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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민연금 의결권 중립 지켜야


최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이 '공적 연기금들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본격 검토돼야 한다'고 언급한 이래 국민연금의 적극적 의결권행사에 대한 논의가 가열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행사해 기업 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는 경제학적 근거는 빈약하다. 게다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는 시장 선택을 추종하는 중립투표(Shadow voting)에 국한해야 한다. 예산 부족 탓 인력 확보 난망 우선 국민연금은 예산 제약이 있어서 의결권행사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 의결권을 행사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려면 상시적인 기업 감시와 경영진과의 대면 접촉을 통해 기업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현장 경력이 있는 전문 인력을 대규모로 고용하고 그들에게 충분한 유인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인건비 한계가 있어서 기업 감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양질의 전문 인력을 다수 확보하기 어렵다. 또 국민연금은 투자자 유치를 위해 경쟁할 대상이 없기 때문에 의결권을 행사해 기업 가치를 제고할 유인이 약하다. 민간 기관투자가가 의결권을 행사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가장 강력한 유인은 개인투자자 유치경쟁 압력이다. 가치가 떨어지는 기업 주식을 보유한 기관투자가는 수익성과 안정성을 보장하기 어려워지고 그 결과 개인투자자들이 투자자금을 회수하게 돼 시장에서의 생존이 위협을 받는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전 국민이 당연 가입하게 돼 있고 중간정산이 금지돼 있어서 이러한 압력이 부재하다. 반면 적극적인 의결권행사로 유명한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CalPERS)을 비롯한 특수직역 연금은 특수직역 종사자의 평생소득에 포함되므로 노동시장에서 채용경쟁을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 따라서 이들의 의결권행사 역시 노동시장에서 채용경쟁의 압력을 받는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전 국민 당연가입이 원칙이므로 채용경쟁의 압력도 받지 않는다. 따라서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잘못 행사해 기업 가치를 저하해도 가입자들이 이를 견제할 수단은 취약한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이익집단의 압력을 배제하기 어려우며 의결권도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의결권행사지침을 검토 및 확정하는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전문성'과 '대표성'을 반영한다는 명분으로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로 구성돼 특정이익집단의 이해를 반영하는 대리인의 진입이 가능한 구조이다. 또한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지침은 '환경, 사회, 기업지배구조 등 사회책임투자 요소를 고려하여 의결권을 행사(제4조의 2)한다'는 모호한 규정을 포함하고 있어 이익집단의 이해를 반영할 길을 열어 놓고 있다. 국민연금이 정부기구이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기금운용 개입이 정당화되는 한 이와 같은 정치적 개입은 배제할 수 없다. 정치적 개입 가능성 배제 못해 요약하건대 국민연금은 전문 인력 수급이 어려워 기업 가치를 제고할 능력이 부족하고 경쟁의 압력이 없기 때문에 기업 가치를 제고할 유인도 약하다. 그리고 정치적 압력으로 인해 기업 가치와는 관계없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국민연금이 자의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면 기업 가치는 저하되고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연금 수급권도 침해될 위험이 크다. 이러한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는 시장 참여자들의 의사를 추종하는 중립투표에 국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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