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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받는 국민연금 백기사 역할론

■ 삼성물산 주총 D-4

해외 투기자본 공세에 여전히 많은 대기업 노출

업계 "기금 의결권행사 지침에 경영권 방어 담아야" 목소리


국민연금이 장고 끝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격을 받고 있는 삼성물산(000830)의 손을 들어주기로 한 가운데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연금이 해외 투기자본으로부터 국내 기업이 공격을 받을 경우 경영권을 방어하는 백기사(白騎士)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외국인 투자지분이 최대주주 우호지분보다 많은 대기업 상장사는 10곳 이상으로 언제든지 '제2의 엘리엇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위험에 처해 있다. 국민연금이 수익성과 안정성이라는 기금운용의 기본원칙은 지키면서 국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투기세력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의결권 행사 지침을 바꾸는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12일 금융투자(IB) 업계와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총수가 있는 자산 규모 상위 10대 그룹의 96개사 상장사 중 외국인 보유지분율이 총수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보유지분(보통주 기준)보다 많은 기업이 16개사에 달한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이 18개 상장사 중 6곳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자동차그룹이 11개사 중 3곳, LG그룹이 12개사 중 3곳, SK그룹이 18개사 중 3곳, GS그룹이 8개사 중 1곳 등이다. 이들 계열사는 그룹 지배구조나 사업구조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은 곳이 대다수다. 국제투기자본은 주로 대주주 지분율이 낮으면서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있는 기업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삼성과 엘리엇의 공방은 오는 17일 주총에서 결판이 나더라도 여전히 많은 대기업이 앞으로 제2의 엘리엇 사태에 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계열사별로 살펴보면 삼성전자(005930)의 외국인 보유지분은 약 51%로 이건희 회장 일가족과 계열사 등의 지분(29.57%)보다 많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삼성SDI의 외국인 보유지분율은 29.25%로 최대주주 우호지분율(21.50%)을 웃돈다.

3세 경영권 승계를 목전에 둔 현대차(005380)그룹도 마찬가지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012330)·기아자동차 등 핵심 계열사 3곳 모두 외국인 보유지분이 많아 헤지펀드의 경영권 위협에 노출돼 있다. 현대모비스는 외국인 지분이 약 50%로 정몽구 회장 일가족과 계열사 등 우호지분(32.02%)보다 18%포인트 정도 높다. SK그룹도 알짜 계열사인 SK하이닉스(000660)의 외국인 지분율이 53.29%로 대주주 및 계열사 우호지분(21.09%)보다 두 배 많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 중 지주사 체제 전환을 아직 끝내지 않았고 순환출자 고리가 남아 있는 삼성· 현대차그룹에 대한 투기자본의 공격이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도 "국민연금이 삼성의 손을 들어줬지만 여전히 많은 대기업이 제2의 엘리엇 사태에 처할 위험에 놓여 있다"면서 "해외 사례를 참조해 국내에서도 투기자본으로부터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보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고민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에서 국민연금의 백기사 역할론은 설득력을 얻는다. 법과 제도의 공백 탓에 국제투기자본들의 한국 기업 공략이 늘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민연금을 활용해 방파제를 쌓자는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기금 의결권 행사 지침에 따라 주주가치와 기금 이익 두 가지 원칙을 감안해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의안별 세부 기준에서 '합병 및 영업 양수도(M&A)'의 경우에는 '사안별로 검토하되 주주가치의 훼손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반대한다'라고만 적시돼 있다. 이 때문에 기금의 운용 규모와 국내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의결권 행사 기준이 지나치게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기업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30대 그룹 계열사의 평균 지분율은 8.66%로 전년 동기 대비 0.25%포인트 올랐다.

과거처럼 기금의 수익성과 안정성만 추구하기에는 국내 기업 경영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역할과 위상이 많이 높아진 것이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벌에 대한 반감으로 소액주주의 권리 보호장치는 많이 강화됐지만 기업의 경영권 보호장치는 여전히 사각지대"라면서 "제2, 제3의 엘리엇 사태를 막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국민연금이 나서서 우리 기업의 경영권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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