.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첫 번째 필리버스터였던 2012년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에서는 김광진·은수미·이종걸 전 의원 등이 장시간 발언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당시 11시간 39분 동안 발언하며 당시 최장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지금의 국회에서는 ‘필버 무용론’이 끊이지 않는다. 국회법상 재적 의원(현 298명) 3분의 1 이상이 동의하면 국회의장에게 필리버스터 종결동의를 요구할 수 있고, 이로부터 24시간이 지난 후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토론을 종결한 뒤 즉시 표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166석)을 차지하고 범여권 정당까지 더하면 190석에 가까운 현 정국에서 필리버스터는 ‘무제한 토론’이 아닌 ‘하루짜리 토론’에 그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면 본회의장을 지켜야 하는 국회의장단과 국무위원들이 피로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8월 상법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24시간 동안 본회의장을 지킨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후 페이스북에 “지금의 필버는 아무도 듣지 않는 그저 공허한 독백”이라며 “일하는 국회가 되기 위해 필버 제도의 개선이나 대안을 생각해 보아야 할 때”라고 적었다. 정 장관은 “필버가 아니라 1인당 10분 이내로 10명이 찬반 토론을 하고 무기명투표를 하면 더 좋은 합리적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라며 “국회가 너무 삭막해졌다.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정치의 끝이 어디가 될지 너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필리버스터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이 ‘모든 법안 필리버스터’를 선포하고, 국민의힘 출신인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사회를 거부하는 등의 상황이 이어지자 민주당은 토론을 신청한 정당의 본회의 참석을 의무화하는 법안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22대 국회에선 필리버스터가 시작되면 토론자를 제외하고는 본회의장을 떠나는 광경이 반복됐는데 야당의 참석을 의무화해 필리버스터 신청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다. 다만 필리버스터는 소수 정당에 주어진 최후의 저항 수단이라는 점에서, 법 개정 추진 시 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지난달 30일 “민주당이 필리버스터 제도 자체를 변질시키는 법안을 준비한다는데, 그렇게 되면 국회 내 소수 의견에 대한 배려 장치가 사라지고 완벽한 일당 독재 체제가 구축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
[사설] 코스피 ‘사상 최고’에 취하지 말고 구조 개혁 서둘러야
오피니언 사설 2025.10.03 00:05:00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3500선을 돌파했다. 2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70%나 오른 3549.21에 마감했다. 삼성전자가 3.49% 상승하며 ‘9만전자’, SK하이닉스가 9.86% 급등하며 ‘40만닉스’를 눈앞에 두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이 같은 추세 자체는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장밋빛 기대를 내비쳤다. 하지만 정작 증시의 추세적 상승을 뒷받침해야 할 우리 경제 상황은 저성장과 높은 국가부채, 낮은 노동생산성 등의 한계 탓에 장밋빛 기대를 갖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월 발표 당시 1.5%에서 최근 0.8%로 크게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내년 우리 성장률이 1.8%로 잠재성장률(1.9%)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라 곳간은 텅텅 비어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5년 전만 해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60년 81%대에서 관리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지난달 2065년 기준 156.3%까지 뛸 것으로 수정했다. 내년도 정부 지출 증가율은 8.1%에 달해 눈덩이 부채에 국고채 원리금 상환액이 150조 원을 웃돌게 된다. 경쟁국에 비해 크게 뒤지는 노동생산성도 문제다. 지난해 한국의 연간 1인당 노동생산성은 6만 5000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22위에 그쳤다. 벨기에(12만 5000달러)의 절반 수준이며 프랑스·독일(9만 9000달러), 영국(10만 1000달러)과도 차이가 크다. 지금은 주가 상승에 고무돼 낙관적 기대에 취할 상황이 아니라 경제 체질 개선에 집중할 때다. 현재 시행에 들어갔거나 법안이 통과된 경직된 주52시간 규제를 비롯해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안,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는 보완 조치가 시급하다. 힘의 논리를 앞세워 당정이 강행 처리를 예고한 주4.5일제와 정년 연장은 우리 경제와 기업 현실을 감안해 돌다리를 두드리는 심정으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주주 환원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에 당장은 주가가 크게 오를지 몰라도 기업 실적과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주가 5000시대’는 요원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외국인 3.1조 쓸어담으며 역대 최대…장중 '9만 전자·40만 닉스' 터치
증권 증권일반 2025.10.02 17:38:03코스피가 최근 한 달 사이 무서운 기세로 상승한 데는 외국인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를 중심으로 폭풍 매수에 나선 영향이 컸다. 여기에 챗GPT 개발사 오픈AI와의 협력에 대한 기대감과 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강력한 ‘슈퍼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더해지며 SK(034730)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가는 장중 ‘40만닉스’와 ‘9만전자’를 찍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상법 개정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10월에도 추세적인 상승세를 이어가 3700선까지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이날 하루에만 100포인트 가까이 상승하며 단번에 3549.21까지 도달했다. 특히 외국인은 데이터 집계 이후 최대 규모인 3조 1396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그 직전 최대 규모(지난해 1월 11일 2조 2962억 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개미들이 최대 규모인 3조 1396억 원어치를 팔아치운 것과는 반대 행보다. 이종형 키움증권(039490)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시가총액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크게 오르면서 지수 전체 상승을 견인했다”며 “10월 코스피 전망은 상단 3650선까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오픈AI·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가파르게 확대되면서 서버용 D램, 낸드 수요가 유례없는 동반 호황을 맞았다는 진단이다. 두 반도체 대장주의 약진에 한미반도체(042700)(6.01%), 미래반도체(254490)(6.02%), 제주반도체(080220)(14.75%) 등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종목들도 줄줄이 불기둥을 뿜어올렸다. 노무라증권은 지난달 24일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기존 36만 원에서 54만 원으로, 삼성전자는 8만 4000원에서 12만 3000원으로 크게 상향했다. 노무라는 “서버용 D램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수요 회복 강도가 7월 말 제시했던 기존 예상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며 “현재 40~50% 수준인 범용 D램 영업이익률(OPM)은 2026년 종전 최고치였던 2017년 수준(70%)에 근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가 낸드 수요의 40%를 차지해 2026년까지 2배 성장하고,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공급 부족과 맞물려 낸드 비트 수요가 연간 50% 이상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방한 중인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전날 글로벌 AI 인프라 플랫폼 구축 사업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통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투자심리를 더욱 자극했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인프라 투자에 더해 9월 수출 실적, 150조 원 규모인 국민성장펀드의 낙수 효과까지 반도체 업종의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며 “SK하이닉스가 10% 가까이 오른 것은 추석 연휴 동안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상승을 기대한 베팅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반도체뿐 아니라 상법 개정 수혜 기대감으로 금융·지주·증권 업종도 동반 강세를 보이며 활황장을 이끌었다. 삼성생명(032830)이 2.58% 올랐고 두산(000150)이 5.87%, SK가 6.22% 급등했다. 하나금융지주(086790)(2.20%), 신한지주(055550)(1.28%), 키움증권(3.90%), 미래에셋증권(006800)(3.33%)도 동반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에 KB증권은 올 4분기 코스피 예상 범위를 3200~3800으로, 다올투자증권은 3030~3650으로 각각 제시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내년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즈호증권은 “대형 기술 기업들이 ‘초지능’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AI 학습용 인프라를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늘리고 있다”며 “구글은 올 5월 개발자 행사 이후 불과 두 달 만에 AI가 처리한 텍스트 데이터(토큰) 양이 두 배로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챗GPT·제미나이 등 초거대 AI 모델 훈련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메모리, 스토리지 같은 대형 설비 투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씨티그룹은 내년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 설비투자(캐펙스·CAPEX) 전망을 기존 4200억 달러에서 4900억 달러(약 688조 원)로 높였다. 엔비디아의 오픈AI 1000억 달러 투자 계획, 오픈AI의 코어위브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확장, 알리바바의 데이터센터 10배 증설 계획 등이 반영된 결과다. 이에 AI 산업 성장의 수혜가 반도체를 넘어 전력 설비, 토목·기계 장비, 원전, 데이터센터 리츠 등 밸류체인(공급망)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외국인의 매수세를 보면 한미 관세 협상 교착으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안팎에서 등락하고 있지만 그 이상으로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자리 잡고 있다”며 “반도체 소부장은 물론 변압기, 케이블,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력 인프라, 굴삭기 업체 같은 데이터센터 건축 장비 관련주로까지 수혜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
[목요일 아침에] 누가 ‘테메레르 전함’ 예인선 침몰시키나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5.10.02 06:00:00작은 예인선이 짙은 연기를 뿜어 대며 덩치 큰 범선을 앞에서 끌고 간다. 뱃머리에 일렁이는 물결이 힘차다. 석양 노을이 자아내는 황금 빛깔 배경은 희망을 노래한다. 영국을 대표하는 국민 화가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가 1839년 그린 ‘해체를 위해 예인되는 전함 테메레르’ 얘기다. 영국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그림으로 20파운드 지폐 모델이기도 하다. 전함 ‘테메레르’는 1805년 트라팔가르해전에 참전해 프랑스·스페인 연합 함대를 격파하고 영국이 승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영국 제해권이 굳건해지자 나폴레옹은 결국 영국 침공을 단념한다. 수명을 다하고 런던 템스강 조선소로 퇴역하는 ‘범선’ 테메레르를 이끄는 것은 ‘증기 기관’ 예인선이다. 범선은 구(舊)시대의 영광, 예인선은 산업혁명 신(新)시대의 도래를 상징한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테메레르의 바통을 이어받아 이제는 첨단기술이 적용된 예인선이 경제발전을 주도하고 과거 영국의 국격을 지키겠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한국 경제가 거친 마디숨을 토해내고 있다. 내수 부진과 경기 둔화도 버거운데 밖에서는 미국발(發) 관세 폭탄과 중국발 공급 쇼크라는 ‘이중 쓰나미’가 휘몰아치고 있다.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2%로 이전 전망 때보다 0.3%포인트 올렸지만 한국은 1.0% 그대로 유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에도 한국 경제성장률이 1.8%에 그쳐 잠재성장률(1.9%)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 경제에 ‘모범생’ 성적표를 안겨줬던 국제사회가 시각 교정에 들어간 것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명분을 앞세워 동맹국에 관세 폭탄을 때리는 ‘동맹 궁핍화 전략’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다. 한국을 시범 타깃으로 거칠게 몰아붙여 관세 협상을 벌이고 있는 다른 국가들에 본보기로 삼겠다는 의도다.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에 대해서는 “현금 선불(up front)”이라며 강경 일변도다. 동맹 상징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치더니 무관세였던 한국 자동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강제했다. 관세율이 15%인 일본과 유럽연합(EU)과의 경쟁에 밀려 현대차그룹 영업이익은 2분기에 1조 6000억 원이나 줄었다.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철강에는 이미 50% 관세율을 매겼고 반도체에도 고율 관세를 예고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미 통상 규범은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에 불과할 뿐이다. ‘짝퉁 공장’에서 ‘기술 제국’ 변신에 성공한 중국은 물량 공세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한국 기업을 추격하거나 추월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위협적이다. 한국 석유화학과 철강 산업은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않으면 생존이 위태로운 지경에 처했다. CATL(배터리)을 비롯해 비야디(전기차)·BOE(LCD)·화웨이(통신장비)·DJI(드론)·론지솔라(태양광)·바오우스틸(신소재) 같은 기업은 해당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자랑한다. 기술 혁신과 규제 혁파, 정부 지원, 인재 양성을 표방한 ‘중국제조 2025’를 뚝심 있게 추진한 결과다. 인공지능(AI)·휴머노이드·우주 등 16개 첨단산업에 초점을 맞춘 담대한 ‘제조 2035’ 프로젝트가 다음 바통을 이어받는다. 미중 협공에 우리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 초격차 첨단산업이 전통 제조업을 이끌어야 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장착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바통 터치를 해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다.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당정은 파업을 조장하는 노란봉투법, 기업 경영권을 위협하는 상법 개정 시리즈를 속전속결로 통과시킨 데 이어 주 4.5일제, 정년 연장 법제화도 서두르고 있다. 피 튀기는 적자생존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통상 현실은 외면한 채 노조에 영합하는 기울어진 법안과 거미줄 규제를 양산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는 개별 기업 혼자서는 대응이 불가능한 ‘국가 대항전’ 뉴노멀 시대로 접어들었다. 기업과 정부·국회가 의기투합해 손을 맞잡아도 승산을 담보할 수 없다. 노조와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기업은 악(惡), 노조는 선(善)’이라는 왜곡된 ‘동굴 우상’에서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 언제까지 낡은 이념과 진영 논리로 뒤틀린 썩은 동아줄을 움켜잡고 있을 건가. 테메레르 범선(전통 산업)을 이끌며 바통을 이어받아야 할 예인선(첨단산업)마저 서서히 심연으로 침몰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
[사설] ‘배임죄 폐지’ 입법 서두르고 ‘기업 옥죄기’ 자제해야
오피니언 사설 2025.10.01 00:02:00기업인의 정상적인 경영 판단까지 범죄로 몰아 경영 활동을 위축시켜온 배임죄가 70여 년 만에 폐지 수순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정상적 경영 판단에 따르거나 주의 의무를 다한 사업자는 배임죄 처벌이 면제되고, 경미한 의무 위반은 과태료 부과 수준으로 처벌이 가벼워지게 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30일 ‘경제 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태스크포스(TF)’ 당정협의에서 배임죄를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경제 형벌 규정 110개도 우선 추진 과제로 마련했다. 배임죄는 오랫동안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법 적용으로 기업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모호하고 포괄적인 구성 요건 탓에 선의의 경영 판단조차 결과에 따라 언제든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기업들에 특히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기업인들이 적극적인 투자와 혁신을 주저하고 안전제일 위주의 소극적인 경영에 머문 것도 배임죄 때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이번 조치는 과도한 형벌로 위축된 기업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반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정은 배임죄가 빨리 폐지되도록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 다만 배임죄 폐지 이후의 민사책임 강화 조치로 취해질 증거 개시 제도 도입과 집단소송제 확대에 대해서는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합리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형사처벌의 족쇄를 풀자마자 또 다른 족쇄를 채우는 결과가 초래돼서는 곤란하다. 배임죄 폐지가 대장동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이재명 대통령을 구하기 위한 꼼수’라는 국민의힘의 지적에 대해서도 보다 낮은 자세로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 배임죄 폐지는 때늦은 감은 있지만, 이를 계기로 시대에 맞지 않는 비합리적 규제를 신속히 제거해야 한다. 당정은 개인과 법인을 하나의 사실로 동시 처벌하는 공정거래법상 양벌 조항 등을 추가로 개선하는 등 경제 형벌 합리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기업들에 더 큰 활력을 불어넣어 줘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노동계의 무분별한 파업을 사실상 조장하는 노란봉투법과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 역량을 점증적으로 훼손시키고 있는 거듭된 상법 개정안에 대한 보완 입법을 서두르는 일이 중요하다. 기업 옥죄기가 계속되는 한 일자리 창출도, 경제 회생도 더욱 어려워질 뿐이다. -
[여명] '아날로그 정부' 사태, 與에 날린 경고장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5.09.30 18:16:06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화재가 발생해 국가 전산망이 먹통된 사태가 일어난 지 나흘이 지났다. 세계 1등 디지털 정부를 외쳤던 한국은 하루아침에 아날로그 정부로 무너졌다. 가족의 죽음에 쓰러진 유족은 화장 시설 예약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동네마다 주민센터는 민원인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2022년 발생한 SK C&C의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에 그토록 추상같이 기업을 질타한 정부와 국회는 어디로 간 것일까. 이 와중에 여당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책임을 은근슬쩍 이전 정부에 떠넘기려는 발언과 접근 태도로 빈축을 샀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지금의 예산은 윤석열 정부에서 만들어 놓은 것”이라며 국가 전산망에 이중 운영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책임을 전 정부에 미루려 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 말처럼 “국가 디지털 인프라는 핵심 안보 자산이자 국민 일상을 지탱하는 혈관”인데 집권 여당은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넘도록 무엇을 했느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그나마 이 대통령이 화재 이틀 만에 국민을 향해 “송구하다”며 취임 후 첫 사과를 빠르게 한 것은 다행이다. 국민은 적어도 대통령이 취임 첫날부터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기본을 잊지 않고 있음에 안도했을 것이다. 그래도 뼈아픈 건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을 산하에 둔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가 방대한 정부 조직 개편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여당에 부응하려 국가 전산망 관리에 소홀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대목이다. 최근 한 달 동안 행안부 장차관의 최대 관심사는 정부 조직 개편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지만 금융위원회 폐지와 금융감독원 분리가 여론의 비판 속에 백지화됐듯 섣부른 정부 조직 개편은 지금 이 순간에도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12·3 불법 계엄이 부른 대통령 탄핵 후 치러진 대선에서 승리하자 민생 안정과 국민 통합이 최우선이라고 부르짖었지만 줄곧 반대로 갔다. 기업들의 전폭적 지원으로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되고 한미 정상회담의 문이 열렸지만 대통령실과 여당은 2차 상법 개정과 노란봉투법을 밀어붙였다. 야당이 모두 반대한 입법이었지만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며 단독으로 처리했다. 이후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후속 조치인 국회법 개정까지 독주의 연속이었다. 행정·입법 권력을 틀어쥔 여권이 아집에 빠져 폭주하는 사이 야당은 장외로 뛰쳐나갔고 미국과의 관세 협상 세부 내용은 확정되지 못해 기업들이 미국의 관세 폭탄을 맞고 있다. 안팎으로 불안정의 연속인데 국가 전산망마저 꺼져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건설 업계의 잇따른 안전 사고나 SK텔레콤·롯데카드의 해킹 사태에 철퇴를 휘둘렀던 여당과 정부가 심각한 국정 불안 상황에 통렬한 반성이 없다면 추석 민심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 뻔하다. 바뀐 정부조직법이 시행되면서 에너지 정책이 환경부로 이관돼 초유의 정책 실험이 10월 1일부터 시작된다. 내년 1월 2일부터는 기획재정부가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출범하는데 벌써부터 경제 컨트롤타워가 제 역할을 할지 의문이 제기된다. 설립 78년 만에 검찰청은 내년 10월이면 문을 닫아 당장 범죄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지도 불안하다. 추석이 지나면 미중 갈등과 글로벌 무역 질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열리는데 별 탈은 없을지 걱정이다. 정부와 여당이 국민 경제에 불확실성을 가중시켜 놓은 채 고꾸라진 경기가 회복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잡으려는 격이다. 세계 최대 수출 시장에서 일본이나 유럽의 경쟁 업체보다 10%포인트 이상 관세를 더 부담하게 된 기업들은 2차 상법 개정이 연말에 몰고 올 태풍과 내년 3월 노란봉투법 시행과 맞물려 벌어질 춘투에 잔뜩 움츠러들어 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한 차례 화재로 멈춰서 대혼란이 발생한 것은 평범하지만 안정적으로 나라를 운영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지 일깨운다. 개혁을 명분 삼아 독주를 일삼는 정치를 여권이 멈추지 않으면 이번 아날로그 정부 사태가 끝이 아닐 수 있다. -
미용실 간판 바꾸고 신고 안하면 징역 6개월?…'깜빡죄' 손본다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5.09.30 17:10:55정부와 여당이 30일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확정하자 재계에서는 “늦었지만 환영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배임죄는 1953년 대한민국 형법 제정 당시 도입된 후 72년간 벌금 금액 조정 외에는 단 한 차례의 개정 없이 유지되며 기업 경영 활동을 옥죄는 독소 조항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국회를 통과한 2차 상법 개정안(더 센 상법)에 이어 여당이 추진 중인 3차 개정안(더 더 센 상법)까지 대기하고 있어 기업들이 맞닥뜨린 경영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배임죄 폐지 등 경제 형벌 합리화 방안의 핵심은 기업과 경영자에 과도하게 부과되는 형사책임을 조정하는 것이다. 기업인은 물론 영세 소상공인들까지도 단순한 실수나 규정 미숙지 때문에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게 현재 법체계의 문제점이었다. 특히 배임죄 폐지는 기업인들에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변화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맡은 사람이 그 임무를 위반해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히고 제3자가 이득을 얻게 하는 경우 처벌하는 조항이다. 이 때문에 이사회 의사 결정이나 투자 판단이 사후적으로 문제가 될 경우 배임죄 혐의로 이어지면서 기업인들이 형사처벌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당정은 1년 안에 경제 형벌 규정의 30%를 정비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 전체 6000여 개 규정 중 배임죄 폐지를 포함해 약 110개(1.6%)가 우선 정비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에 선정된 110개 과제는 △배임죄 개선을 포함한 선의의 사업주 보호(3개) △형벌 완화 및 금전적 책임성 강화(3개) △경미한 위반 행위의 과태료 전환(68개) △선행정 조치, 후형벌 부과(18개) △존치 필요성 낮은 형벌 폐지(18개) 등으로 구성됐다. 정부는 특히 일상 속 사소한 실수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관행을 대거 손질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트럭 짐칸(적재함) 크기 변경 등 경미한 튜닝을 할 경우 현재는 최대 1년 징역이나 최대 10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되지만 앞으로는 시정 명령과 함께 최대 1000만 원의 과태료로 바뀐다.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상호명을 바꾸고 구청에 변경 신고를 깜빡하면 지금은 최대 징역 6개월에 처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과태료 100만 원만 내면 된다. 구내식당을 운영하면서 조리사를 잠깐 고용하지 못한 경우 처벌이 징역 3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고 비료 봉지가 습기로 찢어진 상태로 팔았을 때 징역 2년에서 과태료 200만 원으로 경감된다. 정부 규정들도 손질된다. 공정거래법상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의 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한 경우 지금까지는 곧바로 최대 징역 3년, 벌금 2억 원의 형사처벌을 받았으나 앞으로는 공정위 시정 명령을 내린 뒤 불이행 시에만 형벌을 부과한다. 기획재정부는 은행이 고객의 외환 거래가 합법인지 확인하지 않았을 때 징역 1년까지 처할 수 있던 규정을 폐지하는 대신 위반으로 얻은 이익의 40% 이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형벌을 줄이는 대신 과징금 등 금전적 부담은 늘리는 방향으로 법 개선도 진행한다. 가령 정부는 선박 보험 조합 임원이 조합의 돈을 부당하게 배당할 경우 현재 7년인 징역을 3년으로 줄이는 대신 피해액의 2배까지 배상하게 만든다. 배달로봇의 부품을 사전 승인 없이 경미하게 조정할 때 징역 3년을 물렸던 처벌 조항도 과징금 5000만 원으로 조정했다. 정부는 이번 개선안을 법으로 만들어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하고 10월 이후 2차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경제 형벌 합리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경영 환경은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평가도 많다. 여당이 추진 중인 3차 상법 개정안은 더 강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소액주주가 이사·감사 선임과 해임을 제안할 수 있는 요건이 대폭 완화되고 사외이사 및 경영 성과 관련 안건을 쉽게 상정할 수 있는 방안이 추진된다.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도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도 논의되고 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임죄 폐지는 기업 경영의 독립성 확보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며 “다만 배임죄 외에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들을 추가로 발굴해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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