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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익·일자리…한국 경제의 3 색 ‘ 빨간불’

[FORTUNE'S EXPERT 윤창현의 '경제 전망대']

최근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여전한 상황에서 중국이 우리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우리나라를 대표하는 30대 그룹의 이익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기업 이익 감소는 다시 일자리 창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한국, 미국, EU, 일본, 중국 등 5개국의 기술력을 평가한 ‘2014년도 기술 수준 평가’ 결과가 공개되었다. 기술 수준 평가는 정부가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10대 분야, 120개 기술을 대상으로 2년마다 실시되는데, 전문가 3,939명이 각 나라의 기술력을 수치화해 비교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우선 우리나라가 미래 먹거리로 선정해 육성 중인 국가전략기술 120가지 가운데 세계 1등 기술이 하나도 없었다. 줄기세포, 유전자 치료 등 45개 기술은 선진국과의 격차가 오히려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국은 대부분의 분야에서 한국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한국은 10대 분야 중 전자·정보·통신, 의료, 바이오, 기계·제조·공정, 에너지·자원 등 9개 분야에서 4위를 기록했고, 항공우주 분야에선 중국에도 뒤져 5개국 중 5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전체 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인 미국을 100%로 놓았을때 78.4% 정도로 파악되었고, 현재의 미국 기술력을 우리나라가 따라잡기 위해선 4.4년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과 중국의 전반적인기술 격차를 보면 2010년 2.5년, 2012년 1.9년에 이어 2014년에는 1.4년까지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기술력 우위가 유지되지 못하고 자꾸만 뒤처지고 있는 게 영불안한 상황이다. 한발 더 나아가 2014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30대그룹의 이익 관련 통계를 보면 더욱 충격적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로 대표되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2014년에 올린 이익규모는둘이 합쳐 33조 7,000억 원 정도였다. 이 규모가 2010년에는 38조 원정도였으니 4년 사이에 11.5% 감소한 셈이다. 그런데도 이들 두 그룹의이익이 30대 그룹 전체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7%에서 81%까지늘어났다. 그 이유는 이들 두 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28개 그룹의 이익이같은 기간 동안 42조 1,000억 원에서 7조 9,000억 원으로 5분의 1 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30대 그룹 전체 이익 규모도 80조 1,000억 원에서 41조 6,000억 원으로 거의 반 토막이 나버렸다.

20-80의 법칙은 상위 20%가 80%의 성과를 올린다는 법칙이다. 이를 우리나라 30대 그룹에 적용하면 상위 6.6%가 80%의 수익을 올리고있는 셈이다. 반올림해도 7-80의 법칙이 작동하는 셈이다.

사실 우리 청년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주로 대기업이 제공하고 있다. 당연히 30대 그룹에 속한 1,162개 기업에 청년세대가 취업하고 싶어하는 기업들이 많다. 이들 기업에 일자리가 많아져야청년들의 얼굴이 밝아질 텐데, 이익이 이처럼 줄어들다 보니 고용에도이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2014년 30대 그룹의 신규고용은 전년대비 1.3% 늘었다. 사실상 동결된 셈이다. 이윤이 줄다 보니 양질의 일자리가 제대로 창출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최근 기업을 힘들게 만드는 주장들이 잇달아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소득주도 성장론과 법인세 인상 등이다.소득주도 성장론은 다르게 말하면 임금주도 성장론이다. 낙수효과는잘나가는 기업의 투자를 촉진해 여기서 나오는 성과를 확산시키자는전략이다. 그런데 이 전략이 최근 잘 안 먹히고 있다. 이를 근거로 소득주도 성장론은 소위 분수효과를 주장하고 있다. 위에서 떨어지는 물이아니라 아래에서 샘솟는 물을 가지고 승부를 내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일반근로자에게 돌아가는 임금을 증대해 소비를 많이 하도록 유도하고 내수경제를 활성화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 주장엔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이 있다. 기업 입장에서임금은 생산비용이다. 임금을 올린다는 건 생산비용을 증가시키는 행위이다. 별다른 실적 개선이 없는데도 임금이 올라가면 기업은 이익이줄어들게 되고 결국 제품가격을 인상하거나 이윤을 줄여야 한다. 기업의 영업환경이 최근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제품 가격을 올리면 영업은엉망이 될 수도 있다. 호황이 아닌 상황에서 제품가격 인상은 매우 어렵다. 더구나 이익이 이미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 이윤감소를 감내하기도힘든 상황이다. 결국 고용이 줄어들면서 일자리가 사라지고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내수중심 경제로 돌아간다. 내수중심 경제에선 다양한 소비재를 소비하면서 해외제품의 수입이 늘어나 결국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사실상 30년 이상 경상수지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 적자규모가 GDP 대비 6%까지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이 발행하는 달러는 남들이 다 쓰는 기축통화이다. 달러로 결제하면 되기 때문에 적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인구가 5,000만 명 수준이고 원화는 비(非)기축통화다. 외환위기초래를 ‘원죄’로 가진 비기축통화국이 내수중심경제로 가는 건 여러모로 힘들다. 소득주도 성장은 내수중심 경제에 어울리는 전략이다.

법인세는 이를 납부하는 주체와 조세를 부담하는 주체가 다르다. 소위 ‘조세의 전이(transfer)’가 일어나는 것이다. 법인세를 올리면 기업이제품 가격을 올려서 소비자부담이 늘어날 수 있고 납품가격을 깎아 협력업체의 부담이 증가할 수도 있다. 임금을 동결하거나 상승 폭을 줄이는 경우엔 근로자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전이되는 세금에 대한 인상은주의해야 한다. 많은 국가가 법인세를 인하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법인세를 인하해 많은 기업을 끌어들이면 일자리가 늘어 근로소득 세수가 증가하고 배당도 늘어난다. 이로써 배당세가 더 걷히고 생산·판매되는 제품도 늘어나 부가세 수입도 덩달아 증가하게 된다.
최근 기술과 이익, 경영환경 등 기업과 관련된 많은 경제 분야에서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먹고 사는 경제문제가 중요한 상황에서 위기가 오기 전에 국가적 관심사가 미래 먹거리 창출, 기업경쟁력 강화, 영업환경 개선, 본격적 규제 완화 등 경제이슈로 변해야만 한다. 특히 정치권이 정신을 차리고 행정부와 사법부까지 총력을 집중해 경제 성장에 올인해야 한다.



윤창현 교수는…
▲1960년 충북 청주▲1979년 대전고 ▲1984년 서울대물리학과 ▲1986년 서울대 경제학과 ▲1993년 미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1993~1994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1995~2005년 명지대 경영무역학부 교수 ▲2005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2012년~2015 한국금융연구원장 ▲현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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