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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택트렌즈 디스플레이] 가능하냐고? 증강현실에 물어봐!

AUGMENTED REALITY IN A CONTACT LENS

얼마 전 영화 '미션 임파서블4'를 봤다. 숨 막히는 액션신들 속에서 과학기술을 동원한 첨단 장비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특히 눈에 착용만 하면 자신이 바라보는 사람이나 사물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주는 콘택트렌즈는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듯 하지만 불가능할 것 같지도 않은 콘택트렌즈 디스플레이. 개발될 가능성은 정말 없을까.


자료제공_한국산업기술진흥원 기술과 미래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얼마 전 발표된 미국 워싱턴대학과 핀란드 알토대학 공동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션 임파서블의 콘택트렌즈 디스플레이는 머지 않아 '임파서블(impossible)'에서 '파서블(possible)'로 변모될 수 있을 전망이다.

연구팀이 영화 속 톰 크루즈가 착용했던 것과 유사한 콘택트렌즈 디스플레이의 프로토타입 개발에 성공한 것. 공식 명칭이 '싱글 픽셀 무선 콘택트렌즈 디스플레이'인 이 렌즈는 궁극적으로 글자, 이미지, 차트 등 각종 정보를 눈앞에 띄울 수 있다.

눈앞에 펼쳐지는 정보
영화 터미네이터의 기계인간들이 세상을 바라 보는 것과 같은 시각효과를 재현한다는 점에서 일명 '터미네이터 렌즈'로 불리는데 박막 플라스틱 소재 콘택트렌즈에 LED, 집적회로(IC) 칩, 안테나가 하나씩 내장돼 있다. 중심에 아주 작은 LED가 위치하고 IC 칩과 연결된 원형 안테나가 렌즈 가장자리를 둘러싸고 있는 형태다.

LED 소자에 필요한 전력은 무선(RF)으로 공급된다. 원격으로 무선 주파수를 전송하면 안테나와 IC를 거쳐 LED에 청색 불이 들어오면서 정보가 표시된다. 물론 일반 콘택트렌즈처럼 투명하기 때문에 렌즈를 끼고 있어도 평상시 일반 사물을 보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연구팀은 눈에 정확한 상을 맺도록 하기 위한 최우선 조건인 짧은 초점거리 구현을 위해 프레넬 렌즈(fresnel lens)를 사용했다. 이는 동심원 형태의 렌즈 여러 개를 마치 나이테처럼 이어 붙여 배치한 것으로, 좁은 영역으로 빛을 모아 초점거리를 짧게 만든 것이다.

연구팀은 프레넬 렌즈의 이 같은 특징을 이용해 안구와 렌즈가 밀착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렌즈에서 시현되는 정보를 초점을 맞춰 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 콘택트렌즈는 현재 사람의 눈에 적용해도 문제가 없는지 여러 방면으로 테스트 중이다. 전자장치가 내장된 콘택트렌즈가 각막이나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먼저 토끼의 눈에 콘택트렌즈를 적용해 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분간의 착용에도 망막 찰과상이나 부식 등 부작용 또는 거부감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정보습득 방식의 진화
이번 터미네이터 렌즈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기술을 적용한 아이디어다. 증강현실은 눈으로 보는 현실 세계와 부가정보를 제공하는 가상세계를 합쳐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 주는 기술로서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일상화된 스트리트뷰(로드뷰)가 이에 속한다. 기존의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기술은 특수 헬멧이나 안경을 활용, 눈에 보이는 세계를 가상화한다는 점에서 증강현실과 구분된다.

쉽게 말해 증강현실은 눈에 보이는 특정 사물에 대한 시각정보가 주어지면 그와 관련된 명칭과 용도, 가격, 판매처 등 각종 부가정보를 팝업 메시지 형태로 제공하는 것을 가리킨다.

비디오카메라 등으로 실제 사물을 촬영한 뒤 해당 사물에 대한 디지털 정보를 그래픽 형태로 실시간 덧씌워 만든다. 현실 세계에 컴퓨터가 만들어낸 추가 정보를 더해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일종의 '혼합현실'인 셈이며 정보의 습득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은 문명의 이기라 할 수 있다.

이런 증강현실 기술을 콘택트렌즈에 적용시키면, 미션 임파서블4의 톰 크루즈가 그랬던 것처럼 특정 사람이나 사물을 주목하는 순간 곧 바로 그에 관한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연구팀은 전자장치의 성능을 향상 시킬 경우 콘택트렌즈 디스플레이의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한다. 텍스트를 보여주거나 사람의 말을 실시간 기록할 수 있는 정보 분석은 물론 외국어 동시 번역, 건강·안전 모니터링 기기로도 이용할 수 있다.

증강현실의 세상에서는 눈으로 쳐다보는 정도의 직관적 행동에 의해 정보가 습득된다.

내비게이션 콘택트렌즈
일례로 특수 전자칩이 내장된 콘택트렌즈를 끼고 운전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초행길인데다 내비게이션이 없더라도 별반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언제든 콘택트렌즈를 통해 목적지까지의 이동 경로와 실시간 도로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내비게이션과 다를 바 없이 도로 주변의 관광지, 상점, 주유소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굳이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이메일, 트위터, 페이스북을 확인하고 웹서핑을 할 수 있으며 몸에 센서를 연결해 손을 쓰지 않고도 혈압, 맥박, 혈당 등 건강을 체크할 수 있다. 다이어트 중인 여성이라면 식탁 위의 음식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칼로리 계산이 가능하다.

군사용으로도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 두말 하면 잔소리다. 전투 시에는 물체의 식별이 대단히 중요한데 개별병사들이 콘택트렌즈 디스플레이를 착용한다면 사이보그 수준의 정보력을 지닐 수 있다. SF영화에 등장하는 사이보그들이 주위 사람이나 차량을 바라보면 자동적으로 이름, 신장, 주소 등의 정보가 나타나듯 병사들도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대상의 위험성을 글자나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 주변 상황을 사실상 완벽히 장악할 수 있는 것이다.

증강현실의 가장 큰 특징은 이용의 편리성에 있다. 지금까지는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웹 접속과 키보드 입력 과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증강현실의 세상에서는 눈으로 쳐다보는 정도의 직관적 행동에 의해 정보가 습득된다.





원조 증강현실
스마트 휴대기기의 보급이 확산되며 초기 증강현실 서비스인 '스트리트뷰'가 일상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기술적 난제 풀어내야
다만 아직 이 기술은 토끼를 대상으로 한 실험 단계며 데이터를 담은 무선전파의 송수신 거리는 불과 몇 ㎝ 정도다. 토끼가 렌즈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주파수 송신기와 1m 떨어진 거리에서도 LED가 밝게 빛나지만 착용한 뒤에는 눈에서 2㎝만 떨어져도 LED 픽셀이 흐려져 정보 확인이 어렵다고 한다.

또 일반 콘택트렌즈에 비해 얇고 가볍다고는 해도 딱딱한 플라스틱 소재로 제작된 탓에 안구 건강의 필수요소인 산소와 눈물의 원활한 공급을 막는다. 피로감, 이물감 없는 착용시간이 수십 분에 불과한 것도 이 때문이다. 덧붙여 안구 바로 앞에서 빛이 발산되는 것이기에 중장기적으로 시력저하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개연성도 배재키 어렵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해결된다는 가정 하에 콘택트렌즈 디스플레이는 전대미문의 훌륭한 전자기기가 될 수 있다. 연구팀도 이를 위해 현재 안테나와 네트워크 연동 속도 향상, 무선 충전범위 확대 등의 기술고도화 작업을 수행 중이다.



초박막 무선장치
콘택트렌즈 디스플레이는 궁극적으로 텍스트, 이미지, 차트의 무선 송수신이 가능하다.

체험형 학습시스템
어쨌거나 증강현실 기술은 미래를 이끌 10대 혁신기술 중 하나다. 닌텐도 위(Wii), 스크린 골프 등이 현재 이용되고 있는 초보적 단계의 증강 현실 서비스다. 그리고 올해 안에 이보다 한 차원 업그레이드 된 증강현실 기반 체험형 학습시스템이 실용화될 예정이다. 현실세계의 부족한 부분을 가상세계로 보충해줌으로써 하나의 영상으로 증강 현실을 만들어내는 것이라 이해하면 된다.

예를 들어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컴퓨터 모니터에 3D로 표현된 뉴욕의 거리를 바라보며 해외여행에서 자주 쓰는 길 안내 등의 표현을 직접 대화하며 익힐 수 있다. 미국에 가지 않고도 미국 환경을 체험하며 영어회화 수업을 받는 시스템이다.

이 기술은 실험에도 적용된다. 개구리를 해부하는 과학실습 시간이지만 진짜 개구리는 필요 없다. 가상현실로 만든 개구리는 실물과 다를 바 없고, 개구리 심장 박동조차 실제처럼 손 끝으로 전해진다.

또한 산과 들, 섬과 바다로 나가지 않고 그곳을 간 것과 동일한 체험을 할 수 있으며 책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물리법칙과 초보자들에게는 위험한 화학실험을 가상실험실에서 수행하면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현 기술개발 속도와 트랜드를 감안할 때 전문가들은 터미네이터나 미션 임파서블4에서 볼 수 있던 증강현실 기술이 빠르게 상용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기존 가상현실 세계에 특정 정보만 덧입히면 돼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물론 이런 콘택트렌즈를 착용했다고 우리가 영화 속의 특수요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혹시 잠깐이라도 고층빌딩 외벽을 멋지게 타고 오르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면 어서 현실로 돌아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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