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애커는 바이오 산업이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가 운용 중인 36억 달러 규모의 야누스 글로벌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Janus Global Life Sciences Fund 는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14%에 가까운 수익률을 올렸다. 투자한 바이오 기업의 성공 덕분이었다. 그는 “요즘 공상과학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일들을 실험하고 있다. 이 분야에 대한 흥분과 기대감이 이토록 높았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바이오 기업들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혁신 쏟아내고 있다. 암과 C형 간염 치료제 개발에 거의 성공했고, 인간의 실제 DNA를 조작할 수 있는 전례 없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바이오 기업의 주가 상승 또 한 엄청나다. 나스닥 바이오테크놀로지 인덱스 Nasdaq Biotechnology index는 10년 동안 거의 다섯 배 상승했고, 작년에만 34%가 올랐다. 그 결과 11%의 수익률을 기록한 S&P 500지수를 훌쩍 뛰어넘었다.
바이오 산업의 상승세는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심지어 오바마 대통령도 연두교서(State of the Union) 에서 베르텍스 파마슈티컬스 Vertex Pharmaceuticals 가 개발 한 낭포성섬유증(Cystic Fibrosis) 치료제를 치켜세우기 도 했다. 이는 일부 애널리스트들에게 제약산업의 규제가 사라지는 황금기의 도래로 들렸다. 미 식약청( FDA)은 2014년 41개의 신약 신청을 모두 승인했다. 1996년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신약 신청 건수였다. 로버트 ‘ 닥터밥’ 데레저위츠 Robert “Dr. Bob” Deresiewicz 도 “산업 전반에 걸쳐 전에 없이 많은 신약이 출시되고 있다” Wellington Management의 파트너이자, 내과의사 출신으로 유에스에이에이 사이언스 테크놀로지 펀드 USAA Science and Technology Fund 의 감독에도 관여하고 있다.
재무리서치 기관 (S&P CapitalIQ)에 따르면, 바이오 기술이 헬스케어 부문의 최근 초과실적을 이끌고 있다. 2014년 모든 영업이익 자료를 집계하면, 헬스케어 기업들은 S&P 500의 전체 섹터 중에서 가장 높은 영업이익 성장률(16.5%)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S&P 500 평균 영업이익률보다 두 배 높은 수치를 보인 것이다. 바이오 부문의 영업이익률 증가(85%)가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뜨거운 상승세로 주식 가치가 고평가되고 있다. 2015년에 주가수익비율 49배로 거래되고 있는 나스닥 바이오테크놀로지 Nasdaq Biotechnology 지수는 전체 나스닥 대비 2배 이상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불안한 고점이 투자 심리를 테스트하고 있다(바이오 지수에 편입된 기업 중 3분의 2가량은 아직 이익을 못 내고 있다). 240억 달러 규모의 자금운용에 참여하고 있는 아티전 파트너스Artisan Partners의 매트 캄 Matt Kamm은 “믿을 만한 제품은 없고 흥미로운 아이템만 가진 기업에 과도한 가치가 부여되고 있다”며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이오 투자는 일반적으로 ‘모 아니면 도’ 식의 투자 행태를 보인다. 데레저위츠도 신약은 성공하든지 실패하든지 둘 중 하나라고 말한다. 그리고 진정으로 환자들이 효과를 볼 때, 그 기업은 폭발적인 성장을 한다. 그는 “바이오에서 돈을 버는 진짜 시점은 ‘인내심을 갖고 대박을 기다리는 둔감한 자산(obtuse asset)’에서 실체가 보이는 자산으로 전환되는 때라고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바이오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자는 대부분 현재 보잘것없거나 존재하지 않는 이익을 걱정하기보단 미래 성장잠재력이 높은 기업에 초점을 맞춘다. 피니 크루빌라Finny Kuruvilla 는 “현재 세계시장에서 미완의 분야로남아있는 것은 무엇인가? 또 다른 스마트폰용 앱인가, 아니면 수 세기 동안 인간을 괴롭힌 질병 중의 하나를 찾아내 치료하는 일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전직 의사에서 전문 투자자로 변신한 그는 13억 달러 규모의 업계 1위 펀드 이븐타이드 길리어드 펀드Eventide Gilead Fund를 운영 중이며, 총자금 중 25%를 바이오에 투자하고 있다(이 펀드는 바이오 거물인 길리어 사이언스 Gilead Sciences 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 그는 “바이오와 헬스케어 투자가 흥미로운 건 다른 분야보다 훨씬 도전적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벤처 투자자도 겸하고 있는 그는 블루버드 바이오 Bluebird Bio 같은 실험적 기업에 모험을 걸고 있다. 이 기업은 혈액 질환을 앓는 환자의 세포를 변형시켜 헌혈 필요성을 줄이는 고무적인 성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는 또 에볼라 Ebola 항생제를 개발 중인 키메릭스 Chimerix 도 선호한다. 크루빌리나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개인 명의로는 적은 지분만 투자하면서 임상 실험 논문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어느 정도의 위험 노출을 추구하는 일반 투자자라면 아이셰어스 나스닥 바이오테크놀로지 iShares Nasdaq technology 같은 다각화된 상장지수펀드(ETF)를 고려해볼 만하다.
바이오 주식의 큰 변동성은 업계 전문가들에게도 불안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웬쯔 청 Wen-Tse Tseng사례를 보자. 전 암젠 Amgen 과학자였던 그는 AB-예전엔 라이언스번스타인AllianceBernstein으로 불렸다-에서 90억 달러를 운용하고 있다. 현재는 업계의 높은 신약 실패율 때문에 바이오 및 제약주 비중을 낮추고 있다. 청이 투자한 종목은 푸마 바이오테크놀로지Puma Biot echnology 다. 그러나 너무 늦게 매입하는 바람에 큰 수익 기회를 잡지 못했다. 작년 여름 이 업체 주가는 유방암 치료제의 긍정적인 결과 발표 직후 하루 만에 4배가 상승했다. 하지만 간혹 찾아오는 대박 기회를 놓친 아쉬움보다 주가 폭락은 더 괴로울 수 있다. 그는 “만약 저조한 수익률을 내면, 회사 전체의 가치가 망가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티전 파트너스의 캄은 이미 시장에 FDA 허가를 취득한 신약이 있거나, 추가로 신약을 준비 중인 기업만을 선택함으로써 그런 종류의 실패를 회피하고 있다. 그는 “항상 목표 달성에 필요한 충분한 탄알을 가진 기업을 선호한다” 고 말했다. 그런 범주에 드는 두 개의 선호 주는 인사이트Incyte 와 아이시스 파마슈티컬스 Isis Pharmaceuticals이다. 이들은 이미 신약을 시장에 출시했고, 곧 출시할 제품을 준비 중이다. 캄은“히트 제품이 하나가 아니라는 점에서 큰 신뢰를 준다”고 설명했다.
야누스 펀드의 애커에게는 여러 전략을 혼합하는 것이 주효했다. 그는 두 개의 선호 주를 보유 중이다. 바로 셀진Celgene 과 알렉시온 Alexion이다. 애커는 현재 히트 상품이 된 신약을 판매하기 훨씬 전부터 이 종목들을 보유해왔다. 두 기업은 여전히 이 신약의 새로운 응용분야를 찾으며, 성장 잠재력을 키우고 있다. 일례로, 셀진은 2020년까지 매년 23%씩 이익이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애커도 “이런 기업은 흔치 않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리제네론Regeneron이라는 업체를 주목할 만하다. 이 기업은 실험용 쥐 생산 외에도 유전자 물질 변형으로 매우 정확한 치료제를 만드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 애커를 감탄케 하고 있다. 그는 이런 기적이 계속 일어나길 지금도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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