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가장 튼튼한 버팀목인 수출이 흔들리고 있다. 동남아ㆍ중동 등 신흥국가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고는 있지만 주력시장인 미국과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이 급감하고 있어 만회하기가 버거운 상황이다. 이란 사태로 고공비행을 이어가고 있는 국제유가는 수출회복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16일 "오는 3~4월 이탈리아를 비롯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국가들의 채권만기가 대거 돌아온다"며 "상반기까지는 유럽경제의 방향성을 가늠하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유럽 사태 장기화와 유가급등으로 우리나라 수출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
1월의 경우 무역수지 적자는 20억달러로 3년 만에 최대를 나타냈다. 예년에 비해 설이 빨라 조업일수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수출물량이 감소했다는 게 주된 요인이다. 특히 하루 평균 수출액은 18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1월의 19억3,000만달러에 비해 4,000만달러나 줄었다. 하루 평균 수출액이 늘지 않으면 무역수지의 흑자전환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정부는 2월의 경우 수출이 회복되면서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이달 들어 10일까지 무역수지는 적자를 나타냈지만 조업일수가 많은 만큼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실제 2월의 조업일수는 1월보다는 하루가 많고 지난해 2월에 비해서도 4일이나 늘었다. 여기에다 1월에 낮은 수출증가율을 기록한 자동차ㆍ반도체 등 주요 품목의 수출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지식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월초는 통상 수입이 많고 수출이 적어 10일까지 적자는 맞다"면서 "그러나 2월의 상황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월말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낙관하기에는 분위기가 좋지 않다. 무엇보다 선박의 인도물량 감소, 선박금융의 불확실성 등으로 수출이 늘어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높은 국제유가 역시 무역수지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원유나 가스의 수입단가 상승이 결국에는 흑자전환에 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 지경부 관계자도 "지난해와 같은 물량의 원유나 가스를 수입해도 수입단가가 큰 폭으로 오를 수밖에 없어 무역수지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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