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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골퍼의 세계

[INSIDE SPORTS] 화려한 만큼 삶도 풍요로울까

매년 4월이 되면 전 세계 골프계의 이목은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내셔널 골프장으로 쏠린다. 총 상금 800만 달러로 4대 메이저대회 중에서도 가장 권위가 있기 때문이다. 마스터스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건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의 폐쇄적인 운영이다. 약 300명으로 알려진 회원은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등 일부 거물급 인사만 알려져 있을 뿐 정확한 명단도 공개된 적이 없다. 돈이 있다고 해서 회원으로 가입할 수도 없고, 단 한 번의 라운드도 허용되지 않는다. 물론, 프로 골퍼는 예외다.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유명 골프장에서 마음껏 라운드도 하고 돈까지 버는 프로 골퍼야말로 가장 부러운 직업을 가진 사람들일 것이다. 하지만 프로 골퍼의 세계에도 애환은 있게 마련이다. 프로 골퍼, 그들의 세계로 들어가 본다.
서울경제 문화레저부 박민영기자 mypark@sed.co.kr

정상급 골퍼에게 보장된 ‘화려한 인생’

타이거 우즈는 지난해 1년 동안에만 8,612만 달러(약 918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부상과 스캔들로 인한 부진에서 벗어난 우즈는 3승을 거두며 투어에서 912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상금은 사실 푼돈(?)에 불과하다. 후원금, 강연료, 라이스선스료, 코스설계 수입, 그리고 기타 사업 수입 등 코스 밖에서는 무려 7,700만 달러를 챙겼다. 돈으로만 따지만 웬만한 기업을 능가한다. 올해부터 나이키의 후원을 받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앞으로 10년간 무려 2억 달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정상급 선수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국내 프로 골퍼들도 상당한 수입을 올린다. ‘미녀 골퍼’ 김자영은 올 초 LG그룹과 4년간 후원 계약을 맺었다. 자세한 계약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LG 측은 국내 여자 선수 중 최고 대우를 해줬다고 전했다. 국내 최고 대우는 ‘고교생 골퍼’ 김효주가 지난해 10월 프로로 전향하면서 롯데와 5억 원에 계약한 것이다. 역시 고등학생인 김시우도 올 초 CJ그룹과 3년간 국내 최고 선수 수준으로 계약을 했다. 김시우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사상 최연소로 퀄리파잉(Q)스쿨을 통과해 이 같은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해 PGA 투어에 데뷔한 노승열은 용품을 바꾸면서 거액을 만졌다. 기존 타이틀 리스트를 떠나 나이키골프에 새 둥지를 마련한 노승열은 3년간 골프채와 볼, 의류 등 나이키 제품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후원금액은 연간 1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유명 프로 골퍼들은 상금 외에 모자나 가슴에 붙이는 로고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억’ 소리 나는 계약서에 사인을 한다. 최신 옷과 모자 등을 착용하고 골프채와 볼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사용해 주는 대가로 돈을 챙기니 이보다 좋은 직업이 없다는 말도 무리는 아니다.


‘투어 프로’ 되기는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야구, 축구, 농구, 배구, 수영, 골프 등 여러 스포츠 종목 중에서 유일하게 이름 뒤에 ‘선수’ 대신 ‘프로’라는 말이 직함처럼 붙는 직업이 있다. 프로 골퍼다. ‘김 프로’ ‘양 프로’ 하는 식이다. 유독 프로 골퍼에게 존칭을 붙이는 이유는 ‘존경과 예우’의 표시라고 해석하면 된다. 현재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에 소속된 프로 골퍼는 약 5,000명.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에는 약 1,800명이 소속돼 있다. 둘 다 합쳐도 7,000명이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인구 5,000만 명 중 0.014%만이 프로 골퍼다. 우스갯소리로 필드에서 번개 맞을 확률보다 투어 프로가 되는 확률이 더 낮다고 한다.프로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은 아니다. 프로에도 ‘급’이 있다.

KPGA의 경우 정회원과 준회원(세미 프로)으로 나뉜다. 여기에 더해 레슨을 하는 티칭프로가 있다. 세미 프로는 1년에 240명을 선발하며 정회원은 고작 60명을 뽑는다. 티칭프로도 연간 100명에게만 새롭게 자격을 준다. KLPGA의 경우에는 정회원, 준회원, 티칭 프로가 있다.

정회원이라고 해서 모두 대회에 나갈 수 있는 건 아니다. KPGA나 KLPGA 투어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시드권 또는 투어카드)을 따내야만 진정한 투어 프로가 되는 것이다. 시드권을 가지고 정규 투어의 각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인원은 KPGA 투어가 140여 명, KLPGA 투어가 108명 정도로 제한된다. 10억 원이 넘는 한 차례 우승상금으로 인생 역전을 이룰 수 있는 미국 PGA 투어에 진출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PGA 투어는 지난해까지 Q스쿨 제도를 운영했다. 전세계에서 모여든 골퍼들이 6일 동안 108홀을 돌아야 하고 상위 25명에게만 이듬해 시즌 출전권을 줬다. 체력적인 부담이 컸던 Q스쿨은 흔히 ‘지옥의 레이스’로 불렸다. 지난해 국내 골퍼의 차세대 선두 주자인 김경태를 비롯해 김비오, 김대현, 김형성, 강성훈 등이 도전했지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까지는 시즌 상금랭킹 125위 안에 들지 못한 선수들은 Q스쿨을 통해 재입성을 노릴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새 방식은 상금랭킹 126위부터 200위까지 75명과 2부 투어인 웹닷컴투어 선수 75명 등 150명이 세 차례의 대회를 치러 상위 50명에게 시드를 부여한다. 여기에 들지 못하면 2부 투어로 내려가 1년 동안 상금랭킹을 끌어올려야 한다. PGA 투어 측이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 건 PGA 2부 투어를 활성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되지만 한편으로는 외국 선수
들에 대한 문턱을 높이려는 의도도 있다.


프로골퍼의 세계, 감추고 싶은 불편한 진실

어렵사리 따낸 정규투어 시드권이 무조건 화려한 인생의 ‘보증수표’가 되는 건 아니다. 정상급 골퍼들이야 상금 외에도 후원금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중하위권 선수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예컨대 정규 대회에는 컷오프라는 제도가 있다. 4라운드 대회라면 1·2라운드 성적을 기준으로 3·4라운드 진출자를 가린다. 만약 하위권에 머물러 컷을 통과하지 못하면 상금은 단 한 푼도 챙길 수 없다.

프로 골퍼는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캐디피를 포함해 숙식과, 교통 등에 드는 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국내의 경우 한 대회에 나가는 데 대개 150만~200만 원가량 소요된다. 컷을 통과하지 못하면 이 돈을 고스란히 날리게 된다. 따라서 든든한 후원업체도 없는 하위권 골퍼들은 빚을 내서 투어를 뛰는 적자 인생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KPGA 투어에서 상금으로 1억 원 이상을 번 선수는 17명에 불과했다. 그것도 해외파인 최경주와 양용은을 포함해서다. 투어에 뛴 157명의 선수 중 연간 상금 수입 3,000만 원 이하는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 96명. 1,000만 원 미만도 48명이나 됐다. 이들은 사실상 상금만으로는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다. 대회 수가 많은 KLPGA 투어는 그나마 사정이 나아 상금으로 1억 원 이상을 벌어들인 선수는 33명에 달했다. 중하위권 선수들은 그렇다고 생계를 위해 레슨에 매달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연습에 매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PGA 투어 진출 역시 무조건 ‘대박’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국내보다 이동 거리가 멀고 대부분 비행기를 이용해야 하는 까닭에 훨씬 더 많은 경비가 든다. 최경주는 “미국에서 뛰기 위해서는 연간 30만 달러는 기본”이라며 “출전 대회에 코치들을 초빙하는 등 체면치레를 해야 하는 상위 랭커들은 50만 달러로도 부족하다”고 했다. 지난해 신인으로 1년을 뛰었던 강성훈은 PGA 투어 30개 대회에 나갔지만 상금은 16만9,000달러를 쌓는 데 그쳤다. 사실상 한 푼도 못 번 셈이다.

프로 골퍼들은 또한 시즌 동안에는 개인생활을 사실상 포기하면서 지낸다. 거의 매주 대회가 열리는 PGA 투어의 경우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대회를 치르고 나면 곧바로 다음 대회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이동을 한 후에는 연습라운드와 프로암 대회가 기다리고 있어 쉴 수 있는 날은 거의 없다. 타이거 우즈는 컨디션 조절을 하면서 입맛대로 ‘빅 매치’만 골라가며 출전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만 ‘그들’만의 얘기다. 중하위권 선수들은 이듬해 투어 카드를 생각해 쉴 수조차 없다. 국내도 사정이 크게 다르진 않다. 인기가 높은 여자골프의 경우 27개 대회가 열린다. 7월 한 달만 ‘방학’에 들어갈 뿐 4월부터 12월까지 거의 매주 대회가 열린다. 남자투어는 15개 대회가 예정돼 있다. 대회가 적으면 개인 생활을 즐길 여유가 생기지만 그만큼 상금이 적어지고 실전 감각을 유지하기 힘드니 악순환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돈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프로 스포츠의 세계에서 승자에게는 달콤한 부와 명예 등이 보장되지만 패자에게 돌아가는 건 아무것도 없다.

특히 개인 종목인 프로 골프계에서는 더욱 치열한 생존경쟁이 펼쳐진다. 하위권 선수들 중에는 그래서 프로가 된 걸 후회하는 이들도 의외로 많다. 화려함의 이면에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정글의 법칙’이 상존하는 곳이다.


프로 골퍼, 세금은 얼마나 낼까
대회에서 상금을 벌면 당연히 세금을 낸다. 국내의 경우 상금에서 10%를 뗀다. 상금으로 1,000만 원을 받았다면 100만 원은 원천 징수돼 빠져나가는 것이다. 협회발전기금 명목이 6.7%, 소득세와 주민세가 3.3%다. KLPGA의 경우 우승자는 5%를 더 낸다. 미국 PGA 투어는 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상금의 35%가 세금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20%를 세금으로 뗀다. 미국 PGA 투어를 살펴보면 플로리다 주에 거주하는 선수들이 많다. 캘리포니아 주 출신의 타이거 우즈를 비롯해 로리 매킬로이, 잉글랜드 선수인 리 웨스트우드와 로크 도널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어니 엘스와 루이 웨스트호이즌, 찰 슈워즐 등이 플로리다의 이웃사촌들이다. 키건 브래들리, 더스틴 존슨, 리키 파울러(이상 미국), 카밀로 비예야스(콜롬비아), 그리고 한국 선수인 박세리와 최나연 등도 이곳에 집을 마련했다. 플로리다가 각광을 받는 것은 표면상 기후가 따뜻해 연중 훈련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세금이 적다는 점이 더 크게 어필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연방정부와 주정부에 이중으로 세금을 납부하지만 플로리다는 주에 별도로 소득세를 내지 않기 때문이다. 최경주와 양용은이 사는 텍사스도 주정부에 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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