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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챌린지 2012] 곤충 분비물로 만드는 신개념 항생제

수상팀: 부산 해운대고등학교 바이오메디신 (이주훈, 곽자현)

연구주제: 아메리카 동애등에 유충을 이용한 질병관계 개선

곤충들 가운데 일부는 자연에서 발생된 폐기물을 분해시켜 쾌적한 환경을 유지해주는 청소수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파리목에 속하는 '아메리카 동애등에'는 강력한 음식물 쓰레기 분해 능력을 지니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이를 활용한 친환경 분해시스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부산 해운대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주훈, 곽자현 학생이 연구대상으로 삼은 것도 동애등에다. 하지만 두 사람이 주목한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분해 능력이 아니었다. 바로 항균활성 능력이었다.

주훈 군과 자현 군은 1학년 때부터 같은 반 친구로 우정을 쌓았다. 생명공학에 남다르게 관심이 많았다는 공통점도 두 사람을 더 끈끈하게 묶어주는 요인이 됐다. 이번 사이언스챌린지에 의기투합하기로 한 것이나 팀 이름을 '바이오 메디신'으로 명명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 의한 것이었다.

자현 군은 "어릴 때부터 동물을 키우고 관찰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는데 동애등에를 동물들의 먹이로 사용하면 질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됐다"며 "추가적인 조사를 통해 동애등에가 다른 해충의 번식을 억제하고 새로운 항균물질도 분비한다는 점을 확인, 연구주제로 삼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자 주훈 군도 이렇게 한마디 거들었다. "동애등에는 사육조건이 까다롭지 않고 번식력이 좋아 어디서나 쉽게 구하고 키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에요. 이런 동애등에에서 항균물질을 추출할 수 있다면 항생제 등 치료제가 부족해 고통 받고 있는 제3세계의 주민들에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거예요."

이에 두 사람은 올 3월부터 동애등에 유충이 분비하는 항균물질의 추출법 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연구는 초기부터 큰 난관에 부딪쳤다. 동애등에의 항균물질에 대한 선행연구가 전무했던 터라 연구에 참고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그 어떤 자료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자현 군은 "지금까지의 동애등에 연구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나 퇴비화에 특화돼 있었다"며 "항균물질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항생제 개발 연구는 사실상 저희가 처음 시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 부족에 더해 다른 문제도 있었다. 학교의 과학실험실은 동애등에의 분비물 분리 실험을 위해 필수적인 원심분리기 등 각종 분석장비가 충분하게 구비되어 있지 않다는 게 그것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포기하지 않고 대안을 찾아보기로 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결국 주훈 군이 여러 곳에 수소문한 끝에 지인의 도움을 받아 부산대학교 약학대학 실험실을 장기간 대여하는데 성공했다.



"사실 처음에는 이 실험을 계속 진행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들었어요. 하지만 백방으로 노력한 결과, 대학교 실험실을 빌릴 수 있었고 실험을 진행하는 동안 선생님과 대학생 형들이 많은 조언을 해주셨죠. 그 덕분에 끝까지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내신과 수능 준비를 동시에 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고등학생 입장에서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만 하는 생명공학 실험을 한다는 것이 부담이 되지는 않았을까. "그랬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우리의 작은 노력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여름방학을 꼬박 투자하면서 늦은 밤까지 실험에 매진했어요."

두 학생은 먼저 동애등에 분비물이 지닌 항균물질의 극성을 파악하기 위해 극성 용매인 증류수와 무극성 용매인 아세트산에틸에 각각 용해시켜 항균 활성을 비교했다. 실험에 필요한 동애등에 유충은 동물병원과 애견샵에서 소량을 구입, 대량으로 번식시켜서 사용했다.

일단 동애등에 유충을 생리식염수와 아세트산에틸용매에 담갔다가 분비물을 추출해 대장균, 녹농균, 비브리오균, 황색포도상구균 등 5가지 균을 배양한 배지에 떨어뜨려 각각의 균들이 소멸되는 양상을 관찰했다. 이들 5가지 균을 선정한 것은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대표적 병원성 대장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번째 실험에서는 균들이 사멸되는 현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도 낙담하지는 않았다. 애당도 쉽지 않은 길이 될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새로운 조건에서 재차 실험에 도전했다. 두 번째 실험은 동애등에 유충을 얼려서 분쇄한 후 증류수와 아세트산에틸에 넣고 원심분리기를 돌려서 배양된 균에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또 냉동된 동애등에를 초음파로 분쇄해서 원심분리기로 상등액과 침전물을 분리해 균에 떨어뜨리기도 했다.

관찰 결과, 아세트산에틸에 용해시킨 추출물 주위에는 녹농균과 황색포도상구균이 성장하지 못했으며 냉동동애등에의 상등액과 침전물은 녹농균과 폐렴간균을 사멸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이를 통해 이번 대회에 우수상이라는 성과를 얻기는 했지만 연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동애등에 유충의 분비물질 내부구조 전이 등 세부적인 연구를 보완해 내년에 열릴 각종 전시회에 참가할 계획이다.

주훈 군은 "질병에 걸려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방치돼 있는 사람들을 위해 새로운 소외질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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