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다음달 3일 경제5단체장과 청와대에서 오찬회동을 갖는다. 이는 청와대가 4ㆍ27 재보궐선거 뒤 잡은 이 대통령의 첫 일정으로 향후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이 ‘친(親)시장’으로 갈 것이라는 신호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선거패배 뒤 나온 첫 메시지는 ‘서민들의 불만’에 대한 걱정이었다는 점에서 ‘좌회전’신호로 해석됐다. 이를 두고 경제계에서는 “청와대가 좌측 깜박이를 켜고 우회전을 하는 자동차처럼 혼란스러워 보인다”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경제5단체장과의 오찬회동을 다음달 3일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찬에서 이 대통령은 최근 정부 경제정책이 반시장적 기조로 바뀌고 있다는 재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정부의 정책기조를 자세히 설명하고 오해를 해소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경제계의 우려는 선거 이후 증폭되는 분위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참여정부는 윤리로 시작해 시장으로 마무리됐지만 이명박 정부는 시장으로 시작해 윤리로 마침표를 찍으려 하고 있다”면서 정부정책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대기업들은 이번 선거패배로 정부의 경제정책이 ‘반(反)대기업’ 쪽으로 급격하게 방향을 전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이번 선거패배를 그동안 대기업들에 유리한 환율정책을 펴 부를 몰아준 반면 서민들의 생활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국민정서 때문으로 진단하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 기업들을 옥죄는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경제계는 최근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의 ‘연기금 주주권 행사 강화’ 추진과 이명박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초과이익공유제’ 주장을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4ㆍ27 재보선 뒤 드러나고 있는 청와대 참모들의 자중지란은 재계의 혼란을 크게 증폭시키고 있다. 청와대 정무라인과 정치권 출신 참모들은 정부가 복지정책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기업들의 협조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정책라인 참모들은 “총선 출마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5월 중 (신변을) 정리하라”는 이 대통령의 말을 고의적으로 흘려 선거패배의 원인을 정치권 출신 참모들에게 뒤집어 씌우는 등 재보선 뒤 청와대 내 권력암투가 격화되는 모습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