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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그룹은 지금] CJ E&M

대기업 중 비트코인 최초 도입<br>콘텐츠 결제 혁신 시동 걸리나

CJ E&M이 자사 콘텐츠 유통과 관련해 최근 두 가지 실험에 나섰다. 콘텐츠 서비스 결제에 비트코인을 도입했고 세계 최대 콘텐츠 유통망인 유튜브에는 자사 콘텐츠 공급을 중단했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CJ E&M이 최근 자사 콘텐츠의 이용 결제 수단 중 하나로 비트코인을 추가했다. 비트코인은 PC,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 TV 등에서 개인 취향에 따라 영화를 골라볼 수 있는 VOD 서비스 ‘빙고(vingo)’ 에서 이용할 수 있다. 이로써 CJ E&M은 코스피 및 코스닥 상장사 중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채택한 최초의 기업이 되었다.

해외에서 통용되는 가상화폐 ‘비트코인(BITCOIN)’이 국내 언론의 관심을 모았던 2013년만 해도 대중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하지만 곧 화폐로서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으리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미국 등 주요국가에서 비트코인 사용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곧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국가가 환율에 적극 개입하는 중국이 비트코인을 잠정적인 환치기 수단으로 간주해 비트코인 사용을 전면 금지시키면서 그 열기가 더욱 식었다. 디지털 화폐인 비트코인에 과연 보안성 문제가 없는지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대중으로부터도 외면당했다. 하지만 프랑스에 이어 2013년 말 미국 상원이 비트코인의 보안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부정적 기류가 긍정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은 기존 은행처럼 금융 거래정보를 저장하는 서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대신 비트코인 사용을 위해 설치하는 개인 PC 소프트웨어 하나하나가 거래 기록 저장소 역할을 한다. 토렌트와 같은 P2P 방식의 분산 네트워크 체계가 작동하는 셈이다. ‘블록체인’이라 불리는 이 네트워크 시스템은 비트코인의 핵심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운영방식은 이렇다. 비트코인 사용자가 1,000만 명이라면 이들의 모든 거래 정보가 1,000만 대의 컴퓨터에 동일하게 저장되게 된다. 그리고 10분마다 거래 정보를 업데이트해 동기화 하기 때문에 500만 대 이상을 동시에 해킹해 10분 안에 거래 정보를 바꾸지 않고선 비트코인 해킹을 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국내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를 운영하는 코빗의 김진화 이사는 “전세계 상위 500위 안에 드는 모든 슈퍼컴퓨터의 2,000배에 달하는 연산력을 가져야 비트코인 해킹이 가능하다”며 그 안정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상원의 결론도 이 같은 비트코인 안전성을 직접 기술 검증해서 나온 결과였다. 게다가 “비트코인은 화폐가치가 없다”며 비트코인 확산에 부정적이었던 앨런 그린스펀 전미 연방준비위원회 의장과 달리, 2013년 당시 밴버냉키 미 연준 의장은 “비트코인 사용을 제재할 생각이 없다”며 비트코인 활성화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은 차츰 인기를 회복해 다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CJ E&M이 국내 대표적인 비트코인 거래소 기업인 코빗을 통해 영화 유료 VOD 서비스의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는건 의미를 가질 만하다. 영세한 업소가 아닌 대기업이 아직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비트코인에 문호를 조금이나마 개방했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결제는 CJ E&M 측이 코빗에 먼저 제안을 하면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화 코빗 이사는 이에 대해 “비트코인이 소액결제에 유리하다는 점에 주목한 것 같다. 비트코인은 소수점 8자리까지 분할이 가능하다. 따라서 십원 단위까지도 손쉽게 결제할 수 있다”며 “지금도 휴대폰이나 은행을 통해 소액결제가 가능하지만, 3%대인 이들 수수료에 비해 1% 미만인 비트코인 거래소의 수수료는 기업들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의 이런 장점 때문인지 비트코인을 도입한 국내 300여 곳의 업소는 대부분 소액결제가 빈번하게 이뤄지는 카페나 온라인숍, 아이스크림 매장 등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CJ E&M 관계자 역시 “소액 결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VOD 서비스의 특성을 감안해 이용자들의 편의 및 다양한 선택을 염두에 두고 비트코인이라는 새로운 결제 수단을 적극 반영하게 됐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핀테크(FinTech·모바일 금융) 열풍이 불고 있어, 비트코인 결제가 신용카드나 휴대폰 결제가 어려운 국내 거주 외국인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비트코인은 디지털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언제 어디에서나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CJ E&M 측은 비트코인의 도입 이유를 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비트코인 업계 관계자들은 “비트코인이 사물인터넷 시대를 기반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중앙집권화된 시스템이 아닌 분권화된 시스템이 데이터 보안에 유리하다는 점이 부각된다면, 가상화폐 외에도 자산이나 계약 내용을 증명하는 중요한 문서들을 보관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이런 가능성은 지난 12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비트코인 콘퍼런스 ‘인사이드 비트코인’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비트코인이 단순한 디지털 가상화폐의 기능에서 사물인터넷 시대의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이란 전망이 이 콘퍼런스에서 제기됐다. 이날 인호 고려대 교수는 “사물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 사람이 아닌 기계가 서로 거래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개방된 플랫폼에 결제 수수료까지 적합한 비트코인이 그 매개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긍정적인 기대감 때문인지 콘퍼런스장에선 콘텐츠 유통사, 소비재 유통업계 관계자들을 쉽게 만나 볼 수 있었다. 콘퍼런스 당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온라인 ‘윈도 스토어’에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해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페이팔, 델, 익스피디아 등에 이어 글로벌 기업들이 발 빠르게 비트코인 도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기자가 만난 국내 한 드라마 콘텐츠 유통사 관계자 역시 CJ E&M의 비트코인 도입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비트코인 자체는 안전하지만 거래 시스템까지 안전한지는 의구심이 든다”며 “ 가치 변동성이 워낙 크다는 점도 선뜻 비트코인을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앞서 밝힌 대로 비트코인 자체는 안전하다는 게 입증된 상황이다. 하지만 비트코인 거래는 이와는 다를 수도 있다. 화폐를 위조할 수는 없지만 훔칠 수는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4월,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인 마운트콕스가 해킹을 당해 문을 닫은 바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11월, 비트코인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라지는 사고가 있었다. 해당 거래소는 비트코인이 사라진 이유를 설명하지 못해 이용자들의 높은 원성을 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번호가 숫자와 영어 대·소문자를 조합한 30자로 이뤄져 있지만, 비트코인 소유자가 키보드에 번호를 입력할 때 충분히 해킹을 통해 번호를 알아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보안 이슈만이 비트코인 확장 가능성을 가로막고 있는 건 아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가치 변동성이 너무 크다는 점 또한 지적하고 있다. 콘퍼런스장에서 만난 한 전문가는 “한때 1,000달러까지 올랐던 1비트코인 가치가 지금은 400달러 정도로 떨어졌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면서 “비트코인 사용자가 늘어나면 안정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을 생성하는 건 금광의 채굴에 빗대어 보통 ‘채굴한다’고 표현되는데, 이를 위해선 대형화된 PC 환경이 필요하기 때문에 개인이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때문에 최초 비트코인을 소유하기 위해선 비트코인을 구매해야 하는데, 이때 구매금액은 비트코인의 시세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까닭에 혹자들은 “비트코인은 오로지 한 종목만 사서 거래하는 주식과 같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비트코인의 익명성을 문제 삼는 이들도 있다. 비트코인의 소유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기에 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전혀 근거가 없는 게 아니다. 실제로 거래소가 여러 개 존재해 현재 비트코인을 누가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비트코인 거래소들은 “모든 거래정보가 공개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수사를 통해 범죄자를 잡을 수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보안성, 익명성, 가치 변동성 논란에도 현재 비트코인에 대한 논의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논란 속에서 CJ E&M이 콘텐츠 결제에 비트코인을 도입하는 과감한 실험에 착수한 건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CJ E&M은 최근 또 하나의 새로운 결정을 내린 바 있다. 12월 1일부터 유튜브에 CJ E&M의 콘텐츠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CJ E&M이 MBC, SBS 등 국내 7개 방송사와 함께 참여한 ‘SMR 스마트미디어랩’이 유튜브에 프로그램 공급을 중단한 것이다. SMR 측은 “광고영업권, 수익 배분율 조정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유튜브가 싼 값에 콘텐츠를 공급받으면서도 수익 배분에 인색했다는 불만이 표출된 것이었다. 또 여기에는 콘텐츠 제작 업체와 콘텐츠 유통사 간의 힘겨루기 측면도 작용했다. 다변화 된 미디어 환경과 모바일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방송사들이 경영 악화를 겪으면서 이 같은 불협화음이 도출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에선 유튜브를 통한 동영상 시청률이 79%를 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와 다음같은 포털 기업이 유튜브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콘텐츠 제작 기업들에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상황이 콘텐츠 제작 기업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네이버가 스마트미디어랩에게 광고수익의 90%를 제공하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의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유튜브에 대한 콘텐츠 공급 중지는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업계 관계자의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CJ E&M 측 관계자는 “좋은 콘텐츠를 계속 기획·제작하기 위해선 정당한 수익 배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면서 “콘텐츠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 콘텐츠 전문가는 “콘텐츠 파워에 자신감이 생긴 CJ가 이에 걸맞게 유통과정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벌이고 있는 것”이라면서 “콘텐츠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선 품질도 중요하지만, 결국 혁신적인 유통 전략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유일의 종합 콘텐츠 제작 기업인 CJ E&M이 결제방식 다양화와 콘텐츠 유통 힘겨루기라는 실험을 통해 어떤 성과를 거둘지 지금 관련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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