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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위한 시스템 · 환경을 만들어라

[고현숙의 ‘리더십 코칭’]

현대는 코칭이 각광 받는 시대다. 코칭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 국에서 급성장하고 있으며, 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에서도 임원 코칭을 도입해 경영에 접목시키고 있다. 산업시대에는 어떤 조직에서든 윗사람은 명령하고 아랫사람은 따랐다.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엔 이런 상명하복이 더 이상 먹히질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일을 추진하고 팀을 이끌어갈 것인가? 포춘코리아가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현숙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칭경영원 대표코치와 함께 새로운 연재물을 마련했다. 고 교수는 국내 코칭 업계의 대표적 인물로, 수많은 코치들을 길러내 ‘코치들의 코치’로 불리는 이 분야 전문가다.
고현숙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칭경영원 대표코치 helenko@kookmin.ac.kr


미국의 소비자단체에 서 흥미로운 실험을 하나 진행했다. 주유소에서 주유 도장을 8번 받으면 무료 세차를 해주는 서비스를 시행하는데, 한 그룹에겐 빈칸이 8개인 쿠폰을 주었고, 다른 그룹에겐 빈칸이 10개인데 2개의 도장이 찍혀 있는 쿠폰을 나누어 주었다. 8개의 도장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선 똑같지만,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인식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당연히 결과는 크게 다르게 나왔다. 빈칸 8개짜리 쿠폰을 받은 그룹은 19%, 2개의 도장이 찍혀 있는 쿠폰을 받은 그룹은 34%가 모든 빈칸을 채웠다. ‘이미 2개나 도장이 찍혀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목표를 훨씬 잘 달성한 것이다. 스탠퍼드대 히스 교수는 그의 책 ‘스위치’에서 이 사례를 들어 사람들의 행동 변화가 환경이나 시스템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조직에서도 직원들에게 변화를 강조하는 정신교육을 많이 시킨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인간 행동을 제어하는 데는 감정과 본능의 힘이 이성을 훨씬 앞서기 때문이다. 왜 다이어트 결심이 야식 앞에 쉽게 무너지고, 운동 대신 TV를 선택하는 행동이 지속되겠는가?

경제적으로 곤궁해지면 갚아야 할 빚이 많아지게 마련이다. 지인에게 빌린 돈, 연체된 대출 상환금, 밀린 아파트 관리비, 신용카드 대금, 가스요금이 나 신문대금 등등…. 어느 것부터 갚는 게 좋을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돈을 모아서 연체이자가 높은 것부터 갚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간 심리를 아는 행동과학자들은 정반대의 조언을 한다. 일단 모든 부채를 큰 것부터 작은 것 순서로 빠짐없이 기록하도록 한다. 그런 다음 가스요금 같이 목록의 맨 아래에 있는 가장 작은 부채부터 갚게 하고, 갚으면 그 항 목에 선을 그어 지우라고 한다. 왜 그럴까? 작은 부채 목록을 지워 나가는 행동이 자신감과 희망 같은 긍정적인 정서를 갖게 해주고, 나아가 생활의 절제 등에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현명한 리더라면 당위성 을 훈계하는 데 쏟던 에너지의 일부를 어떻게 하면 변화를 촉진하는 환경과 시스템을 만드는 데 쓸지 고민한다.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만들려면 창의성이 필요하다고 교육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자연스럽게 인문학적 사고를 접할 수 있는 북카페를 운영하거나 다른 부서, 다른 분야의 사람과 교류하면서 자기 고민을 개방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드는 것 같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

변화를 가로막는 안전지대를 파악하라

변화가 쉽지 않은 이유는 자 신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안전지대(comfort zone)에 머무르려는 습성 때문이다. 일단 변화는 불편하고 낯설다. 마치 로켓이 발사될 때 대부분의 에너지를 중력이 작용하는 대기권을 벗어나는 데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개인이나 조직도 변화하려면 우선 관성과 자기합리화가 작용하는 안전지대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기업 최고경영진과 변화에 대한 그룹코칭을 진행할 때, 코치로서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우리 조직의 안전지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를 화두로 토의하던 중 매우 통찰력 있는 발언이 나왔다. “지금 시행 중인 비상경영체제가 안전지대다”라는 것이다. 그 회사는 세계경제 위기 등으로 경영상황이 좋지 않아 기업 전체가 비상경영체제를 가동 중이었다. 전사적인 비용절감 운동에 나섰고, 관리자들이 주말 근무를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게 정말 조직이 직면한 도전에 대한 날카로운 해법이었을까? 그것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경영 주체들이 비상경영체제를 통해 우리도 뭔가 하고 있다는 자위에 머무른다면 역설적으론 그것이 변화를 가로막는 안전지대가 된다는 정말 통찰력 있는 생각이었다. 그걸 깨닫고 나자 토론은 좀더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의제로 심화되었다.

어떤 CEO에겐 바쁜 일정이 안전지대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쉴틈 없이 바쁘게 뭔가를 하고 있을 땐 그것이 장기적인 성과를 위해 꼭 필요한 우선순위인지 알 수 없다. 경영자 들을 코칭할 때, 바쁘고 긴급해 보이는 일들이 정작 그들이 해야 할 중요한 과제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는 안전지대로 작용하는 걸 자주 보게 된다. 정당이 선거에서 이기는 것도 안전지대다. 권력을 획득하고 나면 국민들의 변화 요구에 부응하려던 절박감은 권력을 안정적으로 지키려는 동기로 변질되기 쉽다. 역설적으로 그럴수록 권력을 지키는 게 어려워지는데 말이다.

미국의 기업 코치이자 ‘비거게임(Bigger Game)’의 저자 릭 템린은 안전지대를 다루는 방법을 이렇게 설명한다. 첫째 안전 지대를 확인하라. 삶에서, 조직 운영에서 우리가 놓여 있는 안전지대는 무엇인가? ‘우리가 중간은 된다’는 생각은 탁월해지는 데 방해가 되는 안전지대다. 둘째 안전지대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라. 예를 들면 조직의 온정주의는 성과 위주 인사제도로 변화하는 걸 가로막는다. 셋째 선택하라. 안전지대에 계속 머물지 벗어날지를 선택하는 것은 결국 우리들의 몫이다.

현명한 리더라면 당위성을 훈계하는 데 쏟던 에너지의 일부를 어떻게 하면 변화를 촉진하는 환경과 시스템을 만드는 데 쓸지 고민한다.


변화를 쉽게 하는 환경과 구조 만들기
개인이나 조직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팁을 정리해본다.

첫째 , 가장 중요한 것에 초점을 맞춰라. 선택과 집 중이 필요하다. 변화항목은 많아야 세 가지 이하로 정하고 초점을 맞춰라. 돋보기로 빛을 모으면 종이를 태우듯이 변화 행동을 분명히 정의하기만 해도 에너지가 생긴다. 영업 담당직원은 ‘고객 세 명과 매일 통화’, 정리 정돈 습관을 원하는 사람은 ‘일일 5분 청소’, 영업조직은 ‘매월 10건의 신규 계약 ’ 등이 좋은 예이다. 변화할 행동이 애매하고 추상적일수록 변화는 어렵다.

둘째, 초기에 의식을 집중하라. 로켓이 대기권을 벗어나는 것처럼 습성이라는 중력의 힘이 무섭다. 행동과학자들은 개인의 새로운 습관을 정착시키는 데는 21일간의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조직에도 시간이 정해진 초기 목표를 세워야 한다. 지속적으로 (아마도 흐지부지될 때까지) 노력하자는 표현보다는, 3년 뒤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올해 무엇을 반드시 변화시키겠다는 식으로 시한이 표시되어 있는, 이해하기 쉬운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변화를 쉽게 해 줄 시스템과 구조를 설계하라. 변화 행동에 대한 인센티브나 보상을 통해 동기를 부여하고, 정기적인 피드백을 하는 것도 시스템이다. 구조가 꼭 거창한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욕실을 어지럽히는 아이에게 다 쓴 수건을 가져다 놓아야 새 수건을 가져올 수 있게 만드는 것도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넷째, 변화 행동을 측 정하라. 측정하지 않으면 개선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경청을 더 하겠다고 결심한 한 경영자가 비서를 시켜 매일 대화에서 경청 비중을 기록하게 했다. ‘5:5 정도는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비율이 기록 결과 8:2 정도에 불과했다고 한다. 두 달 동안 매일 측정하자 누구를 만나도 50% 이상 경청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조직의 변화는 주간이나 월간으로 실행 결과를 측정해야 한다. 가능하면 이를 전 직원이 참여하는 스코어보드로 만들어 게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다섯째, 끈기 있게 실행하라. 결심이 흐트러졌을 때 다시 시작하라. 한번의 결심이 중간에 무너졌을 때, 자책하기보다는 단지 다시 시작하라. 자책이나 무력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치 주가 그래프처럼 전진과 후퇴를 거듭하면서 습관으로 정착된다. 처음 결심한 것이 희미해지고 실천이 안되고 있을 때, 그때 다시 시작해야 한다. 코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좋고 동료와 가족, 스스로 셀프 코칭을 받을 수 있어도 좋다.



고현숙 교수는…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겸 코칭경영원 대표 코치, (사)한국코치협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를 졸업했으며, 한국리더십 센터 사장, 한국코칭센터 대표 등을 역임했다.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LG전자, 두산중공업 등에서 임원 코칭을 한 바 있다. 저서로 ‘티칭하지 말고 코칭하라’ ‘유쾌하게 자극하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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