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진출과 관련한 질문에 "그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답했다. 국내시장이 포화단계에 이르렀으니 해외시장에서 먹거리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김 행장은 "1금융권에 비해 2금융권은 해외에서 성공할 여지가 더 크다. 규제의 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2금융권의 대한 규제는 1금융권에 비해 느슨하다"고 말했다. 계열사인 하나캐피탈이 올해 해외에 진출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같은 여신전문사이면서 카드사의 위상에 가려 있는 캐피털사. 캐피털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해외로 나가고 있다.
해외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이다. 미국(HCAㆍ현대캐피탈아메리카)에서 속칭 대박을 경험한 현대캐피탈은 유럽과 아시아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유럽 최대 은행인 산탄데르와 손잡고 영국에 합작사를 설립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인도 사무소를 법인으로 전환했다.
현대캐피탈의 해외진출은 모그룹인 현대ㆍ기아차의 후광을 등에 업었다는 한계가 있지만 국내 캐피털 업계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더 이상 국내에서 안주했다가는 경쟁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이다. 이를 절감한 캐피털사들도 해외진출에 본격 나서고 있다. 다만 지역은 아시아에 한정돼 있다.
캐피털업계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에 법인을 설립한 캐피털사는 총 8곳이다. 롯데캐피탈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영업을 시작했다. 이미 진출해 있는 롯데그룹 계열사를 중심으로 고객층을 다변화해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롯데캐피탈은 지난 2008년과 2011년에 각각 일본과 중국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이들 외에 산은캐피탈이 베트남 호찌민에 법인을 설립했고 효성캐피탈(중국 상하이), 두산캐피탈(중국 베이징), 미래에셋캐피탈(베트남 호찌민), 한국캐피탈(카자흐스탄 알마티), CNH리스(홍콩) 등이 법인 형태로 진출해 있다.
캐피털사의 한 관계자는 "캐피털의 주된 먹거리였던 자동차할부시장에 은행과 카드사 등이 진출하면서 레드오션화가 심화됐다"며 "모그룹이나 계열사를 통한 영업이 가능한 캐피털사들의 해외진출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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