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포스트 화석연료시대를 이끌 차세대 주자는 누구일까.
세계 각국은 수소를 그 주인공으로 꼽는다. 그리고 수소경제시대로의 원활한 이행을 목표로 범국가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파퓰러사이언스는 한국과학창의재단과 공동으로 지난호에 이어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삶을 바꿔놓을 수소에너지의 가치와 연구개발 현황, 과제와 비전을 살펴본다.
4 눈앞으로 다가온 수소연료전지차
수소경제와 수소연료전지차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결코 따로 생각할 수 없는 필요충분조건의 명제다. 수소경제는 화석연료에서 수소로의 에너지 패러다임 변혁을 뜻하지만 파급력은 자동차에서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하게 발휘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조차 수소연료전지차가 수소 경제의 시금석이며 그 성패에 수소경제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2020년 120만대 운행
앞으로 수년 뒤면 우리는 TV 브라운관을 통해 수소연료전지차 판매 광고를 보게 될 것이다.
실제로 현대·기아자동차, GM, 혼다, 토요타 등 유수의 완성차 메이커들은 2015년을 수소연료전지차의 상용화 시점으로 정하고 막바지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경우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긴 2014년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수소연료전지차는 더 이상 미래의 자동차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처럼 상용화를 앞두고 각 기업들은 현재 연구소를 벗어나 일반 도로에서의 실증테스트에 한창이다. 미 에너지국(DOE)에 의하면 미국 200여대를 포함해 북미·유럽·아 시아를 중심으로 약 500대의 실증이 이뤄지고 있다. 미 연료전지협회(USFCC) 집계로는 작년에만 300대 이상이 실증프로그램에 새로 투입됐다.
김종원 고효율 수소에너지 제조·저장·이용기술개발사업단장은 “전 세계에서 승용차 700여대, 버스 50여대의 실증이 이뤄진 것으로 추산된다” 며 “우리나라 또한 현대·기아차가 2015년 1만대 생산을 목표로 수도권과 울산에서 투싼ix와 보레고(모하비) 연료전지차 100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벤츠와 혼다다.
두 기업은 이미 ‘B클래스 F-Cell’과 ‘FCX 클래러티’를 각각 상용모델로 확정하고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상태다.
성능은 상용화 수준 근접
업계의 움직임에 따라 지난 4월 시장조사기관 파이크리서치는 세계 수소연료전 지차 시장이 2015년을 기점으로 고속 성장해 2020 년 누적 판매량 120만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했다. 2014년까지 약 1만대, 2015년 5만7,000대의 시장이 형성된 뒤 2020년 39만대가 보급된다는 설명이다.
2020년 이후에는 가히 폭발적 성장이 예견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2017년 약 5만3,000대, 일본 정부는 2025년까지 200만대의 보급계획을 천명한 데 힘입어 지난 2008년 미국 국립과학학술원(NAS)은 2030년 미국에서만 2,500만대가 운행될 거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임태원 현대·기아차 연료전지개발실장은 “초반 10년은 수소 충전소 등 미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수소연료전지차의 광범위한 활용은 2025년 전후가 될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현재의 기술력은 어떨까. 성능만 보자면 상용 화에 상당히 근접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친환경성, 연료 효율성은 차치하고라도 주행거리, 연료 충전시간, 연료전지 내구성 등 과거 기술적 난제로 꼽혔던 요인들 모두에서 비약적 발전이 이뤄졌다.
먼저 수소 연료 1회 충전 후 주행거리는 충전압력 700bar의 고압저장용기 도입으로 5년 전 150~200㎞에서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 육박하는 400~500㎞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됐다. 토요타의 ‘하이랜더 FCHV-adv’는 최대 주행거리가 700~800㎞에 이르며 FCX 클래리티는 350bar 용기를 채용하고도 380㎞를 달릴 수 있다. 수소충전 시간 역시 10분 내외에서 3~5분으로 줄었다. 지금도 충전시간 30여 분, 주행거리 200㎞ 이하에 머물러 있는 전기자동차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부분이다.
기업들은 2015년까지 수소연료전지차 가격을 5만 달러 수준으로 낮춰 상용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제조단가 3분의 1로 낮춰야
또한 DOE의 실증 결과, 차량용 연료전지의 내구성은 작년 기준 2,500시간, 12만㎞를 돌파했다. 이는 목표치 5,000시간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2006년의 950시간 보다는 2.6배에 이르는 진전이다. 남아 있는 3년여의 시간 동안 내연기관 차량급의 상용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믿음을 갖기에 충분한 수치라 할 수 있다.
물론 남아있는 과제도 있다. 최대 관심사는 단연 가격경쟁력의 확보다. 수소연료전지차 1대당 제조단가가 재료비를 기준으로 아직 웬만한 외제차를 능가하는 1억5,000만원에 달하는 탓이다.
홍성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료전지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자동차 업계의 2015년 목표 출고가는 하이브리드카가 처음 출시됐을 당시와 비슷한 5만 달러 선”이라며 “이 정도면 보조금, 세금감면 등 정부지원을 통해 초기 시장 창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홍 책임연구원은 이어 “2004년 10억원을 웃돌던 가격이 6분의 1 정도로 떨어진 것”이라 말하고 “연료전지를 위시한 핵심 부품 가격의 인하, 대량생산에 따른 생산비 감소를 감안할 때 달성 가능한 목표로 본다”고 덧붙였다.
실제 차량용 연료전지도 생산량 증대 효과로 인해 2002년 1㎾당 275달러에서 작년 51달러로 80%나 가격이 하락 했다.
이와 관련 임 실장은 “부품 국산화와 공용화, 전용 부품 개발 등 제조단가 저감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며 “이미 95%의 부품 국산화를 마쳤고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모듈화해 하나의 시스템을 여러 차량에 탑재할 수 있도록 함으로서 대량생산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껏 전 세계에서 개발된 수소연료전지차는 콘셉트카를 제외하고도 50여종이 넘는다. 이들 중 가장 빠른 녀석은 누구일까. 바로 포드의 수소연료전지 레이싱카 ‘퓨전 하이드로젠 999’다. 이 차량은 지난 2007년 8월 고속 자동차 경주 장소로 유명한 미국 유타주 보너빌 솔트 플랫에서 펼쳐진 주행실험에서 시속 207.279마일(333.58㎞)을 기록, 2004년 시속 300㎞를 달성한 BMW의 H2R을 제치고 세상에서 가장 빠른 수소연료전지차로 등극했다. 퓨전 하이드로젠 999는 포드의 인기모델인 퓨전을 개조한 모델로서 400㎾급 연료전지를 채용, 전기모터의 출력이 770마력에 달한다. 반면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좌우측 사이드미러와 전면부의 라디에이터 그릴까지 제거하는 등 첨단 공기역학 설계를 적용, 공기저항계수는 0.21에 불과하다. |
INTERVIEW
임태원 현대·기아자동차 연료전지개발실장
Q. 현대·기아자동차의 수소료전지차 전용모델은 언제쯤 출시되나
수소연료전지차는 크게 기존 차량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탑재하는 경우와 완전히 새로운 전용 모델을 디자인하는 경우로 구분된다.
최근의 대세는 전자에 해당한다. 토요타 프리우스처럼 전용모델을 만들면 많은 관심을 끌 수 있어도 비용 등의 측면에서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도 아이블루라는 전용모델 콘셉트카가 있지만 차량 보다는 내부 시스템에 연구의 중점을 두고 있다.
Q. 2015년 양산모델은 정해졌나
아직 미정이다. 다만 확언할 수는 없지만 앞서 언급한 이유로 투싼ix 등 기존 모델을 활용한 수소연료전지차가 상용모델이 될 것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또한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의 크기를 줄이고 모듈화해 향후 어떤 모델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2015년의 시장과 경쟁사 전략에 따라 소나타에도, 투싼ix에도 모듈을 채용할 수 있다.
Q. 기존 모델들은 주로 SUV가 많은데
사실이다. SUV는 지상고가 높아 수소저장용기 탑재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또한 개발 초기에는 연료전지 스택, 제어장치 등을 일일이 붙여가면서 테스트를 했기에 가급적 넓은 공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디젤엔진보다 조금 큰 정도로 시스템 모듈화가 이뤄져 일반 승용차 모델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Q. 초기 시장에서 정부지원은 필수적인가
현재의 내연기관 차량들은 100여년의 시행착오와 기술혁신의 산물이다. 반면 수소연료전지차는 이제 처음 걸음마를 뗀 상태다. 기술수준과 상품성을 내연기관 차량 수준으로 올리려면 인위적 부양정책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Q. 지원 기간은 언제까지로 보나
일반적으로 최소한의 시장성을 담보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시키려면 기업당 5만대 이상의 생산·판매가 담보돼야 한다. 충전소 등 인프라와도 관계가 있어 정확한 시점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수소연료전지차의 비중이 전체 자동차 시장의 10% 정도가 될 때까지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5 수소경제의 핵심 인프라 수소충전소
박소란 기자 psr@sed.co.kr
수소충전소는 수소경제의 필수 인프라다. 수소연료전지차가 수소경제의 심장이라면 수소충전소는 그 심장을 뛰 해주는 혈액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수소연료전지차의 상용화가 임박하면서 세계 각국은 수소충전소의 확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특히 단순한 충전 기능에 치우쳤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효용성과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시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전 세계 224개소 가동
수소충전소는 수소 원료의 수급 방식에 따라 크게 자가 제조형과 외부 수급형으로 나뉜다. 이는 다시 수소 생산 공정에 의해 천연가스·메탄·등유·LPG 등을 원료로 한 증기 개질형과 태양광·풍력 등 자연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활용하는 물 전기분해형으로 구분된다.
부경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신재생에너지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외부 수급형이 주류를 점했지만 요즘은 자가 제조형이 대세”라며 “관련 기술이 고도화·안정화되면서 상용화에 근접한 스펙을 갖춰가고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러한 수소충전소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200개소 이상이 존재한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산하 혁신기술연구소(BTI)와 독일 신재생에너지 연구기관 루트 비히-뵐코브-시스템테크니크(LBST)의 집계에 따르면 2010년말 기준 224개소가 가동 중이다.
작년에만 22개소가 새로 오픈했고 건설 중이거나 건설이 확정된 곳도 127개소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소충전소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200개소 이상이 존재한다.
대륙별로 보면 북미와 유럽이 각각 92개소, 80개소로 선두권을 점하고 있으며 아시아가 48개소로 뒤를 쫓는 형국이다. 국가별로는 아무래도 유명 자동차 기업 보유국들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총 34개국에서 수소충전소가 가동되고 있는데 미국이 79개소로 압도적 우위며 27개소의 독일과 23개소의 일본이 2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중 일본은 2025년 1,000개소 운용이라는 야심찬 마스터플랜을 표명한 상태로 올 초 토요타, 혼다, 닛산 등 3대 완성차 메이커는 2015년까지 100개소의 신규 수소충전소 건설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캐나다, 영국, 이탈리아, 덴마크 등과 함께 3위 그룹에 속한다. 지난 2001년 현대·기아차가 남양연구소 내에 건설한 350bar 충전소를 시작으로 현재 총 10개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올해 중 3개소가 추가 준공될 예정이다.
2020년 5,200개소로 폭증
전문가들은 이 같은 괄목할만한 증가세를 수소연료전지차의 상용화가 임박했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김종욱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미래전략정책실 책임연구원은 “과거 선진국 주도로 전개됐던 수소에너지 및 수소연료전지차 연구가 세계 각국으로 확산됐다”며 “수소충전소 확충에 대한 관심 증대는 그러한 연구들이 실증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또 “버스, 지게차, 선박, 군용기기에 대한 수소연료전지의 채용 확대 역시 충전 인프라 확산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얼마 전 미국 시장조사기관 파이크리서치는 2020년 전 세계 수소충전소가 5,200개소를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향후 9년간 연평균 540개소 이상의 수소충전소가 신규 건설된다는 의미로서 이를 위한 10년간 누적투자액이 84억 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추세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김종원 고효율 수소에너지 제조·저장·이용기술개발사업단장은 “그린카 발전 로드맵에 의하면 2020년까지 168개소의 운용이 목표”라며 “현대·기아차는 2014년 약 20기, 2020년 100기의 인프라 구축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단장은 이어 “2020 년 이후에는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 이라며 “2040년경 국내에만 8,600개소의 충전소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토요타, 혼다, 닛산 등 3대 완성차 메이커는 2015년까지 100개소의 신규 수소충전소 건설 계획을 밝혔다.
구체적 충전 인프라 확산 방안은 세계 각국이 대동소이하다. 인구 밀집지역과 산업용 잉여 수소 수급이 원활한 지역을 중심으로 인프라를 조성한 뒤 인근 대도시로 확산한다는 복안이다.
다만 2014년까지 캘리포니아주에 46개소의 수소충전소 건설을 추진 중인 미국 캘리포니아 연료전지 파트너십 (CaFCP)의 실무책임자 캐서린 던우디는 “연구결과, 수소충 전소 설치는 수소연료전지차의 이동거리 10분당 1개소가 적당하다”며 “교통체증을 고려해 거리보다는 시간을 기준으로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효용성 증대 위한 다각적 시도
수소충전소 건설이 본격화 되며 최근 들어 기술적 트렌드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충전기술 자체에 주목했다면 지금은 효용성 제고를 위한 시도들이 잇따르고 있는 것.
서울 상암동에는 쓰레기 매립가스를 활용한 세계 최초의 수소충전소인 상암 수소스테이션이 운용되고 있다.
압축천연가스(CNG)와 수소를 동시 공급할 수 있는 복합충전소, 연료전지를 통해 수소 는 물론 전기와 열에너지까지 공급하는 다목적 충전소, 그리고 유해 폐가스 속 메탄(CH₄)을 원료로 쓰는 자원 재활용 충전소 등이 그 실례다. 태양광, 태양열, 풍력과 같은 자연에너지로 전기를 발생시켜 물을 전기분해하는 형태의 수소충전소 건설도 확대되고 있다.
국내만 봐도 올 6월 서울 상암 월드컵공원에 매립가스를 이용한 세계 최초의 충전소가 문을 열었다. 여기서는 난지도 쓰레기매립지의 폐가스에서 메탄을 정제, 수소를 생산한다. 또한 올해 중 자연에너지를 활용한 수소충전소도 준공을 앞두고 있다.
김 단장은 “현재 제주도 행원풍력발전단지 내에 풍력-수소 충전소 건설이 이뤄지고 있다”며 “자연에너지를 사용한 시스템은 무한에너지, 청정에너지라는 수소의 궁극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주에 지난 5월 파이프라인으 로 수소 원료를 공급받는 충전소가, 8월에는 하수처리장의 메탄가스를 이용한 충전소가 최초로 들어섰다.
캐서린은 “농업폐기물, 식품쓰레기, 매립가스 등에서도 수소의 생산 이 가능하다”며 “이는 환경피해를 줄이면서 친환경 수소를 얻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에 따르면 CaFCP는 미국 전역에 산재된 이러한 소스들을 100% 활용 한다면 최대 2억 대의 수소연료전지차용 수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많은 전문가들은 수소연료전지차와 마찬가지로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에도 정부 지원이 필수적임을 강조한다. 김 책임연구원은 “수소충전소 1기의 건설에는 기존 주유소의 2배 가까운 건설비가 투입된다”며 “미국 캘리포니아주처럼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세제 혜택 등 재정 지원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두 곳 있다. 하나는 누구나 예상되듯 월드컵 주경기장이다. 그럼 또 다른 하나는 무얼까.
바로 쓰레기 매립가스를 활용한 세계 최초의 수소충전소인 상암 수소스테이션이다. 여기서는 지난 6월부터 난지도 쓰레기매립지에서 발생한 폐가스로부터 메탄을 정제한 뒤 물과 반응시켜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펼쳐질 수소경제의 단면을 보기 위해 지난달 28일 이곳을 찾았다.
충전소의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서율원 에코에너지홀딩스 소장은 “개질기에서 메탄과 수증기를 혼합, 가열·냉각·흡착 과정을 거쳐 순도 99.995% 이상의 수소를 생산한다”며 “이 수소를 고압 압축·저장한 후 필요시마다 수소연료전지차에 충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암 수소스테이션의 하루 수소 생산량은 최대 720N㎥. 수소연료전지차 30대의 충전이 가능한 양이다. 서 소장은 “아직까지 이용 차량이 많지 않아 지속적인 가동은 하지 않고 있다”며 “평균 일주일에 1회 꼴로 15시간 정도 수소를 생산한다”고 밝혔다.
현재 이곳을 방문하고 있는 수소연료전지차는 현대·기아차의 3세대 모델인 투싼ix 3대와 모하비 10대 등 총 13대다. 서울시가 지식경제부, 현대·기아차와 공동 수행 중인 실증사업에 투입된 33대 중 일부로서 서울시에서 관리하는 이 차량들은 주로 시민 지원 업무에 활용되고 있다.
투싼ix를 배정받아 운용하고 있는 김명기 서울시 맑은환경본부 친환경교통과 주무관은 “충전소 방문시마다 350bar 압력으로 약 3㎏의 수소를 충전한다”며 “한번 완충하면 일주일간 업무 수행에 전혀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1회 충전 시 소요시간은 3~5분이 걸린다고 한다.
특히 상암 수소스테이션의 안전 설비는 국내 수소충전소 중 가장 뛰어난 수준이다. 건설 공사를 총괄한 이승찬 SK건설 수소스테이션 건설공사팀장은 “수소 제조설비 공간 내 방호벽, 방호문, 공정별 안전밸브, 압축기 안전장치 그리고 26개의 가스누출감지기를 설치하는 등 다각적 측면에서 안전 확보에 철저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장정훈 서울시 맑은환경본부 천연가스차량팀장은 “상암 수소스테이션은 도시가스나 LPG를 원료로 하는 여타 충전소들과 달리 폐자원인 쓰레기 매립가스를 청정연료인 수소로 전환,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 수소생산공정을 구축했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 팀장은 또 “향후 초·중·고 학생들을 비롯한 시민들에게 친환경 신재생에너지의 상징적 이미지를 심어주는 동시에 수소에너지 활용 기반 조성을 위한 국가대표급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6 세계가 주목하는 대한민국
박소란 기자 psr@sed.co.kr 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김청한 기자 best@hmgp.co.kr
수소경제시대 진입을 앞두고 각국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막강 기술력을 무기로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뒤늦게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했지만 비약적 기술발전을 거듭하며 당당히 세계 무대의 중심에 진입한 것. 수소 선진국인 미국, 일본, 독일을 거친 세계의 이목이 이제 대한민국을 향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차 세계 4위
지난 8월 국내 수소에너지 업계에 희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파이크리서치가 발표한 ‘수소연료전지차 제조업체 평가’에서 현대·기아차가 다임러, 혼다, 토요타에 이어 세계 4위에 랭크된 것이다. 이는 기술력과 시장전략, 혁신성 등 12개 항목을 고려한 결과로서 GM, 포드, BMW 등을 제치고 업계 리더로 인정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런 공신력을 바탕으로 현대·기아차는 올해부터 미국을 넘어 유럽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1월 노르웨이 등 북유럽 4개국과 수소연료전지차 시범보급 합의, 2월 독일 클린에너지파트너십(CEP) 참여에 이어 이달 5일에는 투싼ix가 유럽연합(EU) 의회의 수소연료전지차 시범운행 차량에 단독 선정되기도 했다.
유 이사는 “지금껏 SUV 5종, 버스 2종 등 총 166대의 수소연료전지차를 생산, 130여대를 국내외에서 운용 중”이라며 “상용화 시점인 2015년 세계 1위 메이커 등극을 목표로 핵심 역량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가정용연료전지 국산화율 95~98%
수소연료전지차와 함께 일반인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에서도 우리나라는 비약적 성장을 일궜다. 기존 가스 보일러를 대체할 이 시스템은 도시가스나 LPG 등에서 수소를 추출, 전기를 생산하는 일종의 가정용 발전소로 GS퓨얼 셀, 퓨얼셀파워, 효성 등이 국내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이종문 GS퓨얼셀 사업개발팀장은 “전력 생산 시 발생하는 열을 활용, 난방과 온수 공급이 가능해 온실가스 배출 저감은 물론 상당한 광열비가 절감된다”며 “가장 소형인 1 ㎾급 시스템의 절감액이 4인 가족 기준 연간 100만원 이상” 이라고 밝혔다.
이 분야의 최강자는 단연 일본. 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 연료전지 스택 등 핵심 장비와 부품·소재를 100% 국산화하고 2009년 일반 가정에 보급을 개시했다. 작년까지 1만 5,000대를 설치했으며 올해는 8,000대가 목표다.
우리나라는 일본이 실증사업에 나선 2002년보다 1년 늦은 2003년에야 GS퓨얼셀에 의해 1㎾급 시스템이 최초 개발됐지만 유럽과 2위 그룹을 형성하며 일본을 맹추격하고 있다.
작년부터는 그린홈 100만호사업의 일환으로 1㎾급 시스템의 일반 가 정 설치를 추진 중인데 지난해 200대, 올해는 10월초 현재 목표량 300대 중 266대가 설치됐다. 궁극적 목표는 2020년까지 총 10만대 보급이다.
이와 관련 이원용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연료전지 프로그램 디렉터는 “시스템 내구성에서 일본은 5만 시간, 우리는 4만 시간 정도”라며 “하지만 실질적 시스템 기술은 이미 대등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일본과의 격차는 기술력이 아닌 부품의 내구성 문제라는 얘기다.
이 팀장도 “95~98%의 부품 국산화율에도 불구하고 국내시장이 협소해 일부 부품을 일본에서 공수하고 있다”며 “내구성의 비교열위는 기술력보다는 일본이 최신 부품을 판매하지 않아 생기는 한시적 상황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이어 “정부 주도로 부품 국산화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2015년이면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충전인프라 외산에서 국산으로
수소충전소를 위시한 인프라 분야는 어떨까. 현재 국내에 건설된 충전소가 10개소 에 불과해 숫자 면에서는 미국(79개소), 독일(27개소), 일본 (23개소)에 크게 뒤쳐진다.
또 최근의 수소연료전지차는 700bar 압력의 수소저장 용기 탑재가 대세지만 현존 국내 충전소 중 700bar 충전 설비를 갖춘 곳은 현대·기아차의 마북연구소와 경기 화성 소재 자동차성능연구소의 수소스테이션 뿐이다. 때문에 2009년부터 2년 과제로 진행 중인 수소연료전지차 2단계 모니터링 사업에 투입된 투싼ix와 모하비 모델은 700bar 용기를 장착하고도 대부분 350bar로 수소를 충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김종원 고효율 수소에너지 제조·저장·이용기술개 발사업단장은 “700bar 충전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향후 건설될 충전소에는 700bar 설비 채용이 확대돼 원활한 모니터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INTERVIEW
이종문 GS퓨얼셀 사업개발팀장
Q.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의 메리트는
연료전지는 수소 등의 연료를 산화시켜 생기는 화학에너지를 직접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킬 뿐만 아니라 반응과정에서 열에너지까지 얻는다. 때문에 발전효율이 전기 34~37%, 열 45% 등 80% 이상으로 일반 화력발전소보다 50% 가량 높다. 특히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5% 이상 감소가 가능하다.
Q. 차량용과 가정용 연료전지에 차이가 있나
차량용은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PEMFC), 가정용은 PEMFC 또는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를 쓸 수 있다. 이중 PEMFC가 용이한 시동성을 가져 현재는 차량용과 가정용 모두에서 주로 활용된다. 반면 SOFC는 가동온도가 매우 높아 예열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지만 발전효율이 탁월해 차세대 연료전지로 각광받고 있다. 각국의 기술 수준은 아직 초기 단계며 GS퓨얼셀은 2015년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할 계획이다.
Q. 현재 관련업계의 이슈가 있다면
단연 ‘수소타운’이다. 마을 전체가 전기와 열에너지를 수소에서 얻는 수소타운 조성은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 보급 확산에 많은 도움이 된다. 내년에 국내에도 이의 조성이 예정돼 있다. 장소는 아직 대외비라 언급하기 어렵다.
또한 울산이 지자체 차원에서 수소타운 조성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안다. 일본의 경우 홋카이도에 가정용연료전지시스템 150대를 설치한 1,800세대 규모의 수소타운이 조성돼 있다.
Q. 본격적인 상용화 시기는 언제쯤으로 보나
2017년 정도로 예상한다. 관건은 가격이다. 현재 국내의 1㎾급 시스템 가격은 5,500만원대에 달하지만 내년 5,000만원, 2013년 3,500~4,000만원, 2017년 500만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Q. 지원은 원활히 이뤄지고 있나
제조단가 하락은 결국 보급량이 좌우한다. 보급량을 늘리려면 충분한 예산 확보가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다. 그러다 보니 보급량이 줄어 단가 저감이 늦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아울러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은 는 태양열, 지열 등의 에너지보다 건물 적용에 적합하다. 그러나 아직도 공공기관 신재생에너지 설치 의무화 제도의 신재생 설비 항목에 연료전지가 빠져있다. 여기에 연료전지를 추가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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