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850선이 끝내 무너졌다. 아시아 국가의 금융위기 우려에 더해 전날 공개된 지난 7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을 통해 연내 양적완화 축소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알려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22일 코스피지수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에 장 초반 1% 넘게 하락하면서 한때 1,840선까지 밀렸지만 중국의 8월 HSBC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시장 예측치를 상회하는 50.1로 나오자 낙폭을 크게 줄여 전일 대비 18.34포인트(0.98%) 하락한 1,849.12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1,85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7월10일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지수 1,850은 시장전문가들이 한국 증시의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로 보는 선으로 최근 한 달여간 박스권 하단을 형성해왔다.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점은 인도발 아시아 금융위기 우려가 터진 지난 20일 코스피지수의 하락폭이 1.55%에서 21일 1.08%, 22일 0.98%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외국인의 매도세가 5월 미국의 양적완화 조기 시행 가능성이 처음 언급됐을 때만큼 크지 않고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연기금이 꾸준한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외국인은 전날 1,396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이날도 1,019억원을 처분했지만 5월 일평균 5,000억원씩 팔아치우던 것과 비교하면 매도세가 급격하지 않다. 반면 연기금은 이날 628억원을 순매수하는 등 12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들어 연기금이 순매도한 날은 5일 단 하루뿐이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시황 담당 연구원은 "이틀 동안 외국인의 움직임을 보면 극렬한 매도는 나타나지 않았는데 외국인이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이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며 "현재 코스피의 밸류에이션이 2004~2008년 평균 정도이고 그동안 국내 기업의 순이익은 70~80% 정도 늘었기 때문에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도 "한국 증시는 미국과 신흥 시장의 영향을 동시에 받고 있다"면서도 "다만 한국의 경우 인도ㆍ인도네시아와 비교해 경상수지와 외환보유액이 낫고 환율도 안정적"이라고 전했다.
추가적인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머징 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 시장도 영향을 받았다"며 "현재는 1,800~2,000대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하단 아래로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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