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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모기지론(장기주택금융) 시장을 잡아라
입력1999-03-18 00:00:00
수정
1999.03.18 00:00:00
「이제는 모기지 밖에 없다.」거센 구조조정의 소용돌이를 헤치고 살아난 은행들이 모기지론(MORTGAGE LOAN·장기주택금융)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서울은행과 제일은행을 각각 인수한 HSBC나 뉴브리지 등 외국 금융기관들이 해외에서 쌓은 첨단 노하우를 동원, 태동단계에 있는 국내 모기지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여 격전이 예상되고 있다.
18일 이수길(李洙吉) 한빛은행 부행장은 『은행의 규모화와 안정적 경영을 위해서는 모기지론 시장에 적극 참여하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사업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빛은행은 정부가 추진 중인 유동화 중개회사 설립(상반기중)에 맞춰 사업계획을 짠 뒤 시장공략에 들어갈 방침이다.
하나·신한·한미 등 후발은행들도 모기지 사업 진출을 위한 사업전략을 마련중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기업들의 경쟁적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주택금융 부문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이를 간과했다가는 이류은행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모기지론이란 주택자금 수요자가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에서 장기 저리자금(보통 30년 이상)을 빌리면 은행은 주택의 저당권을 담보로 주택저당증권(MBS·MORTGAGE-BACKED SECURITIES)을 발행, 이를 유동화 중개기관에 매각함으로써 대출자금을 회수하는 제도.
은행으로선 자금을 곧바로 회수, 장기대출에 따른 운용자금 부족 우려를 줄일 수 있는데다 MBS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할 때 위험가중치가 20%로 낮게 분류되는 만큼, 자산 건전성을 확보하는데 큰 보탬을 받게 된다. 미국에서는 이 제도가 일반화되어 있어 백만장자들조차 모기지론을 받아 저택을 구입하고 있다.
은행권은 내집마련에 집착하는 한국인의 사고방식을 감안할 때, 제도가 활성화되면 연간 수십조원 이상의 「황금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금융권은 주택은행이 지난 17일 주택자금 상환기간을 최장 33년까지 늘리기로 결정한 것도 국내외 금융기관의 도전을 앞두고 모기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장기 주택금융을 싹쓸이했다가 유동화 중개기관이 설립되면 이를 매각, 그동안의 독점적 지위를 더욱 굳힐 심산이라는 해석.
외국계인 씨티은행이 최근 30년짜리 주택담보대출을 시작한데 이어 HSBC와 뉴브리지 등도 하반기부터는 모기지 시장 참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모기지론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금리가 지금보다 훨씬 떨어져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유동화 중개기관이 설립되더라도 제대로 영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MBS 투자자에게 적정 수익률을 보장해주면서 모기지론 이용자에게는 낮은 금리로 자금을 내주어야 하는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외국계 은행이 풍부한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MBS를 외국 투자가에 내다팔면서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국내 부동산 가격을 어떻게 평가하고, 환율 리스크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도 문제다. 【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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