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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 등 대기업 견제구 통하지 않자 '정공법'으로 압박

[연기금 주주권 강화 논란] 주주권 주장 왜 나왔다<br>"국민연금 경영투명성 노력 부족" 날선 비판 잇따라<br>주주협의회 구성·감사후보 선임 등 방법까지 거론<br>편법 상속·지배구조 왜곡 언급… 기업 압박감 커질듯

26일 오전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및 지배구조 선진화' 세미나에서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김동호기자

정부가 연기금의 주주권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목적은 결국 대기업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2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및 지배구조 선진화' 토론회를 주최한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은 "거대 권력이 된 대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만한 수단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초과이익공유제, 미소금융,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 등 일련의 대기업 견제구가 '팔 비틀기'라는 비판을 받았던 만큼 연기금 주주권이라는 정공법을 통해 대기업과 원리원칙대로 상대하겠다는 것이다. 토론회에서 발표자들은 "대기업의 편법상속을 막아야 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은 대북 리스크가 아닌 상장사의 잘못된 지배구조"라며 대통령직속기구가 주최하는 토론회라고는 믿기 힘든 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와 사전에 협의한 것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가 출범 이후 가장 극적인 반전을 보여준 셈이다. ◇"지극히 친자본주의…관치 아니다"=이날 미래위 토론회는 주최 측 이름만 가리면 과거 참여정부 시절 386 정치인들의 토론장이라 해도 믿을 만큼 대기업에 대한 날 선 비판이 이어졌다. 곽 위원장은 "거대권력이 된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이라고 지적하며 공적 연기금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포스코와 KT에 대해서는 "방만한 사업확장 등으로 주주가치가 침해되지 않도록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을 내세운 주주권 강화가 사실상 관치가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도 "신고전학파에 입각한 지극히 친자본주의적 발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달리 해석하면 기존의 '팔 비틀기'식 군기 잡기는 통하지 않는 시대이니 주주권 행사라는 합법적인 권리를 통해 대기업을 견제하겠다는 논리다. 이른바 '미꾸라지론'인데 고여 썩어가는 어항에 미꾸라지를 풀어 휘젓게 하면 자정작용으로 물이 맑아질 것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론도 나왔다.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 부족, 단기적 성과평가, 가입자들의 무관심 등으로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위축되고 있다"며 "주주협의회 구성, 주주제안권 행사 후보 추천 등 권리 행사 방법이 있다"고 소개했다. 김우찬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기업지배구조펀드를 활용하면 정부의 개입 우려를 불식시키고 주주권 행사를 부담 없이 할 수 있다"며 "국민연금이 증권 관련 소송에 원고로 적극 참여하거나 이사 및 감사후보를 추천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기업 견제, 대통령 의지?='연기금 주주권'이라는 무기를 들고 나온 곳이 시민단체도 학계도 아닌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라는 점에서 무게감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청와대는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김 대변인은 "사전 논의한 것은 없다. 곽 위원장이 평소 학자로서의 소신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곽 위원장도 기자와 만나 "이런 일에까지 대통령이 일일이 나서겠나"라며 선을 그었다. 정부로서는 비판을 받아도 큰 부담이 없는 대통령직속기구를 통해 일단 군불을 지핀 후 추가로 언급할 만한 여건이 되면 보다 책임 있는 국무위원이나 윗선이 나설 수 있다는 내부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초과이익공유제ㆍ동반성장ㆍ물가단속 등 일련의 대기업 견제책의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도 못한 채 정부 내부의 다툼거리로 전락한 전철을 밟지 말자는 의도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위원회가 던진 주제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여론이 형성이 되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임기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이제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보다는 고삐를 죄겠다는 복안으로도 풀이된다. 정부로서는 시기를 불문하고 기업의 협조(?) 없이는 원활한 국정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지만 이를 위한 수단으로 전반기에 친기업 노선을 폈다면 후반기에는 갈수록 강한 카드를 쓸 수 있다는 의지인 셈이다. 대기업 스스로에 '아킬레스건'이나 다름없는 편법 상속ㆍ승계 및 오너 중심의 왜곡된 지배구조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기업이 느낄 압박은 어느 때보다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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