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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화장품 업계 한·EU FTA로 이중고

국제 품질기준 의무화로 추가 비용부담에 유럽 저가 제품 대거 출시 예상 '첩첩산중'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국내 중소 화장품 업계가 '이중고'에 직면했다. EU측 의무화 조치에 따라 국내 업체들에게도 제조ㆍ품질 관리기준(GMP)에 관한 국제 인증이 필요해 추가 비용부담이 예상되는데다 무관세 혜택으로 마케팅 파워를 갖춘 유럽산 업체들이 중저가 시장 공략에 나설 전망이어서 중소 업계의 입지를 더욱 옥죄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식품의약품안정청은 화장품 제조업체들에 대한 국제기준의 GMP 인증을 오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방침이다. 이번 GMP지정은 국내 업체들에게 원료의 입고 및 출고ㆍ작업장 환경ㆍ오염방지ㆍ수질 등 제조시설의 품질관리와 관련된 국제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 인증에 실패한 업체는 의무화 이후 화장품을 생산할 수 없다. 식약청은 "EU의 국제기준 GMP지정이 오는 2013년 의무화돼 우리 측이 상호 인증에 나서지 않는다면 중소 업체의 수출 길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화장품 본고장인 유럽과의 FTA로 글로벌 경쟁환경에 직면한 만큼 품질 향상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식약청에 따르면 전국의 화장품 제조시설 787개 중 현재까지 사전 지정을 받은 업체는 주문자상표생산(OEM) 기업인 한국콜마의 신정공장 한 곳뿐이다. 하지만 대기업 중심의 38개 공장의 경우 기존 대한화장품협회의 국내 기준에 의거, 인증 지정작업을 마친 상황이어서 몇 가지 세부 사항을 보완할 경우 국제기준 충족에 무리가 없는 상태다. 문제는 시장을 장악한 대기업들에 가려져 있는 대다수 중소기업들이다. 대한화장품협회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제조업체의 약 77%가 연 매출 10억원 이하의 중소기업이며 이들 대부분이 기준 충족에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설투자 및 구조변경 등에 대한 부담으로 일부 군소 OEM 업체 등이 제조를 포기,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들 업체에는 특정 분야 OEM 전문, 이미용 전문 브랜드 등 업계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하는 기업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장준기 대한화장품협회 상무는 "현재까지 GMP지정 의무화를 발표한 국가는 EU가 유일하며 화장품 강국인 미국과 일본도 아직 의무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군소 업체들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의무화에 앞서 육성 및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화점 판매에 치중해 온 유럽산 제품들이 관세 철폐를 계기로 마트 및 전문점 시장에 대거 진출할 수 있다는 점도 중소 업체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실제 최근 한 글로벌 기업이 마트급 화장품 브랜드를 내놓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며 빠르게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는 등 '마케팅 파워'에서 밀리는 중기의 설 자리를 더욱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마케팅력을 갖춘 유럽 전문기업들이 중저가 브랜드로 추가 진출할 경우 백화점 시장에 이어 마트ㆍ전문점ㆍ드럭스토어 부문까지 수입업체의 장악력이 높아질 수 있다"며 "그럼에도 고용유발효과가 큰 중소 업체에 대한 별다른 지원책은 등장하지 않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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