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펀드업계를 살리기 위해 국내 운용사 수장들이 직접 펀드 운용에 관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운용사 대표의 손길이 닿은 펀드의 성적표는 어떨까. 결과는 아무리 업계 사장이라고 하지만 수익률의 희비에서는 벗어나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출시된 ‘KB레인지포커스(주혼)’펀드의 설정 후 수익률은 5.90%로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4.62%)와 코스피지수 상승률(4.02%)를 모두 웃돌았다. 이 펀드는 조재민 KB자산운용 대표가 직접 아이디어를 제공한 상품이다.
‘KB레인지포커스’는 코스피지수가 1,650~2,150포인트 안에서 움직일 것으로 가정하고 주가지수에 따라 주식 편입 비중을 사전에 정한 범위 내에서 조절하는 사실상 스윙펀드다. 만약 코스피 지수가 전망치 상단까지 오르면 실질 주식비중을 20%까지 줄여 이익 실현과 동시에 시장 하락 위험에 대비하고 거꾸로 하락하면 주식비중을 최대 100%까지 편입해 지수 반등때 수익 극대화를 추구한다.
특히 기존 스윙펀드의 경우 매니저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주식 편입 비중을 조절해 대규모 손실을 보는 사례가 있었지만 이 펀드는 지수대별로 사전에 정한 원칙에 따라 주식편입 비중을 조절해 리스크가 적다는게 특징이다. 설령 코스피 지수가 예상범위를 벗어나면 자(子)펀드 형태로 또 다른 레인지를 추가 설정해 펀드를 운용할 수 있다.
문경석 KB자산운용 퀀트운용본부 본부장은“상당 기간 동안 코스피 지수가 전 고점(2,150포인트)를 크게 웃돌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기업 가치 측면에서 1,650 포인트 밑으로 하락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치투자의 명장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부사장(CIO)이 지난해 3월 출시한 ‘한국밸류10년투자밸런스 1(주식)’펀드도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최근 6개월 수익률은 13.34%로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4.62%)의 세 배에 가까운 성과를 내고 있다. 이 펀드는 저평가된 가치주에 투자하면서 업종별 경기 민감도와 수출ㆍ내수 비중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시장 움직임도 쫓아가는 운용 전략을 펼치는 게 특징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기준 편입 종목을 보면 녹십자홀딩스(2.78%) 파트론(2.1%)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14.34%), 현대차(3.99%)등 가치주와 경기민감주를 적절히 조화시키며 펀드 수익률을 극대화 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7월 데이비드 전 대표 취임 이후 야심차게 출시된 KDB자산운용의 일명‘데이비드 전 펀드’들은 아직 성적이 신통치 않다. 지난해 9월 출시와 동시에 계열사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종잣돈을 끌어 모은‘KDB코리아베스트하이브리드[주식]’의 설정 후 수익률은 -3.13%에 그친다. 같은 날 출시된 ‘KDB코리아베스트[주식]’의 설정 후 수익률도 -1.24%에 그치며 데이비드 전 대표가 직접 운용하는 ‘KDB아시아베스트하이브리드[주식]’ 수익률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KDB자산운용 관계자는 “아직 설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히 수익률이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오는 3월 원ㆍ달러 뿐만 아니라 달러화와 현지 통화까지 헤지되는 ‘글로벌채권 하이브리드 펀드’를 출시할 예정이어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DB자산운용은 이 펀드를 재형저축 상품으로도 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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