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창업…중퇴…차고 입주를 환영합니다

Start Up. Drop Out. Welcome to the Garage

1단계: 10여 명의 스탠퍼드대 수재들이 자신들만의 ‘아이디어 공장’을 돌리기 시작한다.
2단계: 팰로 앨토 Palo Alto에서 활동하는 두 명의 벤처투자자들이 그들에게 주택을 제공한다.
3단계: 누군가는 학교를 그만두려고 한다.
By Miguel Helft
photogr a phs by CODY PICKENS

매우 활동적인 아유시 수드 Ayush Sood는 신제품이나 신생 기업에 관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면, 2권의 검은 노트 가운데 한 권에 메모를 하곤 한다. 지난 2010년 스탠퍼드대 신입생 시절부터 그가 꾸준하게 해오던 습관이다. 4년 후 그 노트들은 700개나 되는 아이디어의 산실이 되었다. 예컨대 연장 가능한 멀티탭에 관한 아이디어는 사람들의 휴식을 장려하는 앱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올해 22세의 수드는 페이지를 넘기면서 “휴식이 생산성을 증대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기부를 많이 하면 할수록 광고가 줄어드는 지역사회 기반의 라디오 방송, 기부자와 자선단체를 더욱 쉽게 연결시켜주는 앱 등에 관한 메모도 가지고 있었다. 몇 장을 더 넘기자 소셜 펀딩사이트 킥스타터 Kickstarter에서 보석상들의 고객 맞춤형 디자인을 돕는 아이디어도 나왔고, 헬스장에 등록할 때 건강보험료를 줄일 수 있는 앱, 그리고 사망 후 가장 가까운 친지들이 당신의 온라인 기록에 접근하도록 하는 서비스 등이 등장했다. 파랑, 검정, 빨강, 초록, 노랑 등 다양한 색깔 펜과 잉크로 끄적거린 메모와 그림, 질문들이 계속 이어졌다.

머리숱이 많아 잘 넘어가지 않는 검은 머리를 손가락으로 넘기면서 수드는 “일부 아이디어는 ‘왜 사람들이 이런 건 하지 않지’라는 의문에서 시작했다”며 “멋지긴 하지만 꼭 사업과 연관되지 않는 아이디어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밝고 편안한 미소를 보였다.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뛰어나 보이는 사람들이 가진 자신감을 지녔다. 미국에서 가장 똑똑하고, 기술에 능한 사람들이 모인 최고의 대학에서도 아마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더 똑똑하고 더 기술에 능한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수드에겐 또 다른 모습도 있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창업 정신 역사에 조그만 흔적을 남기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단지 많은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대로 된 하나의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복잡하고 힘겨운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의 도전은 지난해 스탠퍼드대 재학생 카틱 비스와나탄 Karthik Viswanathan(21)과 자신이 함께 진행한 ‘차고(garage)’ 설립을 돕는 일과 일부 관련이 있다. 이 ‘차고’는 스탠퍼드대 일부 컴퓨터 공학 천재들이 혼자서도 시제품 개발을 추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종의 창업 육성 기관(Accelerator)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첫째는 대부분 대학생들이 생소하게 느끼는 소매업, 건강보험, 혹은 제조업 등의 비즈니스 분야에 이들을 노출시켜 시야를 넓혀 주는 것이다. 둘째, ‘차고’에서 나온 기발하고, 별나고, 산만한 아이디어를 가능한 한 많이 걸러내 각 구성원이 정말 중요한 하나의 아이디어에 집중하도록 돕는 것이다. ‘아마도’, ‘가능할 수도 있지’, ‘정말 좋아’ 같은 느낌의 아이디어들이 넘치는 세상에서, 이 ‘차고’는 ‘안 돼’라는 납득할만한 반대 이유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차고’에서 일하는 12명의 구성원들은 비공식 절차를 통해 서로를 선택한다. 당시 이미 석사 과정에 입학해 있던 4학년 수드와 3학년 비스와 나탄은 두 명의 친구를 모집했고, 이 두 명이 다시 일부 친구를 불러들였다. 모든 구성원들은 이전에 최소 한 개 이상의 기업 프로젝트를 함께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 1년 동안 그들은 차고의 다른 공동설립자인 벤처 투자자 페지먼 노자드 Pejman Nozad와 마르 허센슨 Mar Hershenson의 팰로 앨토 사무실에서 정기적으로 만났다. 두 사람은 자금을 지원하거나 투자하는 대신, 모임의 주체자이자 멘토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차고’라는 모임 이름은 절대 잊혀질 수 없는 실리콘밸리의 전통과 관련이 있다. 휼렛 패커드, 애플, 구글 등 수많은 IT 대표 기업들이 지역 차고에서 태어났다. 그 단어의 전통적인 의미는 수드와 그의 학교 동료들에게 더욱 각별한 울림을 준다. 그들에게 ‘차고’는 잠시 쉴 곳을 의미한다. 떠들썩한 캠퍼스에서 벗어나 기계를 다루고, 서로를 격려하며-‘차고’는 신생 기업 강국인 미국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유명 인물들과 거의 매주 열띤 토론을 벌일 수 있는 안식처 역할을 한다. 그들은 아마존, 구글, 넷스케이프에 투자했던 전설적인 벤처투자자 존 도어 John Doerr와 징가 창업자 마크 핀커스 Mark Pincus, 야후 공동 창업자 제리 양 Jerry yang 등을 바로 이곳에서 만났다.

내로라하는 유명 기업가들을 만나게 된 건 지난해 페지먼 마르 Pejman Mar라는 중소 벤처캐피털사를 설립한 노자드와 허센슨 덕분이었다. 이란 이민자이자 네트워크 전문가인 노자드는 팰로 앨토의 한 동양 카페트 매장에서 일할 때, 일부 고객의 신생 기업에 자금 지원을 해주면서 투자 커리어를 쌓아가기 시작했다. 그는 드롭박스 Dropbox, 사이드킥 Sidekick이라 불리는 획기적인 스마트폰 제조로 유명세를 탄 데 인저 Danger의 초기 펀딩에 도움을 주었다. 허센슨은 스페인 출신으로 엔지니어링 박사학위 소지자이며, 수년간 스탠퍼드대에서 강의를 했다. 이 두 명의 괴짜는 ‘차고’ 구성원들이 조언을 필요로 할 때마다 명함집(Rolodexes)을 돌려 관련 인맥을 연결해주었다. 또 현장실습에도 이들을 데리고 갔다. 예컨대 드롭박스의 샌프란시스코 본사를 방문해 드루 휴스턴 Drew Houston 최고경영자와 담화를 나눴다. 그러나 금전적 혹은 다른 측면에서 어떠한 대가나 조건도 요구하지 않았다.

‘차고’에 이 정도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만큼 사업 모델이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선행을 베풀자(Pay it forward)’라는 말 이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노자드와 허센슨이 기울이는 노력 뒤에는 이런 선행 정신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이들은 자비로운 선행을 베풀어 좋은 인재를 먼저 스카우트 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질 수 있다. 노자드는 “만약 우리가 열 명의 최고 학생을 발굴해 배울 기회를 주고, 제품 개발에 도움을 주면, 뭔가 대단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장기적으로 우리는 스탠퍼드대 출신이 세운 최고 회사들 중 몇 개는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이런 노력은 여러 의미 있는 결과를 낳고 있다. 무수히 많은 신생기업 아이디어들이 쏟아지는 미국에서조차, 투자 가치가 있는 하나의 아이디어를 찾기는 힘들다. 이런 점에서 ‘차고’는 IT 업계에서 가장 멋진 사회적 실험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다.

페지먼 마르는 팰로 앨토의 상업 지구 모퉁이에 위치한 납작한 정사각형 모양의 2층짜리 회색 건물에 입주했다. 매끈한 현대식 건물과 그 주변을 둘러싼 운치 있는 거주지에도 어울리지 않는 이상하게 눈에 거슬리는 건물이다. 최근까지 영세 지역신문사 데일리 포스트 Daily Post가 사용했던 곳이기도 하다. 요즘 이곳은 ‘차고’ 본사로 사용되고 있다.

위층에는 낮은 천장과 노출된 서까래가 보이는 큰 방이 있다. 그곳에는 사용 중이거나, 비어 있는 책상들이 컴퓨터와 함께 가득 차 있다. 최근 한 저녁 시간에 모든 책상을 한쪽으로 치워놓고, 20대의 한 무리들이 벤처투자자 더글라스 레온 Doug Leone 주변을 빼곡히,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둘러싸고 앉았다.

모임의 이유는 분명했다. 레온은 실리콘밸리에서 아주 잘나가는 벤처투자자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그의 회사 세콰이어 캐피털 Sequoia Capital은 구글, 야후, 링크트인 같은 기업에 투자했다. 이 회사는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최고의 자금회수(Exit)로 기록될 거래를 성사시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세콰이어는 왓츠앱 WhatsApp에 대략 6,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만약 문자 메시징 앱인 왓츠앱과 페이스북의 190억 달러 인수가 완료되면, 세콰이어는 무려 30억 달러의 순이익을 거두게 된다. 차고 구성원들과, 페지먼 마르가 투자한 신생 기업의 공동 창업자를 포함한 20여 명의 방문객들이 그의 발언 하나하나에 귀를 쫑긋 세웠다. 일부는 무릎 위에 올려둔 종이 접시가 떨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으며, 샌드위치나 팔라펠 Falafel, 후무스 Hummus, 피타 Pita 같은 것들을 먹고 있었다. 발코니 근처 두 개의 선풍기 소리가 마치 레온 목소리의 배경 음악처럼 조용하게 울려 퍼졌다. 많은 지혜로운 경험담이 산탄처럼 울려 퍼졌다: 너무 많은 자금을 모집하지 마라. 한 줄로 묘사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한 사업을 구축해라. 누군가의 고통을 완화시키는 사업에 집중해라. 기업 문화가 아주 중요하다. 최초로 고용한 엔지니어가 가장 중요할 수 있다. 비전을 놓치지 마라. 레온은 “우리는 빠르게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 즉 일종의 ‘관광객’들과 거리를 둔다”고 강조했다.

차고의 구성원 어느 누구도 관광객 타입은 아닌 것 같다. 우선, 수드는 대학 입학 전 기업가 정신에 대해 모호한 개념을 가졌지만 지금은 완전히 매료되었다. 세인트 폴 St. Paul에서 태어난 그는 부모와 함께 인도로 이주해 미국으로 되돌아오기 전까지 7년 동안 살았다. 클리브랜드 외곽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 다녔던 그는 스탠퍼드대에 수시로 지원해 합격했다(그는 ‘척 Chuck’이라는 NBC 드라마를 보기 전까지 학교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 드라마는 한 전자제품 매장에서 일하는 실적이 나쁜 스탠퍼드 출신 학생을 다뤘다). 그때부터 수드는 뭔가를 만들 수 있는 컴퓨터 공학에 빠져들었다.

스탠퍼드대는 이미 수많은 위대한 기업가를 배출해왔다. 빌 휼렛 Bill Hewlett 과 데이비드 패커드 David Packard, 래리 페이지 Larry Page, 그리고 세르게이 브린 Sergey Brin 등이다. 학교는 재학생들이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제품개발을 돕기 위해 다양한 학부에 수십 개의 과목을 개설했다. 스탠퍼드대가 후원하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 ‘스타트엑스 StartX’는 유명한 창업 육성 프로그램 ‘와이 콤비네이터 Y Combinator’프로그램을 모델로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 기업가들이 아이디어를 테스트할 수 있도록 일부 자금과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스탠퍼드대의 창업문화 수용과 관련해 수드는 수업과 관련 없는 프로젝트 수행에 어려움이 많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는 해커 동아리와 컴퓨터 프로그래머 모임을 만들었다. 하지만 해커톤 Hackathon *역주: 마라톤을 하는 것처럼 정해진 시간 동안 해킹을 하는 프로그램 마라톤을 준비하면서 여러 장애물에 직면했다. 3D 프린터 같은 장비를 갖춘 실험실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일단 들어가면 학교 과제는 할 수 없고 연구에만 전념해야 하는 장소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사이드 프로젝트 파트너였던 비스와나탄과 수드는 한 친구를 통해 노자드와 허센슨을 만났다. 실리콘밸리에선 늘 그렇듯이 ‘차고’는 급성장했다. 매주 저녁 미팅과 일요일 해킹 수업을 통해 시작했던 일들이 곧 끈끈한 공동체로 커져나갔다. 구성원 앰릿 색서나 Amrit Saxena는 “차고에 동참하게 만드는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기존 구성원들이었다”며 “그들은 내게 자극을 줬다. 그들이 성과를 내는 모습을 보면서 내 프로젝트에서도 성과를 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여기서 그의 이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색서나는 혼다 시빅 Honda Civic 신차를 구입하려 했을 때, 앱을 만들어 실리콘밸리 자동차딜러들을 경매에 참여시킨 학생이었다. 그는 결국 시장가보다 3,000달러나 싸게 혼다 시빅을 구입할 수 있었다.

캐서린 루 Catherine Lu는 ‘차고’의 유일한 여자 창업가다. 루는 2013년 여름 전자지갑을 만드는 구글팀에서 인턴생활을 했다. 다른 구성원들과 마찬가지로, 그녀는 개인 프로젝트를 수행하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루는 “인턴기간 동안에는 많은 걸 배우지 못했다.

구글에 대해 특별히 반감은 없다. 대기업이 직면한 공통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고’에는 야심적인 아이디어가 많지만 이상주의 색깔이 강하다. 구성원들은 부자가 되는 것보다 뭔가 의미 있는 일을 더 좋아한다고 말한다. 특히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사업적 성공 방식, 즉 SNS 앱 개발에 대해 비판적이다. 이 무리에게 ‘차세대 스냅챗’을 찾는 건 아이비리그 Ivy League 미술 전공자가 헤지펀드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색서나는 “실리콘밸리가 월가처럼 돈을 밝히는 분위기로 휩싸이는 걸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봄 어느 햇살 좋은 주말 오후, 수드와 비스와나탄, 노자드, 허센슨은 한 회의실에 모여 40여 개의 신생기업 신청서를 평가하고 있었다. 상금은 사업자금이나 초기 단계 펀딩(Series A financing)이 아니었다. 여름 기간 동안의 월급과 기업 타당성 조사, 그리고 대학 생활 지원 등이었다. 일부 아이디어는 구성원들이 낸 것도 있었다. 그러나 차고의 ‘창립자 프로그램’은 스탠퍼드대와 관련된 모든 학생들에게 개방돼 있다.

어느 한 팀이 이메일을 간소화 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수드가 이 팀의 기술적 능력을 인정하자 허센슨은 “이 아이디어가 상당히 맘에 든다”고 말했다. 그녀는 다른 프로젝트에 대해선 머리를 가로저었다. 갈길이 너무 멀다는 이유에서였다. 엄마들을 위한 스낵 서비스 아이디어도 기술력 부족으로 거부당했다. 신생 기업 평가자로서 수드와 비스와 나탄은 ‘차고’에서 조언을 해준 실리콘밸리의 전문가들로부터 어느 정도 지혜를 흡수한 것처럼 보였다. 새로운 금융 앱을 제안한 팀을 퇴짜 놓으면서 수드는 “신용 카드를 대체하려고 했던 모든 사람들이 실패했다. 하지만 신용 카드에 추가로 기능을 넣고자 했던 모든 사람은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차고’ 출신으로 힘을 합친 세 팀이 이 평가를 통과했다. 그중 한 팀은 플럭시 Fluxy였다. 수드와 색서나가 제안한 아이디어로, 음식점들이 바쁜 시간대와 그렇지 않은 시간대에 따라 다양하게 음식 가격을 책정하게 만든 서비스였다. 다른 하나는 비스와나탄, 루, 그리고 3학년 캐런비어 모한 Karanveer Mohan으로 구성된 팀이었다. 이들은 과제와 시험을 쉽게 평가할 수 있는 스코리스트 Scoryst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마지막 프로젝트는 레이 주 Ray Zhou와 슈브함 고엘 Shubham Goel이 제출한 로빈 Robyn이었다. 이들은 2학년으로 ‘차고’에서 가장 어린 구성원들이었다. 로빈은 이메일의 생산성을 높이는 장치로, 벤처캐피털, 사모펀드들과 자금을 필요로 하는 신생 기업들의 상호관계를 더욱 효과적으로 증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현재 두 사람은 샌프란시스코 벤처캐피털 회사 포메이션 8로부터 또 다른 멘토링을 받고 있다. 이 프로젝트들이 ‘차고’가 추구하는 이상주의적 목표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업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였다.

하지만 데모 데이(demo day)-창업자들이 외부 투자자들에게 그들의 서비스나 제품을 소개할 때, 기업 인큐베이터가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 의례다-가 다가오면 가능성만으론 부족하다는 점이 명확해진다. 수드와 색서나, 비스와타난은 모두 발표를 하지 않았다. 비스와나탄은 스코리스트 팀에서 탈퇴했다. 코딩 업무는 즐거웠지만 스코리스트는 코딩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가가호호 방문해서 스탠퍼드대 교수들과 다른 학교 관계자들이 제품을 시험 삼아 사용해보도록 설득해야 했다. 그건 그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비스와나탄은 “기술 외의 측면을 간과했다. 이런 부분이 기술적 도전보다 더 중요하진 않더라도 비슷한 수준의 중요성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기업이 코딩만 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아무도 그에게 경고하지 않았을까? 그는 “차고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이 점을 지적했지만, 몸소 경험할 때 까지는 전혀 믿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플럭시 팀도 비슷한 난관에 봉착했다. 일부 성과가 있었지만, 평범한 이유로 프로젝트가 중단됐다. 그는 팰로 앨토에 있는 10여 개의 음식점을 방문한 후,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에 이르기까진 대규모 영업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드는 “우리게 필요했던 인력을 확보하기 힘들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여름 동안 실망만 경험한 것은 아니었다. 루와 모한은 스코리스트를 포기하지 않았다. 모한은 “우리가 정말 좋아하는 프로젝트다. 유용하게 사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석사 과정에 있는 이 두 사람은 그후 학교로 복귀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학교 수업은 더 이상 최우선 순위가 아니었다. 루는 “물론 우리는 배우길 원한다. 하지만 석사 학위를 받는 것이 최고 목표는 아니다. 스코리스트 일을 하면서 수업시간에 배울 수 없었던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고 밝혔다. 그 후 실리콘밸리 주변의 10개 고등학교 수업, 서던 매소디스트 대학의 1개 수업, 스탠포드대의 몇 개 수업에서 스코리스트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놀랍게도 ‘차고’의 가장 어린 구성원들로 구성된 로빈 팀이 신생 기업 꿈을 살리는 데 가장 가까이 다가갔다. 올해 20세의 주는 투자자들에게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면서 3학년 등록을 하지 않고 로빈에 전념하겠다고 선언했다(학교 중퇴를 선언한 건 아니었다. 단지 휴학을 신청하는 것이었다). 19세의 고엘은 학생비자 소지자였기 때문에 휴학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학위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가 어디에 더욱 집중할지는 자명하다. 이 팀은 IT업계에서 상당한 경력을 보유한 파트너를 찾았다. 연쇄 창업가이자 벤처투자자로 현재 90억 달러 기업가치를 가진 팔란티르 테크놀로지스 Palantir Technologies를 설립한 조 론즈데일 Joe Londsdale이 바로 그 사람이다. 주와 고엘의 아이디어를 다듬는 데 도움을 줬던 포메이션 8의 파트너 론즈데일은 “그들은 원하는 바를 찾았다. 더구나 그들이 정말 잘하는 분야다”라고 말했다. 페지먼 마르도 이들에게 투자를 하고 있다.

자신의 창업은 부진하지만, 수드는 그들이 잘되는 모습에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차고’를 통해 성취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모두에게 큰 배움을 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석사 학위를 마무리하기 전 잠깐 쉬면서 동료인 색서나와 다른 프로젝트에 매진하고 있다(소매업체들의 재고관리를 돕는 일이다). 이 일이 잘 풀리지 않더라도, 그의 노트에는 아직 쓰지 않은 아이디어들이 무궁무진하게 남아 있다. 수드는 “2년 정도의 시간을 둘 계획이다. 25~26세가 될 때까지 쓸모 있는 뭔가를 개발하지 못한다면 취업을 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