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편두통에 수년간 시달리며 진통제를 거의 매일 복용해온 박만식(58·가명)씨는 의사의 권유로 입원치료를 받기로 했다. 매일 먹는 진통제의 양이 적정 복용량을 초과해 더 이상 약효가 발휘되지 않고 부작용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재문 대한두통학회 회장(충남대병원 신경과)은 "진통제를 자주 복용하는 두통환자의 경우 나중에는 약물의존성 두통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커지게 된다"며 "입원을 해서 수일간 수액제를 맞으며 체내에 축적된 진통제 성분을 씻어내는 치료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두통에 시달리다 보면 급하게 찾는 것이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편히 살 수 있는 진통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진통제를 오남용할 경우 점차 복용량을 늘려야 하고 약물과용두통으로 악화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자신이 앓고 있는 두통의 종류가 어떤 것인지부터 정확히 알고 이에 맞는 치료법과 예방할 수 있는 식생활 습관을 먼저 실천하는 것이 우선이다.
두통의 종류는 크게 편두통과 긴장형 두통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가장 많은 두통의 유형인 편두통은 보통 10대에 시작해 머리가 쿵쿵 울리듯 아프고 속이 메스껍거나 심하면 토하는 위장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편두통은 머리 혈관이 기능 이상으로 인해 주기적으로 나타나며 두통 증상이 한 달에 15일 이상 발생하고 이 중 8일 이상이 편두통 양상을 나타낼 때 만성 편두통을 의심할 수 있다. 편두통 발생시 주로 한쪽에서만 통증이 일어나고 맥박이 느껴지는 것처럼 욱신욱신 하는 통증이 느껴진다.
반면 긴장형 두통은 띠로 조이는 듯한 통증으로 종종 뒷목까지 뻐근한 통증이 동반될 수 있다. 주로 양쪽 머리에 발생하며 간혹 한쪽 부위에 국한돼 나타날 수도 있다. 주로 늦은 오후나 저녁에 잘 생기며 스트레스와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편두통은 특히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집계한 2013년 두통 환자 통계에 따르면 49만명의 편두통 환자 중 72%인 35만명의 환자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두통 환자에 여성이 많은 것은 여성호르몬이 두통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젊은 시절 두통에 시달리다 갱년기가 돼 여성호르몬이 줄면서 두통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고 갱년기 치료를 위해 여성호르몬을 투여하면 다시 두통이 재발되는 경우도 있다"며 "초등학교 때까지는 남자 두통 환자가 많으나 초경이 시작되는 이후로는 여성 환자가 더 많게 된다"고 설명했다.
만성 편두통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자신의 두통 내역을 정확히 알 수 있는 두통 일기를 작성하면 큰 도움이 된다. 두통이 발생하는 시간과 횟수·증상 정도 등을 그때그때 적어 두면 의사의 정확한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두통 발생시 자주 먹게 되는 진통제의 경우 적정량을 복용할 때 통상 주 2~3회 정도까지는 괜찮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병건 대한두통학회 부회장(을지병원 신경과)은 "두통 발생시 억지로 참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약을 먹으려면 두통 증상이 막 나타나려는 초기에 신속히 복용하는 것이 좋다"며 "보통 주 2~3회 정도, 한 달에 10회 이내로 복용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고 보나 그 이상 자주 먹게 되거나 복용량이 늘어나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만성 편두통 환자가 처방 없이 판매되는 일반 진통제를 복용했으나 효과가 없을 때는 병원을 찾아 트립탄제 계열 약물 등을 처방 받는 것이 좋고 편두통의 빈도와 강도를 완화시키기 위해 심혈관계 약물이나 항우울제·항경련제와 같은 약물을 복용하기도 한다.
먹는 약이 효과가 없을 경우 목 부위의 미주신경을 자극하는 치료법이나 머리띠 모양의 기구를 머리에 장착, 삼차신경을 자극해 치료하는 방법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보톡스 약물을 투여해 치료하는 방법도 있다.
가벼운 두통의 경우 두통을 악화시키는 음식과 생활 습관을 바로 하기만 해도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두통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습관은 적정 시간 수면을 취하는 것이다. 수면시간이 너무 많거나 적게 되면 두통이 발생 될 수 있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성인의 경우 6~7시간 정도 매일 규칙적인 수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
식품첨가물이 많은 음식이나 티라민이 포함된 치즈·초콜릿·커피·적포도주·유제품·견과류 등이 두통을 악화시킬 수 있는 대표적인 음식들이다. 커피는 하루 한 잔 정도는 괜찮으나 만성 편두통 환자라면 아예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아이스크림도 좋지 않다. 과도한 흡연과 음주도 두통의 악화 요인이다.
컴퓨터 모니터를 너무 오래 쳐다보는 것도 두통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책상에 앉아 일을 할 경우 한 시간마다 한 번씩 일어나 가볍게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는 두통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요가나 에어로빅 등의 유산소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숲 속의 맑은 공기에 포함돼 있는 음이온은 두통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김 회장은 "비타민C와 미네랄이 많은 신선한 푸른 채소를 자주 먹는 것이 두통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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