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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TUNE 500]테플론과 공포의 강

▲기업 프로파일: 회사명 케무어스, 포춘500 순위 451위, 매출 62억 달러, 영업이익 7억 4,600만 달러, 직원 수 7,000명, 총 주주수익률(2015~2017 연평균) 60%

화학기업 케무어스 Chemours(와 그 전신인 듀폰 DuPont)은 코팅 냄비 제조에 사용되는 유해 의심 물질을 노스캐롤라이나 주 윌밍턴 Wilmington 인근 대기 및 하천에 수십 년간 방출·방류했다. 소송에 직면한 케무어스가 변론을 준비하는 동안, 윌밍턴 주민들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도대체 이 오염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일까? BY KENOT TERBOURG

테플론은 미국을 대표하는 상징적 제품이다. 우연히 발견된 이 제품은, 이런 발견이 흔히 그렇듯, 처음엔 그 용도가 명확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 테플론은 프라이팬, 팝콘 봉지, 의료기구, 전자기기, 전지가위, 자동차 등에 두루 활용되는 꼭 필요하고 어디서나 찾을 수 있는 물질로 자리매김을 했다. 미국에서는 하나의 표현이 되기도 했다. 테플론은 뻔뻔한 정치인과 마피아 대부들을 부르는 시기와 증오가 담긴 별명이었다. 테플론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도 한몫을 톡톡히 했다. 최초의 원폭에 사용된 우라늄을 농축할 때, 기체확산 공장의 파이프를 테플론으로 밀봉했다.

테플론의 제조사 케무어스는 2015년 듀폰에서 분사한 화학물질 제조업체다. 분사 당시 케무어스는 듀폰의 환경 관련 책임과 부채 수십억 달러를 떠안았다. 많은 투자자들은 케무어스가 실패할 운명이라고-심지어 그럴 의도로 만든 회사라고-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세간의 우려에도 케무어스는 주식시장의 총아로 떠올랐다. 사업 매각, 비용 절감 외에도 친환경 냉매인 옵테온 Opteon이 널리 인기를 얻으면서 수지를 맞았기 때문이었다. 매출 62억 달러를 달성한 케무어스는 올해 포춘 500대 기업 리스트에서 작년보다 31계단 오른 451위에 랭크됐다. 한편 옛 모기업 듀폰은 다우 케미컬 Dow Chemical과의 합병을 마친 후 순위가 낮아졌다(다우듀폰 DowDuPont의 올해 500대 기업 순위는 47위다). 케무어스의 주가는 지난 2년간 400% 이상 상승, S&P 500 지수 평균인 33%보다 훨씬 뛰어난 수익률을 기록했다.

2017년 2월 케무어스는 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큰 진전을 이뤄냈다. 듀폰과 함께, 점점 참가자 수가 늘고 있던 C8 관련 집단소송 원고들과 (책임이나 실패에 대한 시인이 없는) 합의에 성공한 것이었다. 과거 테플론 제조의 필수 요소였던 C8은 암 등 여러 가지 질병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합의는 신생기업 케무어스의 안정성과 탄탄한 미래를 입증하는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후 케무어스(그리고 더 나아가 듀폰)는 테플론과 관련된 법규 및 규제 관련 문제에 다시 휘말렸다. 이번에 문제가 된 건 C8 대체재로 개발된 물질이었다. 케무어스(예전의 듀폰)는 노스캐롤라이나 주 윌밍턴 인근의 어느 시골에 위치한 공장에서 이 물질을 대기와 케이프피어 Cape Fear 강에 수십 년간 무단으로 방류했다. 이 지역에는 25만 명 이상이 살고 있다.

이 물질의 이름은 제넥스 GenX(X세대와 혼동하지 말라)다. 제넥스는 케무어스의 노스캐롤라이나 공장인 페이엣빌 워크스 Fayetteville Works 안팎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먼지에 섞여 있고, 빗물에 섞여 땅에도 떨어진다. 주 당국자의 말에 따르면, 인근 거주지의 지하수에도 섞여 있다. 주민들은 분노와 공포에 빠져있다.

마이크 와터스 Mike Watters는 “모두 들 ‘왜 떠나지 않느냐’고 묻는다”고 말했다. 그가 보유한 공장 인근의 땅(면적 약 2헥타르)과 그곳의 지하수가 제넥스로 오염되자, 그는 케무어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에 참여했다. 위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내가 아니라 그들 잘못이니까.”

제넥스는 동물실험에서 암과의 관련성이 나타났다. 네덜란드 정부의 2016년 보고서에 의하면(케무어스는 네덜란드에 테플론 공장 1곳을 갖고 있다), 제넥스는 C8보다 덜 유해하지만 ‘인간 발암물질로 의심’을 받고 있다. 다른 연구에선 제넥스가 소량일 경우엔 안전할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나 인체를 대상으로 한 제넥스 역학연구는 아직 없었다.

이 불확실성으로 인해 제넥스는 인체 유해성 여부가 검증되지 않은 화학물질, 일명 ‘신흥 오염물질’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화학업계에선 실제로

케이프피어 강에서 노스캐롤라이나 주 윌밍턴 인근 정수처리 공장으로 이어지는 취수관의 모습.




확실히 안전하거나, 최소 ‘기존 물질보다 안전한’ 새 화학물질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혁신이 탄생했다. 제넥스 때문에 이런 화학업계를 어떻게 규제할 것이냐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시작됐다. 한편 미국 환경보호청(U.S.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 EPA)에선 스콧 프루잇 Scott Pruitt 청장이 지출·여비·로비 단체들과의 연관성을 두고 여러 건의 수사를 받고 있다. 그 동안 그는 대기 및 하천의 배출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는데, 이런 정책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건이 제넥스 논쟁이라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EPA 화학오염 담당국 국장은 과거 제넥스를 옹호했던 전력 등의 여파로 여론의 반발이 극심해져 결국 사임을 했다.

한편 노스캐롤라이나 주 정부는 규제 강화와 소송을 통해 케무어스를 통제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현재 계류 중인 한 소송에서, 주 정부는 케무어스가 당국에 배출량을 체계적으로 왜곡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주 정부는 항소장에서 ’사실, 수자원과 담당자들은 듀폰과 케무어스가 제공한 정보를 근거로 케이프피어에 제넥스가 방출되지 않았다는 합리적 판단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케무어스는 이 주장에 대해 아직 답변이나 공식 성명을 제출하지 않았다. 한편 지하수가 오염됐다고 주장하는 사유지 주인, 수돗물을 식수로 쓰는 주민, 케이프피어에서 수자원을 조달하는 지역 정부들도 잇따라 케무어스를 고소했다.

케무어스의 고소인 중 한 명인 케이프피어 공공수도기관(Cape Fear Public Utility Authority)의 짐 플렉트너Jim Flechtner 대표이사는 “우리가 거를 수 없는 상태에서 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물질이 식수로 안전하다는 확인을 받기를 바라고 있다. 수도 이용자들이 이런 대접을 받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케이프피어 공공수도기관은 제넥스 및 관련 물질의 정수를 위해 4,600만 달러를 들여 처리 시설을 세우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케무어스는 포춘의 반복된 인터뷰 요청을 모두 거절했다. 법정에 제출한 서류에서, 케무어스는 ’제넥스 배출이 적절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으며 배출량이 유해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회사는 제넥스의 오염된 폐수를 모아 외부 부지로 배출하고 있다. 케무어스는 공장 인근 주민 상당수에게 생수를 공급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1억 달러를 투자해 제넥스 배출로 인한 공기오염을 사실상 완전 제거하겠다‘고 주 정부에 보고했다.

2월 실적발표에서 케무어스의 마크 베르그너노 Mark Vergnano CEO는 “전혀 우려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장기적 해결책을 찾는 과정을 존중한다는 뜻에서 회사가 저자세를 유지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듀폰에서 독립한 2015년 중반 전이든 후이든, 우리가 방출한 물질이 그 누구의 건강도 해치지 않았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르그너노는 철저한 원칙과 실행력으로 업계에서 상당한 존경을 받고 있다. 그러나 케무어스의 부활은 시점이 잘 맞아떨어진 덕도 컸다. 케무어스의 대표적 상품인 이산화티타늄의 가격이 안정될 때, 옵테온 인기가 상승해 성장 동력을 얼마간 확보할 수 있었다. 델라웨어대학교 경제학 교수로, 케무어스를 탄생부터 꾸준히 관찰해온 제임스 버트키에비츠 James Butkiewicz는 “옵테온이 케무어스를 살려낸 일등공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테플론과 제넥스가 케무어스의 미래 전망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최근 무디스는 ‘법정 리스크가 좀 더 확실해지거나, 복수의 원고를 상대로 합의금 변수가 명확해지지 않는 한’ 현재 Ba2인 케무어스의 채무 등급이 상승할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그러나 윌밍턴 주민과 케무어스 모두 금방 해결책을 찾을 것 같지는 않다.

테플론 코팅 보호막이 통하지 않는 대상이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논란’이다.

타이레놀과 마찬가지로, 테플론은 발음이 어려운 화학적 혼합물의 브랜드 명이다. 실제 이름은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PTFE)이다. 1938년, 당시 듀폰 소속 27세 화학자 로이 J. 플런켓 Roy J. Plunkett이 뉴저지 주 딥워터 Deepwater에 위치한 잭슨 연구소에서 냉매를 연구하던 중 이 물질을 발견했다. 그런데 그 시작은 실패한 실험이었다. 플런켓은 실험용 실린더 안쪽에 남은 밀랍 제형의 물질로 추가 실험을 했다. 이 물질은 놀라울 정도로 열과 부식에 강하면서, 표면 마찰은 0에 가까웠다. 그러나 테플론의 존재는 1946년까지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다.

제넥스와 C8은 테플론과 유사 물질을 제조할 때 중합 반응을 돕는 과불화헥산술폰산(PFAS)이라는 화학물질군에 속한다. 이 두 분자물질의 중심에 있는 탄소-불소 복합체는 매우 강하고 탄력성이 큰데, 최종 결과물도 동일한 특성을 갖는다. 생산사인 3M은 섬유보호 스프레이인 스코치가드Scotchgard에 C8을 사용했고, 듀폰에도 테플론 제조용으로 공급했다. 그러나 인체 노출 시 유해성에 대해 우려가 커지자, 3M은 2000년 생산을 중단했다(이후 미네소타 주 정부가 세인트폴 St. Paul 인근 공장에서 배출한 불소 물질 때문에 식수가 오염됐다는 소송을 제기하자, 3M은 지난 2월 합의금 8억 5,000만 달러를 지불하는 것으로 소송을 종결시켰다. 3M은 이 사실을 발표하면서 PFC가 건강 문제를 야기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았다). 2000년 말, 듀폰은 페이엣빌 워크스 공장에서 C8을 제조해 자사 테플론 제조 공장이 있는 웨스트버지니아 주 파커스버그 Parkersburg로 운송하기 시작했다.

듀폰도 결국에는 C8 포기를 결정했다. 역학 연구 결과 갑상선 질환, 몇 종의 암, 궤양성 대장염, 임신성 고혈압, 고콜레스테롤과 C8 간의 연관성이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파커스버그 공장(현재는 케무어스 소유)에 대한 소송이 진행될 동안, 듀폰은 다른 화학업체 및 정부와 함께 C8의 단계적 퇴출을 추진했다. 2006년 실행되기 시작한 이 계획에서 업체들은 C8 및 유사 물질의 생산을 2015년까지 완전이 중단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렇게 목표는 달성했지만, 다른 문제가 있었다. 듀폰은 여전히 중합반응 용매가 필요했다.

바로 그때 제넥스가 등장했다.

제넥스가 C8보다 낫다고 생각할 근거는 있었다. C8의 탄소 원자는 8개다. 제넥스 복합물은 분자사슬이 짧고, 탄소 원자가 6개뿐이다. 몇몇 연구에 따르면, 분자사슬이 짧을수록 유해성이 적고 유기체에 쌓일 가능성이 낮을 수 있다. 마케팅 자료들은 이를 기반으로 제넥스가 ’독물학적으로 훨씬 유리한 특성‘을 갖췄다고 홍보했다.

지난 2009년 EPA는 엄격한 배출 제한 및 인체 유해성에 대한 추가 검사를 전제로, 듀폰의 제넥스 생산을 허가했다. 과학계에선 당시 정부가 너무 서둘러 회사에 승리를 안겨준 것 아니냐는 논란이 여전히 남아있다. 하지만 듀폰은 노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 제넥스 생산을 시작했다.

페이엣빌 워크스 공장은 윌밍턴 시(및 브런스윅 Brunswick과 펜더 Pender 카운티)에서 북서쪽으로 약 8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다. 이 공장은 케이프피어 댐의 마지막 수문 바로 위에 위치한 좁은 집수관으로 공업용수를 공급한다. 상류의 거대한 펄프 공장을 지나친 후 강물에 조류가 섞여 염분이 함유되는 지점이다.

공장 근처 블레이든 Bladen 카운티 북쪽 끝에 위치한 케이프피어 강은 지형학적으로 볼 때 농장, 산림, 작은 마을들 사이를 흐르는 축축한 진흙 리본의 모습을 하고 있다. 페이엣빌 워크스 공장에서 강을 따라 몇 킬로미터쯤 내려가면 세계 최대 돼지 도축장이 등장한다. 한때 ‘식품제국’ 스미스필드 푸드Smithfield Foods사 소유였던 이 공장은 2013년 중국 재벌이 인수했다. 외국인이 소유한데다 이민 근로자가 많은 이 도축장은 한때 지역 신문의 인기 소재였지만, 이제는 제넥스에 의해 소재의 중심에서 밀려났다.

과불소 화학반응은 이론상으로도 복잡하지만 현실적으로도 부정확할 수 있다. 지난 2002년 듀폰의 한 관계자는 주 규제당국에 다음과 같은 서한을 보낸 적이 있다. ’화학적 과정이 늘 그렇듯, 원하는 반응을 끌어내는 과정에선 매우 낮은 농도의 부산물 수십~수백 종이 발생하는 반응이 수반된다.‘ 이 관계자는 문제의 화학반응에 대해 ’매우 복잡한 과정으로 부산물 대부분이 알려지지 않은 복합체‘라고 설명했다. 과연 이 부산물에 대한 시험과 보고가 필요한지 확신이 없던 듀폰은 주 당국에 의견을 요청했다. 하지만 당시 당국의 답변 기록은 찾아볼 수 없었다.

2012년 EPA 과학자들이 케이프피어에서 처음으로 제넥스를 발견했다. 이후 강물 샘플 조사 결과에서 다양한 과불소화합물이 검출됐다. 이 화합물의 연구를 이끈 EPA 연구개발국 소속 과학자 마크 스트라이나 Mark Strynar는 “연구진이 고해상도 질량분석법과 기업·정부 데이터베이스 집중 분석을 병행한 결과, 이 화학물질들의 정체가 파악됐다”고 말했다. 1년 후 스트라이나 등 연구자들은 ‘제넥스가 과연 얼마나 퍼져 있을까? 식수에도 있을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케이프피어 강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식수에서 나타난 제넥스 검출량이 의미 있는 수준이라는 이들의 연구 결과가 2016년 11월 한 학술지에 게재됐다. 수많은 주 및 지역 당국 관계자들도 이 연구 결과를 받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응은 2017년 6월 윌밍턴 지역언론 스타뉴스 StarNews가 이 연구를 확보하고 케이프피어 강의 오염에 대한 연재 기사를 보도한 후에야 나오기 시작했다.

윌밍턴의 오그든 파크에서 오염되지 않은 물을 받고 있는 켄 매드슨. 다른 주민들처럼, 그도 제넥스 검출 소식 이후 본인 집 주변의 물을 마시지 않고 있다.


페이엣빌 워크스 공장은 약 259헥타르 규모의 숲에 둘러싸여 있으며, 여러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다. 제넥스 외에도 연료전지용 전해질막에 사용되는 네이피언 Nafion이 이 곳에서 생산되고 있다. 여전히 듀폰 소유인 일부 시설에선 폴리비닐 불소수지가 생산된다. 케무어스는 2016년 4월 방출 허가 갱신을 신청하면서, 네이피언과 라미네이트, 폴리비닐 공정 모두가 폐수를 강에 방류하기 전 처리 플랜트를 거치고 있다고 명시했다. 반면 제넥스 생산라인은 처리 플랜트에 연결조차 되어있지 않았다. 관련 폐기물은 모두 외부로 운송됐다. 만약 그렇다면 왜 케이프피어 강에서 제넥스가 검출된 것일까?

스타뉴스의 연재가 시작된 지 일주일 후인 2017년 6월 15일, 케무어스 직원들이 윌밍턴 시청 공무원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 배석한 스타뉴스 기자의 기록에 따르면, 케무어스 측은 문제의 제넥스가 생산라인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고 확언했다. 좋은 소식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입에선 제넥스가 공장의 다른 생산라인에서 부산물로 나온다는 말도 나왔다. 이 부산물은 심지어 1980년부터 강에 방류되고 있었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단순 사고라 할 수도 없었다. 케무어스는 이 사실을 몇 년간 인지하고 있었으며, 2013년 신기술을 도입해 제넥스의 80%를 방류 전에 걸러내고 있었다.

케무어스는 공무원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릴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6월 15일 가진 회의에서, 제품 지속가능성 담당 이사 캐시 오키프Kathy O‘Keefe는 회사가 하천에 제넥스를 방류한 사실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당국의 허가는 제넥스의 의도적 생산에만 해당되기 때문이었다. 오키프는 “그 제넥스는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다. 의도치 않게 생산된 만큼 독성물질관리법(Toxic Substances Control Act)상 생산 공정의 부산물에 해당된다. 상업적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상업적 의도가 발생하지 않는 한 규제 대상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키프 등 케무어스 측에선 다른 참가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노력했다. 오키프는 “현재로선 알려지지 않은 점이 많다고 본다”고 운을 뗐다. “하천에 독성물질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독성 여부는 함유량이 결정한다는 게 독물학의 제1원칙 아닌가. 물질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유해하다고 판단할 순 없다. 예컨대 방울양배추를 조리해도 포름알데하이드가 방출된다.”

수자원 내 제넥스 검출을 소개한 2016년 보고서의 수석 저자인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 환경공학자 데틀레프 크내프 Detlef Knappe 교수는 케무어스의 인정을 놀랍고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였다. “제넥스가 37년간이나 아무런 조치 없이 방출됐다는 이야기다. 상당히 어처구니 없는 사태다.”

제넥스의 하천 혹은 대기 중 농도에 대한 규제 기준은 없다. 노스캐롤라이나 주가 최초로 7만1,000PPT(1PPT는 1조분의 1)라는 건강 권고치를 제시했는데, 이후 이를 140PPT로 낮췄다. 케무어스 측 한 컨설턴트는 “과학적 논리”가 없는 개정이라고 노스캐롤라이나 주정부를 비판했다. 회사가 폐수를 외부로 운반하기 시작하면서, 제넥스 수치는 주 정부 기준 이하로 내려갔다. 긍정적인 변화지만, 그 이전 30년 넘게 방출이 진행됐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2016년 연구에 따르면, 이전의 제넥스 농도는 평균 약 630PPT였다. 크내프는 하천수 샘플 분석 결과 다양한 과불소화합물이 검출됐으며, 모두 케무어스와 관련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현재 제넥스의 농도는 140PPT 이하지만, 물 속에 온갖 다른 물질들이 있다는 게 불편한 진실이다. 제넥스는 전체 중 작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건강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케무어스와 듀폰은 법정에 제출한 서류에서 ‘존재하지 않는 기준을 초과한 혐의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없다’고 항변했다. 지역 정부가 식수를 안전하다고 판단한다면(현재는 그렇다), 두 기업은 아무런 피해도 일으키지 않은 것이 된다. 케이프피어 공공수도기관과 브런스윅 카운티가 제기한 소에 대한 취하 신청서에서, 케무어스와 듀폰은 ‘공공 보건을 위해 특정 기준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규제가 없는 한, 물 속에 특정 화학물질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유해 혹은 과실 보상을 요구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노스캐롤라이나 주정부는 케무어스가 수질관리 관련 법을 어겼다고 반박했다. 제넥스가 천연 물질이 아닌 만큼, ‘현실적인 양적 상한선’인 10PPT를 기본적인 규제 기준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케무어스는 그 주장에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반발했다.

제넥스가 환경 전체에 얼마나 노출됐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기 때문에 복원을 위한 최선의 길은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오하이오와 웨스트버지니아 주 파커스버그-노스캐롤라이나에서 선적된 이 화학물질의 목적지였다-근처 수원에서 제넥스가 검출됐다. 케무어스는 페이엣빌 워크스 인근 주민들의 상수도 수원지에서 현재 제넥스를 걸러낼 수 있는 필터 시스템을 시험하고 있다.

짐 맥레이 Jim MacRae는 1991년 케무어스 공장 북쪽에서 약 800m 떨어진 집으로 이사를 했다. 그의 양모와 누이, 매형도 근처에 산다. 그의 집에서 사용하는 지하수의 제넥스 수치는 140PPT 이하지만, 그가 소유한 오두막 근처에 있는 다른 지하수는 400PPT를 기록했다. 주 정부 관계자는 맥레이가 여름 피서 때 몸을 담그던 연못이 유독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다른 주민 수십 명과 함께 상수도 공급사 소송을 맡고 있는 변호인단을 선임해 케무어스와 듀폰을 고소했다.

듀폰과 케무어스는 파커스버그 인근에서 제기된 C8 소송 원고들에게 합의금으로 각각 약 3억 3,500만 달러를 지불했다. 하지만 맥레이는 돈 때문에 소송을 시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내가 원하는 걸 더 이상 가질 수 없다. 듀폰과 케무어스가 그런 짓을 저지르기 전 상태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의 아내는 요즘 밤이면 눈물을 흘린다. 그의 이웃들은 지금 물에 뭐가 있는지 몰라 패닉 상태에 빠져있고, 예전에 무엇이 있었을지 모른다는 노이로제에 걸려 있다. 맥레이는 “프라이팬에 달걀이 달라붙는 게 싫었던 사람들 때문에 이 모든 사태가 일어났다”고 비판했다.

지난 4월 27일, 케무어스는 1억 달러가 책정된 배출관리 세부 계획을 서면으로 내놓았다. 이 서한에서 케무어스 변호인은 ‘노스캐롤라이나의 진짜 목적은 배출의 완전 철폐인데, 이는 불법이며 달성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서한은 테플론의 애국적 가치 홍보로 이어졌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이 미군·자동차 산업·항공 산업·반도체 산업의 불소폴리머 수요를 상당 비율 충족하고 있다. 이 공급이 사라질 경우, 심각한 품귀 사태가 초래돼 (…) 중국 등 해외 업체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케무어스 공장 입구 외곽, 노스캐롤라이나 주 87번 국도 도로변에서 주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공업용 화학제품의 승인 절차는 의약품과 상당히 달라, 유독성이 증명되기 전까진 안전한 대상으로 인식된다. 2009년 제넥스 제조를 허가할 당시, EPA는 제넥스의 독성과 ’생물잔존율‘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었다. EPA는 제조사에게 장기 노출 시의 독성을 측정하기 위한 2년간의 동물실험 등 추가적 검사를 명령했다. 실험 결과 실험용 쥐의 간, 췌장, 고환에서 종양이 자랐다. 듀폰은 이 결과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인체 위험 평가와 관련이 없다‘고만 밝혔다.

미국 화학업협회(American Chemistry Council) 산하 조직인 불소협회(FluoroCouncil)는 서면 답변에서 ’해당 물질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양질의 연구가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로 볼 때, 불소협회 회원사들이 제조한, 분자사슬이 짧은 불소텔로미어 기반 제품들은 환경과의 최종적 관계 및 인체 위험 가능성을 고려하면, 우려물질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러나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확실히 입증됐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학자들도 많다. 지난 2015년, 음식 보관용기·소방용 거품·섬유보호제 등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제넥스와 기타 PFAS 물질에 대한 정밀 조사를 촉구하는 ’마드리드 선언(Madrid Statement)‘이 발표됐다. 200명 이상의 연구자가 이 선언에 서명했다.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의 상당수는 제넥스가 포유류의 체내에 긴 시간 남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생체 축적성이 심각한 편이 아니란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매일 사용하는 물 속에 제넥스가 있다면 독성 노출도가 달라질 수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에서 독물학을 연구하는 제인 호핀 Jane Hoppin은 윌밍턴 주민의 제넥스 노출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호핀이 이끄는 연구진은 먼저 주민들의 수돗물 샘플을 확보하고 분석하기 위해 혈액과 소변 샘플을 받아냈다. 그녀는 이 연구의 목적에 대해 “제넥스와 질병 간 상관관계를 확인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샘플도 케무어스의 제넥스 방류가 중단된 후에 채취했다”고 설명했다. “제넥스가 인체에 얼마나 오랫동안 머무느냐는 아주 중요한 사안이다. 만약 우리 실험에서 별다른 결과가 안 나온다면, 이는 제넥스가 애당초 없어서가 아니다. 방류가 끝난 지 5~6개월 후에 시작한 실험이라 그런 것이다.”

EPA는 케무어가 2009년 허가를 준수했는지에 대해 공식 조사를 시작했다. EPA 대변인은 현재 진행 상황에 대한 포춘의 문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이번 기사 작성을 완료한 지난 5월, EPA는 주정부·지방정부를 대상으로 PFAS 오염물질에 대한 전국적 회의를 개최할 계획이었다. 올 여름에는 제넥스 독성에 대한 발표도 예정되어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제넥스의 인체 노출 기준을 만들 수 있지만, 규제 기준은 아니다. 제넥스는 연방정부의 비규제 오염물질(unregulated contaminants) 명단에서도 빠져 있다.

환경보호단체인 환경방어기금(Environmental Defense Fund)의 수석 과학자 리처드 데니슨Richard Denison은 “프루잇 청장 아래에서 EPA가 제넥스 관련 규제를 주정부에 넘기고 있지만, 주 정부는 이를 실행할 인력이나 재원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혁신을 통해 점점 복잡한 화학물질이 새롭게 개발되지만, 이들의 정체는 베일에 싸여 있다. 이런 변화를 놓치지 않을 방법이 필요하다. 제넥스의 기능성을 만들어낸 화학적 특성들은 자연에 방출될 경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공화당은 지금까지 프루잇과 그의 EPA 운영을 대체로 지지해왔다. 그러나 제넥스는 지역 환경 관련 이슈가 당파를 초월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노스캐롤라이나 주 상원의원 리처드 버 Richard Burr, 톰 틸리스 Thom Tillis은 트럼프 대통령의 EPA 화학안전 및 오염예방국(Office of Chemical Safety and Pollution Prevention) 국장 지명자였던 마이클 다워슨 Michael Dourson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다워슨은 컨설턴트 시절, 듀폰의 C8 관련 일을 한 적이 있다. 결국 그가 작년 12월 사퇴하면서, 이 자리는 아직도 공석으로 남아 있다. 프루잇의 미래도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올 봄 어느 화창한 날, 기자는 윌밍턴에서 카약을 빌린 후 차로 케이프피어 강가를 달렸다. 펄프 공장과 도축장을 지나 케무어스 공장 바로 아래 있는 윌리엄 O. 허스크 William O. Huske 댐 앞에 도착했다. 기자는 카약을 강에 띄운 후 상류를 향해 노를 젓기 시작했다. 케이프피어 강은 평탄하고 고요했다. 수심이 깊었고, 케무어스 하수 방류관은 물 속에 가라앉아 보이지 않았다. 계속 노를 저어 케무어스의 대형 집수관이 있는 곳까지 도착했다. 공장의 소음이 들렸지만, 주변 숲에 가로막혀 그리 크지는 않았다.

기자는 테플론에 대해, 그리고 마드리드 성명에 대한 불소협회 회장 제시카 보우먼 Jessica Bowman의 답변에 대해 생각을 했다. 그녀는 “시장은 이미 오래 전에 PFAS의 화학적 성질이 얼마나 중요한지 결정을 내렸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이었다. 기자가 만난 인물 중 테플론 및 그 후속 물질과 관련이 없는 사람은 없었다. 누군가에게 PFAS는 아버지 심장의 스텐트에 사용된 생명유지 장치였고, 누군가에겐 비에 젖지 않게 해 주는 고어텍스 재킷이었다. 기자의 식기세척기에 있는 물이 새는 밸브 수리에 사용된 배관 테이프에도 PFAS가 들어 있었다. 140PPT의 실질적인 의미가 무엇인지도 생각해 보았다. 140PPT는 올림픽 규격 수영장 속 물 140방울을 의미한다.

일주일 후, 호핀·크내프 등 세 명의 학자가 윌밍턴 주민들의 집에서 채취한 물 샘플의 분석 결과를 토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대부분의 샘플에서 제넥스가 검출됐지만, 권고치를 넘어선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모든 논란이 끝나는 상황도 상상해 볼 수 있다. 제넥스는 C8과 다르고, 주민 건강이나 케무어스의 재무제표를 더 이상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이 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넥스는 30년 넘게 자연에 방출됐다. 지금 강물에서 검출된 양은 1년, 5년, 20년 전 검출된 양과 다를 수 있다.

행사가 끝나기 전, 모든 이들은 한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원하고 있었다. ’이 연구자들은 윌밍턴의 수돗물을 정수처리 없이 그대로 마실 것인가?‘ 세 사람은 별다른 머뭇거림 없이 답했다. “아니오, 아니오, 아니오”. /번역 김화윤 whayoon.kim@gmail.com

▲한눈에 보는 테플론의 역사

쓰임새 많은 화학물질 PTFE가 테플론이라는 이름으로 무수히 많은 제품에 적용돼 우리의 삶에 많은 발자취를 남겼다.

-1938년: 듀폰의 연구자인 로이 J. 플런켓이 냉매 개발 중 열 저항성이 높고 표면 마찰이 적은 신물질을 발견했다. 이 물질의 이름은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PTFE)이었다.

-1941년: 플런켓이 제 2230654번 특허를 취득했다.

-1943년: PTFE는 맨해튼 프로젝트의 우라늄 농축용 기체확산공장 파이프 밀봉에 사용됐다. 일본에 투하된 최초의 원자폭탄 생산에 기여한 것이다.

-1946년: 듀폰이 미국 화학학회의 한 회의에서 테플론의 존재를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했다. 당시 테플론은 이미 제트엔진에 사용되고 있었다.

-1954년: 프랑스 엔지니어 마르크 그레구아르가 테플론으로 코팅한 알루미늄 프라이팬 브랜드 테팔을 출시했다. 요리 혁명의 시작이었다.

-1961년: 기업가 매리언 트로졸로가 미국 소비자에게 들러붙지 않는 해피팬의 판매를 시작했다.

-1969년: 윌버트·로버트 고어가 PTFE를 길게 늘리는 방식을 적용해 방수섬유 고어텍스를 개발했다. 테플론은 아폴로 11호 달 착륙 때 우주인이 입은 우주복 소재로도 사용됐다.

-1983년: 민주당 소속 한 하원의원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대해 “그는 테플론 코팅 대통령의 완벽한 사례다. 그는 어떤 책임도 자신에게 들러붙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1987년: 마피아 대부 존 고티가 연방법원에서 공갈 혐의 무죄를 선고 받아 ‘테플론 대부’라는 별명을 얻었다. 고티가 1992년 결국 유죄 판결을 받자, 한 FBI 요원은 “드디어 코팅이 벗겨졌다”고 표현했다.

-2009년: 테플론과 그 제조의 핵심 물질인 C8의 유해성 우려가 높아지자, 케무어스의 전신인 듀폰이 제넥스라는 새 물질로 C8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2010년: 래퍼 릭 로스가 앨범 ‘테플론 대부’를 발매했다.

-2015년: 듀폰이 케무어스를 분사시켰다.

-2017년: 케무어스와 듀폰이 과거 C8 사용에 대한 집단소송을 합의로 종결시켰다. 6월에는 수십 년간 케이프피어 강에 제넥스가 방류됐음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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