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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외에는 욕심이 없었던 얌전한 성품의 노(老)교수로 기억합니다. 그분의 수업을 들은 학생으로서 그가 노벨 경제학상을 탔다는 소식을 접하니 정말 기쁘네요."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1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로드 섀플리 UCLA 경제학과 교수를 추억하며 반가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UCLA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밟은 이 교수는 섀플리 교수의 세미나 수강은 물론 그와 함께 스터디그룹을 하며 친분을 다졌다. 이 교수는 "존 내시나 로버트 아우만처럼 동시대에 연구활동을 했던 동료 경제학자들이 모두 노벨 경제학상을 탔지만 섀플리 교수만 유독 상과 거리가 멀었다"면서 "올해 90세가 넘은 나이에 뒤늦게 경제학상을 수상하게 돼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섀플리 교수는 자신의 연구 분야 외에는 다른 욕심이 없던 분"이라면서 "수학을 엄청 잘해서 학생들이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측면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노교수인데다 학생들을 액티브하게 가르치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인기 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게임이론 분야에서 이룬 업적이 워낙 크다 보니 그를 추종하는 학생들은 많았다. 이 교수는 "예전부터 섀플리 교수는 '내시 균형'에 버금가는 '섀플리 벨류'의 창시자로 내시와 노벨 경제학상을 같이 받았어야 했다는 말이 나오고는 했다"고 말했다.
얌전한 성품의 섀플리 교수와 달리 이 교수의 머릿속에 노벨 경제학상 공동수상자인 앨빈 로스 하버드대 교수는 두뇌가 명석하고 매우 활동적인 경제학자로 남아 있다. 이 교수는 UCLA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영국에서 조교수로 재직했는데 로스 교수의 강의를 듣기 위해 미국으로 두세 차례 직접 건너가기도 했다. 그는 "로스 교수는 미국에서 잘 연구하지 않던 실험경제학으로 각광을 받아 하버드대 교수로 이직했다"면서 "지금은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느냐를 연구하는 매칭게임 이론으로 또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섀플리 교수가 우직하게 자신의 분야를 연구하는 스타일이라면 로스 교수는 사교적이고 유머러스한 세일즈맨 같은 교수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로스 교수는 앞으로 뜨게 될 연구 분야를 미리 내다보는 능력이 뛰어나다"면서 "우리로 치면 학술진흥재단과 같은 곳에서 많은 지원을 받은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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