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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이 홀!] 춘천 휘슬링락CC 코쿤코스 4번홀

해저드 넘길까… 돌아갈까… 설계자와 골퍼 두뇌싸움<br>페어웨이로 보내면 파는 무난… 그린 직접 노리면 이글도 가능<br>바위·개울 원형 살린 설계로 세계 100 대코스 후보에 올라



"이 홀은 객관식이 아니라 주관식 문제 같네요."

강원 춘천 휘슬링락CC 코쿤 코스 4번홀(파4ㆍ359야드) 티잉그라운드에서 한 동반자는 한참 고민하다 혼잣말을 했다. 알려주는 대로 공략 지점을 향해 티샷을 날리는 보통의 홀과 달리 다양한 공략이 가능한 이 홀의 특징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오른쪽에 워터해저드를 품은 페어웨이는 정면의 병풍 같은 산을 향해 직진하다 오른쪽으로 급격히 방향을 튼다. 그린을 해저드로 가로막으려는 설계자의 의도다.

레귤러 티 기준으로 홀의 길이는 287야드. 파4홀로는 짧은 편인데 해저드를 가로지르면 그린 입구까지 직선거리가 220야드로 훨씬 짧아진다. 시험문제를 낸 설계자와 골퍼 사이의 두뇌 싸움이 시작된다. '왼쪽 페어웨이에서 두 번째 샷으로 승부를 걸 것인가, 그린을 향해 쏜 뒤 손쉬운 버디 또는 빛나는 이글까지 노려볼 것인가.'

티샷을 페어웨이로 보내면 파는 무난하다. 클럽 옵션도 다양하다. 길지 않은 홀이기 때문에 드라이버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왼쪽은 숲과 무성한 잡풀, 오른쪽은 해저드로 무장된 만큼 롱 아이언이나 하이브리드, 우드 등 방향성을 담보할 가장 확실한 클럽을 잡는 게 현명하다. 이때도 세컨드 샷은 대부분 100야드 안쪽에 들어온다.

문제는 그린을 직접 노리는 경우다. 캐리(떠서 가는 거리) 220~230야드 정도면 '파4홀 1온'이라는 짜릿한 쾌감을 만끽할 수 있다. 드라이버 샷으로 1온 시도가 가능한 소위 '드라이버블(drivable) 홀'은 신설 코스들에서 종종 보인다. 이 공략 루트는 바람이 변수다. 순풍이 불면 폭발적인 장타자가 아니라도 도전할 수 있지만 정면이나 측면 바람일 땐 해저드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린 뒤쪽은 깊은 골짜기인 아웃오브바운즈(OB) 구역이라 파워 히터에게 마냥 유리한 것도 아니다.



이 홀에선 명물인 바위를 꼭 감상해야 된다. 그린 오른쪽을 기역자로 호위하는 바위는 이곳 일대가 엄청난 암반과 암석 지대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바람이 부는 날엔 이 바위 틈에서 가냘픈 선율이 들린다고 해서 휘파람 부는 바위라는 뜻의 골프장 명칭(휘슬링락ㆍWhistling Rock)이 붙었다고 한다.

바위는 이 골프장의 토대라고 할 수 있는 보석이다. 공사 중 곳곳에서 발견된 바위는 부지 내를 불규칙하게 흐르는 2.5㎞ 길이의 계류와 함께 코스 설계의 큰 틀이 됐다. 바위의 위치를 살리면서 계류를 활용한 7개의 폭포와 15개의 연못 등으로 원형의 자연과 설계적인 부분이 유기작용을 내도록 했다. 설계자 테드 로빈슨 주니어는 개울과 물을 만지는 솜씨에서 제주 핀크스GC를 디자인한 그의 아버지를 빼닮은 듯하다.

이 골프장은 권위를 자랑하는 골프매거진이 2년마다 선정하는 2013~2014년 세계 100대 코스 후보 리스트에 최근 이름을 올렸다. 전 세계 100명뿐인 선정위원의 복수 추천을 받아야 3만7,000개 지구촌 골프장 가운데 후보에라도 들 수 있다. 개장 2년이 채 안된 곳이 후보에 오른 사례는 찾기 어렵다. 100대 코스 패널 위원장인 조 파서브(51)씨는 "코스와 클럽하우스ㆍ서비스가 완벽하게 어울리기는 어려운데 이곳에서 놀라움을 느꼈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제대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곳곳에 배치된 보물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코쿤ㆍ템플ㆍ클라우드 3개 코스 네이밍의 모티브가 된 각 코스의 그늘집 디자인으로 각각 누에고치, 신전, 구름 위의 성을 형상화한 재치가 돋보인다. 가장자리를 뾰족뾰족하게 마감한 아트 벙커는 유럽 링크스 코스를 보는 듯하다. 황색 모래 벙커와 갈대, 암석 조각 등으로 처리한 템플 코스 3번홀 페어웨이 옆 경사지는 달표면 같은 풍광으로 유명한 메이저 대회 개최지 미국 휘슬링스트레이츠의 분위기를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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