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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한 창업통계 도마에

창업 생태계 급변하는데 2~3년전 자료로 정책 입안

부처간 업무 협조도 미미<br>정부 3.0 맞춰 정보 공유해야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5개 경제부처는 올 초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지난해 창조경제 정책 성과를 발표하면서 '신설법인 8만개 돌파'를 근거 자료로 내세웠다. 문제는 전체 창업자 가운데 신설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10%에도 못 미친다는 점이다. 대표성이 부족한 통계를 근거로 대통령에게 창조경제의 성과를 보고한 셈이다. 창업정책의 토대가 되는 기초 통계가 얼마나 부실한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5일 중소기업청 등에 따르면 정부가 3년째 주요 국정 과제로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창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통계가 없어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중기청이 매달 발표하는 신설법인 통계는 적시성 있는 창업 통계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를 창업 정책의 기본 틀을 만드는 데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국세청이 발표하는 국세통계연보에는 전체 창업기업의 7%에 불과한 법인 사업자만 들어 있어서 전반적인 창업 생태계를 파악하기에는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중기청이 법인사업자와 개인사업자를 포괄하는 전체 창업 현황을 파악하려면 1년 가량 시차가 있는 통계청 '기업생멸통계'와 국세청 '국세통계' 등이 발표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들 통계는 창업 현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어 정확성은 뛰어나지만 적시성은 떨어진다는데 있다. 통계청의 기업생멸통계도 기업의 신생·소멸, 성장성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지만 사업자등록자료나 부가가치세, 법인세, 근로소득지급명세서 등 국세청이 보유한 과세정보를 행정자료로 이용해 가공해야 하는 탓에 12월에나 통계가 공표된다.

개인사업자를 포함하는 전체 창업기업의 실태를 보여줄 수 있는 지표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지난해 7월 중소기업청은 창업 7년 이내 초기 기업의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창업기업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초기 기업의 매출 추이와 일자리 창출, 업종 등을 알 수 있는 최초의 국가승인통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 통계 역시 한계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창업기업 실태조사는 2011년 말을 기준으로 작성된 전국 사업체 조사를 가공한 것으로 통계 발표 시점과 3년의 시차가 벌어진 탓이다. 당초 중기청은 통계의 적시성을 높이기 위해 과세정보(납세자가 세법이 정한 납세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제출한 자료나 국세의 부과 또는 징수를 목적으로 업무상 취득한 자료) 등을 행정자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국세청으로부터 과세정보 확보가 쉽지 않은 데다 업종 분류 차이 등으로 가공에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해 3년 전 통계청 발표 자료를 가공하는 방식으로 자료를 만들었다.

창업 생태계는 하루 하루 달라지는데 무려 2~3년 전의 낡은 통계를 가지고 만든 지원 정책도 부실할 수 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업종별·지역별·연령별로 다양하게 분류된 창업종합통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것. 중기청 관계자는 "산업 트렌드 변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요즘 3~4년 전 창업현황을 토대로 만들어진 창업 정책이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부실 통계에 대한 문제 지적이 잇따르자 중기청이 최근 창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통계 개발에 착수했지만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체 조사 업무 보다는 지원 업무를 주로 하는 중기청의 특성상 통계 자료의 대표성과 적시성을 동시에 높이려면 다른 기관의 행정자료를 최대한 빠르게 확보하는 것이 관건인데 수년간 국세청, 통계청 등에 원본 자료 공유를 요청했지만 요구가 받아들여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우선 중기청이 수년째 자료 확보를 요구해 온 대표적인 곳이 국세청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창업기업 현황 파악은 물론 중소기업 여부를 확인 할 때도 국세청의 과세정보 활용이 절실한데 매번 공문을 통해 요청해도 국세청은 '비밀보호유지규정 때문에 외부 유출이 불가하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국세통계 연보에 창업 관련 항목이 더욱 풍부해질 수 있도록 건의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국세기본법 개정을 통해 과세정보 공유를 대폭 확대하고 있고 관세청을 비롯해 한국은행, 통계청, 한국장학재단 등 15개 기관에 70여종의 관세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개방과 소통을 중시하는 정부3.0 정책방향에 맞춰 국세기본법 제81조 13항 비밀유지 조항에 과세정보 제공 기준 확대의 법적근거도 마련한 상태"라며 "과세정보를 요구하는 기관이 법적근거를 마련하고 국세기본법 취지에 맞게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제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여기서 중기청과 국세청의 주장이 크게 엇갈린다. 중기청은 "중소기업 기본법 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를 마련해오라는 지침을 전달받은 적이 없다"는 주장이다. 한 중기청 관계자는 "중기청이 의원 입법 등을 통해 개정 작업에 착수하자 국세청이 개정 작업을 중단하라는 압력까지 넣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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