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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두통과의 전쟁

의사들은 과연 편두통을 정복할 수 있을까?

필자에게 처음 편두통이 찾아온 것은 7년 전 아침 인도 뉴델리에서 출근을 하던 중이었다. 너무나 심한 편두통 때문에 갑자기 눈앞에 붉은색과 자주색 구름이 꽉 들어찬 것처럼 보였다. 당시 필자는 인력거에 몸을 기댄 채 메스꺼움에 몸서리쳐야 했다. 수개월 뒤 인도를 떠나면서 편두통도 함께 사라지길 바랐지만 부질없는 희망일 뿐이었다.

한동안 지독한 고통에 몸을 뒤틀며 불면의 밤을 지새운 뒤 결국 내과의사를 찾아갔다. 의사의 요구로 뇌 스캔까지 했지만 필자에게 돌아온 진단은 "편두통입니다"라는 뻔한 대답뿐이었다. 편두통의 원인을 재차 물었지만 역시 예상했던 답이 나왔다.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보입니다. 만병의 근원이죠."

결코 만족스런 답은 아니지만 정확한 답인 것만은 틀림없다. 현재 미국에서만 3,600만명이 편두통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원인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단지 필자가 고통받은 7년간 신경의학자들은 편두통의 발생 원리를 좀 더 자세히 파악해냈다. 작년 미국두통학회장인 데이비드 도딕 박사는 감각정보와 수면주기를 담당하는 뇌의 시상(視床)이 뇌 전체의 통증 수용기에 편두통의 통증을 전달하는 일종의 철도역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학자들은 또 소형 피하(皮下) 배터리를 환자의 척추에 삽입, 미세한 전기펄스를 시상에 보내 통증전달을 막는 방식의 신경자극 치료술도 개발했다.

그러나 아직도 편두통의 치료와 완치라는 단어 사이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이 있다. 신경학자들은 신경자극을 통해 두통을 막을 수는 있지만 그 원리는 명확히 알지 못한다. 독일 함부르크-에펜도르프 대학병원 연구팀은 이런 글을 남기기도 했다.

'뉴런의 근본적 작동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통증 전달의 철도역은 찾았지만 그 속의 스위치는 모르며 치료법을 가졌지만 치료기전은 모르는 역설에 빠진 것이다. 편두통의 원인에 가까이 다가설수록 연구자들의 머리도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필자는 캘리포니아대학 얼바인캠퍼스의 신경과학자 제임스 펄론 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신경자극과 유사한 뇌 심부자극술 전문가로서 40년간 뇌를 연구하면서 인간이 뇌에 대한 모든 의문을 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뇌는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그래서 편두통 치료법도 환자마다 모두 달라야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우리의 두뇌는 우리 자신들만큼이나 강한 개성의 소유자다. 그러니 그 녀석들의 치료법을 설령 영원히 모를 수도 있다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귀결이 아닐까.

편두통 치료의 역사는 과잉진료와 환자 착취의 역사이기도 하다.
─ 올리버 색스, '편두통(Migraine)'의 저자이자 저명한 신경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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