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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경영진 사퇴] 김우중회장 '영욕의 대우32년'
입력1999-11-01 00:00:00
수정
1999.11.01 00:00:00
손동영 기자
지난 67년 무역회사인 한성실업을 퇴사하고 맨손으로 대우실업을 창립, 재계 서열 2위의 대그룹으로 키워온 김회장은 70년대이후 샐러리맨들에겐 「신화」 그 자체였다.대우실업 설립 초기 김회장은 새벽에 나가 거의 매일 통금위반자를 잡는 차를 퇴고 퇴근할 만큼 부지런히 일했다. 대우 설립뒤 그가 실제로 휴가를 간 것은 장남을 잃고 두문불출했던 1주일뿐이었다. 그는 섬유수출로 기반을 잡았고 뒤이어 한국기계, 옥포조선소 등 인수와 자동차, 전자, 건설, 분야로 진출하면서 대우신화를 일궈냈다.
김회장은 거함 대우호(號)를 이끌어오면서 몇차례 고비를 겪었다. 모두가 평범한 경영인이었다면 격랑에 휩쓸려 난파할 수 밖에 없는 엄청난 위기였지만 그는 그때마다 정면돌파로 고비를 넘겼다.
첫 위기는 80년 신군부 등장과 함께 다가왔다. 당시 대우는 박정희(朴正熙)대통령과 김회장 부친이 맺은 사제(師弟)의 인연에다 70년대 정부의 수출드라이브정책이 맞물리면서 신흥재벌로 급부상하고있었다. 군사정권이 집권초기 늘 그랬던 것처럼 신군부는 김회장을 정경유착의 대표적 인물로 몰아세웠고 결국 김회장은 사재 200억원을 복지재단(82년이후 대우재단)에 출연해야했다.
기업경영까지 위협받던 시기에도 불구, 김회장은 전문경영인으로서 현장을 누비고다녔고 곧 그룹총수로서 위상도 되찾았다. 잠자는 시간을 아까워할 정도여서 워크홀릭(일 중독자)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이 때부터였다.
두번째 위기는 89년 찾아왔다. 대우조선이 극심한 자금난으로 휘청거렸기 때문이다. 이 때 김회장은 다시 사재를 내놓으며 돌파구를 찾아나갔다. 갖고있던 대우증권 주식 246만주를 대우전자등 계열사에 현물출자하는 승부수를 던진 것. 1년7개월동안 옥포 현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근로자들과 동고동락한 결과 대우조선은 극적으로 회생했다.
91년엔 대우자동차가 GM과 결별하자 다시 부평행을 선언, 17평 아파트에서 숙식하며 자동차 살리기에 매달렸다. 부평 상주 1년6개월만에 대우자동차는 에스페로 등 자체 모델 4개종을 시장에 내놓으며 기아자동차를 제치고 내수시장에서 2위 업체로 올라섰고 흑자 회사로 변신하는 성과도 거두었다.
김회장이 「세계경영」이란 화두에 몰두하기 시작한 것은 92년부터. 국내경영은 전문경영인에 맡기고 자신이 직접 세계를 누볐다. 아프리카 오지를 넘나들었고 동유럽을 안방 드나들듯했다. 여느 재벌총수들이라면 엄두도 못낼 엄청난 강행군이었다. 1년 365일중 280일을 외국에서 보낼 정도로 김회장의 세계경영 의욕이 남달랐다. 그야말로 무한확장의 시기였고 전세계 100여개국에 600여개 사업장을 거느리게된 배경이었다.
그러나 올해 김회장에게 찾아온 세번째 위기는 앞서의 그것과는 무게가 달랐다. 위기의 뿌리는 97년 국제통화기금(IMF)체제로 국내경제가 위기로 치달으면서 더욱 악화한 대우의 유동성문제였다. 수년간 밤잠 설치며 이뤄놓은 세계경영이 발목을 잡았다. 무한확장이 급격한 부채증가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98년 6월 김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장에 취임, 정부와 재계의 가교역할까지 떠안았다. 『IMF체제에선 수출만이 살 길』이라며 경상수지 500억달러 흑자를 공언하고 『자본과 자원이 없는 한국경제는 필연적으로 차입경영을 할 수 밖에 없으며 문어발 경영도 그 산물』이라는 재벌 옹호론을 펴던 시기였다.
결국 갈수록 악화한 대우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김회장은 지난 7월 10조원대의 사재를 채권금융단에 내놓는 생애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대우자동차 경영을 정상화한 뒤 명예롭게 물러나겠다』던 김회장의 굳은 결심은 그러나 워크아웃 방안 확정을 앞둔 1일 전격퇴진으로 수포가 됐다.
김회장은 지난해말 과로로 뇌수술을 받은 이후 인생관을 바꿨다고 했다. 그는 늘 『남에게 베풀면서 살겠다』고 말했다. 일밖에 모르던 그가 『세상에 뭔가 베풀어야겠다』고 인생관을 바궜지만 그의 분신인 대우호는 안타깝게 그를 외면했다.
손동영기자SON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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