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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Y RIDE] 메르세데스 벤츠 SL400

품위도 힘도 느낌도 최고<br>럭셔리 로드스터 ‘드림 카’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가 프리미엄 로드스터 SL클래스의 6세대 모델을 국내에 출시했다. SL400은 뚜껑을 닫았을 때나 열었을 때나 아름다운 차다. 6기통 가솔린 엔진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한 성능을 냈다. 운전하는 내내 현실적인 드림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SL400을 마주한 순간 가슴이 뛰었다. 허리를 숙이고 차량 이곳 저곳을 살펴 보면서 흐뭇한 미소가 저절로 나왔다. 몇몇 슈퍼카를 제외하곤 겉모습에서부터 흥분과 설렘을 주는 차는 많지 않다. SL400은 메르세데스 벤츠가 만든 프리미엄 로드스터다. 1900년대 중반까지 로드스터는 천장 덮개가 없는 2인승 차를 칭하는 용어로 쓰였다. 그러나 점차 천장 덮개를 열고 닫을 수 있는 2인승 차량으로 개념이 바뀌었다.

유럽에서는 스파이더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로드스터를 컨버터블과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지만 최근엔 컨버터블의 한 종류로 분류하고 있다. SL400은 전설적인 클래식카 ‘300 SL’의 유전자를 잇고 있는 SL클래스의 6세대 모델이다. 1952년 레이싱카로 첫 선을 보인 SL은 1954년 ‘300SL’로 변신한 뒤 전설이 되었다. 이후 SL클래스는 지금까지 60여 년 동안 로드스터를 대표하는 모델로 자리매김해왔다.

6세대 SL은 SL400과 SL63 AMG모델로 시장에 출시됐다. 시승차인 SL400은 기존 SL350에 새로운 엔진을 탑재한 뒤, SL400으로 배지를 바꿔 다시 태어난 차다. 국내에서는 고성능 모델 AMG의 디자인을 기본으로 적용하고 1억 2,900만 원에 팔고 있다. 2억 270만 원인 SL63 AMG와 겉옷은 똑같다는 얘기다. 트렁크 리드에 붙어 있는 번쩍이는 AMG로고와 AMG브레이크 캘리퍼까지 원하지 않는다면 SL400으로도 모든 게 충분하다.

뚜껑을 덮은 SL400 옆에 섰다. SL400은 시선 아래에서 모든 걸 드러내 보인다. 길고, 낮고, 넓다. 여기에 과거와 현대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후드 위 좌우에 나 있는 방열구 두 개엔 반짝이는 금속 핀이 각각 두 개씩 얹혀 있다. 앞바퀴 뒤와 문 사이 공간에도 같은 모습으로 방열구가 자리잡고 있다. 길게 뻗은 후드에서 시작한 선이 앞유리에서 살짝 올라가기 시작해 승차 공간을 동그랗게 그리고 있다. 살짝 처진 트렁크는 SL을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형태로 만들고 있다. 강력한 엔진을 품은 긴 후드와 두 사람만을 위한 승차 공간, 짧게 떨어지는 트렁크가 전통적인 로드스터의 비율을 보여준다. 살짝살짝 보이는 크롬 장식물과 문짝에 깃발처럼 붙어있는 사이드미러 역시 SL400에 고전적 요소를 더해주고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 중앙엔 커다란 세 꼭지별이 있고 가로로 된 굵은 선이 중심을 잡고 있다. 그 아래로 커다란 공기흡입구와 날카롭게 뻗어있는 프론트 립, 사이드 스커트, 뒷범퍼 리퓨저는 현대적인 모습이다. 모든 전구류는 LED로 치장하고 있다.

길쭉한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으면 낯익은 풍경이 펼쳐진다. 벤츠다운 단정하고 고급스러운 모습이 그대로다. SL만이 지닌 특징도 살아있다. 대시보드 중앙 위에 솟은 동그란 아날로그 시계가 고급스러움을 더해준다. 나파 가죽으로 감싼 AMG용 운전대는 아래가 ‘ㅡ’자로 깎여 있다. 여기에 알루미늄 변속패들이 품격을 높여준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앙증맞은 변속기 레버는 돌기가 있는 고무로 마감해 그립감이 높아졌다. 제트 엔진 모양 송풍구도 스포티함을 더한다. 계기반 안쪽엔 잔잔한 체크 깃발 무늬로 디테일을 업그레이드시켰다. AMG로고가 새겨진 벨루어 바닥 매트, 3가지 색상으로 바꿀 수 있는 간접조명도 기본으로 들어가 있다. 반가운 것도 한 가지 눈에 띄었다. 한국형 내비게이션이다. 커다란 LCD창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화면을 비춰 운전자와 보조석 탑승자 모두가 하나의 화면으로 각각 다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분할화면 기능을 제공한다.

브레이크를 밟고 시동 버튼을 누르면 부드러운 울림이 퍼진다. 기분 좋은 엔진소리다. SL400은 3리터 V6 바이터보 가솔린 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333마력(5,250~6,000rpm), 최대토크 48.9kg·m(1,600~4,000rpm)를 낸다. 여기에 엔진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7단 7G트로닉 플러스 자동변속기를 맞물렸다. 최고속도는 시속 250km.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5.2초에 불과하다. 8기통 바이터보 엔진을 단 538마력짜리 AMG모델에 비하면 조금 약해 보일 수 있다. 적어도 수치로 봤을 땐 그렇다. 하지만 실제 SL400을 타고 도로를 달려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3리터 V6 엔진이 이렇게나 강력하고 부드러웠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차명인 SL은 독일어로 ‘Sport Leicht’, 영어로 ‘Sport Lightweight’의 약자이다. 스포티하고 가벼운 차를 뜻하지만 SL은 기본적으로 장거리를 빠르고 편안하게 달릴 수 있는 GT 성격의 차량이다. SL400은 운전이 무척 편하다. 서스펜션 움직임도 이런 성격을 보여준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지닌 하체 다지기 기술의 정수를 보여 주는 듯, 주행감각이 무척 편안하면서도 고속에서 안정감이 돋보인다. 매일 타고 다니기에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하체다. SL400은 특히 직진 주행에서 듬직함을 보인다. 속도를 높일수록 도로에 붙어 달리는 걸 느낄 수 있다. 핸들링은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제 갈길을 오차 없이 잡아준다.

게다가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굳이 AMG모델을 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할 정도다. 변속기 레버 아래쪽에 위치한 버튼을 스포츠 모드로 바꾸는 순간, 엔진은 더 예민해지고 서스펜션은 단단하게 자리 잡는다. 가속페달을 살짝살짝 밟을 때마다 차가 툭툭 튀어나간다. 스포츠 모드에서 느낄 수 있는 진짜 매력은 소리다. ‘그르렁~’대는 엔진 소리와 ‘펑~펑~’ 터지는 배기음이 온 몸을 짜릿하게 달군다. 터널을 지날 때엔 ‘웅~웅~’대는 배기 소리가 반사돼 운전자를 더욱 흥분시킨다. 몸에서 아드레날린이 쏟아지는 걸 참을 수 없을 정도다. 6기통 엔진에서 8기통 바이터보 엔진이 가진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건 엄청난 매력포인트다. 길지 않은 시승기간 동안 슬쩍슬쩍 가속페달을 밟아 ‘웅웅~’대는 소리를 듣는 게 큰 즐거움이었을 정도다.

SL400은 AMG전용 브레이크를 사용하진 않았다. 하지만 브레이크 디스크엔 구멍을 뚫어 놓았다. 처음 제동 시에는 어느 정도 힘을 줘야 하는 세팅이다. 스포츠 드라이빙을 하는 차량 성격엔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이긴 하지만 이런 차를 타면서 연비를 따지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 SL400의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9.7km다. 이만하면 크게 나쁘지 않은 수치다. 2리터 가솔린 엔진을 단 세단으로 시내 주행만 하다 보면 리터당 연비는 고작 7~8km 정도 나오는 게 보통이다. 심지어는 5~6 km대가 나오는 프리미엄 브랜드 차량도 있다.

SL이 가장 멋있어 보이는 순간은 지붕을 열고 달릴 때다. 1997년 벤츠가 소형 로드스터 SLK를 내놓으면서 선보였던 하드톱 ‘바리오루프’가 여전히 기능적이면서 다이내믹하게 움직인다. 센터 콘솔 앞 쪽에 있는 덮개를 열면 그 속에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는 버튼이 자리하고 있다. ‘∩’모양으로 생긴 버튼을 들어올리면 철제 지붕이 열리기 시작한다. 먼저 트렁크 덮개가 뒤로 젖혀지면서 열리고, 지붕과 뒷유리 부분이 ‘ㄱ’자로 꺾이면서 트렁크 안으로 들어간다. 덮개가 열리는 데 드는 시간은 16초에 불과하다. 시속 30km 이하에서도 작동한다.

좌석 등받이와 머리받침대 사이에는 송풍구를 만들어 놓았다. 뚜껑을 열고 다닐 때 머리와 목 부분을 따뜻한 바람으로 감쌀 수 있어 에어스카프라고 부른다. 추운 겨울에도 지붕을 열고 달리는 즐거움을 놓치지 않도록 한 배려다. 버튼을 눌러 시트와 트렁크 사이에 바람막이를 올리면 머리 뒤로 들이치는 찬바람도 막을 수 있다.

SL400은 눈에 보이지 않는 큰 변신을 했다. 차량 보디셀을 모두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만든 양산차 중 최초다. 알루미늄으로 만든 차체 무게는 256kg이다. 기존 모델에 비해 몸무게를 110kg나 줄였다. 하지만 비틀림 강성은 20% 향상되었다.

알루미늄 차체 구조로 생긴 운전석과 조수석 발 밑 빈 공간은 그 자체가 스피커 울림통 역할을 한다. 벤츠는 프런트베이스(FrontBass)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하만카돈 로직7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에서 내보내는 소리는 이 울림통을 통해 웅장한 저음을 토해낸다. 이런 구조를 택한 건 SL400이 뚜껑을 열고 다니는 차이기 때문이다. 천장 개폐 여부에 상관없이 언제나 생생한 음악을 즐기라는 벤츠의 배려가 여기에서도 느껴진다.

SL400은 안전성도 빼놓지 않고 챙겼다. 사고 발생이 예견되면 차량 상태를 최대한 안전하게 만드는 프리-세이프(PRE-SAFE2®) 기능, 장시간 또는 장거리 운행으로 집중력이 저하된 운전자에게 경고 메시지를 전달해 사고를 미리 방지해 주는 주의 어시스트(ATTENTION ASSIST), 어댑티브 브레이크 라이트(Adaptive brake lights), 전방 추돌 시 보행자 피해를 줄이는 액티브 보닛(Active Bonnet) 등을 기본으로 장착했다.

로드스터는 돈 많은 성인들이 가질 수 있는 장난감이다. 로드스터는 두 사람만 탈 수 있다. 섹시한 디자인에 뚜껑도 열린다. 민첩한 핸들링에 단단한 하체, 강력한 엔진은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최고의 재미를 준다. 굳이 빨간색이 아니어도 좋다. 뚜껑 열고 온몸으로 공기를 가르는 낭만은 경험해 본 이들만이 알 수 있다.

SL400은 아름다운 보디라인에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개방감을 지녔다. 물론 SL400보다 빠르고, 핸들링이 더 정교한 차가 많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SL400은 서킷을 누비는 경주용 차량이 아니다. 낭만을 원하는 이들에겐 속도나 힘, 칼 같은 핸들링 감각이 그리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여유롭게 바람을 즐기면서 가끔 주변 차들을 놀래킬 만큼 빠르게 치고 나가는 SL400은 그래서 더 특별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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