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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본 선임기자의 청론직설] "4차산업혁명 꽃 피우려면 민간 창의성 키울 환경부터 조성해야"

<황동호 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

공공기관 과제 기획·선정 등 비영리법인엔 기회도 안줘

정부 규제 풀고 민간에 자율성 주는 보텀업 방식 도입

스타트업 실패 땐 재도전 할 수 있는 생태계도 만들어야

황동호 타이드인스티튜드 대표가 서울 종로 세운상가 팹랩서울에 있는 사무실에서 타이드 표식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성장을 위해 혁신가를 대거 키워야 하는데 현장에서는 불필요한 규제가 적지 않죠. 정부와 공공기관의 과제 기획·선정만 봐도 메이커캠프나 창업교육 등 저희가 정말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비영리 사단법인이라는 이유로 입찰자격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고요.” 혁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키워내는 데 앞장서고 있는 타이드인스티튜트의 황동호(40·사진) 대표는 서울 종로 세운상가 팹랩(fablab)서울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며 “정부가 민간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발현할 수 있는 쪽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 창업가와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에서 독지가들의 후원만으로는 부족해 과제 입찰이 나오면 신청하는데 왕왕 이런 규제에 부딪힌다는 것이다.

목표치 설정이나 재무상태 보고 등 당국의 관리·감독은 감수하더라도 과제 참여 기회마저 봉쇄되는데다 제안요청서(RFP)의 내용도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황 대표는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게만 입찰자격을 부여해 할 수 없이 지난해 별도의 협동조합을 만들었는데 ‘업력이 짧아 안 된다’고 하더라”며 “메이커캠프나 창업교육 과제를 수주한 이벤트 업체가 타이드에 협조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과제 기획부터 정부가 정하는 톱다운 방식이라 세부 사안까지 규제하다 보니 자율성을 제약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민간이 기획해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보텀업 방식을 섞어야 한다는 게 그의 희망사항이다.

타이드는 메이커 스페이스인 팹랩을 세운상가에 세워 도심재생에 기여한 데 이어 수원·제주 외에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으로 미얀마와 키르키스스탄에서도 운영하고 있다. 오는 8월에는 ‘미친 아이디어가 흘러갈 수 있는 장을 만든다’는 모토로 한반도의 미래를 해결하기 위한 ‘TEU(TIDE Envision University)’ 교육과정을 선보인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10주 과정 혁신 프로그램으로 10년 안에 10억명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제품과 서비스를 표방하는 싱귤래리티대의 한국판인 셈이다.

당초 팹랩은 미국 MIT의 닐 거신펠드 교수가 3D프린터와 레이저커터 등을 갖추고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도록 한 데서 출발해 현재 세계 130여개국으로 확산됐다. 한국에는 지난 2013년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 등이 들여왔으며 황 대표도 뜻을 같이했다. 팹랩서울에서는 매주 수요일 밤 MIT의 ‘상상하는 모든 것을 만드는’ 강의를 화상으로 연결해 질문도 던지는 식으로 수업에 참여한다. 물론 MIT 등에 로열티를 지급하는 것은 아니다. 고 전 대표에 이어 2017년부터 대표를 맡아온 황 대표는 “팀 단위로 아이디어 도출부터 시제품 제작까지 하는 메이커톤을 진행하고 국내외에서 창업경진대회를 개최해왔다”며 “TEU를 통해 청년들의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성을 키우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 프로그램은 뭔가에 몰두해 있는 20~30대를 대상으로 인문학 관점에서 과학기술을 활용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혁신가로 키워내는 게 목표다.

황동호 타이드인스티튜드 대표가 서울 종로 세운상가 팹랩서울에 있는 사무실에서 타이드 표식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그는 “스타트업의 세계 시장 진출을 활성화하려면 실패할 경우 재기가 쉽지 않은 환경부터 바꿔야 한다”며 “2017년 초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팹랩서울에 와서 ‘실패해도 괜찮아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라고 방명록에 썼는데 정책자금의 연대보증 폐지 등은 이뤄졌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곳곳에 규제도 있고 창업자도 글로벌 시장보다 내수에 안주하며 기술기반보다는 서비스 분야에 치우쳐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정부 외 대기업과 금융권의 벤처 육성과 인수합병(M&A) 활성화를 꾀하는 한편 창업자가 데스밸리를 넘을 때까지 기다려주고 실패하더라도 재도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우리나라가 미국·중국·이스라엘 등과 달리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이 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포함해 7개에 그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

그는 “지난해 제주청년창업사관학교 운영도 맡았는데 입소한 15사 중 올 초 3사만 연장이 이뤄졌다. 중장기 지원이 돼야 석박사급 연구원의 기술기반 창업도 늘어날 것”이라며 “TEU를 통해 물·식량·주거·에너지 부족과 재해·재난·안전 문제 해결, 정책 거버넌스와 교육 혁신 방안 등을 모색하겠다”고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황동호 타이드인스티튜드 대표가 서울 종로 세운상가 팹랩서울에 있는 사무실에서 타이드 표식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황 대표 자신도 여러 차례 창업한 경험이 있다. 대기업에 이어 초중학생 학습·리더십 혁신교육 업체에서 근무하다 이니셜을 목걸이·반지·팔찌에 새겨주는 주얼리 사업을 하며 나중에는 공장까지 갖추고 대기업에 납품했다. 그는 “당시 이니셜 주얼리가 5년가량 대세였는데 분야별로 갈수록 트렌드가 짧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배급사에 투자하고 임원으로 근무하며 외국 다큐멘터리와 기독교영화를 영화관과 인터넷TV(IPTV)에 연결하는 한편 호주 등에 한국 영화를 알리기도 했다. 아르바이트생을 두고 PC방도 개업했다가 수업료를 톡톡히 지불한 적도 있고 의료 소비자를 위해 4만여 국내 병의원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 업체를 공동 창업했다가 의료계의 저항으로 실패하기도 했다. 그는 “이후 시각장애인에게 책을 읽어주는 문자판독기로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한 회사에 투자해 회수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저는 도전정신이 강하고 뭔가에 미쳐 있는 편인데요(웃음).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토론과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가를 양성하는 플랫폼으로 타이드를 키우는 게 궁극적인 목표죠.” /kbgo@sedaily.com

he is..

어려서 몇 년간 미국에서 생활한 그는 대학(한동대 경영학·전산학 복수전공)을 졸업한 뒤 1년 반가량 대기업(CJ프레시웨이)을 다니다 도전에 나섰다. 2011년 타이드 설립에 참여한 뒤 2017년부터 대표를 맡아왔다. 올 들어 서울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핀란드 알토대 E-MBA를 다니며 8월에 시작하는 TEU라는 혁신교육 과정에 공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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