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부상자를 치료하던 의사들은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확인했다. 항공기 추락 시 취해야한다고 알려진 자세, 이른바 ‘브레이스 포지션(Brace Position)’을 취했던 탑승객의 경우 그렇지 않았던 탑승객보다 심각한 두부 외상이나 뇌진탕을 입은 비율이 월등히 낮았던 것이다. 1967년 미 연방항공청(FAA)도 더미를 이용한 연구를 통해 두 발을 바닥에 딛고, 머리를 앞으로 숙이는 브레이스 포지션의 효용성을 확인한 바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브레이스 포지션은 조금 달라졌다. 깍지 낀 두 손으로 후두부를 감싸서 무릎 부위에 얼굴을 붙이거나 두 팔을 모아 앞좌석을 잡은 뒤 얼굴을 하박에 붙이는 등 여러 방식이 있다. 하지만 중요한 원칙만큼은 변함이 없다. 몸을 최대한 숙여서 머리를 앞좌석 등받이에 가깝게 위치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충돌시 머리가 다른 물체에 부딪치는 2차충격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혹시 자동차나 열차 같은 여타 교통사고에도 브레이스 포지션처럼 효과적인 자세가 있을까. 세계은행 산하 글로벌도로안전시설(GRSF)의 도로안전 전문가인 디판 보스에 따르면사고의 유형이나 교통수단의 설계에 따라 가장 안전한 자세가 달라진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비상 시 안전한 자세를 연구한 적이 있어요. 그 결과, 핵심은 ‘방향’이었습니다. 몸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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