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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타증권은 순풍을 타고

시장 신뢰 회복과 영업환경 정상화로 가시적 성과<br>대만 본사 투자 의지에 후강퉁ㆍ선강퉁 호재도 겹쳐

한때 국내 증권사 리테일 영업 부문 최강자로 꼽히던 동양증권이 지난해 10월 유안타증권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2013년 9월에 터진 동양사태로 큰 충격을 받은 동양증권을 대만 제1 증권사인 유안타증권이 인수하면서 사명을 바꾼 것이다. 유안타증권은 최근 시장의 신뢰 회복 및 영업환경 정상화, 후강퉁·선강퉁 훈풍 등의 호재가 겹치면서 높은 실적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중국 선전증시와 홍콩증시 간 교차거래를 뜻하는 선강퉁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5월 7일 미국의 경제 전문지 블룸버그 Bloomberg와 배런스 Barrons는 정통한 중국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국무원이 올해 안에 선강퉁을 시행하도록 공식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정확한 시행일은 오는 6월 말쯤 발표될 예정으로, 시장에선 올 7월까지 선강퉁을 위한 기술적 준비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르면 3분기부터 시행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시장은 선강퉁 시행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11월 먼저 시행된 후강퉁(상하이증시와 홍콩증시 간 교차거래) 덕분에 상하이종합지수가 무려 68%나 급등한 경험을 갖고 있어서다. 이 같은 중국발 호재에 국내 주식시장에선 증권사들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후강퉁 · 선강퉁 시행으로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중개수수료 및 거래수수료 수입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1,800p를 밑돌았던 증권업종 지수가 지난 4월 22일 연간 최고점인 2,945.09p를 기록해 60%가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유동성 장세로 인한 업황 개선의 이유도 있었지만, 후강퉁 · 선강퉁 호재가 없었더라면 이 같은 큰 상승을 이루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대부분의 증권주가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가운데 특히 유안타증권의 주가 상승세가 도드라져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10월 2,500원 안팎이었던 유안타증권의 주가는 지난 4월 10일 8,070원을 기록해 220%가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2013년 9월 동양사태 이후 액면가(5,000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던 유안타증권의 주가가 불과 6개월 만에 2배 이상 뛴 것이었다. 시장 관계자들은 유안타증권이 긴 침체기를 지나 드디어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았다.

유안타증권의 새출발

"한국 자본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점에 대해 고개 숙여 사죄드립니다." 2013년 12월 동양증권 대표이사에 오른 서명석 사장은 동양사태 관련 피해자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당시 동양증권은 동양그룹이 부당하게 발행한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고객들에게 불완전 판매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큰 홍역을 치르고 있었다. 고객 이탈이 늘어나 고객 예탁 자산이 급감했고, 신용등급 하락으로 주요 기관투자가들과의 거래가 단절돼 대규모 영업적자가 났다.

설상가상으로 1,500억 원 규모의 만기채 상환이 도래하면서 동양증권의 위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당시 동양증권은 금융사로서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었다. 만기채 상환은 불가능에 가까워 시장 일각에선 동양증권의 청산 이야기마저 흘러나왔다. 1962년에 설립돼 리테일 영업 부문에서 국내 최강자로 꼽히던 전통의 동양증권이 위기에 처하자 법원은 대주주의 회생계획이 인가되기도 전에 동양증권의 조기 매각을 허가했다.

매각 작업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매각 공고를 낸 지 1개월 만인 2014년 2월 대만의 유안타증권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됐다. 유안타증권은 같은 해 3월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고 6월에 인수대금 납부를 완료하면서 동양증권 인수를 마무리했다. 매각 공고부터 본계약 체결까지 보통 1년여가 걸리는 다른 인수 · 합병(M&A)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초스피드 매각 작업이 진행된 셈이었다. 동양증권은 같은 해 10월 상호를 유안타증권으로 바꿔 현재에 이르고 있다.

아시아의 골드만삭스

동양증권을 인수한 대만 유안타증권은 170여 개 지점과 5,500여 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는 대만 넘버원 증권사다. 대만에는 119개 증권사가 등록돼 있는데, 유안타증권은 브로커리지(13.1% · 이하 지난해 말 기준), 채권 인수(21.0%), 금융상품 서비스(17.9%), 선물거래(18.5%) 부문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대다수 증권사가 적자를 기록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사태 때에도 손실을 낸 적이 없을 정도로 안정적인 기업활동을 영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안타증권 본사는 아시아의 골드만삭스라고도 불린다. 유안타증권 본사는 특히 중화권 리서치 부문에서 아시아 최고 경쟁력을 자랑한다. 지난해에는 홍콩의 유력 경제지 아시아머니가 진행한 시장조사에서 총 19개 업종 중 14개 부문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배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유안타증권 본사는 같은 해 아시아머니로부터 아시아 최고 리서치하우스로 선정되기도 했다.

대만 유안타증권 본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시아를 선도하는 제1 증권사가 되는 것이다. 이 목표를 위해 유안타증권은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아시아시장 확장 정책을 펼쳐왔다. 1990년대에는 중국시장에 진출해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에 지역 사무소를 설치해 본토 공략의 첫발을 내딛었다. 현재 유안타증권이 중국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도 빠른 시장 진출로 현지 시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는 유안타 금융 네트워크를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유안타증권은 2004년 LG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전에도 참여해 한국 시장 진출을 노렸지만, 상호 사용 등의 문제에 이견을 보여 인수를 포기한 바 있다. 유안타증권은 LG증권 인수전 이후 꼭 10년 만인 2014년 동양증권 인수에 성공하면서 아시아 제1 증권사 목표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된셈이다. 유안타증권은 우리나라와 중국 외에도 베트남, 홍콩 등에 진출해 있으며, 향후 싱가포르와 일본으로도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다.

경쟁력 회복 중인 한국 유안타증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대만 유안타증권에 인수되면서한국 유안타증권도 차츰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다. 2013년 3,607억 원까지 떨어졌던 현금 및 예탁금 자산도 올해 1분기 8,322억 원까지 올라왔다. 현금 및 예탁금 자산의 증가는 시장의 신뢰를 되찾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동양 사태 전인 2012년 동양증권의 현금 및 예탁금 자산은 1조 5,248억 원이었다. 동양사태 이후 2.3%까지 떨어졌던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도 최근 3.0% 이상으로 올라와 실적 회복에 힘을 보태고 있다.

BBB-까지 강등됐던 신용등급이 지난해 6월 A-로 3계단 상향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전까진 낮은 신용등급 때문에 법인영업과 파생결합증권(Derivatives-linked Securities· 파생상품을 기초자산으로 엮어 정해진 조건을 충족하면 약정한 수익률을 지급하는 상품) 발행이 제한돼 수익 활동의 폭이 상당히 좁은 상태였다. 하지만 지난해 신용등급 상향 이후 영업 정상화가 이루어지면서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 2013년 2,724억 원에 머물렀던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고는 신용등급이 상향된 현재 8,000억 원까지 증가해 유안타증권의 경쟁력 회복에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 덕분에 올해는 연간 흑자전환이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지난 5월 11일 공시된 유안타증권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유안타증권은 올해 1분기 2,729억 원의 매출과 249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당기순이익은 292억 원에 달했다. 증권사에 우호적인 시장 환경까지 고려하면 앞으로도 상당기간 흑자 규모가 더 커질 공산이 높다.

윤숭상 유안타증권 홍보실 차장은 말한다. "유안타증권의 하루 평균 주식거래 고객 수가 지난해 대비 35% 증가하고 주식시장이 활황 국면을 맞이하면서 수수료 수입이 많이 증가했습니다. 유안타증권이 중화권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후강퉁으로 인한 리테일 영업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고요. 고객 예탁자산도 지난해 말보다 10% 이상 증가해 향후에도 안정적인 실적 증가가 예상됩니다."

과거의 영광 넘어선다

시장은 유안타증권의 향후 성장성에 굉장히 후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최대주주인 대만 유안타증권이 보이고 있는 투자 의지가 상당한 데다, 후강퉁 · 선강퉁의 최대 수혜 증권사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만 유안타증권은 국내 유안타증권의 인수 및 증자, 경영 정상화 등에 현재까지 4,000억 원을 투자했다. 추가 투자 의지 역시 강하다. 허밍헝 賀鳴珩 대만 유안타증권 회장은 지난해 11월 2,000억~3,000억 원 규모의 돈을 국내 유안타증권에 추가로 투입할 것이라고 밝혀 화제가 된 바 있다. 대만 유안타증권 본사는 이 같은 대규모 투자로 한국 유안타증권을 향후 2~3년 안에 국내 5위 증권사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후강퉁 시행 이후 유안타증권이 보여준 선전도 눈여겨 볼 만하다. 유안타증권은 동양사태 이후 대규모 고객 이탈로 고객 기반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국내 후강퉁 거래 실적에서 업계 2위를 기록했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올해 2월까지 국내 후강퉁 거래액 누적 규모가 1조 7,700억 원을 넘어서 높은 인기를 실감케 했다"면서 "같은 기간 유안타증권의 관련 시장점유율이 12%에서 21%까지 상승하는 등 높은 경쟁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박 연구원은 선강퉁까지 시행되면 더 높은 수준의 수탁수수료 수익 증가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차별화된 경쟁력 :"We know China"

유안타증권은 최대주주인 대만 유안타증권의 중화권시장 리서치 능력을 직접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다른 증권사들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국내 다른 증권사들이 중국 현지 증권사와 제휴해 중국증시 관련 정보를 간접적으로 제공 받는 데 비해, 유안타증권은 중화권에 구축된 유안타 금융 네트워크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직접 공급 받고 있다. 유안타증권이 자신 있게 '위 노우 차이나(We know China)'를 외치고 있는 배경이다.

국내 투자자들 역시 유안타증권의 중국시장 리서치 능력에 높은 신뢰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유안타증권이 출시한 중국 현지 리서치 전문가들의 추천으로 운용되는 랩(Wrap · 증권사가 고객으로부터 일정 수수료를 받고 해당 고객의 자산관리 상담 및 운용을 총괄해주는 종합 서비스 상품)과 소액 적립식 투자신탁 상품은 시장에 나온 지 한 달여 만에 가입 계좌 수가 1,700여 건을 넘어설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윤숭상 유안타증권 홍보실 차장은 말한다. "대만 유안타증권에 인수되면서 재무 상황이 안정되고 신용등급이 상향되는 등 회사 정상화를 위한 기틀이 마련됐습니다. 중화권에 구축된 유안타 금융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후강퉁 시대에 차별화된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게 됐고요. 전 임직원의 노력으로 리테일 및 법인 영업도 점차 활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고객들에게 더 나은 투자기회를 제공해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자본시장 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후강퉁·선강퉁이란…]

후강퉁·선강퉁의 선과 후는 순서가 아닌 지역을 뜻한다. 후(扈)는 상하이를 뜻하며 선(深)은 선전을 뜻한다. 강(港)은 홍콩을 의미한다. 따라서 문자 그대로 직역하면 후강퉁(扈港通)은 상하이와 홍콩을 통하게 한다는 의미이고, 선강퉁(深港通)은 선전과 홍콩을 통하게 한다는 뜻이 된다.

중국에서는 같은 종목의 주식이라도 내국인 전용의 A주와 외국인 전용의 B주로 나누어 거래한다. 후강퉁·선강퉁은 홍콩거래소를 통해 외국인 투자자가 상하이 및 선전증시에 상장된 일부 종목의 A주도 투자할 수 있게끔 시장을 개방하는 제도다. 중국 역시 우리나라처럼 상장된 기업의 규모나 성격에 따라 상하이증시와 선전증시로 나누어 거래소를 운영하기 때문에 시장 개방도 후강퉁과 선강퉁으로 구별해 시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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