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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리더 50인] 썰물처럼 빠지는 푸틴의 권력

러시아 중산층은 더 나은 삶을 꿈꾼다. 푸틴은 이들의 탄생에 공헌했지만, 이젠 이들 때문에 권력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최근까지만 해도, 블라디미르 푸틴 Vladimir Putin의 이름은 세계 최고 권력자 리스트에 늘 포함돼 있었다.자기과시, 상반신 탈의 사진 공개, 사자 사냥으로 상징되는 푸틴식 리더십은 16년에 가까운 집권기 동안 러시아내에서 광범위한 인기를 얻었다. 해외 여론도 내심 의문은 품을망정 그에 대해 존경을 표해왔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2007년 타임이 선정한 ‘ 올해의 인물’ 이었다. 지난해전 뉴욕시장 루디 줄리아니Rudy Giuliani 는 폭스뉴스 Fox News에 출연해 “(푸틴은) 결정을 내리고 신속히 실행한다.그러면 모두가 반응한다. 이게 바로 리더다”라고 말한 바있다. 세계 최대 기업 중 한 곳의 CEO는 2009년 다보스세계경제포럼에서 푸틴의 연설이 끝난 후 필자에게 “푸틴은 조폭(thug)이다. 하지만 너무나 강력하기에 그의 패거리를 피해 갈 방도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소한 지금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변화가 일어나고있다. 푸틴은 여전히 엄청난 힘을 행사하고 있지만 예전만 못하다. 그의 권력이 더 커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러시아를 덮친 여러 문제로 푸틴의 장악력이 약해지면서,그의 권력은 취임 이래 가장 취약해진 상태다. 2000년대 초반 푸틴은 러시아의 경제성장과 변화를 이끄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러시아는 하락세의 연속이다. 유가하락(석유 및 가스 판매는 러시아 정부 수입의 50%를 차지한다), 부담스러운 경제 제재, 대규모 자본 유출, 해외자본 이탈로 경제가 침체의 벼랑 끝에 서 있다.

루블화의 가치는 작년 한 해에만 50% 급락했고, 식료품 가격은 23% 상승했다. 물가상승률은 16.7%에 달했다. 러시아 최대 기업 및 은행 일부에 구제금융을 제공하기 위해 중앙정부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1월, S&P는 러시아의 신용도를 투기등급(junk)으로 강등했다. 우크라이나와의 분쟁이 지속될 경우, 국제사회는 추가 제재 및 고립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의 부정부패도 악명 높은 수준이다. 172개국을 대상으로 한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의 2014년 조사에서 러시아는 이란, 나이지리아, 레바논과함께 공동 137위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푸틴의 지지율은 85%를 상회한다. 검열 때문에 정확한 여론 조사가 힘든 경찰국가라고는 하지만, 그가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크림반도가 러시아 땅이라는 정서가 지배적인 만큼, 크림반도 점령에 대한 국내 반응도 호의적이었다.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의 교전도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데 한몫을 했다. 작년 가을까지 지속된 수년간의 고유가 덕분에, 러시아인의 부는 크게 증대했다. 가난은 줄고 중산층은 늘어났다. 푸틴도 넘쳐나는 정부 수입을 활용해 각종 선심성 정책을 펼쳤다. 초강대국 지위를 잃었다는 굴욕감이 마음에 남아 있던 러시아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 준 행동이었다.

국내에서 얻고 있는 엄청난 인기 뒤에는 매우 어두운 이면이 감춰져 있다. 푸틴은 정적을 그대로 내버려두는 인물이 아니다. 비판적인 인사들은 침묵을 강요받거나 투옥되고, 그 이상의 일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 설령 푸틴이 자신에 대한 비판에 앞장섰던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Boris Nemtsov 의 암살에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 하더라도, 반대파를 억압하는 풍조가 그의 작품임은 확실하다. 현재 러시아 정부는 제도권 언론 거의 전체를 통제하고 있으며, 독립 언론과 인터넷을 차단 폐쇄 ?검열하고있다. 국민의 90%가 TV로 뉴스를 접하는 러시아에서, 국가가 3개 주요 방송사를 장악하고 있다. 때문에 언론이 국민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푸틴의 엄청난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상당수가 중산층인 러시아는 새롭게 누리게 된 혜택을 만끽하고 자신들의 후원자 푸틴을 위한 축배를 들면서 경찰국가의 현실에 대해 무감각해진듯하다.

하지만 사회경제적으로 매우 취약한 상태에서 높은 지지율은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그동안 푸틴은 현상유지를 위해 러시아인의 애국심을 활용했다. 국민의 관심을 국제무대로 돌린 것이다. 그러나 이 전략의결과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고립은 심화했다. 이미 위기에 빠진 경제는 더욱 악화할 것이다. 지난 16년간 푸틴의 절대 권력을 지켜 준 방어막이 무너진다면, 푸틴 자신도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변화의 동력원은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다. 기존 질서가 지구 전 지역, 인간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위협받고있다. 과거 반대에 부딪혀 본 적이 없는 정부, 군, 종교 및재계 지도자들의 권위가 위협받고 있다. 한때는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거나, 무시해도 괜찮았던 힘인 ‘초소형권력(micropower)’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슬람국가(IS), 기존 질서를 위협하는 유럽의 소형 정당들,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Snowden *역주: 미국의 국가기밀을 폭로한 전직 CIA 요원을 필두로 한 고독한 해커들의 파괴적인 힘이 바로 그 예이다.

이런 경향의 배후에는 사회의 심층적 변화가 있다. 사람, 국가, 도시, 정당, 군, 상품과 서비스, 이를 판매하는 기업, 무기, 의약품, 학생, 컴퓨터까지 모든 것이 전보다 늘어났다. 전 세계 중산층의 수도 전보다 증가했다. 이 ‘증가’ 혁명으로 전 인류의 평균 수명은 길어지고, 보건 수준도 향상됐지만 그만큼 통제도 어려워졌다. 정보는 더 빨리, 더 멀리 전파된다. 이민과 도시화로 대도시와 중소도시 모두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 전 세계 교역량은 폭증했고, 돈은 인터넷을 따라 빠르게 움직인다. 권력은 권력에 복종하는 사람이 있을 때에만 존재할 수 있다. 이동성혁명으로 인해 원치 않는 권력에서 도망치거나, 권력층의 방어막을 뚫을 우회로를 찾는 것이 쉬워졌다.

증가 혁명과 이동성 혁명의 결과( the more andmobility revolutions)로, 일반 대중의 사고방식과 세계관이 크게 넓어졌다. 나는 이를 ‘사고방식의 혁명(mentality revolution)’이라 부르고자 한다. 힘과 권위에 대한 사고방식 및 태도가 변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개인의 자율성을 중시하고 권위주의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세계화가 지속된 결과, 이제는 이질적인 사회에서 살아가던 사람들도 자기와 다른 삶의 방식을 접하면서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열망을 품게 됐다.

러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콘돌리자 라이스Condoleezza Rice 전 미 국무장관은 2007년 모스크바에서 젊은 기업인들과 만난 후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 에 다음과 같이기고했다. ‘전체 인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소수지만, 러시아에선 자기 소유 아파트에 거주한 도시 중산층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들은 이케아 가구를 사고 아이들에게 맥도널드를 먹인다. 이들은 미래에 대한 다른 기대를 품고 있다.’ 푸틴 집권기에 중산층은 풍요를 누렸다. 호황이계속될 동안, 사람들은 중산층의 수가 점점 늘고 삶의 질은 더 높아질 것이라 예상했다. 중산층은 높아진 월급과 수입품, 현대적 가전제품, 자동차, 주거환경 개선, 보건,교육 등 이런저런 사치에 익숙해졌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나빠질 일만 남았다. 경기 악화, 실업률 및 물가상승률상승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 대중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없으며, 사회 불안 가능성도 높아진다.

푸틴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모스크바의 펑크 밴드 푸시 라이엇Pussy Riot 의 한 멤버는 최근 언론독립의 중요성을 부각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에서 “러시아 국민 대부분은 정부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푸틴의 진짜 위기가 시작될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과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수반 중 한 명일까? 물론 그렇다. 푸틴의 권력은 안정적이며 앞으로 더 커질 것인가? 당연히 아니다. 그는 위대한 지도자인가? 어림없는 소리다.


By Moises Na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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