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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인 Talk! Talk!] 임현 유비파이 대표

“고도화된 인공지능 드론 기술로 생활 속 드론의 시대 열어야죠”

무인(無人)비행기 드론(Drone)의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더 이상 장난감 수준의 드론이 전부가 아니다. 군사, 재난재해 구호,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 드론이 사용되고 있다. 사용처가 확대되면서 기술적으로도 조금씩 진일보하고 있다. 스타트업 유비파이는 인공지능(AI)를 탑재한 신개념 드론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다. 인공지능 드론, 나아가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겠다는 유비파이의 임현 대표(31)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서울 낙성대 인근에 있는 유비파이
사무실은 흡사 드론 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다. 벽면을 가득 채운 다양한 형태의 드론 수십 종은 기자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한번 보여드릴까요?” 기자의 호기심을 눈치챈 듯 임현 유비파이 대표가 드론 한 개를 사무실 바닥에 내려놨다. 조종기에 스마트폰을 연결하자 화면에는 드론에 달린 카메라가 찍고 있는 풍경이 등장했다. 이윽고 굉음과 함께 드론이 이륙을 시도했다.

잠시 후, 임 대표가 비행 중인 드론을 아래로 잡아당겼다. 잠시 밑으로 내려가던 드론은 마치 스프링을 단 듯 다시 튕겨 올라왔다. 이유가 궁금했다.

열심히 드론을 조종하던 임 대표가 신난 듯 말했다. “드론은 조종할 때부터 비행 고도를 설정할 수 있어요. 그래서 드론을 밑으로 잡아당겨도 드론은 입력된 고도를 찾아가기 위해 다시 튀어 오르죠. 최근 드론에 대한 논란 중 비행고도 제한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는데 그 정도는 충분히 기술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 파일럿을 꿈꾸던 어린 소년은 이제 인공지능을 탑재한 무인 항공기 ‘드론’을 개발하는 젊은 과학도로 성장했다. 임현 유비파이 대표(사진)는 생활 속 드론의 시대를 열겠다는 당찬 포부로 오늘도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파일럿 꿈꾸던 아이, 드론을 만들다
드론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임 대표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한때 파일럿을 꿈꿨던 소년 임현은 이제 무인 항공기 드론에 자신의 꿈을 싣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임현 대표가 유명해진 것은 사실 드론 때문만은 아니다. 임 대표는 지난해 모 방송국에서 진행한 ‘청년특집강연회’에 연사로 참석했다. 젊은 대학원생 특유의 풋풋함, 그리고 드론이라는 꿈을 향해 달려온 임 대표의 강연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당시 임 대표의 강연 제목은 ‘비행로봇에 꿈을 담아 날리다’였다. 여기서 비행로봇이란 당연히 드론이다. 강연 내용은 아주 흥미로웠다. 세기의 섹스심벌로 불렸던 톱스타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가 출연한 첫 광고에 소개된 제품이 초창기 드론이었고,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하기 이전부터 무인 비행기가 존재했다는 사실이 소개될 때마다 관객들의 탄성은 그칠 줄 몰랐다.

하지만 기자의 눈길을 끈 대목은 조금 다른 부분이었다. 임 대표는 강연 시작 전, 자신을 유비파이의 대표가 아닌 ‘리서치 디렉터’라고 소개했다. 무슨 의미인지 궁금했다. 임 대표는 말한다. “사실 강연이 진행될 당시는 회사 창업 전이었어요. 유비파이는 인공지능 드론 개발을 위해 조직된 연구팀 이름이었죠. 물론 당시에도 창업을 준비 중이었지만, 대표라는 호칭을 붙이기가 참 어색하더라고요. 그래서 리서치 디렉터로 저를 소개했죠. 연구원쯤으로 생각하면 맞을까요?”


그의 말처럼 유비파이는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드론을 개발하기 위해 뭉친 연구팀으로 출발했다.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항공 전공 박사 과정을 수학한 임현 대표는 대학원 진학 당시부터 드론 개발 하나만을 생각했다. 사실 주변에서는 이러한 임 대표의 연구 과제에 대해 ‘무리한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개발 자체가 어렵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학문적으로만 접근해도 충분히 대학원 졸업은 가능한 과제였기 때문이다. 굳이 힘든 길을 갈 필요가 있느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이어졌다. 임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처음 드론 개발을 연구과제로 택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뭔지 아세요? ‘제 기간에 졸업이나 할 수 있겠냐’라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확고했어요. 그저 학문적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실제 모델을 만들어내고 싶었습니다. 졸업이요? 졸업은 늦지 않고 제때에 했습니다. 천만다행이었죠(웃음).”


하지만 이 모든 걸 혼자 하기란 역부족이었다. 임 대표가 선택한 연구과제는 ‘드론의 영상기반 3차원 위치인식 및 지도작성 (Visual SLAM: GPS·비콘 등 별도의 인프라가 없이도 스스로 이동하면서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 연구’다.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쉽게 설명하면 앞서 말했듯이 인공지능을 탑재한 드론 개발을 위한 연구다. 그는 지금처럼 사람이 직접 조종하지 않아도, 목표장소만 입력하면 드론에 탑재된 GPS를 기반으로 장애물을 피하고 적절한 경로를 탐색해 목적지에 도착하는 드론을 꿈꿨다.

놀라운 사실은 임 대표가 드론을 연구과제로 선택했던 시점이 2009년이라는 점이다. 당시만 해도 드론은 개념 자체도 생소했다. 심지어 제대로 된 드론이 출시되기도 한참 전이었다. 장난감 수준의 드론을 제외한 상업용 드론이 상용화된 시점은 지난 2014년부터다.
다행스럽게도 2명의 대학원 동기가 임 대표와 뜻을 함께했다. 포항공대 로봇동아리 회장을 역임한 박철우(현 유비파이 이사) 씨와 다수의 하드웨어 개발 경험을 보유한 이경현(현 유비파이 이사) 씨가 그 주인공이다. 세 명의 젊은 공학도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영상 촬영, 항법 계산, 드론 본체 등 핵심 분야를 맡아 인공지능 드론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비록 세 명뿐이지만 나름 연구팀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 멋들어진 이름도 지었다.

항공우주공학 분야에서 무인 비행체를 일컫는 ‘Unmanned Vehicle’과 로봇을 무인화하려는 뜻에서 ‘~화(化)하다’의 접미어인 ify를 합성한 ‘유비파이(UVify)’가 바로 그것이다.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높은 수준의 자동화 로봇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의미의 ‘유비파이’는 지금까지도 회사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다.


영상기반 위치인식 기술력 확보
박사과정을 마친 임 대표는 곧바로 창업을 선택했다. 학교라는 틀에서 나와 보다 자유롭게 개발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곧바로 개발, 디자이너 등 20여 명의 인력을 모아 지난 2014년 3월 유비파이를 창업했다. 유비파이와 임 대표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수준의 드론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유비파이가 개발 중인 드론은 컴퓨터비전(Computer Vision: 인공 지능의 한 분야로 인간 눈의 기능과 같은 형태를 컴퓨터가 행하게 하는 기술), 영상기반 3차원 위치인식 및 지도작성(SLAM·GPS 같은 특정 장비가 없는 실내에서도 로봇이 스스로 위치를 파악하고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기술), 그리고 신호처리 및 제어 기술을 토대로 한다. 사람의 조종에 의존하는 기존의 완구나 촬영용 드론과 달리 실내 자율비행, 실내 위치인식, 로봇 제어 기술을 적용해 안전성과 조종 편의성을 높인 드론을 개발하겠다는 목적이다. 또 장착된 카메라로부터 주변 환경의 3차원 정보를 얻어내는 ‘영상 기반의 실시간 실내위치 인식 기술’을 통해 영상 내 물체를 인지 및 추적하거나 실내외에서 지정된 위치로 이동하는 등 기존에 불가능했던 기능도 탑재할 계획이다.

유비파이는 일찌감치 고도화된 기술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12년 세계 최초로 영상기반 실시간 실내위치인식 기술을 개발한 유비파이는 이를 토대로 지난 2013년에는 ‘한국 항공 우주 논문상’에서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투자 유치도 급물살을 탔다. 중소기업청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프로그램(TIPS) 및 창업진흥원 고급기술인력 창업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돼 6억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최근에는 벤처캐피탈(VC)인 케이큐브벤처스로부터 3억 원에 달하는 투자유치에도 성공했다.

그렇다면 유비파이가 타깃으로 하는 시장은 어디일까? 임 대표는 일상생활 속에서 활용이 가능한 소형 드론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내년부터 드론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됩니다. 상업용 드론 시장이 본격 개막할 시점 역시 내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희는 실내용 소형 무인 드론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습니다. 최근 모든 제품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장이 활성화되는 상황에서 드론 역시 그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보거든요. 성장 가능성도 충분한 셈이죠.”

그의 생각은 꽤 구체적이었다. 코엑스, 킨텍스 등 대규모 공공장소에서 넓은 실내 공간을 날아다니며 보안 및 치안 업무를 담당하고, 가벼운 물품은 배송까지 해주는 드론이 바로 유비파이가 추구하는 드론의 모습이다.
  • 유비파이 사무실에 진열된 수십대의 드론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임현 대표(가운데)가 동료 개발자들과 함께 드론의 테스트 비행을 준비하고 있다.
임현 대표는 “해외 사례처럼 물품 배송에 사용되는 드론은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아 상용화에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일상생활용 드론은 그보다 빨리 상용화될 수 있다”며 “아직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유비파이의 드론이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용화를 자신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가격 경쟁력이다. 기존 드론과 차별화되는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고 있지만, 하드웨어 자체는 일반 드론과 똑같기 때문에 기존 제품과 비슷한 가격에 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말한다. “저희가 개발 중인 드론과 일반 드론의 차이는 결국소프트웨어입니다. 대다수 드론이 그러하듯 저희도 우선적으로는 회전날개가 4개 달린 쿼드로터(Quad-rotor) 형태를 사용할 수밖에 없거든요. 소프트웨어가 차이점이라면 이는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임 대표는 더욱 큰 꿈을 꾸고 있다. 유비파이를 단순 인공지능 드론 개발 회사를 넘어선, 영상 기반 위치인식 기술 전문회사로 성장시키려는 포부다. 임 대표는 말한다. “저희가 보유하고 있는 영상 기반 위치인식 기술은 향후 사물인터넷(IoT), 무인자동차 등 분야로 확장될 여지가 큽니다. 실제로 현재 적외선 레이저 스캐너와 GPS 기반으로 주행하는 무인차의 안전성 역시 저희의 기술을 통해 대폭 개선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업계에서는 레이저 기반 무인차 여러 대가 동시에 주행할 경우 레이저 간섭현상이 발생해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만약 실제로 보는 것과 같은 영상 기반 위치인식 기술이 무인차에 탑재된다면 더욱 안전한 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임 대표의 말처럼 인공지능 드론은 유비파이의 전략에서 하나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상징적인 제품이다. 물론 당장은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드론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향후 10년 안에 집집마다 드론이 갖춰진 시대가 열릴 겁니다. 아마 드론의 대중화가 급속히 진행되겠죠. 그때 유비파이의 드론이 모든 가정에서 활용될 거라 믿고 있습니다.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묵묵히 걸어가볼까 합니다. 파일럿이 되겠다는 어릴 적 꿈이 드론에 투영됐듯, 지금의 꿈은 유비파이의 드론에 녹아들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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