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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사에서 배우는 기업 경영 “유리한 전장에서 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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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장군은 누구일까. 로마의 시저, 유럽의 나폴레옹, 몽골의 칭기즈칸, 조선의 이순신 등이 언뜻 떠오른다. 이 중에서도 특히 나폴레옹이나 칭기즈칸은 속도전으로 유명했다. 적은 수의 군대를 이끌고 빠른 속도로 진군해 적의 허를 찔러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칭기즈칸은 몽골 통일 후 벌였던 모든 전투에서 승리했다. 당시 몽골군은 수백 킬로미터 앞까지 척후병을 보내 전장이 될 곳의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한다.

전장을 자신의 공간으로 만들어버린 것이었다. 몽골군보다 정보가 부족한 적군이 우왕좌왕할 때 칭기즈칸은 우수한 기병대로 적을 분할, 소수의 병력으로 손쉽게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나폴레옹 역시 위대한 장군이었다. 하지만 칭기즈칸과는 달리 모든 전쟁에서 승리한 것은 아니었다. 워털루 전투에서는 웰링턴 장군에게 패했고, 오스트리아 전투에서도 카를 대공에게 패하거나 간신히 승리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나폴레옹은 왜 이들 전투에서 고전했을까? 이들 전투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공성전이었다는 점이다. 웰링턴 장군이나 카를 대공은 수성전에 능했다. 이들은 방어에 유리한 곳에 진영을 갖추고 뒤이을 전투에 대비하면서 나폴레옹 군이 오기를 기다렸다.

나폴레옹 군대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이들 진영이 공고해진 뒤였다. 즉 나폴레옹 군대는 선제공격도 할 수 없었고 특유의 빠른 기동성도 활용할 수 없었다. 이들 이점이 없는 상태에서 1대1 전면전을 벌이다 보니 당연히 수성하는 쪽에게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나폴레옹은 병력이나 화력이 적보다 우세한 상황에서 전쟁에 나선 적이 거의 없었다. 유리한 지형을 선점하고 전투 준비까지 마친 적을 상대로 그들보다 적은 병력과 화력으로 공성전에 나섰으니 천하의 명장 나폴레옹도 패할 수밖에 없었다.

동양 역사에서도 이런 사례는 즐비했다. 제갈공명은 적이 이동할 길을 미리 파악하고 아군이 유리한 곳에 군대를 매복했다. 결과는 백전백승이었다. 이순신 장군이 쓴 방법도 같았다.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에서 불과 13척의 배로 그 10배가 넘는 일본의 대함대를 물리칠 수 있었던 것도 아군에 유리한 지형을 전장으로 택해 잘 활용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이순신 장군은 적을 명량 앞바다로 끌어들이려고 일부러 진을 옮기는 초강수를 마다치 않았다. 또 적군이 출발하는 시간을 계산해 호리병 모양의 울돌목 앞에서 마주칠 수 있게끔 자신의 전선을 출발시키는 기지를 발휘했다. 그 결과 적의 대함대 중 소수만 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지형에서 싸움을 벌여,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던 승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간단히 말해 내가 선택한, 나에게 유리한 전장에 상대방을 끌어들여 적에게 치명타를 입힌 것이었다.

일본군의 입장에선 자신의 강점이 상쇄되는 전장에 함부로 뛰어들지 말았어야 했다. 만약 일본군이 조선군과 명량 앞바다에서 싸움을 벌이지 않고 대함대를 나누어 반은 외해를 돌아 조선군의 뒤에서 나타났다면, 조선의 역사는 크게 바뀌었을 것이다.

일본군 입장에선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적의 방비가 소홀한 새로운 전장을 찾는 게 맞는 전략이었다. 시장에선 이런 새로운 전장을 틈새시장이라고 부른다. 혹자는 블루오션이라 부르기도 한다.

전쟁의 역사에서 배우는 기업 경영의 틈새시장 전략은 경쟁사에 유리한 시장이 아닌, 내게 유리한 시장을 개척하고 거기서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 경영 역시 치열한 경쟁의 연속임을 고려하면 그 성패, 혹은 승패가 전장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결국 생존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얘기다.

기업 간의 경쟁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네임밸류와 시장점유율이 높은, 즉 이미 잘 준비된 경쟁 기업의 시장에서 전면전을 벌여선 승산이 희박하다. 전면전을 벌인다는 건 경쟁 기업과 같은 시장에 같은 방식으로 상품을 내놓는다는 말이다. 이런 방법이 성공하려면 품질력 역시 중요하지만, ‘새로운 제품이 이미 시장을 장악한 제품 못지않다’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는 등 챙겨야 할 부가요소가 많아진다.

물론 이는 매우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엄청난 판촉비와 광고비 때문에 금전적인 투자가 많아질 수밖에 없거니와 시간도 오래 걸린다. 소비자의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방법을 택할 수 있는 기업은 시간과 자금의 여유가 있는 대기업뿐이다.

시간과 자금을 투자할 수 없는 기업이라면 전면전 방식을 택해선 안 된다. 남과 똑같은 방식으로 제품을 내놓고 시장이 알아주기를 기다린다면 이는 도산의 지름길이다. 이럴 때는 경쟁 기업이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시장 대신 새로운 틈새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펩시코의 성장이 좋은 예이다. 1900년대 초 미국 청량음료 시장은 코카콜라가 막대한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며 독보적인 입지를 굳히고 있었다. 펩시코는 엄청난 돈을 써가며 몇 년이나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펩시콜라가 코카콜라를 이겼다’고 광고했지만 코카콜라의 아성을 깨지는 못했다.

당시 펩시코가 실패했던 이유는 코카콜라의 전장에서 승부를 걸었기 때문이었다. ‘콜라 = 코카콜라’라는 이미지가 굳어진 시장 상황은 코카콜라에게 유리한 전장이었다. 코카콜라는 이미 유리한 곳에 진을 치고 방어준비를 끝낸 웰링턴 혹은 이순신 장군의 군대였던 셈이다. 이러니 펩시코는 같은 방법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코카콜라와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가 없었다.

문제를 깨달은 펩시코는 전략을 바꿨다. 콜라가 아닌 다른 음료 부문을 공략하기로 한 것이다. 이후 펩시코는 트로피카나, 게토레이, 아쿠아피나 같은 브랜드로 주스나 스포츠음료, 생수 등의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했다. 당시 일부에선 펩시코를 두고 ‘코카콜라에 당하고 도망을 갔다’는 조롱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 결과 펩시코는 콜라 시장에선 코카콜라에 2:1 정도로 뒤졌지만 다른 음료 시장에서는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런 전략의 성공으로 펩시코는 2004년부터는 매출액에서, 2005년부터는 시가총액에서 코카콜라를 앞서기 시작했다. 현재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코카콜라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만약 펩시코가 전략을 수정하지 않고 콜라 시장에만 매진했다면 아마 지금도 펩시코는 코카콜라보다 한참 뒤진 2등 회사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펩시코는 적과의 전면전을 포기하고 틈새시장을 공략했기 때문에 코카콜라와 거의 대등한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국내에도 이런 예가 얼마든지 있다. ‘프로스펙스’ 브랜드로 잘 알려진 LS네트웍스가 좋은 예이다. 1998년 금융위기로 파산한 국제상사를 LS그룹이 인수해 탄생한 LS네트웍스는 펩시코와 비슷한 전략을 썼다. 고급 운동화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나이키와 직접 대결을 하기보다는 기능화라는 특수 시장을 공략하기로 한 것이다.

LS네트웍스는 국내에서 가벼운 걷기 운동을 즐기는 인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착안, 워킹화 브랜드 W를 론칭했다. 현재 이 전략은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프로스펙스는 지난 몇 년간 매출액이 급성장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다른 회사들이 프로스펙스를 따라 워킹화 모델을 출시할 정도가 됐다. 나이키와 유사한 제품으로 전면전을 벌였던 리복이나 아디다스, 아식스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모두 나이키와의 격차를 별로 줄이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프로스펙스는 꽤 성공적인 전략을 썼다고 평가할 수 있다.

펩시코와 LS네트웍스의 성공은 적의 전장에서 무리하게 전면전을 벌이는 것보다 조금 멀더라도 돌아가는 방법을 택해 성공한 좋은 사례이다. 기업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이때, 이들 사례가 주는 교훈을 압축하면 바로 ‘유리한 전장에서 싸워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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